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퍼 슬리피가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에 기대어 있는 모습 랩퍼 슬리피가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에 기대어 있는 모습

2021.08.03 현대자동차 분량4분

“내가 1세대 그랜저를 타는 이유” 래퍼 슬리피 인터뷰

소문난 올드카 마니아. 영타이머의 매력에 푹 빠진 래퍼 슬리피의 이야기.

최근 SNS에 자신이 타는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과감히 드러내는 한 래퍼가 있습니다. 바로 슬리피인데요. SNS상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일이지만, 그가 업로드하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자동차 마니아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화제입니다. 그의 자동차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1세대 그랜저이기 때문인데요. 슬리피를 직접 만나 1세대 그랜저와 올드카 문화에 빠진 이유, 그리고 올드카와 함께하며 생긴 여러 에피소드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매료돼 입문한 올드카의 세계

현대자동차 흰색 1세대 그랜저의 옆모습

1세대 그랜저는 1986년부터 1992년까지 판매되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올드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요?

처음부터 올드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지인이 빌려준 포르쉐 986이 제 첫 영타이머였죠. 올드카는 흔히 올드타이머(Old-Timer)와 영타이머(Young-Timer)로 나뉘는데요. 보통 생산된 지 25~35년 정도 된 차를 영타이머, 그 이상 된 차는 올드타이머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제 첫 영타이머를 운용하면서 참 많은 걸 배웠어요. 운용 노하우, 관리 방법, 신경 써야 하는 부품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동차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자연스럽게 올드카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아 세피아를 거쳐 지금은 1세대 그랜저를 타고 있어요.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의 뒷좌석 인테리어

출시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마치 소파에 앉은 것 같은 편안한 승차감에 놀랐습니다

Q. 다른 영타이머 대신 1세대 그랜저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1세대 그랜저를 인수할 당시, 신형 모델을 구매할 여유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 마음에 마침표를 찍는 그런 매력을 느끼질 못했습니다. 올드카의 매력에 빠진 뒤라 그랬겠죠. 그렇게 다음 차도 영타이머를 타겠다고 마음먹은 뒤 어떤 차를 구입할지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제 기준은 클래식한 디자인, 그리고 편한 승차감이었죠.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차가 바로 1세대 그랜저였습니다. 각이 살아있는 클래식한 디자인,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편한 승차감에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더불어 신형 모델이 지금도 나온다는 점이 남달랐어요. 이 차가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 여전히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유리빌딩 앞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의 옆모습

래퍼 슬리피의 애정과 열정으로 다시 태어난 1세대 그랜저

Q. 1세대 그랜저를 운용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제 차가 나온 지 30년 정도 됐는데, 아무래도 신형처럼 운용이나 관리가 쉬운 건 아닙니다. 수리를 맡기면 오래 걸리는 작업이 많고, 부품도 해외에서 주문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히 타고 있어요. 이렇게 손이 많이 가니 그만큼 애착도 깊어졌는데요. 비 오는 날엔 혹여나 습해질까 잘 안 타게 되고, 대리운전이나 발레파킹도 하지 않는 편입니다.

또 1세대 그랜저가 최신 모델보다 너비는 좁지만, 길이는 크게 차이가 안 날 정도로 길어서 주차할 때 조금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리고 리스토어 차량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단순히 오래된 차인 줄 알고 쉽게 다루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 주차장 문콕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이전보다 더 주차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완벽한 리스토어에서 나오는 1세대 그랜저의 진가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의 계기판

리스토어(Restore)란 오래된 자동차를 새 차처럼 복원하는 일을 일컫습니다

Q. 리스토어(Restore)가 생각보다 엄청 까다롭다고 들었는데요.

처음부터 연식 대비 관리가 잘 된 차량을 인수했어요. 물론 자잘한 부품은 직접 교체했습니다. 국산차라 부품 수급이 수월했어요. 리스토어도 알고 보면 부품 구하기 쉬운 차종이 따로 있어요. 그랜저 같은 경우는 현대모비스에서 부품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각 부품 고유번호를 검색해 물건을 직접 찾아요. 그리고 전국 어디든 직접 찾아가 최대한 순정 부품으로 교체하려고 합니다. 그 당시의 감성은 오리지널 부품에 가장 잘 담겨있는 법이거든요. 그래도 구하기 힘든 부품은 직접 제작을 의뢰하기도 합니다.

랩퍼 슬리피가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 운전석에 걸터 앉아 하늘을 응시하는 모습

SNS에서 제 사진보다 자동차 사진에 ‘좋아요’ 수가 더 많습니다

Q. 1세대 그랜저를 타면서 뿌듯했던 기억이나 좋았던 기억이 있나요?

1세대 그랜저를 주제로 인터뷰를 하는 지금이 가장 뿌듯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자동차의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와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니까요. 이런 것들을 기대하고 1세대 그랜저를 구매한 건 아니지만, 리스토어를 위한 지금까지의 제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물론 제 차를 향한 주변 분들의 관심과 호응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특히 SNS 같은 경우는 제 사진보다 제 차 사진에 '좋아요' 수가 더 많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워요. 그만큼 차에 대한 애정도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1세대 그랜저와 함께하는 일상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 대시보드 위에 다양한 애장품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

1세대 그랜저 대시보드에 다양한 애장품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Q. 그랜저처럼 독특한 기준으로 고른 레트로 감성의 물건들이 있나요?

패션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 화려한 옷만 좋아했는데 지금은 옛 감성이 살아있는 옷에 더 관심이 갑니다. 또 카폰이나 2G 핸드폰처럼 레트로 감성이 남아있는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뉴트로가 대세인데 저도 빠져보니 헤어 나올 수가 없더라고요. 추억과 시대의 흔적이 담겨있는 오래된 물건에 매력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2007년 출시된 모토로라 스타텍 에디션을 레플리카가 아닌 오리지널 모델로 갖고 싶어서 멕시코, 이탈리아, 과테말라 등 전 세계를 뒤져서 몇 달 만에 구매했습니다.

랩퍼 슬리피가 운전석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뒷좌석을 촬영하려는 모습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래퍼 슬리피

Q. 올드카 동호회에서 활동하신다고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건전한 모임이에요. 올드카 동호회를 통해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분들,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는 조언을 듣고, 나이가 어린 분들에게는 리스토어에 대한 열정을 보며 자극받고 있어요. 다양한 연령대가 하나의 주제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점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오프라인 만남이 많이 힘들어졌는데 다시 자유롭게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그랜저’ 이름으로 음원까지 발매하셨는데 어떤 음악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음악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오면서 한동안 음악 작업을 안 했습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과시하는 음악이 조금 지겨웠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광고를 보고, 광고 문구 “성공에 관하여”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랜저를 매개로 각자 생각하는 성공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로 저까지 4명의 래퍼가 모여 직접적, 간접적으로 각자 성공의 의미를 전달하는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뮤직비디오도 촬영했어요. 특히 1세대 그랜저가 등장하는 장면이 정말 멋집니다.

랩퍼 슬리피가 열린 운전석 문에 기대어 먼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

많은 분이 올드카의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Q. 올드카 구매를 원하는 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이 있다면?

차량 구매가 막막하다면 주변에 자동차를 잘 아는 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올드카는 주행거리가 굉장히 중요해요.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해외 브랜드보다는 국산 브랜드 차량으로 시작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부품 수급이나 관리 측면에서 훨씬 용이해요.

과거에는 경제력 때문에 올드카를 구매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20대들이 정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요. 더 많은 20대가 비교적 관리가 쉬운 국산 영타이머 차량을 부담 없이 즐겼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봤던 동경의 대상을 직접 운용하며 느끼는 재미와 희열이 생각보다 크거든요. 그리고 올드카 문화가 국내에 깊게 자리 잡아서 단순히 오래되고 낡은 차가 아닌, 시대의 흔적과 추억이 담긴 보물로 사람들의 눈에 비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