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2 현대자동차
1996년, 현대자동차는 어린이를 위한 TV 광고 ‘씽씽이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파란색 자동차 ‘씽씽이’가 안전 수칙을 안 지키는 늑대인 ‘늑돌이’를 혼내주는 내용이었죠. 당시 씽씽이 광고 시리즈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국내 최초로 실구매자가 아닌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만화 영화 형식의 광고였으며, 시리즈 전체를 통해 교통질서, 안전 교육, 환경 보호 등 공익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자동차 캐릭터 ‘씽씽이’는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당시 아이들이 자동차 하면 떠올리는 마스코트가 되었습니다. 현대차는 1997년 5월에 어린이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 ‘현대자동차 어린이 궁전’을 만들면서 씽씽이 캐릭터를 활용해 자동차 발전사, 자동차 생산과정, 미래의 자동차, 교통안전 등을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한편, 환경 보전을 주제로 삼은 어린이 그림대회 ‘현대 씽씽이 푸른나라 그림대잔치’ 등을 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씽씽이는 2009년의 광고를 마지막으로 퇴장했습니다. 아기 자동차 씽씽이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이제 진짜 자동차를 타는 어른이 되었죠. 그렇게 씽씽이는 과거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2021년 9월, 현대차 유튜브 채널에 ‘돌아온 씽씽이’가 게시되면서 씽씽이는 다시 ‘인싸’가 되었습니다.
돌아온 씽씽이는 캐릭터에 대한 추억이 있는 30~40대는 물론이고 10~20대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화의 조회수는 130만 회가 넘고, 시리즈 전체 조회수는 450만 회를 가볍게 넘깁니다. 국민 캐릭터의 복귀라고 해도 좋을, 놀라운 반응이죠. 그런데 씽씽이는 어떤 과정을 통해 돌아오게 됐을까요? 돌아온 씽씽이를 제작한 현대차 국내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에 여러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돌아온 씽씽이’의 제작 배경이었습니다. “MZ세대와 자동차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현대차 유튜브 채널을 알릴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히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 페르소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과거를 돌아보다 현대차에서 가장 인기 있던 캐릭터인 씽씽이를 발견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라 현재로 소환하면 채널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동시에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당자의 설명입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였습니다. 귀여우면서도 모델 고유의 이미지가 분명해야 했죠. 그리고 이야기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야 했습니다. 엑시언트의 경우 캐릭터도 명확하고 독창적이라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캐릭터는 포니, 아반떼, 그랜저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차 중에서 선정했습니다. 또한, 전동화 시대를 상징하는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자 했습니다.”
돌아온 씽씽이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모든 세대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씽씽이를 아는 세대도, 모르는 세대도 같이 공감할 방법은 신구의 조화였습니다. 현대차 국내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20대가 호감을 느끼도록 신차의 특징을 살린 캐릭터를 개발하고, 타짜, 쇼미더머니, 심영짤 등 영화 패러디, 오마주, 인터넷 밈(meme)이나 트렌디한 소재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동시에 씽씽이를 추억하는 세대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과거 씽씽이가 활약했던 시기에 유행했던 요소들을 대거 차용했습니다. 과거 누구나 한 번쯤은 따라 해봤을 캔커피 광고, 대한민국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2002년 월드컵의 ‘대한민국’ 박수 등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여기에 30~40대가 가장 크게 공감한 것 같습니다. 20대의 반응도 좋았고요. 이런 결과 기존에 저희 유튜브 채널인 ‘어바웃현대’의 MZ세대 시청자 비중이 기존 17%에서 25%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돌아온 씽씽이 속에서 캐릭터들이 누비는 대현대학교 속 현수막을 유심히 보면 자동차의 특성을 살려 만든 재미있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령 ‘18분이면 된다! 해피오닉 동아리’의 문구는 아이오닉 5의 초고속 급속 충전 시간을 뜻합니다. 이처럼 돌아온 씽씽이는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시리즈가 아닌 단 한 편으로도 즐길 수 있는, 영상에 몰입하고 집중하게 만들 요소가 필요했습니다. 배경 속 현수막 등 숨겨진 장치들이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스토리를 알게 되면 확인할 수 있는 단서나 캐릭터로 등장한 모델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은 고민 끝에 추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모델의 특징을 전달할 수 있는 요소로 작동한 것 같고,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현대차 국내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의 설명입니다.
한때 브라운관 속을 달리던 아기 자동차에서 어른 자동차가 되어 돌아온 씽씽이의 이야기에는 씽씽이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지금의 30~40대가 한때 했을 고민과 함께, 책임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동년배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도 담겨있습니다. 최종회로 향할수록 댓글 반응도 뜨거워졌죠. 담당자에게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씽씽이가 왜 기억을 잃게 됐는지 궁금하면서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요? 인상적인 댓글이 너무 많아 하나만 뽑기는 어렵습니다. 모두 같이 옛날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고, 감회도 새로웠습니다. 센스 있는 장면들이 재미있다는 댓글을 보면서 저희의 의도와 진정성이 통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콘텐츠가 과거의 추억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예전에 유행했던 TV 시리즈를 지금 시대에 맞춰 새롭게 만드는 일도 흔하죠. 하지만 모두가 사랑받는 것은 아닙니다. 원작에 대한 존중을 담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기존의 팬도, 새로운 팬도 모두 포용할 수 있습니다. 돌아온 씽씽이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 국내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에 씽씽이 제작 원칙을 물었습니다.
“원작 캐릭터를 향한 호감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씽씽이를 알게되는 현 세대와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이전의 씽씽이를 알고 계시던 구독자 분과 새롭게 씽씽이를 알게 되는 분 사이의 공감대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