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3 제네시스
가끔은 ‘흐름’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조금 더 가까운 단어로는 ‘유행’이 있겠네요. 우리는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들에 돈을 쓰고 있을까요, 아니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쓰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어떤 것들을 소비하고 있을까요? ‘대세’라는 말도 참 자주 쓰는 것 같습니다. 요즘 대세인 식당에 가고, 대세인 음료를 마시고, 대세인 자동차를 사기도 하죠. 최근의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세단과 SUV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아니, 오로지 SUV를 위한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많이 팔리니까요. 지금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SUV일 겁니다.
이해는 갑니다. 요즘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니까요. 집을 떠나서도 집과 같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동차는 참 매력적이죠. 코로나 시국의 자동차는 숙소이자 쉼터이기도 했습니다. 차박과 차크닉 열풍도 SUV의 인기에 단단히 한몫했어요. 게다가 SUV는 길과 길이 아닌 곳을 가릴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웬만한 비포장도로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약속은 곧 자유와 같아요. 다양한 이유로, 요즘의 SUV는 두루두루 참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하나의 흐름으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어떤 장르는 다수의 흐름과 관계없이 꼿꼿해요. 본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으로, 그만의 가치를 진심으로 필요로 하며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합니다.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가 바로 그런 차입니다. 세단도 SUV도 아니지만 존재감이 또렷하고 만만치 않은 효용을 갖췄으며, 양보할 수 없는 아름다움까지 보유했죠. 슈팅 브레이크라는 장르가 낯설 수 있으니 지금부터 천천히 알아볼까요?
슈팅 브레이크의 의미부터 간단하게 살펴보면, 슈팅(Shooting)은 사냥, 브레이크(Brake)는 짐칸이라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사냥을 위한 짐칸을 가진 차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짐을 싣기 위해 만들어진 차라고 생각하는 왜건과는 아주 다른 맥락을 가진 장르입니다. 핵심은 사냥이에요.
슈팅 브레이크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19세기, 사냥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여가를 위한 활동이었죠. 남는 시간을 즐기기 위한 귀족의 취미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니 거주지 인근의 산이나 늪지 근처로 사냥을 나갈 때도 품위가 중요했습니다. 슈팅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장르의 마차나 자동차들이 유난히 유려하고 세련된 라인을 갖고 있는 것도 그래서였어요. 귀족들이 품위를 지키면서 사냥을 나갈 때 쓰는 탈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용성을 위한 왜건과는 전혀 다른 장르인 셈이죠. 슈팅 브레이크는 시작부터 분명한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장르였습니다.
사냥을 나갈 때는 당연히 혼자가 아닙니다. 친구나 가족이 함께였겠죠.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나갈 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 즐거운 마음이 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을 거예요. 그러니 여럿이 탈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사냥 도구, 사냥에 성공했을 때의 전리품을 실을 공간도 필요했죠. 지금의 슈팅 브레이크가 넉넉한 공간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귀족 문화의 핵심은 바로 품위일 거예요. 품위는 지나치게 노골적이지 않은 태도에서 나옵니다. 왜건처럼 본격적으로 실용성을 겨냥하거나 SUV처럼 또렷하게 험로를 지향하는 차체는 품위와 어울리지 않죠. 세단의 외형 그대로 유지하되 트렁크를 확장하고 최대한 그 유려함을 살려 만든 장르가 바로 슈팅 브레이크인 이유예요.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는 이런 역사와 전통을 정석에 가깝게 따릅니다. G70는 제네시스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세단이죠. G70 슈팅 브레이크는 그 DNA를 그대로 간직한 채 트렁크를 넓혀 공간을 확보했어요. 뒷좌석을 폴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G70 슈팅 브레이크의 트렁크 공간은 G70 세단보다 약 40%나 큽니다. 상상해보세요. 그렇게 넓어진 공간에 우리가 추가로 실을 수 있는 건 얼마나 자유롭고 여유 있는 주말일까요? 세단을 타고 떠나는 휴가와 슈팅 브레이크를 타고 떠나는 휴가는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를까요?
차체를 그렇게 다듬었지만 디자인의 완성도에는 일말의 양보도 없었습니다. 지붕 라인을 볼까요? 날렵한 A필러를 타고 올라가 정점에 오른 지붕 라인은 은은하고 세련된 각도로 B, C필러를 지나 리어 스포일러까지 선명하고 완곡하게 뻗어 있습니다. 이 은은함 덕에 G70 슈팅 브레이크는 세단에서 비롯된 모델이 아니라 슈팅 브레이크라는 장르를 위해 애초에 새롭게 창조한 차처럼 보이기도 해요.
뒷바퀴 윗부분과 리어램프, C필러를 감싸고 있는 몇 개의 곡면들이 어우러지는 모습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몇 개의 곡면이 자유롭게 만나는데, 어느 것 하나 서로를 방해하거나 겹치지 않아요. 제각각 존재하면서 서로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이런 면은 화창한 날 자연광 아래에서 감상하면 아주 좋을 거예요. 주변 풍경이 G70 슈팅 브레이크의 면 위에 비칠 때, 그 풍경들이 이토록 자연스러운 곡선을 타고 어울리는 모습을 놓치지 마세요.
리어램프 디자인은 세단과 살짝 다릅니다. G70 슈팅 브레이크의 리어램프는 트렁크 파팅 라인 안쪽으로 약간의 디테일이 추가됐어요. 하지만 두 개의 직선으로 안쪽을 파고들거나 늘어난 느낌이 아닙니다. 바깥쪽에 있는 원래의 리어램프를 그대로 두고, 안쪽에 강직한 점 하나를 찍는 식으로 차별화했어요. 멀리서 보면 두 개의 느낌표가 누워있는 듯합니다. 직선으로 이은 것보다 훨씬 젊고 위트 있는 변주예요. 이 작은 디테일로부터, 세단과는 차별화되는 역동성이 생기기도 합니다. 슈팅 브레이크라는 장르의 스타일과도 어울리고요.
인테리어의 디테일도 시간을 들여 감상할 만합니다. 가죽의 질감과 스티칭의 완성도, 시트의 퀼팅이 주는 고급스러움도 이 차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먼 곳으로 떠나기를 부추기면서도 거칠지는 않아요. 서핑보드나 스노보드를 싣기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단정함을 잊지 않습니다. 슈팅 브레이크에는 이렇게 담백한 태도가 있습니다. 왜건이나 SUV를 생각하면 ‘실용’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나지만 슈팅 브레이크를 떠올리면 ‘스타일’이나 ‘패션’, ‘라이프스타일’ 같은 단어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실용성을 버렸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G70 슈팅 브레이크의 뒷좌석은 아주 합리적인 형태를 갖고 있거든요. 광활한 공간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제대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시팅 포지션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G70 슈팅 브레이크의 뒷좌석에서는 ‘막 그렇게 넓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편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제네시스가 제작한 G70 슈팅 브레이크 전용 에어매트를 활용하면 뒷좌석을 모두 접은 채 오붓하고 넉넉한 공간을 창조할 수도 있습니다. 차박이나 차크닉도 즐길 수 있죠. 이렇게 하면 G70 슈팅 브레이크의 활용도는 조금 더 다양해집니다. SUV는 아니지만 SUV에 준하는 실내 공간을 즐길 수 있고, 세단이 아니지만 세단의 품위와 승차감을 느낄 수 있는 겁니다. 그야말로 슈팅 브레이크의 본질에 닿아 있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의 역사와 철학 그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짐을 싣고 더 다양한 여가를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죠.
물론 실용과 합리는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기준일 겁니다. 누가 봐도 다재다능하고, 넉넉한 품으로 그 누구의 일상에서도 제 몫을 해내는 장르의 차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시장의 흐름과 유행을 주도해 왔어요. 그만큼 많이 팔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시장이 전체를 포괄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말 편리하고 안정적인 선택이지만, 좀 다른 관점을 원하는 누군가에게는 개성이나 취향을 포기해야만 가질 수 있는 옵션일 거예요. 공간과 실용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품위와 취향까지 소유하고 싶은 멋쟁이에게, 시장은 풍성한 선택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G70 슈팅 브레이크는 그래서 귀한 장르의 자동차고,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모델입니다. 누구나 쉽게 선택하는 차는 아니지만 분명한 관점이 있고, 그런 관점으로 한 대의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불특정 다수와 확연히 구분될 수 있는 차예요. 따라서 G70 슈팅 브레이크를 선택하는 사람은 아마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저런 저울질 없이, 누구의 조언에 흔들릴 일도 없이, 그저 내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기 때문에 구매를 결심할 수 있는 사람. 내 마음에 쏙 드니까 소유한다는, 소비의 본질을 꼿꼿하게 이해하는 사람일 거예요.
이제 시장은 조금 더 다양해졌습니다. 이렇게 뿌리 깊은 역사적 배경과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용기,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조준할 수 있는 정확함으로 G70 슈팅 브레이크가 우리 곁을 찾아왔어요. 용기는 준비된 사람의 것.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이런 차는 유일하니까. 웬만해선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글. 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
작가이자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다. 〈GQ〉와 〈에스콰이어〉에서 10년 이상 자동차 담당 기자로 일했고, 2018년에 자동차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리뷰 미디어 〈더파크〉를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