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3 현대모비스
미래에는 자동차의 범주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이동식 카페, 이동식 병원 등 다양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urpose Built Vehicle)’가 도심을 누빌 전망입니다. 하지만 목적 기반 모빌리티가 현실이 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많습니다. 가령 커다란 차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죠. 지금의 기술로 좁은 길에서 방향을 바꾸려면 전진과 후진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할 것입니다.
[MOBIS TECH] e-Corner Module (In-wheel System)
따라서 목적 기반 모빌리티의 시대에는 새로운 개념의 바퀴가 필요합니다. 현대모비스가 e-코너 모듈을 개발한 이유죠. e-코너 모듈은 차량의 각 바퀴 안에 구동, 제동, 조향, 서스펜션 시스템을 통합한 차세대 기술입니다. 인휠모터, e-브레이크, e-스티어링, 댐퍼 등 4개 시스템의 구성을 하나로 합친 덕분에 바퀴가 다른 장치와 기계적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주행을 주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의 자동차 바퀴는 차체에 장착된 동력연결축에서 힘을 전달 받았습니다. 방향 역시 차체에 연결된 조향 기어와 조향 링크를 통해 바꿨습니다. 하지만 e-코너 모듈은 다릅니다. 바퀴 안쪽에 장착된 인휠모터가 직접 바퀴를 굴리고, 바퀴 옆에 붙은 e-스티어링이 직접 방향을 바꿉니다. 속도를 줄이고, 충격을 흡수하는 일도 모듈에 장착된 e-브레이크와 댐퍼의 몫입니다. 그래서 바퀴와 구동 부품 사이, 그리고 바퀴와 바퀴 사이에 기계적 연결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e-코너 모듈을 이용하면 기존에 구동 부품을 담았던 부분까지 전부 자동차의 실내 공간으로 쓸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자동차의 형태를 자유롭게 바꾸는 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구동 부품을 차체 가운데에 싣지 않으니 차량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카페, 병원 등 고객 니즈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데 e-코너 모듈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는 공간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덩치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죠. e-코너 모듈은 차량의 네 바퀴가 각각 90° 회전이 가능합니다. 기계적 연결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죠. 덕분에 e-코너 모듈은 마치 게가 움직이듯 좌우로 이동하는 크랩 주행이나 제자리 360° 회전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e-코너 모듈은 미래 모빌리티에 필요한 다양한 덕목을 담아냈습니다. ‘2021 서울모빌리티어워드’에서 e-코너 모듈이 대상을 차지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서울모빌리티어워드는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에 주어지는 상으로, 심사의원들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부품이 될 e-코너 모듈의 확장성과 경쟁사 대비 우수한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e-코너 모듈 개발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과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개발을 담당한 현대모비스 스마트모빌리티연구셀 민경원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e-코너 모듈을 개발하며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차량 이동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하나의 모듈 안에 작게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셉트인데다, 다양한 기능을 융합하는 만큼 시스템 단위에서 고려할 점이 많았던 것이 어려웠습니다.”
자동차에는 최소 4개의 e-코너 모듈이 달립니다. 주행을 위해서 4개의 e-코너 모듈을 통합 제어해야 하는 것이죠. 가령 방향을 바꿀 때 각 e-코너 모듈은 조향 모터를 동시에 독립적으로 제어해 방향을 바꿉니다. 이처럼 여러 개의 모듈을 동시에 각각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된 덕분에 e-코너 모듈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e-코너 모듈은 적용할 차량의 사양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소형과 대형은 물론, 로보틱스에 활용할 수 있는 초소형도 있습니다. 그리고 e-코너 모듈 하나당 약 5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습니다. 크고 무거운 자동차에는 6개, 8개, 10개 등 하중에 맞춰 개수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민경원 책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e-코너 모듈을 장착한 모빌리티는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요? 액션 영화의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게처럼 좌우로 움직이는 크랩 주행 기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현대모비스 민경원 책임연구원에게 e-코너 모듈의 성능과 최고속도를 물었습니다.
“e-코너 모듈은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설계 단계에서 속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적용한 인휠모터의 성능은 20kW급이지만 더 강한 모터를 다는 것도 가능하죠. e-코너 모듈은 우선 시속 50km까지 낼 수 있는 저속 목적 기반 모빌리티에 적용할 예정이며, 고객 요구에 따라 다양한 성능을 낼 수 있게 개발할 것입니다. 크랩 주행 시의 속도 역시 설정하기 나름입니다만, 승객 안전과 차량 동역학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시속 10km정도가 적당해 보입니다.”
e-코너 모듈은 목적 기반 모빌리티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승용차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넥쏘와 같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특히 인휠모터의 장점 중 하나인 토크벡터링 시스템(각 바퀴의 힘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등을 이용하여 주행 안정성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e-코너 모듈을 승용차에 적용하면 기존 전기차보다 얼마나 가벼워질까요? 그리고 우리는 언제쯤 e-코너 모듈이 달린 자동차를 만날 수 있게 될까요? 민경원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e-코너 모듈은 현재 승용차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 기반 모빌리티와 승용차는 특성이 다릅니다. 승용차에 최적화된 조향각과 구조에 맞춰 다시 설계한다면 기능적으로 더 뛰어날 것입니다. 참고로 e-코너 모듈 적용으로 인한 장점은 무게 감소보단 공간 활용성과 차량 거동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훨씬 큽니다. e-코너 모듈은 다양한 콘셉트와 사양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바퀴 달린 모든 미래 모빌리티 및 로봇에 적용 가능한 기술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모빌리티 어플리케이션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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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2023년까지 4개의 e-코너 모듈을 통합 제어하여 실차 기능 구현이 가능한 ‘스케이트보드 모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2025년까지 스케이트보드 모듈을 자율주행 제어 기술과 접목해 최종적으로 목적 기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바퀴가 가져올 새로운 모빌리티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