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2 현대엔지니어링
최근 기술 관련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단연 딥러닝과 같은 AI 관련 기술일 것입니다. 각 분야 산업에서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AI는 우리를 더욱 편하고 스마트한 세상으로 이끌고 있는데요. 딥러닝 AI를 더욱 재미있게 접근하고 더 나아가, 실제 업무에 반영까지 하는 분이 있다고 해서 뵙고 왔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김상호 책임매니저입니다.
Q. 자기 소개 및 맡고 계신 업무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스마트엔지니어링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호 책임매니저입니다. 저는 엔지니어가 실무를 하면서 갖는 고민을 AI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수십 또는 수백 장의 도면을 검토하는 직원을 위해 문자 및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적용하거나 개발하고, 정확도를 우선시하는 엔지니어들의 한 자릿수의 오차범위마저 줄이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이를 위해, 실무 엔지니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하고 AI 커뮤니티를 구성하며 엔지니어가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죠.
Q. 사내에 소문난 AI 덕후라고 들었습니다. AI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어떻게 공부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I 덕후라는 말을 들으니 영광스럽네요. 2015년 임신한 몸으로 안구추적 장치 데이터를 전처리하는 아내를 돕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인 ‘R’을 공부하게 된 것이 AI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당시, ‘R’을 공부하기 위해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s, 상호참여적 온라인 공개수업)인 코세라(Coursera) 강좌를 참고했었는데요. 우연히 스탠포드 대학교수였던 앤드류 앵(Andrew Ng)의 머신러닝 강좌를 접하게 되면서 딥러닝에 푹 빠지게 되었지요. 이후, MOOC인 유다시티(Udacity)의 딥러닝 나노디그리(Deep Learning Nano degree) 강좌를 시작으로 매년 하나씩 작년까지 모두 4개의 수료증을 획득했습니다. 나노디그리는 보통 4~6개월 정도의 비학위 과정으로 비전공자인 저에게 AI가 무엇인지 알려주기에 충분했죠. 그리고 2019년에는 그룹의 빅데이터 부트캠프에 참여하여 6개월 동안 데이터분석을 배우고 분석과제에 전념할 기회가 있어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덕업일치가 생각보다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책임매니저님은 어떠신가요?
저는 아닌 것 같아요. AI를 업무에 적용하면서 회사에서 근무하는 여덟 시간이 서너 시간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당신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기 위해 낭비하지 말라’(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라는 말이 덕업일치를 가장 잘 설명한 말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하는 일로 만들면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다니는 직장’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과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을 맞추어 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덕업일치의 맛을 전파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묻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하면 그 일을 회사의 방향과 맞출 수 있을까요?”라고 말이죠.
Q. AI 덕후가 되신 후에 일상생활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퇴근 후에 AI를 공부하다 보니 번아웃(Burn-Out)을 몇 번 경험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회사 밖에서는 의도적으로 AI를 멀리하게 되었죠. 그리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요리와 운동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런데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아이들이 카드 게임을 하는 것을 봤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이 등장해서 각 캐릭터의 능력치와 특성을 비교해 승패가 갈리는 간단한 카드 게임이었는데요. 그 게임을 아이들과 함께 코딩해 간단한 컴퓨터 게임으로 만든 적이 있어요. 각 캐릭터의 능력치와 특성을 데이터로 만들고, 서로 겨뤄 승패를 가르는 간단한 게임이었지만 아무래도 본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니 아이들도 코딩작업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이렇게 코딩이나 데이터 처리 같은 작업을 삶에 녹여내는 제 모습을 보니 제가 덕후가 맞는 것 같긴 해요.
Q. AI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만으로 관련 동호회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동호회까지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동호회 결성은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에 패배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AI 관련 기술이 더 발전하게 된다면 세상의 엔지니어가 다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위기감을 느꼈지만, 결국 우리 엔지니어들이 기술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분야가 바로 AI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드렸던 문이 우리 회사의 ‘씨앗’이라는 제도였습니다. 씨앗은 현대엔지니어링 임직원은 누구나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고, 관련 부서가 아이디어를 심사해서 좋은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제안자가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수행하고자 하는 과제 및 동호회 결성 아이디어를 올렸고 다행히 긍정적인 심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2017년 저자특강을 시작으로 동호회가 정식 결성됐습니다.
Q. 동호회 활동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얻은 대외적 성과는 먼저, 저자 특강과 오픈 하우스 같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의 AI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닌 우리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줄 기술이라는 것을요. AI 동호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조류독감(AI)이라고 농담하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계셨지요. 지금은 우리 엔지니어들이 직접 수많은 AI 관련 아이디어를 내며 실제 업무에 반영하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성과 중 하나는 AI에 관심있는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든든한 김경인, 이윤식, 조정원, 김준우, 장경선 책임님은 지금도 동호회의 운영진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AI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같은 주제로 같은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제겐 큰 성과이자 자산입니다.
Q. 지난해 출원한 AI 기반 플랜트 자동 설계시스템도 AI 동호회 활동과 연관이 있을까요?
AI 기반 플랜트 자동 설계시스템은 동호회원인 조정원 책임매니저가 2019년 기술개발과제로 시작하여 완성한 것입니다. 자동 설계 시스템을 통해 기본적인 설계 조건만 입력하면 건물 한 동의 구조 모델링을 10분 이내로 완성할 수 있고, 설계비용도 2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자동화 설계, 데이터 확장, 최적화 설계를 국내 최초로 설계에 적용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국내 특허 등록은 물론 미국 및 국제 특허 출원까지 이루었습니다. 최근에는 벤틀리 시스템즈와 기술협약을 맺고 현대엔지니어링의 독자기술을 건축, 토목, 플랜트의 다양한 분야에 확장하고 있습니다.
Q. 동호회를 넘어 이제는 팀까지 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스마트엔지니어링팀은 어떤 팀인가요?
스마트엔지니어링팀은 실무 엔지니어들이 AI와 머신러닝을 쉽게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희 팀에서는 수십, 수백 장의 도면 검토를 이미지 인식 기술로 해결하고, 두꺼운 입찰 문서의 주요 키워드와 요구사항들을 자연어 처리 기술로 요약 정리하며, 수많은 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 최적화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치를 창조하거나 예측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작업을 모든 엔지니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해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Q. 스마트엔지니어링팀이 현대엔지니어링 사업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스마트엔지니어링팀이 추구하는 실무 엔지니어의 AI 활용이 본격화되면 우선 단순 반복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성과물을 자동 생산하게 되어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고, 자동 검토를 통해 정확도도 높아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들은 디지털화에 쏟는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되고, 더욱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생산 및 분석에 힘을 쏟게 되겠죠.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Q. 올해 팀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 스마트엔지니어링팀에서는 엔지니어링센터의 사업계획 중 스마트기술 분야를 중점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동설계, 이미지인식 및 자연어처리 기술 활용을 AI 기술 기반 설계가 중심축이 되어서 구매, 시공 및 시운전 분야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내외 엔지니어, 협력사, 및 발주처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요. 이 기반 위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DevOps, CI/CD, Microservices, Containers)를 활용한 다양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상품화해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올해 팀 목표입니다.
Q. 딥러닝 기술이 화제가 되며 비전공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두가 딥러닝의 이론과 알고리즘을 공부하고, 모델을 코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딥러닝 기술이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이미지 인식과 자연어처리 영역 같은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끄는 것은 맞지만, 정작 우리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기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조금 넓혀 머신러닝을 이해하게 되면(AI는 머신러닝의 한 영역) 지금 일어나는 AI 혁신의 개념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또한, RPA(Robotic Process Automat), 엑셀의 고급 기능(Power Pivot, Power Query, 등)을 이용하면 코딩 없이 머신러닝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관심을 두고 찾으면 길이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사진. 전석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