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4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에는 여러 혁신적인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800V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멀티 충전 시스템, 배터리 활용도를 높여주는 V2L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내외부에서 이목을 끄는 기능도 더했다. 기존의 광학 사이드 미러를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하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DSM, Digital Side Mirror)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기존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기능으로, 처음 사용하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용하다 보면 장점이 훨씬 많은 유용한 기능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능으로 아이오닉 5의 특징을 잘 대변한다. 무엇보다 기존 사이드 미러의 물리적, 기계적 한계를 뛰어 넘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아이오닉 5의 혁신을 완성하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특징을 살펴봤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적용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굉장히 많다. 그 중 가장 큰 장점은 보다 선명하고 넓은 각도의 후방 시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기존의 사이드 미러는 야간이나 비가 올 때 후방 시야를 적절히 확보하기가 어려웠지만,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한다. 비결은 FHD(Full High Definition) 카메라, OLED 모니터, 이미지 센서, 영상의 아날로그 및 디지털 신호를 제어 및 가공해 처리하는 핵심 부품 SOC(System on Chip) 등에 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고화질 카메라로 후방을 촬영해 얻은 아날로그 신호 영상을 이미지 센서와 SOC를 거쳐 디지털 신호로 처리한 뒤 실내에 배치된 모니터로 전달한다. 이미지 센서와 SOC에는 최신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멀티 포커싱 및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를 극대화시켜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인 HDR(High Dynamic Range)을 적용해 먼 곳과 가까운 곳,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선명히 표현한다. 또한 카메라와 모니터가 주는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당 60프레임의 속도로 영상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를 더했다. 이와 같은 기술 덕분에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사이드 미러가 갖고 있던 한계를 넘어서 야간에도 대낮처럼 밝고 선명한 후방 시야를 제공한다.
우천 시 후방 시야의 제약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는 열선 자동 제어 로직이 있다. 아이오닉 5의 레인 센서가 빗방울을 감지하거나 운전자가 와이퍼를 작동하면,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카메라에 적용된 열선이 자동으로 켜진다. 그리고 카메라에 묻은 빗방울을 말려 평소와 다름없는 후방 시야를 제공한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열선은 뒷유리 열선을 작동시킬 경우에도 20분간 작동하며, 저온에서도 자동으로 켜져 카메라에 서리가 끼거나 눈이 묻어 시야를 방해하는 상황을 차단한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실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좌우측의 모니터 한 쌍은 크게 OLED 패널, 컨트롤러, 전선, 각종 브라켓, 하우징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OLED 패널에는 반사, 눈부심, 지문 오염 등을 방지하는 코팅이 적용되며, 전선은 카메라와 이미지 센서 및 SOC 등을 거쳐 전달된 영상 신호를 패널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컨트롤러는 영상 신호를 패널로 최종 전송하며, 브라켓과 하우징은 각각 개별 부품과 모니터 전체를 감싼다.
기존의 사이드 미러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반면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이런 한계를 최소화한다. 실제로 사이드 미러와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적용한 아이오닉 5의 후방 사각지대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이드 미러의 후방 시야각은 운전석 기준 약 18°이지만,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그보다 11° 넓은 약 29°의 시야각을 제공한다(기존 미러는 운전석 또는 조수석 및 운전자 위치별로 시야각이 상이). 덕분에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은 각도로 후방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후측방 충돌 경고(BCW, Blind-Spot Collision Warning) 장치의 도움까지 받으면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적용은 후방 시야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전측방 시야까지 개선한다. 비결은 일반 사이드 미러보다 크기가 작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콤팩트한 디자인 덕분이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3D 픽셀 방향지시등, 서라운드 뷰 모니터용 카메라, 디지털 사이드 미러 카메라 등 복잡한 부품이 다양하게 적용 됐음에도 부피를 최소화했다. 또한 아이오닉 5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내부에 배치된 좌우 모니터의 위치도 최적화했다. 운전자의 정면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주행 환경을 판단하기 위해 사이드 미러를 볼 때 자연스러운 시선 이동이 가능하도록 도어 트림 상반부에 모니터를 배치했다. 이렇게 다양한 부분을 고려한 덕분에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탑재된 아이오닉 5의 운전자 전측방 시야는 좌우 각각 60%나 개선됐다.
면적이 작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디자인은 공력 성능도 향상시켜 준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주행거리 증가를 위해 전면 범퍼, 휠 등에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적용한다. 최근 들어서는 사이드 미러에서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가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거울의 크기를 일정 면적 이상 유지해야 하는 등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적용된 아이오닉 5는 일반 사이드 미러를 적용했을 때보다 전면부의 공기 접촉 면적이 약 2.8% 줄어 공기 저항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후방 시야를 제공하는 사이드 미러로, 본래의 기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여러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그 중 대표적인 기능이 ‘차로 변경 보조선 표시’다. 이는 말 그대로 차로를 변경할 때 후측방의 일정 거리를 안내하는 보조선을 색으로 분류해 보여주는 기능이다. 예컨대 디지털 사이드 미러 모니터에 표시되는 붉은색 보조선은 후측방 약 3m 이내의 거리를, 오렌지색 보조선은 약 12m의 거리를 의미한다. 해당 기능은 20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 중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자동으로 나타나고, 방향지시등이 꺼지면 해제된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에 탑재된 또 다른 기능으로 ‘후진 주차 화면 확대’가 있다. 일부 광학식 사이드 미러의 경우 후진 시 각도를 하향 조정하는 기능을 탑재해 주차에 큰 도움을 준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화면을 확대하고 차체 폭과 거리를 알려주는 보조선까지 더해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 모니터에 표시되는 보조선은 차폭에서 약 0.3m의 거리를 두고, 후방으로 붉은색은 약 0.5m, 오렌지색 보조선은 후측방 약 1m의 거리를 의미한다(차량 자세 및 도로 조건에 따라 상이함). 해당 기능은 변속기를 후진 기어(R)에 넣으면 자동으로 작동하고, 변속기가 주차 모드(P)이거나 10km/h 이상의 속도로 전방 주행을 하면 자동 해제된다.
여러 장점과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도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더군다나 카메라와 모니터로 후방 시야를 제공하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특성상 시스템 오류가 일어나면 후방 시야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다행히 디지털 사이드 미러에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 있다.
대표적으로 차량 시동 시 자동차의 표준 통신 규격인 CAN(Controller Area Network)으로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밝기 설정, 차의 속도(차로 변경 신호 표시에 필요), 외기 온도(열선 작동 결정에 필요) 등 여러 정보를 받아오는 과정에서의 오류나 카메라에서 모니터로 영상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있다. 이와 같은 오류가 발생하면 디지털 사이드 미러 모니터에 그린스크린을 배경으로 “수신 중인 신호 오류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나타난다. 이후에는 시스템 자체적으로 3초 안에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리셋하고 재시동을 실행한다. 이 같은 리셋 과정은 운전자가 사소한 오류 문제로 불필요하게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는 일을 방지해주는 동시에 시스템 자체적으로 오류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카메라 고장, 케이블 단선, 영상칩 등 하드웨어 부분에서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하드웨어 오류가 감지되면 디지털 사이드 미러 모니터는 블루스크린과 함께 “수신 중인 신호가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띄운다. 동시에 계기판에서 “디지털 미러 오류”를 알리는 경고 문구가 나타난다. 시스템 리셋 등으로 긴급 대처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오류와 달리 하드웨어 오류는 대체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적용한 타사 자동차의 경우, 경고 문구와 함께 정비소 방문을 권하는 수준의 해결책만을 제시한다.
그러나 아이오닉 5는 현대자동차그룹 차종에만 유일하게 적용되어 있는 블라인드 뷰 모니터(BVM, Blind View Monitor)용 카메라를 활용한다. 덕분에 아이오닉 5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작동하지 않는 긴급 상황에서도 차로 변경 시 디지털 계기판을 통해 후방 화면을 보여주는 블라인드 뷰 모니터(BVM)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아이오닉 5에 탑재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기존의 사이드 미러가 갖지 못한 여러 장점과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류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해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이오닉 5가 제시하는 미래지향적인 전기차의 모습은 이처럼 사소한 부분에서도 혁신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