2022.09.05 기아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의 활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의 인기 있는 자동차 유튜브 채널인 <카와우(Carwow)>가 진행한 전기차 드래그 레이스에서 경쟁 모델들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모든 테스트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번 뛰어난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
<카와우>는 약 73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글로벌 유튜브 채널로, 올해 초에도 EV6를 비롯한 6대의 전기차를 모아 겨울철 실 주행 거리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당시 EV6는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일반적으로 주행 거리가 줄어드는 전기차의 태생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91%의 1회 충전 주행 거리 달성률과 5.9km/kWh의 뛰어난 전비 효율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 고속도로에서 진행했던 전기차의 전비 효율 및 주행 가능 거리 테스트와는 달리, <카와우>가 최근에 진행한 테스트는 넓고 길게 뻗은 평지에서 동급 전기 크로스오버들의 가속 및 제동 성능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카와우>가 이번 평가를 위해 불러들인 차는 EV6 GT-라인 S, 포드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 ID.4 GTX였다. 3대 모두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커다란 배터리를 비롯해 앞뒤에 전기 모터를 장착하고 네 바퀴를 굴리는 사륜구동 롱레인지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각 모델의 제원을 살펴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우선 최고 속도와 가속 성능을 좌우하는 모터의 출력 및 토크를 살펴보면 최고출력에선 머스탱 마하-E가 350마력의 합산 출력으로 우위를 점했고, 최대토크는 EV6가 최대 605Nm(약 61.7kgf·m)로 가장 높았다. 각각 최고속과 가속 성능에 유리한 장점을 갖춘 것이다. 반면 ID.4 GTX는 상대적으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가장 낮았다.
모터의 최고출력 및 토크와 더불어 가속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차의 무게다. 영국 시장 기준 EV6의 공차 중량은 2,090kg으로 다른 두 모델과 비교하면 100~140kg가량 가볍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살펴보면 각 전기차의 출력과 무게가 가속 성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제원상 EV6는 3대 중 가장 빠른 5.2초, 가장 무겁고 출력이 낮은 ID.4 GTX는 6.3초의 기록을 보인다.
<카와우>는 총 5개 항목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했다. 우선 정지 상태에서 동시에 출발해 쿼터 마일, 즉 ¼마일(약 400m)을 누가 가장 빠르게 달리는지 평가했다. 테스트는 빠르고 간결하게 진행됐으며, 결과는 명확하게 판가름 났다. 가장 가볍고 최대토크가 강력한 EV6가 출발 신호 직후 초반부터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머스탱 마하-E가 2위, 마지막에 ID.4 GTX가 뒤따랐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하는 <카와우> 진행자 맷 왓슨(Mat Watson)은 큰 기대를 품고 최신 모델인 ID.4 GTX의 운전대를 잡았으나, 점점 멀어져 가는 EV6와 머스탱 마하-E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제원 수치로 알 수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첫 테스트는 EV6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이어서 진행된 2, 3번째 테스트는 같은 속도로 함께 주행하다가 일정 시점에 동시에 가속하는 롤링 레이스로 이뤄졌다. 2번째 테스트는 50km/h, 3번째 테스트는 80km/h로 함께 달리다가 레이스 스타트 신호를 받으면 빠르게 가속해 하프 마일(약 800m)을 가장 먼저 달리는 전기차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맷 왓슨은 자신이 타고 있는 ID.4 GTX가 EV6는 몰라도 머스탱 마하-E는 이길 수 있지 않겠냐며 드래그 레이스와 다른 결과를 기대했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이번 결과도 다를 바 없었다. 첫 번째 롤링 레이스는 앞선 드래그 레이스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고, 2번째 롤링 레이스에서는 3대의 초반 가속이 비슷해 보였으나 EV6가 점차 거리를 벌리며 앞서 나갔다. 머스탱 마하-E와 ID.4 GTX는 레이스 중후반까지 우열을 가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끝내 머스탱 마하-E가 살짝 앞서는 것으로 가속 성능 테스트는 막을 내렸다.
남은 2번의 테스트는 제동 성능을 확인하는 순서였다. 첫 제동 테스트는 160km/h로 주행 중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아서 누가 먼저 멈추는지 겨루는 자리였고, 마지막 테스트는 똑같이 160km/h로 달리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회생제동 성능만으로 멈출 수 있는지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테스트는 전기차만을 위한 특별한 제동 테스트로 치러진 셈이다.
결과를 먼저 밝히자면 2번에 걸쳐 진행된 제동 테스트 역시 EV6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첫 제동 테스트에서는 가벼운 무게와 더불어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브레이크 시스템 덕분에 EV6가 가장 먼저 멈춰 섰다. 이번 테스트의 반전은 ID.4 GTX가 간발의 차로 머스탱 마하-E보다 먼저 정지했다는 점이다.
이번 전기차 레이스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전기차의 회생제동 성능을 평가하는 마지막 제동 테스트에서 나타났다. 160km/h로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EV6는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빠르게 속도를 줄였다. 반면에 머스탱 마하-E와 ID.4 GTX는 감속이 더디게 진행됐고, EV6가 완전히 멈춰 선 뒤에도 한참을 앞으로 나아갔다. 결국 머스탱 마하-E는 테스트 트랙이 끝날 무렵 가까이 가서야 멈췄고, ID.4 GTX에 탄 맷 왓슨은 이대로 두면 차가 장애물에 부딪히겠다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를 세웠다. 5번의 테스트 중 각 모델의 성능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던 순간이었다.
EV6가 경쟁 모델보다 우수한 주행 성능을 발휘해 전기차 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담긴 혁신적인 기술력이 있다. 우선 살펴볼 부분은 E-GMP의 PE(Power Electric) 시스템이다. PE 시스템은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변속기로 이뤄진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전기차의 구동 부품으로 전기 모터, 인버터, 감속기로 이뤄진다.
EV6가 품은 PE 시스템은 세대별로 구분하면 3세대에 해당한다. 모터, 인버터, 감속기가 나뉘어 있던 1세대(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 쏘울 EV), 모터와 인버터를 통합한 2세대(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PE 시스템보다 한층 진화해 모터, 인버터, 감속기를 일체형으로 구성한 최신 시스템이다. 3세대 PE 시스템은 구동 효율을 94%까지 개선하고(1세대 PE 시스템은 90%),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빠르게 충전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3세대 PE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전기 모터의 출력 및 최대 회전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같은 초기 전기차에 탑재됐던 1세대 모터가 최고출력 80~100kW, 최대 회전수 11,000rpm을 발휘했다면, EV6에 적용된 3세대 모터는 168kW, 19,000rpm 수준으로 발전했다. 최대토크도 295Nm에서 350Nm로 높아졌다. 모터의 최대토크는 가속 성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모터의 회전수가 높을수록 전기차의 최고 속도도 높아진다. EV6가 드래그 및 롤링 레이스에서 경쟁 모델들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이다.
E-GMP의 모터는 회전수를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와 다른 설계로 만들어졌다. 모터의 최고 회전수를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진동,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냉각, 내구 성능의 한계를 끌어올린 것이다. 3세대 PE 시스템의 특징인 모터, 감속기, 인버터 일체형 구조를 활용해 감속기의 냉각 및 윤활을 담당하는 오일을 모터 내부로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적용, 냉각 성능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뿐 아니라 일체형 PE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구성품 크기가 작아지고 무게가 줄어든 것도 함께 얻게 된 장점 중 하나다.
전기차는 배터리의 무게로 인해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기 때문에 차 곳곳에서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 설계가 필수적이다. <카와우>의 드래그 레이스에 참가한 EV6 GT-라인의 경우에도 2,090kg의 공차 중량 중 477kg이 배터리 무게다. 차의 무게를 줄이면 주행 효율이 좋아질 뿐 아니라 급제동 시 브레이크 시스템이 받는 부하도 줄어들고 제동 성능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카와우>의 제동 테스트에서 EV6가 1위를 기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경량화에 있다. EV6의 기반이 된 E-GMP의 개발 목표 중 하나는 중량을 줄이고 주행 성능과 효율의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 부품 모듈화 및 일체화 설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모터, 인버터, 감속기로 구성된 PE 시스템의 구조를 통합해 크기와 무게를 줄인 것도 그 일환이다. 이뿐 아니라 배터리 모듈을 표준화하고 배터리 주변에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경량화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E-GMP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IDA(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 차축과 휠 허브 베어링을 통합한 부품) 또한 모듈화를 통해 기존 대비 10%의 경량 효과와 더불어 주행 성능 강화를 이룬 신기술이다.
마지막 회생제동 테스트에서 승부의 향방을 가른 요소로는 모터와 배터리 제어 기술을 꼽을 수 있다. 대개 전기차의 회생제동은 전기 모터를 갖춘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구현된다. 전기 모터의 역회전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함으로써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EV6와 머스탱 마하-E를 비롯한 여느 전기차들은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해 가속 페달을 밟고 떼는 것만으로 완전히 정지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구현한다. EV6의 경우에는 ‘i-페달’이라는 이름으로 적용돼 있다. 하지만 ID.4 GTX를 포함한 폭스바겐 전기차에는 이 기능이 없고, 별도의 브레이크 모드(B 모드)가 있다. 평소 주행 모드(D 모드)에선 일반 내연기관차와 흡사하게 가속 페달을 놓으면 타력 주행을 하다가 B 모드로 바꾸면 회생제동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카와우>의 영상에서 각 전기차가 회생제동을 몇 단계로 설정했으며 ID.4 GTX는 B 모드로 조작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EV6가 정교한 모터 및 배터리 제어를 통한 강력한 회생제동 기능 덕분에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정지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8월 18일 공개된 <카와우>의 전기차 드래그 레이스 영상은 일주일 만에 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해당 영상에는 8월 25일 기준 약 4,0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내용은 “그래서 기아가 더 싸고 가볍고 빠른 데다 더 좋은 브레이크와 회생제동까지 갖췄다는 건가? 완벽한 승리네(So Kia is cheaper, lighter, faster, with better brakes and regen from the three? Complete victory)”라는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내가 봤던 영상 중 이렇게 깔끔한 승리는 없었던 것 같다. 잘 했어, 기아!(Wow, I don't remember such a clear victory in all categories! Well done Kia!)”, “나는 EV6가 가장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전기차라고 맹세한다(I swear the ev6 is the most worth buying electric car)” 등 EV6에 긍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카와우>는 한국 구독자들을 위해 같은 내용의 영상에 한글 번역 자막을 함께 보여주는 <카와우 한국>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한국 소비자들의 댓글이 약 650개(8월 25일 기준) 등록됐다. 주요 댓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거의 한 세대의 기술력 차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따라잡을 만하면 도망가고 다시 쫓아가는 건 현대기아였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네요. GT가 정식 출시되면 그때 더 재밌는 드래그 기대해봅니다”, “현기차가 전기차 분야에선 정말 독일차를 압도하고 있구나! 특히 회생 제동 차이를 보니 배터리 제어에선 넘사벽~”,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전기차 시대에 한국브랜드가 선두에 있으면 좋겠네요.”
이렇듯 EV6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의견들로 이뤄진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EV6는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이후로 다양한 자동차 전문 매체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고, 자동차 매체들이 주관하는 경쟁 모델과의 비교 평가에서 많은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특히 올해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시상식 중 하나인 ‘유럽 올해의 자동차’에서 한국 브랜드 최초로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21 굿 디자인 어워드 운송 디자인 부문, 2022 레드 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EV6의 혁신적인 디자인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EV6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EV6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EV6 GT가 등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EV6 GT는 최고출력 430kw(584마력), 최대토크 740Nm(75.5kgf·m)를 발휘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을 3.5초 만에 마치고, 최고 속도는 260km/h에 달한다. 내연기관 슈퍼 스포츠카와 견줄 만한 압도적인 성능이다. 이는 최대 21,000rpm까지 회전하는 초고성능 전기 모터를 장착한 결과다. EV6 GT가 출시된 후엔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까?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