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깔린 자동차 내부를 형상화한 모습 배터리가 깔린 자동차 내부를 형상화한 모습

2021.04.23 현대글로비스 분량3분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용후 배터리 시장 전

전기차 시장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사용후 배터리 시장에 대해 알아봅니다.

전 세계가 내연기관차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친환경 차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전기차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324만 대로 2019년(226만 대)보다 43%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Delotte)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1,120만 대에서 2030년에는 3,11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전기차 시장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요.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새롭게 등장한 시장이 있습니다. 사용후 배터리 시장입니다.

신품 성능 대비 약 70% 이하면 사용후 배터리

자동차 배터리 부분이 포커스된 모습

신품 대비 성능이 약 70% 이하로 떨어진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후 배터리로 분류합니다

사용후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사용 후 배출되는 배터리를 말합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신품 대비 약 70% 이하로 성능이 떨어지면 전기차 구동 배터리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요. 이것을 ‘사용후 배터리’라고 부릅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전기차에서 배출되는 배터리의 수가 늘어나면서 처리 방법에 대한 고민이 발생했는데요. 사용후 배터리는 금속 등이 들어 있어 단순 폐기된다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빛에 반사되는 배터리 모습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의 사용후 배터리는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후 배터리는 성능 기준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용으로의 가치가 떨어진 것일 뿐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와 독일 재생에너지협회는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인 사용후 배터리를 다른 곳에 활용한다면 때에 따라 최대 10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앞으로 사용후 배터리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사용후 배터리 시장규모는 2018년 6,100만 달러에서 2025년 7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ESS부터 원료 추출, 소형 전동 기기 등에 활용 가능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과정.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발생되면 배터리 수거가 되고 검사 및 분류를 거친다. 재제조 가능하다면 ESS 배터리, 농업용 초소형 전기차 배터리로 활용되고 재제조 불가하다면 핵심 원소재 추출, 그외 소재 추출에 활용된다.

사용후 배터리는 ESS, 원재료 추출, 소형 전동 기기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용후 배터리는 어떻게 활용될까요? 현재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는 검수를 거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분야와 재사용할 수 없는 배터리를 분해해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 분야로 분류됩니다. 재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는 농업용 초소형 전기차의 배터리로 쓰이거나 전기 자전거, 캠핑용 충전기 등 소형 기기에 다시 사용됩니다. 재사용이 어려울 만큼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는 분해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원재료를 추출합니다. 국내외 기업에서는 해당 분야의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국내의 한 에너지 전문 기업은 사용후 배터리의 핵심 소재에서 수산화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의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에서는 사용후 배터리에서 추출한 원재료를 다시 배터리 제조사에 파는 재활용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 외관 모습

사용후 배터리는 ESS, 원재료 추출, 소형 전동 기기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역시 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화학회사와 함께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사용한 ESS와 태양광 발전소를 연계한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증사업은 울산공장 태양광 발전소에서 만든 전력을 ESS에 저장한 뒤 외부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의 친환경 발전소 형태로 운영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ESS 사업은 작년에 선보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등장으로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듈화 및 표준화가 된 E-GMP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데요. E-GMP에 쓰이는 배터리는 동일한 크기로 탑재되기 때문에 추후 ESS로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후 배터리 운송 산업도 등장

현대글로비스 외관 모습

현대글로비스는 사용후 배터리를 운반하는 전용 용기를 개발해 사용후 배터리 회수 및 운송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용후 배터리 산업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용후 배터리 운송 산업인데요. 이 시장은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회수 물류 수요가 발생하면서 등장했습니다. 기존의 사용후 배터리는 규격이 맞지 않는 일반 물류 용기에 보관하거나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운송돼 이탈/전복 사고의 위험이 컸는데요. 현대글로비스는 사용후 배터리를 경제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전용 용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가 특허를 받은 ‘플랫폼 용기’는 절연 소재를 채택해 누전을 예방할 수 있고, 조절형 고정 장치가 있어 다양한 크기의 사용후 배터리를 담아서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습니다. 해당 용기는 다단적재도 가능한데요. 이 용기를 사용하면 11t 화물트럭 기준 17대까지 사용후 배터리를 실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보다 3배 이상의 효율성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플랫폼 용기’는 지난해부터 테스트 운송을 실시해 운송 능력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추후에는 용기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친환경에너지와 자동차 모형이 시소에서 균형을 이루는 모습

사용후 배터리 운송 사업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어 친환경 사업으로 더 성장할 전망입니다

사용후 배터리 시장의 성장과 함께 운송 사업은 앞으로 규모가 커질 것입니다. 사용후 배터리 운송 사업은 배터리 폐기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재활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선순환 구조 형태의 친환경 사업입니다.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 필수 키워드로 꼽히는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경영에도 부합하는 사업이 될 텐데요. 친환경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의 미래 전망은 더 밝을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전기차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용후 배터리 분야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기업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글. 민준홍(커넥팅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