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0 기아
영국에 기반을 둔 자동차 비즈니스 분석 업체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EU25,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에서는 약 1,175만 대의 신차가 등록됐다. 2020년보다 1.7% 줄어든 판매량이긴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SUV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약 46%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적으로 소형 해치백과 같이 작고 실용적인 차의 인기가 높았던 유럽에서도 SUV의 성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SUV 장르 안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부문은 일상과 레저 활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콤팩트 SUV다. 작은 차를 선호하는 유럽의 취향과 SUV의 활용성을 모두 갖춘 콤팩트 SUV 부문에는 기아 스포티지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투싼, 폭스바겐 티구안, 푸조 3008 등이 속해 있다. 자토 다이내믹스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 신차로 등록된 콤팩트 SUV는 총 233만 9,415대로 전체 판매량 중 가장 큰 비중(19.9%)을 차지했고, 베스트셀링 모델 Top 3는 투싼, 3008, 티구안이 순서대로 차지했다.
유럽에 판매되는 스포티지에는 1.6 가솔린 터보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결합된 1.6 가솔린 터보, 그리고 1.6 디젤 등 세 종류의 파워트레인이 준비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은 별도의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48V 전기 모터로 엔진의 부담을 덜고, 이를 통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유럽 판매 모델에 주로 적용되는데, 이는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친환경 성능을 더욱 강화한 스포티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후 유럽에 출시될 예정이다.
〈AMS〉가 신형 스포티지의 유럽 데뷔전 상대로 티구안을 세운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2007년 처음 등장한 티구안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콤팩트 SUV의 유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2016년 2세대로 거듭난 현행 모델은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으나 여전히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베스트셀링 모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AMS〉가 평가 무대에 올린 스포티지 GT 라인과 티구안 R-라인은 독일에서 판매 중인 최상위 트림으로,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범퍼, 휠, 운전대 등의 사양을 갖췄다. 스포티지 1.6 T-GDI AWD GT 라인의 독일 현지 가격은 4만 5,490유로로 티구안 2.0 TSI 4모션 R-라인의 기본 가격인 4만 2,650유로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평가에 동원된 티구안에는 여러 편의 사양이 추가돼 5만 2,145유로까지 가격이 뛰었다.
〈AMS〉는 다재다능한 히어로처럼 일상과 여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콤팩트 SUV를 선정하겠다는 주제로 비교 평가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바디(150), 안전성(150), 컴포트(150), 파워트레인(150), 주행 특성(100), 환경(50), 비용(150)의 7개 부문에 걸쳐 꼼꼼한 테스트를 치렀다. 〈AMS〉는 테스트하는 차의 주요 목적에 맞게 부문별 배점을 다르게 진행한다. 예컨대 역동적인 주행 성능이 특징인 스포츠카의 경우 파워트레인과 주행 성능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하고, 패밀리카 목적으로 운행하는 SUV를 테스트할 때는 공간 활용성, 안전, 편안함, 비용 등을 중요시한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스포티지는 안전성, 친환경성, 경제성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고, 티구안은 파워트레인과 주행 특성 부문에서 우위를 점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바디 부문에서 스포티지와 티구안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스포티지의 트렁크 공간, 적재 하중, 조작 용이성, 품질 등이 티구안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AMS〉는 스포티지의 센터 콘솔 수납공간과 컵 홀더의 활용도가 뛰어나며, 뒷좌석을 모두 접었을 때의 트렁크 용량이 1,751ℓ로 티구안(1,655ℓ)보다 100ℓ 가까이 넓다는 점을 인상 깊게 소개했다. 게다가 티구안의 적재 하중은 488kg인 데 반해, 스포티지는 571kg이나 짐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스포티지의 활용도가 더욱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큰 차이를 벌린 안전성 부문의 경우 스포티지의 제동 성능이 티구안보다 탁월하게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티지는 100km/h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34.9m를 기록했으며, 130km/h에서 정지 상태에 이르기까지는 냉간, 열간 시 각각 58.3m와 58.0m를 기록했다. 같은 조건에서 티구안은 100km/h→정지 36.1m, 130km/h→정지는 냉간 60.7m, 열간 60.5m로 나타났다. 상황에 따라 스포티지가 티구안보다 2m 빠르게 완전히 멈춰선 것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빠르게 멈출 수 있는 능력은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성능이다.
〈AMS〉는 빠르게 가속했다가 멈추길 반복하고 슬라럼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티구안의 파워트레인 및 주행 성능이 좀 더 낫다고 평가했다. 반면, 스포티지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보다 아늑한 승차감을 만드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능력이 탁월하며, 특히 연비 효율성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렸다.
연비는 스포티지가 우세했다. 〈AMS〉는 연비 테스트에 일반 소비자들의 주행 습관을 최대한 반영한다. 우선 도심 70%, 외곽 고속도로 30%로 구성된 21km의 짧은 거리를 반복 주행하며 출퇴근 주행 상황에 맞춰 연비를 측정한다. 그리고 시내와 고속도로를 연비 운전으로 오가며 275km를 주행한 결과를 측정한다. 이때 고속도로는 130km/h로 주행한다. 마지막으로 국도와 고속도로를 160km/h로 달리며 스포츠 주행에 대한 연비를 측정한다. 일상 주행 70%, 연비 주행 15%, 스포츠 주행 15%씩 합산해 총 테스트 연비를 산출하게 된다.
그 결과 스포티지는 100km를 주행하는 데 티구안보다 1.2ℓ나 적은 8.4ℓ의 연료를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연비 부문의 CO₂ 배출 테스트 항목에서 스포티지가 티구안(3점)보다 크게 앞서는 8점을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결합한 1.6 T-GDI 엔진의 높은 완성도와 가볍고 강건한 차체(티구안 1,742kg, 스포티지 1,639kg)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뛰어난 엔지니어링에서 비롯된 높은 효율이 빛을 발한 것이다.
비용 부문에서도 스포티지와 티구안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스포티지는 기본 가격, 추가 편의 사양, 10만 km 주행 시 점검 및 수리 비용, 10만 km 주행 시 연료 비용, 보증 기간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일반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합리적인 가격과 튼튼한 내구성, 뛰어난 연비 효율성을 입증했다.
반면, 티구안은 추가 편의 사양을 포함할 경우 지나치게 가격이 높아지는 점이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비교 평가에 동원된 스포티지와 비슷한 수준의 편의 사양을 모두 적용하려면 추가로 5,000유로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스포티지와 달리 음성 명령으로 제어할 수 없는 공조 시스템, 작동 반응이 느리고 조작하기 어려운 터치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스포티지의 경우 12.3인치 듀얼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손쉬운 조작성, 조용한 실내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사운드 시스템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AMS〉는 패밀리카로 사용할 콤팩트 SUV의 목적에 알맞은 건 스포티지라며 “강력한 제동 성능과 최대한 많은 적재 공간을 갖춘 편안하고 효율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SUV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스포티지가 일상의 히어로가 돼줄 것이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와 달리 티구안에 대해서는 “가격을 따질 필요가 없이 강력한 가솔린 SUV를 찾는다면 티구안이 슈퍼 히어로가 돼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스포티지가 유럽에 컴백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즉, 스포티지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이제 막 시작됐다. 하지만 쟁쟁한 경쟁 모델들이 수두룩한 유럽에서, 그것도 자동차에 대한 평가 깐깐한 독일에서 현지 대표 모델을 꺾었다는 건, 스포티지의 세대 교체가 그만큼 성공적이라는 뜻이다. 기아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스포티지가 앞으로 펼칠 활약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