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2021년 12월 완공한 보령 해저터널의 입구 현대건설이 2021년 12월 완공한 보령 해저터널의 입구

2022.01.25 현대건설 분량8분

서해 바다로 단절된 두 도시를 잇는 보령 해저터널, 현대건설의 첨단 신공법으로 완성하다

현대건설이 11년 만에 완공한 보령 해저터널 덕분에 서해 바다로 분리돼 있던 태안시와 보령시가 드디어 직접 연결됐다. 바닷속에 길을 만든 현대건설의 첨단 공법에 대해 살펴봤다.

최근 충남 보령시 신흑동에서 오천면 원산도리를 연결하는 ‘보령 해저터널’이 개통됐다. 서해 바다로 단절됐던 국도 77호가 연결된 것이다. 보령 해저터널은 6,927m로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며,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길다. 현대건설은 화약을 폭파해 굴을 뚫으면서 나아가는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나틈) 공법’과 해수 유입을 막기 위한 ‘차수 그라우팅 공법’을 통해 무려 착공 11년 만에 보령 해저터널을 완성했다. 약 4,000일 동안 바닷물과 싸워가며 보령 해저터널을 만든 현대건설의 두 가지 첨단 공법과 터널 개통 효과에 대해 알아봤다.

보령 해저터널, 보령과 태안을 잇는 바닷속 길

충남 보령시 신흑동에서 오천면 원산도리까지 이어지는 보령 해저터널의 위치가 그려진 인포그래픽

지난해 12월 개통한 보령 해저터널은 상행선인 태안에서 하행선인 보령 방향으로 해저를 관통한 왕복 4차선 도로로, 보령시 신흑동에서 태안군 고남면 고남리까지 14.1km 양방향을 잇는 보령~태안 간 도로건설공사의 일부 구간이다. 서해 바다로 끊어진 77번 국도를 잇기 위해 1998년 처음으로 보령 해저터널에 대한 사업이 계획됐고,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 설계 등의 과정을 거쳐 구체화됐다.

사실 기본 설계대로라면 보령 해저터널의 길이는 2,400m에 불과했다. 애초 해당 구간은 약 7,000m에 달하는 해저터널이 아닌 교량과 인공섬, 해저터널, 그리고 도로로 구성됐다. 대천 교차로에서 시작되는 교량부터 해저터널과 교량을 연결해주는 인공섬을 만드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경제성과 환경성이 떨어져 현대건설은 전 구간을 해저터널로 만드는 설계로 변경했다.

2010년 12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 보령 해저터널은 2019년 상행선과 하행선이 모두 관통됐으며, 이후 배수관 설치, 도로 포장 등 마무리 작업 끝에 공사 시작 11년 만인 2021년 12월에 개통됐다. 이로써 타지역을 반드시 거쳐 돌아가야만 했던 태안과 보령의 시민이 직접 왕래가 가능해졌고, 관광객의 여행도 보다 편리해졌다.

보령 해저터널, 굴착식 NATM 공법 적용

보령 해저터널의 단면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그렇다면 어떻게 바닷속 해저면을 뚫어 자동차가 달리는 길을 만들 수 있을까. 초기 자주 사용하던 해저터널 공법은 ‘개착식 공법’이다. 터널 양 옆에 임시 댐을 쌓은 뒤 고인 물을 퍼내고, 다시 바닥을 파서 터널을 만든 뒤 그 위를 덮고, 댐을 철거하는 방식이다. 인위적으로 댐을 만들어 물을 퍼내고 다시 넣어야 하기 때문에 인력과 장비, 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인 ‘침매식 공법’은 육지에서 터널을 구간별로 미리 만든 뒤 바닷속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터널 양 끝이 막혀 있으며 연결 구간의 해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한 후 벽을 제거해 완성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한 곳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보령 해저터널 공사에 개착식도 침매식도 아닌 ‘NATM 공법’을 사용했다. NATM 공법은 화약을 터뜨려 암반을 파 들어가며, 암반 벽체에 콘크리트를 뿜어 붙이고 곳곳에 쇠를 박아 보강해 나아가는 방식이다. 기존 지반을 지지대로 활용하면서 시공할 수 있어 굴진 속도가 빠르며 내구성이 높고, 적용할 수 있는 단면의 범위가 넓어 시공성과 경제성이 우수해 해저뿐만 아니라 지상 터널 건설 시에도 자주 사용된다. 국내에서 해저 구간에 NATM 공법이 적용된 것은 보령 해저터널이 최초다.

다만, 해저터널 공사의 경우 사전 지질 조사에 한계가 있어 어느 암반이 연약한지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일반 지상 터널과 달리 붕락과 함께 해수 유입이라는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 잘못해 다량의 바닷물이 유입되면 현장 근무자들의 안전 보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터널 안정성과 시공성도 저하되고, 운영 중 영구적인 해수 처리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NATM 공법은 지반 변형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가장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더불어 기계 중심으로 작업이 이뤄져 적은 인원으로 시공이 가능하며, 터널을 곡선으로 만들 수 있고, 지반 속에서 굴착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산악 지대나 바다 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현대건설은 보령 해저터널이 천수만 입구에 위치해 있어 주변 자연 환경은 물론, 어민들의 생업도 보호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즉, NATM 공법은 해저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한 최적이자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안정성과 내구성 높이고, 환경 보호하는 해저 구간 발파식 NATM 공법

굴을 뚫어 나아가는 NATM(나틈) 공법의 첫 번째 사이클 시공 순서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보령 해저터널 건설의 핵심인 NATM 공법의 시공 순서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길을 만들어야 하는 방향의 암반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발파 위치를 정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폭약 설치를 위한 구멍을 뚫는데, 현대건설은 구멍의 위치와 깊이를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첨단 드릴링 머신을 이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후 기준에 따라 뚫린 구멍에 화약을 설치하고 안전 절차에 따라 발파한 뒤 굴 모양으로 지반을 파고 들어간다. 이때 발생한 발파암들은 대형 장비를 활용해 공사 현장 외부로 빼낸다.


나틈 공법의 첫 번째 사이클 중 화약 장착부터 2차 콘트리트 도보 시공 순서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앞선 과정을 안전하게 진행했다면 이제 지반의 안정성을 높여줄 차례다. 우선 압축 공기로 콘크리트를 시공 면에 뿜어 발파로 인해 연약해진 지반을 보강한다. 이후 보강한 지반과 기존 암반의 견고한 지반을 봉합하기 위해 록볼트(Rock-bolt)를 박고, 지반을 지지해주는 구조물도 설치한다. 록볼트는 터널 단면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끼워 넣는 철근으로, 보령 해저터널은 염수에 의한 부식을 고려해 이에 강한 CT-록볼트를 사용했다. 이어 2차로 콘크리트를 뿜어 터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1차 지보재 단계라고 한다.


굴착이 끝난 뒤 실시되는 나틈 공법의 두 번째 사이클 시공 순서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NATM 공법의 1차 지보재 단계 이후에는 2차 지보재 단계인 콘크리트 라이닝을 통해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한다. 1차 지보재가 완성된 굴착면에는 방수막을 설치해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이어서 전기 및 통신선, 배수관 등 설치를 위한 공동구를 타설하고, 라이닝을 위한 지지용 철근을 조립한 뒤 콘크리트를 발라 터널의 내구성을 향상시킨다. 이 같은 2차 지보재 단계를 통해 터널 내부 시설을 보호하고, 쾌적한 내부 공간을 유지하게 되며 비로소 일반 도로 주행 시 자주 보는 도로형 터널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차수 그라우팅 공법, 24시간·365일 바닷물과의 싸움

해수 유입을 막아주는 차수 그라우팅 공법의 시공 예시도

현대건설은 차수 그라우팅 공법을 통해 해수 유입을 차단하며 안전하게 굴착해 나아갔다

지상에서의 터널 공사 때에는 언제나 붕락에 대비해야 한다면, 해저터널은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바로 물과의 전쟁이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설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 과정에 걸쳐 바닷속이라는 환경적 특수성을 반영했다. NATM 공법과 함께 ‘차수 그라우팅 공법’을 함께 적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발파 작업 시 유입될 수 있는 해수를 제어해 안전성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차수 그라우팅은 터널 내 해수 유입을 방지하고 파쇄대(단층을 따라 암석이 부서진 부분)와 암반의 강도를 강화해 터널의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공법이다. 해저 구간에서 굴착 중 터널 내부로 들어오는 해수 및 지하수의 양을 확인하고, 유입량이 기준을 초과할 때에는 최고 17공(구멍 개수)에서 최대 68공에 달하는 차수재(물의 유입을 막는 시멘트액)를 암반으로 주입해 해수 유입을 차단한다.

NATM 공법은 주로 폭약을 이용해 발파를 하기 때문에 연약 암질 및 파쇄대 구간에서는 지반의 붕락 및 다량의 해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굴착에 앞서 3차원 컴퓨팅을 활용해 총 3단계의 정밀한 지질 분석을 실시했다. 1단계는 ‘TSP 탐사(장거리용 터널 전방 탄성파 탐사, Tunnel Seismic Prediction)’로, 전방 200m 지반의 특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 어느 한 지점에서 충격을 만들어 탄성파를 지반에 전달하면 그 파동이 진행 중에 다른 매질을 만나 일부는 굴절되고 반사되기도 하는 특징을 지질 탐사에 적용한 것으로, 석유 시추를 위한 탐사 개념을 터널에 응용했다. 이를 이용해 전방의 지질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2단계는 60m 전방의 지질 및 암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선진수평시추’다. 시료 샘플을 직접 추출하기 때문에 TSP 방법보다 지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시추 시 돌발적인 용출수가 발생될 경우 고압으로 이를 막는 장치를 설치해 수압과 유량을 3m 간격으로 확인하며, 필요 시 수압 시험을 실시한다. 마지막 3단계는 막장 20m를 천공하는 ‘감지공’으로 기본 3개의 구멍을 뚫어 실질적으로 터널 주변 암질과 유입량을 파악해 차수 그라우팅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차수 그라우팅은 해수가 감지공 1공당 분당 4L 이상이 되거나, 감지공 3공 합산 분당 8L 이상 용출되면 즉각 실시한다.

이처럼 3단계에 걸쳐 정밀한 지반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차수 그라우팅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지반 조사 결과에 따른 지반의 등급과 유입 수량을 고려해 해수 유입을 막아주는 차수재의 주입압을 정하고, 타입에 따라 터널 전방 15~24도 내외로 18~20m의 긴 구멍을 뚫어 차수재를 고압으로 주입한다. 용출수의 양이 많고, 지반이 불안정할 땐 기존의 그라우팅 장비로 일정한 압력과 일정한 양의 차수재를 주입하는 게 매우 어렵다. 때문에 현대건설은 차수재를 보다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해 ‘IMG 공법’을 적용했다.

IMG 공법은 모든 주입재에 적용할 수 있고, 작업 시 주입량과 압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동 제어 시스템을 통해 일정한 압력으로 주입할 수 있다. 또한, 고수압을 받는 지반에서도 충분한 양을 넣을 수 있는 대용량 펌프 및 다중 분배 시스템으로 구성돼 시공성과 경제성이 굉장히 우수하다. 아울러 기존의 물유리(규산소다)계 주입재를 사용하지 않아 내구성 감소 및 환경 오염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현대건설은 굴착 후 보강 및 차수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루 평균 3m씩 나아갔다. 덕분에 보령 해저터널 공사 현장에서는 착공 후 완공까지 11년 간 단 한 번의 해수 유입이 없었다.

해저터널 굴착 시 연약한 지반을 정밀 검사할 수 있는 TSP 탐사와 선진수평시추, 감지공 등 총 3단계 지질 분석 사진

현대건설은 3차원 지질 분석을 통해 상·하행선을 안전하게 관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작업 시 안전 확보를 위해 굴착에 시간 및 거리차를 둔 선행터널과 후행터널의 조감도

현대건설은 위험 구간에 대한 단계별 대책을 마련해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최대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터널을 설계했다. 우선, 지질 불량 구간을 통과할 경우를 대비해 작업 터널을 두 구간으로 나눠 진행했다. 먼저 굴착을 시작한 선행터널과 200m 간격을 두고 따라오는 후행터널을 둬 선행터널의 전방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적인 후속 조치가 가능한 구조로 작업을 실시했다. 지질 분석에 따라 전방에 파쇄대나 지질이 좋지 않은 구간이 발견되면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선행터널에 1m 두께의 방수문을 설치한다. 실제로 붕락이나 침수가 발생한 경우에는 선행터널의 작업자를 신속히 철수시키고 방수문을 폐쇄한다. 선행터널이 침수됨에 따라 200m 후방의 후행터널은 최대한 차수 그라우팅으로 보강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선행터널이 있는 횡방향으로 굴착한다. 이후 침수터널 쪽으로 역방향 굴착하여 유입된 물을 배수하고 관통하는 방식으로 안전을 확보했다. 방수문은 굴착해 나아가며 해체한 뒤 이동해 다시 설치하는 식이었다.

현대건설은 위 과정에서 차수 그라우팅 공법으로 유입수를 확실하게 차단하고, 방수문을 설치하는 등 각종 위험 대비책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했으며, 그 결과 보령 해저터널은 단 한 건의 안전 사고 없이 개통됐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미지의 해저 영역에서의 공사 능력을 인정받으며 해저 터널 시공 부문에서 보다 탄탄한 입지를 확보했다.

현대건설이 해수 유입 시 안전을 위해 설치한 대형 방수문의 모습

현대건설은 작업 현장 곳곳에 특수 방수문을 설치해 붕락 또는 해수 유입 등 유사 시 상황에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가 가능하도록 했다

끊겨 있던 국도 77번 연결, 이동 시간 80분 단축

보령 해저터널 건설로 인해 연결된 77번 국도와기존 우회로를 비교하는 인포그래픽

보령 해저터널 개통으로 인한 효과는 크다. 우선, 보령(대천)과 태안을 곧바로 오갈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충남 홍성군과 서산시를 통해 약 75km를 한시간 반에 걸쳐 이동해야 했던 반면, 보령 해저터널이 개통된 이후에는 15km 수준으로 단축돼 10분 대 수준에서 도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상 악천후에도 차량 통행이 가능해 물류 유통이 보다 원활해지고, 인근 지역의 균형 발전 및 경제 활성화는 물론, 도서 지역에 전기·통신·상수도 등의 기반 시설 공급이 가능해져 주민의 생활 여건 개선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에는 부산광역시에서 경기도 파주시까지 이어지는 국도 77호선이 바다로 단절돼 서남부 지역 발전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보령 해저터널이 수산자원보호구역인 천수만 입구를 횡단해 태안 해안국립공원을 연결함으로써 서해안의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게 돼 경제는 물론, 전체 지역 발전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보령 해저터널 일부에 적용된 특수 조명과 타일 아트의 모습

보령 해저터널 일부 구간은 심해 바닷속을 걷는 듯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특수 조명과 바닷속을 표현한 타일 아트가 적용됐다

보령 해저터널 공사는 하루 평균 장비 50대, 인원 약 200명이 투입됐으며 이를 약 4,000일의 총 작업 기간 동안으로 따지면 장비 20만 대, 연인원 80만 명이 쓰인 셈이다. 총 비용은 4,881억 원으로 그야말로 국가적인 규모의 공사였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자원과 NATM 공법, 차수 그라우팅 공법을 도입해 안전하게 내구성 높은 터널을 만들어냈다. 현대건설의 안정적인 기술력과 직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완성된 보령 해저터널을 통해 6,927m의 바닷속을 달려보자. 참고로 보령 해저터널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