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4 현대자동차그룹
과연 인류는 팬데믹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코로나19는 이제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에서 계절성 독감 같은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거라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억눌렸던 소비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외출과 만남을 자제하며 쌓여왔던 소비 욕망이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와 ‘펜트업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펜트업 효과는 억눌렸던 소비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을 뜻합니다. 주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억제되었다가 그 영향력이 덜 미치는 방향으로 발생합니다. ‘펜트업’이라는 단어의 근원적인 뜻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며 경제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가전기기, HMR 등 소비가 폭증한 산업군이 펜트업 효과의 한 예입니다.
KEYWORD 1. 엔데믹
#풍토병 #감염병 #에피데믹 #독감 #위드코로나
단어 앞부분에 ‘End’가 들어가 팬데믹의 종식을 뜻하는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엔데믹은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말합니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나와 대책이 마련되면 엔데믹이 되는 것으로 말라리아, 뎅기열 등이 대표적입니다. 유사한 단어로 에피데믹(Epidemic)이 있는데 사스나 에볼라 바이러스 등 특정 지역에 한해서만 발생하는 감염병을 뜻합니다. 엔데믹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면 에피데믹은 일회성 감염으로 그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KEYWORD 2. 보복소비
#가심비 #호캉스 #합리적인소비 #플렉스
보복소비는 사회 활동 위축과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소비입니다. 언뜻 펜트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개인의 심리적 현상에 더 집중한 용어입니다. 팬데믹 이전 해외 여행 등 여가에 쓰던 비용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복소비의 일환으로 국내 호캉스, 미식, 명품 구매 등에 집중되었습니다.
KEYWORD 3. 득템력
#오픈런 #한정판 #인증샷
득템력은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발생한 소비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경제력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희소한 상품을 ‘구매’가 아닌 ‘획득’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돈이 있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으로, 갖기 어려운 아이템을 정보와 시간, 정성, 인맥, 운 등을 활용해 누가 획득하느냐가 과시와 차별화의 요소가 됩니다. 희소한 상품을 얻기 위해 밤샘 줄서기나 오픈런(매장 개점에 앞서 빠른 입장 순번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현상)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정판 같은 명품뿐만 아니라 인기 레스토랑 방문 등도 여기에 포합됩니다.
팬데믹이 선언되고 몇 달 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2년이 걸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이후 다시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엔데믹으로 되찾게 될 우리의 일상은 그 전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 분명합니다. 전 세대에 걸쳐 쌓인 디지털 경험은 우리를 새로운 일상으로 이끌게 될 것입니다. 그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우리는 펜트업 트렌드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러 산업군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이전처럼 모두 손실을 만회하긴 힘듭니다. 큰 손실을 본 산업군 중 하나인 여행업에서는 ‘워라밸’, ‘욜로’ 등 라이프스타일의 유행으로 해외 여행을 통해 수익을 올리던 여행사들이 폐업할 정도로 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다행히 호캉스 열풍과 국내 여행 붐으로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엔데믹이 되면 펜트업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여행업이 다시 부활하게 될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디지털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여행업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OTA의 강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표 OTA 기업인 여기어때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팬데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소비자의 디지털 경험 증가로 애플리케이션 사용률이 높아지고, 국내 여행 활성화가 맞물려 이룩한 성과입니다. 2022년 엔데믹을 통해 해외 여행이 재개된다면 그 수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2022년에 여행을 떠날 계획을 가진 이들이 60%를 넘고, 그 이유의 절반 이상이 보복소비인 것을 감안하면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중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펜트업 트렌드는 디지털 경험에 기반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장년층의 변화를 주목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중장년층의 인터넷 뱅킹 이용률과 인터넷 쇼핑 이용 증가율이 평균보다 높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도 이제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하거나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중장년층 서비스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4050 여성 패션 앱, 퀸잇(Queenit)이 대표적입니다. 퀸잇은 휴대전화번호로 쉽게 가입 및 로그인할 수 있고, 글씨 크기와 상품 이미지도 확대할 수 있는 등 중장년층 맞춤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4050이 선호하는 백화점 브랜드를 중심으로 700개 이상의 브랜드를 입점시켰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2021년 월 평균 거래액이 100억 원을 돌파했고, 2020년 9월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로 누적 투자액만 515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2030 대비 4050의 소비 여력이 더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들이 지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MZ 세대의 디지털 경험도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AI에게 면접을 보며, 신입 사원들은 가상 공간에서 연수를 받았습니다. 기성 세대는 상상하지 못할 디지털 경험들을 쌓고 있는 것입니다. 중장년층은 변화를 학습하는 세대이고, MZ 세대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세대입니다. MZ 세대들이 열광하는 서비스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최근 MZ 세대들은 콘텐츠에 기반한 라이브 커머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는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로 모바일을 통해 즐기는 실시간 홈쇼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 결제까지 모바일로 편리하게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재밌는 것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방송처럼 콘텐츠가 중요한 관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두어야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기있는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쇼호스트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채팅으로 올라오는 질문에 답변하고, 요구 사항을 들어주며 시청자와 가깝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라이브 커머스의 구매전환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의 구매 전환율이 1% 미만인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5~8%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보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먼저 개화된 중국에서 최상위 인플루언서들의 구매 전환률은 20%라고 합니다. 돈이 되는 시장을 잡기 위해 포털, 유통, 이커머스 등 전통적인 커머스 사업자부터 통신, 공공기관 등 커머스와 관련이 없던 사업자들까지 시장에 진출하며 치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근래 화두인 메타버스 역시 펜트업 트렌드로 더욱 성장할 전망입니다. 그동안의 메타버스가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제페토같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디바이스들이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특히 AR, VR, MR을 모두 포함하는 관점인 XR기기 시장이 성장할 전망입니다. 기존의 XR기기들은 크기가 크고, 무거웠지만 앞으로는 경량 제품들이 출시되어 사용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CES 2022에서는 안경과 유사한 크기와 무게의 다양한 XR기기들이 등장했습니다. 업계 선두는 메타의 자회사인 오큘러스입니다. 오큘러스는 지난해 출시한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가 히트하며 전체 VR기기 시장의 약 53%를 차지했습니다. 이와 경쟁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XR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XR기기가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메타버스는 이미 트렌드가 된 콘텐츠 영역에 XR기기가 더해지며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외에도 한 시간 내로 상품을 배송하는 퀵커머스, 고객과 기업의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되고 있는 ESG, 거래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NFT 등 다양한 트렌드들이 엔데믹 시대에 주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글 | 모터스라인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