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1 현대자동차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메타버스 산업이 주목할 만한 블루오션으로 떠올랐습니다. 메타버스는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인데요. 온라인 가상 세계를 가리킵니다.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가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이 소설은 소수의 ‘능력자’가 가상 세계를 설립하는 내용인데요. 쉽게 말해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 공간에서 업무, 놀이, 쇼핑, 대화 등 일상적인 활동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처럼 과학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요즘, 가상 세계는 한층 정교해졌습니다.
미국 게임사 로블록스(Roblox)는 메타버스의 대표주자입니다. 가상 세계를 콘셉트로 한 로블록스 게임 플랫폼에선 레고 모양의 개인 아바타를 통해 이용자끼리 채팅하거나 통화합니다. 또한,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하루 활성 이용자는 3,260만 명에 달했고, 로블록스 내에 생성된 게임은 5,000만 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주된 이용자는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로, 산업 전망도 밝습니다. 로블록스는 미국 뉴욕 증시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452억 달러(약 51조 3,200억 원)의 기업이 됐습니다. 이날의 흥행은 메타버스 산업을 향한 기대를 반영합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ZEPETO)'입니다. 제페토는 AI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 아바타를 만들어줍니다.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아바타는 이용자 얼굴과 상당히 닮아 재미를 높이죠. 이 분신으로 제페토 월드 곳곳을 누비며 ‘사진 찍기’, ‘영상 찍기’, ‘게임하기’ 등 여러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페토 가입자는 2억 명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9월 걸그룹 블랙핑크 아바타 팬 사인회엔 4,600만 명이 몰렸고, 패션 브랜드 구찌와 제휴해 선보인 ‘구찌 빌라’에서는 구찌 아이템을 착용하고 정원을 거닐 수도 있습니다. MZ세대의 가상 공간 놀이터가 된 셈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약 3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보다 6배 이상 성장한다는 예측입니다. 그리고 이 열풍은 MZ세대가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메타버스는 단지 게임 용도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우리 일상에 스며들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지난 4월 ‘포트나이트’ 안에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미국 에픽게임즈가 제작한 포트나이트는 전 세계 3억 5,000만 명이 즐기는 게임인데요. 총싸움 게임을 위한 ‘배틀 로열’과 친목 공간 ‘파티 로열’로 나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 파티 로열은 메타버스 놀이터가 됐습니다. 그날 스콧의 거대한 아바타는 10분씩, 5회에 걸쳐 공연을 펼쳤습니다. 동시 접속한 1,230만 명이 게임 속에서 함께 춤추고 날아다녔죠.
메타버스는 교육 용도로도 훌륭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지난 4월 캐나다 퀘벡의 한 고등학교는 메타버스로 수학여행을 대체했습니다. 코로나19로 그리스 수학여행이 취소되자, 학생들이 액션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 단체 접속해 고대 그리스를 탐험했던 것이죠. 이 게임은 고대 그리스를 생생하게 구현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교육 기관에서도 메타버스를 도입한 시도가 눈에 띕니다. 순천향대는 SKT와 손잡고 ‘메타버스 입학식’을 열었습니다. 실제 학교 캠퍼스 대운동장과 꼭 닮은 가상 공간이 구현됐는데요. 이곳에서 순천향대 신입생들은 총장 인사와 신입생 대표 입학 선서를 들었습니다. 아바타(학생)들이 자기소개하는 단상도 마련됐습니다. 신입생들은 학교로부터 받은 ‘웰컴박스’에 포함된 VR 헤드셋을 통해 입학식에 참석했습니다. 현실과 가상 세계가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 됐습니다.
앞으로 메타버스는 사무실 풍경도 바꿔놓을 것입니다. 훨씬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말이죠. 현대자동차는 메타버스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신차 디자인 품평회를 하기 위해 미국/독일/인도 등지에서 디자이너들이 한국으로 모여야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직접 차량 모형을 손수 깎거나 실제 대형 모델을 만들면서 회의를 진행해야 했는데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모형 한 대 가격은 최대 1억 원에 달했죠.
이젠 달라졌습니다. 현대자동차 디자이너들은 VR 헤드셋을 쓰고 각자 나라 사무실에서 회의에 참석합니다. ‘현대차 VR 개발 공간’에 접속해 출근하면 눈앞에 신차 모형이 펼쳐집니다. 다른 대륙의 동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손짓 한 번으로 자동차 색깔을 바꿉니다. 손동작으로 헤드램프와 계기판의 색상 및 재질을 바꾸기도 합니다. 자동차의 배경을 도시나 바닷가, 오프로드로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이 가상 회의가 가능해진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150억 원을 투자해 2019년 3월 내놓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덕분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Neptune)'의 혁신적인 디자인이 바로 이 시스템에서 탄생했습니다.
메타버스는 화상회의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생생하고 흥미로운 가상 세계를 만들어내는 중입니다. 앞으로 게임은 물론이고, 쇼핑이나 교육 등 일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은 산업입니다. 메타버스가 직장 업무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파티를 즐기는 메타버스 광장이 생겨날 수도 있죠. 향후 학교와 직장처럼 우리 삶의 공간을 바꿔 놓을 메타버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