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9 현대캐피탈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이후 인공지능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맥킨지(McKinsey)’는 2030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전체 산업 및 삶의 영역에서 최대 46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반면 인공지능이 산업의 매출을 높이고 삶의 변화를 가져오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뚜렷한 사업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 Mind)’가 2014년 구글에 인수된 후 3년간 10억 달러가 넘는 손실 누적액을 기록하는 등 업계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등장하듯, 최근 인공지능을 통한 판독 기술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판독 기술은 의료, 제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판독 시장은 2016년 21억 4,300만 달러 규모였으며, 2023년까지 73억 4,5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인공지능 기반의 판독 기술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 분야의 사례를 알아볼까요?
자동차 산업은 인공지능 기반의 판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분야입니다. 바로 자동차가 표준 규격에 맞게 생산되는 제품이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강아지나 고양이의 생김새를 인공 지능으로 학습시킨다면, 그 생김새가 모두 달라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습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표준 규격을 학습시키면 쉽게 오류를 발견할 수 있죠.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 산업에서 판독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험개발원’과 ‘현대캐피탈’이 있는데요. 보험개발원은 2020년 5월, 자동차 수리비 산출 온라인서비스(AOS)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예상 수리비를 산출한 ‘AOS 알파(AOS α)’를 주요 손해보험사에 보급했다고 밝혔습니다.
AOS 알파는 보험개발원이 2019년 4월부터 55억 원을 들여 개선한 시스템으로, 국산 차량의 약 90%에 해당하는 195종의 승용차와 SUV의 수리 견적을 낼 수 있습니다. 조만간 승합차와 화물차까지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사고 차량의 사진을 찍어 이미지를 전송하면, 인공지능 기술이 차량의 손상 정도와 부품 종류를 판독하고, 필요한 부품 가격에 맞게 수리비를 예상해주는 방식입니다. 보험사, 손해사정사와 정비 공장 등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죠. 보험사는 AOS 알파가 제시하는 예상 수리비를 참고해 손해사정에 대한 정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보험사와 정비공장이 영상통화를 진행해 원격으로 손해사정을 하는 ‘언택트 보상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캐피탈은 2020년 4월 ‘자동차 이미지 판독 시스템’을 활용하여 중고차 담보 대출 프로세스에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동차 이미지 판독 시스템은 다양한 자동차 사진, 웹사이트의 검색 결과로 나오는 차량 이미지 19만 장을 확보해 데이터를 학습했죠.
학습된 시스템에 특정 차종의 외관을 촬영해 입력하면, 머신러닝 기반의 알고리즘 기술이 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추출하고 판독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차량의 브랜드, 차종, 색상, 번호판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판독하며, 정상 차량과의 이미지 비교 검증을 통해 차량의 파손 여부 등을 정확히 판독해내는 것이 특징인데요.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자동차 이미지 판독 시스템의 정확도는 총 470여 개의 차종에 대해 97% 이상이라고 합니다.
평소 중고 차량 담보 대출을 진행할 때, 대출 신청서와 함께 담보 차량의 사진을 첨부해야 하는데요. 심사 단계에서 차량 존재 여부, 차종, 손상 여부를 담당자가 육안으로 직접 검증해야 해서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이미지 판독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대출 심사의 정확도가 개선되고 검증 단계와 소요 시간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됩니다. 누적된 데이터는 다양한 분석 자원이 되어 2차 활용할 수 있죠.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판독 기술은 자동차 산업에서 점점 활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판독 기술을 사용하면 업무 프로세스가 단축되고, 시스템 기반으로 측정/계산하기 때문에 표준화 작업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이로 인해 이해관계자 사이의 불신과 분쟁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자동차 업계 전반의 투명성이 높아져 신뢰의 경제가 구축될 수 있는 셈이죠. 신뢰의 경제가 구축될 경우, 기업의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후생도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의 판독 기술은 도로 안전 분야를 포함한 교통 솔루션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강력범죄 수배 차량을 CCTV로 실시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2020년 10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수배 차량 데이터베이스와 전국 229개 지자체 스마트시티센터의 방범용 CCTV 51만대를 인공지능 기반 판독 시스템에 연계했습니다. 시스템이 수배 차량을 발견하면 즉시 경찰청에 차량의 현재 위치를 전송하죠.
인공지능 비전 전문 기업인 ‘라온피플’은 판독 기술 기반의 신호 제어와 보행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신호 제어 솔루션은 3차로에 좌회전 차량이 있으면 좌회전 신호를 부여해 좌회전 차량을 빠져나가게 해주고, 좌회전 차량이 없을 때는 양방향 직진 신호만 부여해 통행량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입니다. 통행 속도를 20%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죠. 보행 솔루션은 횡단보도에 보행 대기자가 없는 경우, 보행 신호를 부여하지 않아 차량이 원활하게 다닐 수 있게 하고, 반대로 오가는 차량이 없을 때는 보행 대기자가 바로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신호를 변경해주는 솔루션입니다.
이처럼 인공 지능 판독 기술은 자동차 산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마스터키이자, 교통안전과 미래 교통 솔루션에도 영향을 주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 판독 기술이 모빌리티 시대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글. 민준홍(커넥팅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