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7 현대자동차
“오로지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태어난 자동차”. 미국의 유명 자동차 전문 매체 로드앤트랙(Road&Track)이 지난해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을 ‘2020 올해의 퍼포먼스카’로 선정하며 남긴 말이다. 이처럼 벨로스터 N은 운전의 재미를 강조한 차다. 수동변속기만이 선사할 수 있는 절도 있는 조작감과 더불어 변속기 조작이 익숙치 못한 운전자들을 위한 레브 매칭 기능을 제공해 2.0ℓ 터보 엔진이 내뿜는 고성능을 더욱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벨로스터 N을 시승한 기자들과 구매 고객들은 강력한 동력 성능과 뛰어난 핸들링과 더불어 수동변속기의 손맛과 직결감에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면허를 소유한 운전자에게 벨로스터 N은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였다. 또한 수동변속기 면허가 있다 하더라도 조작이 익숙치 않으면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이에 현대차는 N 브랜드의 고성능 핫해치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자동변속기의 운전 편의성을 갖춘 ‘N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 모델을 추가했다. N DCT 모델은 수동변속기보다 더 빠르고 다이내믹하다.
벨로스터 N에 탑재된 N DCT는 현대차그룹이 2019 HKIPC(현대·기아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최초로 발표한 스마트스트림 습식 8단 DCT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고성능 브랜드인 ‘N’ 네이밍을 갖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고성능 전용 기능을 더해 벨로스터 N에 보다 적합한 N DCT로 탈바꿈했다.
우선 N DCT는 소형차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건식 DCT와는 달리 습식 구조를 채택해 클러치 냉각 성능을 높였다. 변속기 내부의 냉각용 오일이 클러치가 적정 온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N DCT는 벨로스터 N에 탑재된 2.0ℓ 터보 엔진의 최대토크(36.0kgf.m)는 물론 최대 58kgf.m에 달하는 높은 토크에도 대응한다.
변속기 오일펌프는 습식 DCT를 건식 DCT와 구분 지어주는 가장 큰 특징이다. 오일펌프는 클러치 냉각과 기어 윤활에 필요한 오일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며, 일반적으로 기계식 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은 클러치 냉각이 필요치 않은 시점에도 오일펌프가 상시 작동해 불필요한 엔진 부하가 발생하곤 했다.
반면 현대차는 필요 시에만 작동하는 온-디맨드 타입의 전동식 오일펌프를 개발해 N DCT에 탑재했다. 새로운 오일펌프는 변속할 때 혹은 냉각이 필요할 때에만 적절한 양의 오일을 순환시킴으로써 엔진 동력 손실을 크게 줄인다. 결과적으로 냉각 효율과 더불어 전반적인 구동 효율이 늘어나 수동변속기와 다름 없이 엔진의 구동력을 바퀴로 온전히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고성능 차는 강력한 성능이 중요하지만, 그 성능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운전자가 받는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는 N DCT를 장착한 벨로스터 N에 별도의 변속 제어 로직을 추가해 가속을 비롯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역동적인 감성과 성능을 극대화했다.
가장 먼저 소개할 ‘N 파워 쉬프트(N Power Shift)’는 수동변속기 특유의 역동적인 변속감에서 착안한 기능이다. 쉬프트 업을 할 때 엔진 회전수를 제어함으로써 수동변속기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뒤에서 힘있게 밀어주는 듯한 느낌(Push Feel, 푸쉬 필)을 이끌어내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물론 이 같은 가속감이 자칫 위화감으로 느껴질 수 있어 특정 주행 모드에서 활성화 되도록 설정했다. 일반 주행 모드나 스포츠 모드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제한했고, N 모드에서만 활성화가 된다.
이 변속 로직의 변화는 단순히 감성의 영역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N 파워 쉬프트 기능은 가속 성능도 향상시킨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 발진 성능으로 튀어 나가게끔 돕는 런치컨트롤 기능과 함께 사용할 경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5.6초로 수동변속기 모델 대비 0.5초나 빠르다.
N DCT를 탑재한 벨로스터 N은 스포츠 주행을 사랑하는 운전자는 물론, 고성능 자동차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즐거움을 안겨줄 만한 기능까지 구비했다. 바로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의 제안으로 도입된 ‘N 그린 쉬프트(N Grin Shift)’다. 활짝 웃는다는 뜻의 ‘Grin’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기능을 활성화하고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버튼 조작 한 번 만으로 엔진 부스트가 최대로 발동함과 동시에 변속기 역시 가속에 최적화된 로직으로 바뀌어 약 20초 동안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급휘발유를 주유했을 경우 일부 구간에서 오버 부스트 기능까지 구현되어 한층 더 파워풀한 성능을 보여준다.
운전자는 트랙에서 기록 향상을 목표로 하거나 시트에 몸이 파묻히는 가속 쾌감을 느끼고 싶을 때 N 그린 쉬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물론 ‘에브리데이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벨로스터 N답게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도 고속도로 진입이나 추월과 같이 다양한 상황에서 이러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파워트레인의 최고 성능을 끌어내는 기능이기에 구동계의 과부하를 최소화하고자 사용 이후 3분간은 재사용이 제한된다.
레이싱 트랙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가장 중요한 테크닉 중 하나는 바로 적절한 기어 변속이다. 그러나 트랙 주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나 일반 운전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최적의 변속 타이밍을 익힐 수 있다. 하지만 N DCT에 적용된 ‘N 트랙 센스 쉬프트(N Track Sense Shift)’만 있으면 누구나 트랙에서 숙련자와 흡사한 느낌의 주행을 이어갈 수 있다.
N DCT가 장착된 벨로스터 N은 차량에 탑재된 각종 센서를 통해 횡·종가속, 브레이크 압력, 가속페달 개도량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급격한 코너를 빠르게 돌아 나가거나 급제동, 급가속과 같은 역동적인 주행 여부를 판단한다. 이와 같은 주행 상황이 일정시간 이상 반복하여 감지되는 경우 현재의 주행 환경이 트랙 혹은 와인딩 주행 등 스포티한 주행 상황이라고 판단해 자동으로 N 트랙 센스 쉬프트를 활성화한다. 이때 클러스터 상단 기어단수 표시 옆에 ‘N Track Sense’ 인디케이터로 N 트랙 센스 쉬프트가 활성화 되었음을 알려준다.
기능이 작동하면 코너 진입 전 속도를 줄일 때 자동으로 기어를 낮춰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해 엔진브레이크를 걸고, 코너링 중에는 코너 탈출 이후 필요한 가속력 확보를 위해 변속 단수를 저단으로 유지한다. 이와 같이 트랙 주행에 적합한 기어 단수와 변속 타이밍을 수시로 계산해 운전자가 코너 진입과 탈출, 그리고 스티어링 휠 조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N 트랙 센스 쉬프트의 핵심이다.
레이서 출신의 연구원이 N 트랙 센스 쉬프트의 개발을 맡아 실제 레이싱 상황에서 프로 드라이버 수준에 가까운 변속이 가능하도록 세팅이 됐다. N DCT의 이러한 뛰어난 기능들 덕분에 수동변속기 모델 대비 서킷 랩타임도 1초 가까이 단축됐다.
흔히 수동변속기를 두고 자동차를 수족같이 다룰 수 있는 장비라고 일컫는다. N DCT는 D 모드에선 평범한 자동변속기처럼 작동하면서도 뛰어난 가속 성능과 효율성을 자랑한다. 동시에 수동 모드에서는 최대한 운전자의 의지를 존중하도록 설계됐다. 가령 일반 차는 연비를 고려하고 변속기 보호 기능이 보수적으로 작동해 운전자가 원치 않은 상황에서도 변속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나 N DCT는 수동변속기와 마찬가지로 엔진 회전수가 높게 치솟아도 자동으로 기어를 바꾸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N DCT의 수동 변속 모드에서는 색다른 감성도 확인할 수 있다. 수동 변속 모드를 지원하는 자동변속기는 기어 노브 수동 조작으로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의 구성은 쉬프트 다운 시에는 기어 노브를 밑으로 잡아당기고, 쉬프트 업 때는 기어 노브를 위로 밀어 올린다. 그러나 N DCT는 물리 법칙에 따라 이와 반대로 구성됐다. 가속 시 운전자의 몸이 뒤로 젖혀지는 것에서 착안한 방식이다. 그에 따라 쉬프트 업을 위해서는 기어 노브를 잡아당기고, 쉬프트 다운 시에는 기어 노브를 미는 방식이 적용됐다.
더욱이 N DCT는 숙련된 수동변속기 운전자가 직접 변속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기어를 바꾸는 솜씨를 자랑한다. 실제 80km/h에서 12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추월 가속)이 수동변속기 대비 0.3초가 빠르다. 또한 ‘팝콘 튀기는 소리’로 익히 알려진 쉬프트 업 ‘뱅(Bang)’ 사운드가 한층 더 다이내믹하게 다듬어져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현대차는 단순히 벨로스터 N에 새로운 변속기만 더한 것이 아니라, N DCT 모델을 위해 섀시도 다시 세팅했다. DCT는 한결 빠르고 쾌적한 변속을 위한 장치들 때문에 수동변속기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N DCT를 장착한 벨로스터 N은 수동변속기 버전보다 약 50kg가량 무겁다. 게다가 전후 무게 배분도 달라져 핸들링 특성을 비롯한 차체 움직임 전반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다. 이에 현대차는 N DCT 버전의 최적화를 위해 서스펜션을 구성하는 스프링, 범프 스톱퍼, 댐퍼, 안티 롤 바, 캠버 등 세세한 부분을 다듬었다.
N DCT를 장착한 벨로스터 N은 수동변속기를 다루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포용하며 더욱 인기있는 스포츠카로 거듭날 전망이다. N DCT 모델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변속기만 DCT로 교체한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비디오 게임을 연상케 하는 고성능 특화 기능과 섀시 세팅까지 더해져 고성능 자동차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운전자에게도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사할 것이다. 이처럼 벨로스터 N은 변속기의 변화 하나만으로 운전 편의성과 역동적인 감성, 날카로운 고성능까지 아우르는 만인을 위한 스포츠카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