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이오닉 5를 차트 및 가상 그래픽 등 여러 데이터로 표현한 사진 현대 아이오닉 5를 차트 및 가상 그래픽 등 여러 데이터로 표현한 사진

2022.05.26 현대자동차그룹 분량5분

자동차 산업에서 데이터가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등의 변혁으로 인해 자동차가 디지털 기기로 거듭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들이 도심 곳곳에 놓여있는 모습

자동차 산업은 4차 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인해 빠르게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 전동화,  MaaS(Mobility as a Service) 등 새로운 모빌리티와 서비스의 등장이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제품과 서비스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생산, 시장 분석 등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관련 기업들은 최대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한 뒤 사업 영역의 디지털 전환에 활용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기술 발전과 시대적 변화 등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데이터가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게도 새로운 자산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데이터 전략을 살펴봤다. 

변동성의 시대, 데이터가 미래 먹거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다

디지털 혁신을 표현하는 컨셉트 비주얼 사진

정보통신 분야에서 시작된 디지털 물결이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자동차 산업으로 넘어오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된 근본적인 배경은 기술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자동차 시장과 자동차 업계의 경영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주목을 받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와 함께 원자재 및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지속 가능성 등 경영 전반과 관련된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생존이 달린 시험대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 이런 여러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Deloitte)는 커넥티비티, 친환경  파워트레인, 공유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하드웨어 개발을 통한 이익은 미미하며 소프트웨어와 연결된 서비스가 앞으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KPMG의 조사에 따르면 완성차 업계 CEO들은 2030년까지 자동차 산업을 이끌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치 창출’을 꼽았다. 즉, 데이터의 확보와 분석이 미래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한 필수 자원이자 능력이라는 뜻이다.

미래 모빌리티 생산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싱가포르에 위치한 HMGICS의 전경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는 미래의 자동차 공장의 표본이자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완성차 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인 분야는 크게 생산, 제품, 유통으로 나눌 수 있다. 정보통신, 각종 센서 및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등으로 자동차의 디지털 기기화를 넘어 제조 및 판매 전 과정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 부문에서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in Singapore, 이하 HMGICS)가 대표적이다.


HMGICS는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팩토리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선택 및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게 생산을 조율한다. 한 라인에서 색상 및 선택 사양만 일부 다른 같은 차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취향 및 부품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해 그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을 위해서는 스마트 팩토리 전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빅데이터와 분석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령 미국 포드는 IT 업체인 구글과 손잡고 전 분야에서의 디지털 혁신을 준비 중이다. 2023년부터 구글의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품 개발부터 제조 및 조립 공정, 그리고 공급망의 개선을 추진한다. 클라우드에 축적된 빅데이터에 인공지능을 활용, 효과적으로 분석해 각 제조 단계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포드는 구글과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전환이 공장 운영과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개선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류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할 자율주행 역시 빅데이터가 핵심

SAE 레벨 4 수준의 기술을 갖춘 아이오닉 5 기반의 로보택시의 모습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SAE 레벨 4 수준의 기술을 갖춘 아이오닉 5 기반의 로보택시 시범 운행에 들어간다

자율주행 시대를 위해서도 완성차 기업들의 데이터 역량 보유는 필수적이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레이더, 라이다 같은 센서와 여러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주변 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교통 인프라, 주변 자동차 등과 통신하여 차량 흐름을 확인하고 다양한 변수도 예측해야 한다. 즉, 자동차 한 대가 자율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가 생성된다는 이야기다.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주행 정확도가 좋아질 테니, 데이터 관리 역량이 곧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의 오픈데이터 플랫폼 소개 페이지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의 오픈데이터 플랫폼 소개 페이지

현대차그룹은 스타트업과 함께 데이터 활용 경쟁력을 높이는 디벨로퍼스를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등 미래사업 분야의 성과 가시화를 위한 핵심으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터 확보와 분석력이 기업의 생존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니 당연한 이야기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인력 강화와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중국에 해외 첫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한 바 있으며, 2030년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빅데이터 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물론 데이터 활용 능력의 확장도 중요하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데이터 오픈 플랫폼인 디벨로퍼스(Developers)를 통해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제네럴 모터스(GM)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올 초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MS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MS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쌓고, 이용하는데 필수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강자다. 즉, MS가 구축한 인프라를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가능한 빨리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경쟁력 강화 일환, 자체 운영체제 개발

현대차그룹 ccOS의 타이포그래피

현대차그룹은 2016년부터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 착수했다

완성차 기업들은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첨단 편의사양 등을 최적화하는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이하 OS)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OS는 전기차는 물론 자율주행차를 제어하는 시스템으로도 쓰일 전망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체 OS 운영이 데이터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협력 관계의 타 기업 기술이 아닌, 자체 OS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완성도가 높은 OS는 타사 공급 등 업계 장악력 확보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OS 분야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 일찍이 커넥티드 카 생태계를 구축했고, 현재는 독자적인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Connected Car Operation System, ccOS)를 개발 및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ccOS를 기반으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차량 내 간편 결제, 필기 인식 등의 기능을 탑재한 고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지난해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전용 전기차인 GV60를 통해 최신 ccOS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발표했다. 


도요타도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O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도요타 계열사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 완성차 브랜드에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폭스바겐과 다임러도 2024년 공개를  목표로 자체 O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지속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고객 정보 데이터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 스크린샷

현대차는 ‘캐스퍼 온라인’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McKinsey)는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행동 분석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 브랜드나 코스메틱 브랜드의 직원들이 태블릿에 고객 방문 횟수부터 주요 방문 시간대, 제품 섹션 별로 머문 시간, 선호하는 색상, 구매한 제품 등을 입력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고객의 행동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분석해 추후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엔트리 SUV인 캐스퍼를 출시하면서 ‘캐스퍼 온라인’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캐스퍼 온라인은 고객이 직접 언제 어디서든 본인이 원하는 옵션과 색상 등을 정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판매량이 아닌 온라인 판매 이면에 존재하는 순기능이다. 캐스퍼 온라인을 이용한 고객들의 선택과 구매  정보(데이터)는 제품 및 마케팅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미래적인 모습을 띈 현대차그룹의 PBV를 향해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해 최상의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는 물론 기술 발전과 지속 가능성 이슈 등으로 인해 빠르게 변화해왔다. 이노션의 빅데이터 분석 기반 전략 비즈니스 개발을 담당하는 데이터 커맨드 센터는 <넥스트 모빌리티 프로젝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로 변화하는 것의 근간에는 바로 데이터가 있다”면서, “미래 모빌리티는 데이터에 기반한 모빌리티를 근간에 두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미래 모빌리티의 시대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나 데이터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빅데이터는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 구현의 핵심 요소일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상품성 향상, 마케팅, 경영 의사 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손에 넣은 기업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