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7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 용어는 대부분 외래어로 이루어져 있다. 아웃도어 핸들, 스티어링 휠과 같이 명칭에서 그 의미와 기능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명칭만으로는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울 때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생소한 자동차 용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고, 왜 이런 명칭을 사용하게 된 걸까? 궁금할 법한 자동차 용어들에 대해 살펴봤다.
자동차 용어는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것들이 그대로 고유명사화된 경우가 많다. 특히 마차나 클래식카에서 사용하던 단어가 현재까지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자동차 외장을 설명하는 단어에서 이런 경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차에서 말 대신 엔진을 덧붙인 형태로 출발한 자동차에 그 흔적이 남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보닛은 어떨까? 보닛은 유럽식 자동차 용어로 엔진룸 덮개를 뜻한다. 북미 지역에서는 보닛 대신 후드(Hood)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보닛의 어원은 머리 부분과 챙의 구분이 없는 ‘보닛 모자’에서 유래했다. 보닛의 형상과 보닛 모자가 유사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머리에 살짝 덮는 모자에 보닛이라는 이름이 붙은 점을 고려하면 ‘엔진룸을 덮는다’는 의미가 강조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보닛은 자동차 외장 부품 중 성형이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형상에 따라 주행안전성과 연료 효율뿐만 아니라 공기 마찰로 인한 소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여닫는 부위이기 때문에 내구성을 확보해야 하고, 잦은 개폐에도 일정한 단차를 유지해야 한다.
참고로 현재 글로벌 양산차 중 보닛이 가장 큰 모델은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G90다. 즉, G90의 클램쉘 후드(Clamshell hood)의 바탕에는 고도화된 제조 기술이 있던 것이다. 게다가 G90의 클램쉘 후드는 강성 확보, 경량화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전체를 알루미늄 소재로 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로커 패널은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서 측면부와 하단부가 만나는 도어 아래 부위를 의미한다. 종종 사이드 스텝(Side step) 또는 사이드 스커트(Side skirt)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승하차 편의 또는 공력 성능 향상을 위해 로커 패널에 덧붙인 부품(커버)을 지칭한다.
로커 패널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건 1940년대 이전 클래식카의 앞뒤 펜더를 부드럽게 이은 아치 형태의 로커 패널이 흔들의자 따위의 곡선 지지대(Rocker)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로커 패널은 차체가 앞뒤 수평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충돌 사고 시 승객실을 보호한다. 아울러 주행 시 흙과 돌이 차체 위로 튀어 오르는 것도 방지한다. 모노코크 설계가 보편화되면서 래더 프레임에 장착되던 로커 패널은 이제 차체에 통합된 형태로 발전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최신 자동차에서 로커 패널은 측면 이미지를 구성하는 디자인 요소로도 활용된다. 가령 기아 EV6에서는 로커 패널을 따라 흐르는 라인이 리어 휠하우스를 관통해 테일 램프까지 이어지는 조형적 특징을 바탕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로커 패널이 차체 하단과 옆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 흐름을 정리하는 사이드 스커트를 지지해 공력 성능을 향상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델타 글라스는 1열 도어 앞쪽에 위치한 삼각형 창문을 말한다. 창문 형태가 삼각형(Delta)이라는 의미로 델타 글라스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과거에는 송풍(Vent) 기능이 적용된 경우가 많아 프런트 벤트 글라스(Front vent glass)로 불렸다. 실내로 주행풍을 유입시키는 용도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대중화된 1980년대 이후 자동차에는 이런 프런트 벤트 글라스를 보기 어렵게 됐고, 개방되지 않는 델타 글라스의 형태로만 남았다.
델타 글라스를 적용하면 추가적인 시야 확보가 가능해 안전 운전에 도움을 준다. 특히 코너에서 A필러 사각지대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에서는 제네시스 G80, G90, GV70, 현대차 쏘나타, 투싼, 싼타페, 기아 K5, K8, 스포티지, 쏘렌토 등에 델타 글라스가 적용된다.
트렁크는 미국식 자동차 용어로 사람이 탑승하는 객실과 분리된 적재 공간을 말한다. 영국 문화권에서는 트렁크 대신 부트(Boot)라는 명칭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트렁크 개구부를 덮은 외장 패널은 트렁크 리드(Trunk lid)로, 객실과 적재 공간이 이어진 해치백, 왜건, SUV, 패스트백에서는 테일게이트(Tail gate)라는 단어로 구분한다. 트렁크 명칭의 유래는 여행용 트렁크 가방에서 비롯됐다. 초창기 자동차는 마차와 마찬가지로 적재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물건을 싣기 위해서는 때마다 차체 후방에 트렁크 가방을 매달았다. 그러나 트렁크 가방을 차체에 고정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주행 중 트렁크 가방이 떨어질 위험도 있어 점차 적재 공간이 차체의 일부로 통합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감성적일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요소까지 고려해 트렁크 리드를 디자인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기아 K8이다. K8은 고급 요트에서 영감을 얻은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했다. 도어 하단에서 리어램프까지 상승하는 크롬 몰딩과 이와 이어진 리어램프 및 트렁크 리드로 역동적인 조형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K8의 트렁크 리드는 리어 스포일러 역할까지 담당해 공력 성능 개선에도 기여한다.
오페라 윈도는 자동차 C필러에 설치된 창문을 말한다. C필러와 리어 쿼터 패널(Rear quarter panel)이 하나의 부품으로 제작되기에 쿼터 글라스(Quarter glass)라고도 불린다. 오페라 윈도라는 명칭은 전통적인 오페라 극장의 개별 발코니 객실에서 유래했다. 발코니 객실은 높게 자리해 일반 객석에서 누가 앉았는지 확인이 어려운 반면, 발코니 객실에서는 무대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과거 오페라의 주요 관객인 귀족을 고려해 사생활을 보호하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오페라 윈도의 기능도 이와 비슷하다. 오페라 윈도는 뒷좌석 탑승자가 바깥의 풍경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작은 창문으로, 외부에서는 이를 통해 탑승자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특징이다. 오페라 윈도는 이런 기능적인 장점 외에 고급스러움을 연출하는 디자인 장치로도 활용 가치가 높아 쇼퍼드리븐 세단을 중심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제네시스 G90, G80, 현대차 그랜저, 기아 K8 등에 프라이빗한 뒷좌석 탑승 환경을 보장하는 오페라 윈도가 적용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시보드는 각종 계기류와 공조장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장치를 모아 놓은 실내 주요 부품이다. 대시보드라는 명칭 역시 마차에서 유래했다. 말 발길질에 의해 흙이나 자갈이 튀어 탑승자에게 던져지는(Dash) 것을 막기 위해 주행 방향 쪽에 설치한 판(Board)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로도 대시보드는 꼭 필요한 요소로 남았다. 차 바퀴가 회전하면서 오염물질이 튈 수 있고,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도 차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시보드에 엔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 장치와 각종 편의 사양이 부착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최근 대시보드는 자동차의 실내 분위기를 결정짓는 주요 디자인 요소로 여겨진다. 실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탑승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닿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네시스 G90의 대시보드는 대시보드가 실내 디자인 전반을 관통하는 요소라는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시보드의 넓은 면과 곧은 선이 제네시스의 실내 디자인 테마인 ‘여백의 미’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브 박스는 대시보드 조수석 쪽에 마련된 수납공간이다. 장갑(Glove)을 보관하는 수납함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렇다면 장갑을 보관하는 수납함과 자동차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지금도 추운 날씨에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장갑이 매우 유용하지만, 과거에는 장갑이 날씨와 상관없이 운전에 필요한 필수품에 가까웠다. 초창기 자동차는 지붕이 없는 구조로 운전자가 외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스타트 모터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사람이 엔진 시동을 걸기 위해 쇠 막대를 꽂아 크랭크 축을 돌려야만 했다. 여러모로 장갑을 착용해야 할 이유가 많았던 것이다.
요즘 자동차의 글로브 박스는 내부에 에어컨 송풍구를 마련해 물건을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편의성을 강조한다. 탑승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글로브 박스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대차 아이오닉 5를 꼽을 수 있다. 아이오닉 5의 대용량 글로브 박스는 ‘편안한 거주 공간’이라는 테마를 반영해, 당기면 미끄러지듯 열리는 슬라이딩 타입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여기에 동승석 실내 테이블(애프터마켓 용품)을 장착할 경우 조수석에서 식음료 섭취는 물론 간단한 업무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멀티펑션은 스티어링 컬럼 좌/우에 부착된 조작 장치다. 자동차 사양이 늘어남에 따라 운전석 주변 대시보드에 부착되던 조작 장치들이 사용하기 편한 막대기 형태로 발전한 결과다. 다양한(Multi) 기능(Function)을 한데 모았다는 의미이며, 콤비네이션 스위치(Combination switch)라고도 불린다. 멀티펑션의 특징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 와이퍼, 방향지시등, 헤드램프,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과 관련된 부가적인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