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이오닉 5의 부감 사진 현대 아이오닉 5의 부감 사진

2022.07.06 현대자동차그룹 분량5분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하다, 현대차그룹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최근 산업 전반에서 떠오르는 친환경 기술 키워드는 바로 ‘에너지 하베스팅’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는 어떤 기술로 버려지는 에너지를 다시 활용할까?

친환경 자동차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사진

모든 움직임에는 에너지가 발생한다. 그러나 대부분 의미 없이 사라지고 만다. 친환경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며 업계를 불문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렇게 낭비되는 에너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떠오른 키워드가 바로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다. 사용하지 않거나 버려지던 에너지를 단어 뜻 그대로 ‘수확(harvest)’하여 전기를 비롯해 다양한 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팅은 현재 친환경 기술의 한 축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는 2012년 7억630만 달러에 불과했던 에너지 하베스팅의 시장 규모가 2022년 52억8,070만 달러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하베스팅에 대한 기술 개발과 시장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태양열 패널과 풍력 발전기가 늘어서 있다

자연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가장 보편적인 에너지 하베스팅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태양광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 역시 자연의 열, 운동 에너지를 수확해 재활용한 대표적인 경우다. 자연 에너지 뿐만 아니라 압력이나 진동, 폐열, 전자파, 중력 등 다양한 잉여 에너지원을 활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친환경 기술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게 다뤄지는 모빌리티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시작으로 자동차에도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해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며 이동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버려지는 에너지들이 새로운 가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알아보았다. 

버려지는 배기가스로 퍼포먼스를 높이는 터보차저

영문 타이포를 중심으로 한 터보차저 인포그래픽

내연기관 과급 기술인 터보차저도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하베스팅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과급 기술인 슈퍼차저의 경우 엔진 구동축의 힘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효율 측면에서 다소 손해가 있는 기술이다. 반면 터보차저는 엔진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압력을 이용해 과급기를 작동시켜 상대적으로 효율이 우수하다. 따라서 엔진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것이 더욱 수월하고, 같은 힘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의 연료효율성 역시 우수한 편이다.

제네시스 GV70 두 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다운사이징 트렌드의 일환으로 터보차저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보편적인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터보차저는 VGT(가변식 터보차저), 트윈스크롤과 같이 과급 효율을 높인 기술을 도입하며 꾸준한 진화를 이뤄왔다. 고성능 자동차에 주로 쓰이던 터보차저는 2000년대 중반부터 떠오른 다운사이징 트렌드와 함께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배기량을 낮추고도 더 큰 배기량의 엔진을 상회하는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어, 최근에는 연료 직분사 기술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배기가스를 재활용한다는 점 이외에도 적은 배기량으로도 많은 힘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감안하면, 터보차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환경에 기여하는 기술로 변화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햇빛으로 주행 거리를 늘리는 솔라루프

영문 타이포를 중심으로 한 솔라루프 인포그래픽

햇빛으로 전기 에너지를 확보하는 기술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이자, 에너지 하베스팅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에 적용되는 솔라루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솔라 패널을 자동차에 차용한 기술이다. 지붕 위에 장착되어 있는 솔라루프가 솔라 패널 내부의 태양전지로 태양광을 받으면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물론 자동차의 솔라루프는 일반 건축물의 솔라 패널과는 달리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태양광을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고려해 충전효율이 높은 고성능 실리콘 태양전지를 사용해 한계를 극복했다. 실제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솔라루프 셀은 일반 건축물의 솔라 패널의 셀보다 30~50% 높은 충전효율을 기록한다.

아이오닉 5의 솔라루프 디테일 컷

솔라 패널로 생성한 전기는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효율 개선에 활용된다

솔라 패널은 셀을 통해 받은 태양광으로 전기를 발생시켜 주행용 배터리와 시동용 배터리에 동시에 저장한다. 이 두 가지 배터리에 저장한 전력으로 전동화 차량의 주행 거리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알터네이터(발전기)를 보조해 엔진의 부하를 줄이기도 한다. 예컨대 아이오닉 5는 1시간 동안 받은 태양광으로 최대 200Wh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연간 최대 1,500km를 더 달릴 수 있다.(일 평균 5.8시간 일조 기준) 주간 주행 비율이 높거나 야외 주차가 잦은 운전자라면 추가 주행거리는 증가한다.

모터의 관성력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 제동 시스템

영문 타이포를 중심으로 한 회생 제동 시스템의 인포그래픽

고요한 실내와 함께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이 색다른 경험을 하는 순간이 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의 묘한 감속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브레이크와 유사한 이 회생 제동 시스템도 에너지 하베스팅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회생 제동 시스템은 전기차가 속도를 줄일 때 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해 감속 중 사라지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주행 환경에 따라 회생 제동 기능을 잘 활용하면 주행 가능 거리 감소를 최소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2세대 니로에 탑승한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ADAS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연동해 회생 제동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한 기술이 쓰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해 전기모터를 장착한 자동차 대부분이 회생 제동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으며, 패들시프트와 같은 별도의 조작 장치로 회생 제동량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의 회생 제동 시스템은 ADAS와 여러 편의 기능의 연동으로 보다 스마트한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2세대 니로에 장착된 스마트 회생 시스템 2.0은 전방 교통 흐름 및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활용해 회생 제동량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전장부품의 폐열을 실내 난방으로 활용하는 히트펌프

영문 타이포를 중심으로 한 히트펌프 인포그래픽

흔히 전기차는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가 단점으로 꼽히곤 한다. 실제로 추운 날에는 전기차의 배터리 내부 저항이 커지며 에너지 효율이 크게 낮아진다. 게다가 기존의 PTC 방식 히터는 전력 소모가 커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감소의 주범으로 여겨지곤 했다. 현대차그룹은 버려지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히트펌프로 이와 같은 기존 난방 방식의 단점을 극복했다.


전기차의 내부에는 여러 가지 전장 부품들이 장착된다. 전기모터, 배터리, 온보드차저, 통합전력제어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 부품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열을 내뿜는다. 외부 열원만을 사용했던 타사의 히트펌프와는 달리 현대차그룹의 히트펌프는 이렇게 내부 부품이 발산하는 열을 공조장치 작동에 활용한다. 공조장치의 냉매를 압축, 냉각, 팽창시켜 난방하는 여러 과정에 전장 부품의 폐열을 활용하여 난방으로 소모되는 전력을 줄인 것이다.

기아 EV6의 실내 전경

진보한 히트펌프 기술로 한결 효율적인 난방이 가능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출시한 쏘울 EV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해 오고 있다. 여기에 겨울철에 배터리를 미리 예열하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 등을 함께 적용해 환경부가 실시한 저온 배터리 테스트에서 효율이 가장 뛰어난 제조사로 선정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히트펌프 관련 부품을 모두 통합해 하나의 모듈로 제작한 1박스 모듈 히트펌프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이를 앞으로 선보일 전기차에 적용해 난방 효율을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

제네시스 Electrified G80가 건물 내부에 서 있다

전기차의 보급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에너지 하베스팅의 기술 개발 규모 역시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는 앞서 소개한 네 가지 기술 이외에도 자동차가 도로에서 주행할 때 발생하는 마찰, 충격, 진동, 소음과 같이 소멸하는 에너지의 활용 기술을 검토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이를테면 압력이 가해질 때 전력을 생산하는 압전 소자를 도로에 장착하는 기술이나, 서스펜션에서 발생하는 진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TPMS(타이어 공기압 감지 센서)용 무선 센서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현대차그룹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개발을 통해 소비자에게 무형의 가치를 전달함과 동시에 환경 보호라는 기업의 의무를 지켜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