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4 기아
기아 EV6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권위 있는 ‘2022 유럽 올해의 차(the Car of the Year 2022, COTY 2022)’에 등극하며 한국 자동차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특히, 이번 수상은 기아가 지난해 사명과 로고를 바꾸며 대변혁을 선포한 이후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아울러 기아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돌입하면서 고객에게 혁신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자 첫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6가 유럽 최고의 상을 거머쥔 것이다.
EV6의 유럽 올해의 차 수상이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 상이 지닌 명성과 역사, 그리고 유럽 자동차 시장의 고유 특성 때문이다. 유럽 올해의 차는 지난 1964년부터 시작해 6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매년 최고의 자동차를 선정해왔다. 그러나 아무나 유럽 올해의 차에 등극할 수는 없다. 단순히 디자인이 화려하거나 성능이 강력한 자동차만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사 대상부터 시상식 진행 전 1년 동안 유럽 5개국 이상에서 연간 5,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충족한 자동차를 대상으로 할 정도로 까다롭다.
이후에는 디자인, 편안함, 안전, 경제성, 성능, 기능성, 친환경성, 운전자 만족도, 가격, 기술 혁신에 대한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때문에 내로라하는 자동차조차 유럽 올해의 차에 등극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유럽 올해의 차에 등극한 자동차에게는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의 자동차라는 명성과 함께 판매량 증가라는 부가적인 결과도 뒤따른다.
한편, 유럽은 전통적으로 실용성이 뛰어난 소형차를 선호한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정보 업체 자토 다이내믹스(www.jato.com)에 따르면 2021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상위 20개 차종 모두가 국내 기준 소형차 이하였을 정도다. 대부분의 인기 차종 또한 폭스바겐, 푸조, 르노, 오펠, 시트로엥 등과 같은 유럽 브랜드 제품이다. 이는 곧 유럽 브랜드들이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차를 만들고, 실제로 해당 차들이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대 유럽 올해의 차 수상 차종 또한 유럽 브랜드와 소형차가 대부분이었다. 2010년대 이후로 보면 도요타 야리스, 푸조 208, 볼보 XC40, 오펠 아스트라, 푸조 308(해치백) 및 푸조 3008(SUV), 폭스바겐 골프, 오펠 암페라, 닛산 리프, 폭스바겐 폴로 등 C세그먼트(소형차) 이하에 해당하는 차종이 유럽 올해의 차에 가장 많이 선정됐다. 브랜드 비중도 유럽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도요타와 닛산 같은 일본 브랜드가 한 차례씩 상을 받은 게 전부였다.
이처럼 엄격하고 까다로운 유럽 올해의 차를 차지하기 위해 기아는 그동안 수차례 문을 두드렸다. 2008년 씨드를 시작으로 2018년 스팅어, 2019년 씨드 등 그동안 기아의 여러 차종이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EV6가 주인공에 오른 올해는 달랐다. 무엇보다 한국산 브랜드에 D세그먼트 크기를 갖춘 크로스오버 전기차인 기아 EV6가 전 세계 그 어느 상보다 까다롭고 엄격한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결과는 여러 가지로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사실, EV6는 지난해 10월 유럽 시장에 데뷔한 이후 언론 매체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유럽 올해의 차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실제로 EV6는 2022 유럽 올해의 차 수상 이전에 ‘2022 아일랜드 올해의 차’, ‘2022 왓 카 어워즈(What Car? Car of the Year Awards) 올해의 차’, ‘2022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1위’, ‘2021 탑기어 선정 올해의 크로스오버’와 같은 상을 연달아 수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평가 기준이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독일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 빌트(Auto Bild)>, <아우토자이퉁(Autozeitung)>,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가 각각 진행한 신차 평가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평가에 힘입어 EV6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럽에서만 1만 1,302대가 판매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시상식은 지난해 11월 15일, 39종의 후보 차종을 선정하며 시작했다. 소형 전기차부터 고성능 슈퍼카까지 다양한 차종을 1차 후보에 올린 뒤, 지난해 11월 29일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 5, 쿠프라 본, 포드 머스탱 마하-E, 푸조 308, 르노 메간 E-테크, 스코다 엔야크 iV 등 7개 차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특히 올해는 친환경 자동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여 7대의 최종 후보 중 스코다 엔야크 iV를 제외한 나머지 6대를 전기차로 채웠다.
이후 유럽 23개국의 저명한 자동차 전문 기자 6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전문 심사와 투표가 진행됐다. 몇 달 간 이어진 전문가들의 최종 심사 결과는 한 방향으로 향했다. 바로 EV6였다. 최종 심사 결과, EV6는 279점을 획득해 2위에 오른 르노 메간 E-테크를 14점 이상의 점수차로 앞서며 대한민국 브랜드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에 등극했다.
EV6가 쟁쟁한 경쟁 상대를 제치고 당당히 유럽 올해의 차에 등극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 무엇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역할이 컸다. E-GMP의 적용 결과, EV6는 기존 전기차에서 나타났던 단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전기차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EV6의 뛰어난 에너지 효율, 대용량 배터리, 초고속 충전이 매우 돋보였다”는 심사위원단의 종합심사평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른 심사위원은 보다 구체적인 심사 내용을 언급했다. “EV6는 스포티한 주행감, 단단한 서스펜션, 긴 주행거리, 탁월한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 거대한 공간, 프렁크(Frunk, 앞쪽 트렁크)와 같은 훌륭한 구성, 내비게이션 및 공조장치용 더블 모드 스위치와 같은 실내의 멋진 디테일, 친환경 소재, V2X(V2V 포함) 충전 기능 등을 갖고 있다.”
실제로 EV6는 58kWh 및 77.4kWh 배터리 용량, 전륜 또는 4륜과 같은 구동 방식에 따라 *WLTP 인증 기준, 394km에서 최대 528km의 넉넉한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해 240kW급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충전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결과, 당사 발표 기준으로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18분 만에 충전할 수 있고, 4분 30초 이내의 짧은 충전만으로도 100km 주행이 가능하다. EV6는 전기차의 기본 성능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도 다른 전기차에서 볼 수 없는 특화 기능까지 제공한다. 대표적인 게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V2L이다. V2L을 활용하면 야외에서 각종 가전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전기차의 완속 충전까지 가능하다.
*WLTP: UN 자동차 법규 표준화기구에서 준비한 전기차의 주행거리 인증 기준. 기존의 NEDC 방식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치를 측정했다면, WLTP는 보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주행거리를 측정해 신뢰도를 높인다.
EV6의 추가적인 특징은 다른 심사평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V6는 넓고 잘 마무리된 실내에 혁신적인 기술을 더해 탑승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부드럽고 쾌적한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EV6에 대한 유럽 올해의 차 심사위원단의 평가다.
EV6의 이런 특징 또한 E-GMP가 있기에 가능했다. 커다란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낮게 깔리고 차체 앞부분에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내연기관 관련 부품이 사라진 덕분에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E-GMP 적용의 또 다른 이점은 넉넉한 적재 공간이다. 520L 용량의 기본 트렁크 공간에 내연기관 부품을 제거해 확보한 52L 프렁크(2WD 모델 기준, 4WD 모델은 20L)를 더해 실용성을 높였다.
EV6는 배터리가 차체 중심에 위치한 덕분에 뛰어난 주행 성능까지 제공한다. 유럽 올해의 차 심사위원단이 “EV6는 다른 전기차와 비교할 때 차체 롤링이 적고 핸들링이 활기차며 스티어링은 민첩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느낌이 든다”는 심사평을 남긴 이유다. 77.4kWh 배터리에 듀얼 모터를 탑재한 EV6의 경우, 325마력의 최고 출력을 제공하면서도 낮은 무게중심과 스포티한 서스펜션 세팅을 바탕으로 운전 재미까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심사위원은 “EV6는 최종 후보 중 최고의 전기차다. 세련된 서스펜션 세팅, 매력적인 디자인, 높은 품질의 마감을 자랑한다. 때문에 향후 등장할 585마력짜리 고성능 GT 버전이 매우 기대된다”는 말로 EV6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했다.
이번 수상으로 EV6는 최고의 전기차를 뛰어넘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자동차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자동차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모인 유럽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EV6의 2022 유럽 올해의 차 수상을 발판 삼아 향후 유럽 시장에서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