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0 제네시스
럭셔리 세단이 갖춰야 하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소재의 적용, 그리고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탑승자를 든든하게 지원하는 첨단 편의장치와 안전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들을 대체할 만큼 중요한 럭셔리 세단만의 핵심 조건이 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기술, 개발자들의 노하우와 오랜 담금질이 담겨 있는 주행 성능 관련 기술이다.
럭셔리 세단이라면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춰야 하는’ 3대 기본기가 필수다. 여기에 민첩한 응답성은 물론, 탑승부터 하차까지 모든 순간의 안락한 승차감과 정숙성 역시 럭셔리 세단이 갖춰야 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시장에서 럭셔리 세단에 바라는 주행 성능의 기준은 매우 높다. 게다가 취향이 다양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3세대로 진화한 제네시스 G80는 든든하고 민첩한 핸들링에 더불어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개발자들의 철학과 노력이 담겨 있다. 반비례 관계인 핸들링과 승차감이라는 두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모든 자동차회사들의 오랜 숙제다.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곳곳에 숨겨진 기술을 들여다 보자.
3세대 G80가 안정감 있고 편안한 승차감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완전히 새로워진 3세대 후륜구동 플랫폼이다. GV80를 통해 먼저 소개되었던 3세대 플랫폼은 제네시스의 후륜구동 모델을 위해 개발됐다.
자동차의 밑바탕이 되는 새로운 플랫폼의 개발은 G80의 다양한 성능 개선을 이끌어 냈다. 우선 평균 인장 강도가 이전 세대 대비 6% 늘었고, 차체와 섀시에 경량 소재를 적용하며 무게 역시 6.1% 줄었다. 고강성과 경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새로운 제네시스의 3세대 플랫폼은 승차감, 핸들링, 안전성, 연비 등 여러 부분의 성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됐다.
G80에 적용된 3세대 플랫폼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자동차에서 가장 무거운 부분을 최대한 낮게 배치한 저중심 설계다. 이러한 설계를 바탕으로 파워트레인의 위치가 낮아지며 보다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으며, 낮아진 무게중심 덕분에 더욱 안정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동시에 보다 넓은 승객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3세대 G80는 이전 모델 대비 엔진 위치가 15mm 낮아졌다. 차량에서 가장 무거운 부분인 엔진의 위치가 지면에 가까워진 만큼 고속주행 시 주행 안정감과 핸들링이 크게 향상됐다. 더불어 앞좌석과 뒷좌석 시트 높이를 각각 5mm, 15mm 내려, 전고가 낮아졌음에도 여유 있는 레그룸과 헤드룸을 확보했다.
더불어 G80는 앞쪽 서브 프레임과 뒤쪽 크로스 멤버의 소재 개선으로 주행 성능 향상을 꾀했다. 먼저,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가 얹어지는 부분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했다. 또한, 이전 세대보다 서브 프레임과 크로스 멤버의 단면을 넓혀 강성을 강화했다. 이와 같은 소재와 구조 변경은 무게를 줄이고 강성을 보강한다. 동시에 충격과 진동 흡수에 효과가 있는 알루미늄 소재 특성을 살려 승차감과 정숙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후륜구동 방식의 특성상 뒷차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리어 프레임과 크로스 멤버 연결 부위의 부시 지름도 키웠다. 이전 세대에서 각각 80mm, 85mm였던 부시 지름을 3세대에서는 앞뒤 동일하게 100mm로 키워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잡았다.
알루미늄 적용으로 가벼워진 서스펜션 부품들은 언스프렁 매스¹를 줄여 타이어의 노면 접지력을 높이고, 핸들링 성능과 승차감 향상은 물론 차량의 전체 중량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덕분에 3세대 G80는 이전 세대에 비해 공차 중량이 125kg 줄었다. 차량 무게가 줄어들며 연료 소비효율 향상은 물론 경쾌하고 민첩한 주행 감성도 가능해졌다.
¹언스프렁 매스(unsprung mass; 현가하질량, 스프링하질량): 서스펜션의 스프링보다 아래에 위치한 휠과 타이어 등을 포함하는 무게
서스펜션도 새롭게 진화했다. 구조는 이전 세대와 같이 앞/뒤 멀티링크지만, 세부적인 설계 개선을 통해 더 나은 승차감을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륜 서스펜션의 어퍼암을 기존 듀얼에서 싱글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조향 응답성과 정교함을 개선한다. 어퍼암의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바퀴와 연결된 앞차축이 킹핀축²을 기준으로 회전할 때 움직임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킹핀축의 흔들림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간결해진 어퍼암은 언스프렁 매스를 줄여 승차감 역시 향상시킨다.
²킹핀축(kingpin axis): 서스펜션 어퍼암과 로어암 지오메트리에 의해 결정되는 차축의 가상 회전축
후륜 서스펜션의 경우, 어시스트 암 배치를 주행 방향 앞쪽에서 뒤쪽으로 옮겼다. 자동차가 선회할 때 횡방향 응답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뒷차축의 충분한 횡강성과 횡력 스티어³ 대응이 필요하다. 어시스트 암을 뒤쪽으로 옮기면 서스펜션의 횡강성과 횡력 스티어가 개선되며, 주행 시 진동이 줄어들고 주행 안정성이 높아진다.
³횡력 스티어(side force steer): 자동차 선회 시 타이어 접지부에 횡력이 작용하면 현가장치에 힘이 가해지며 타이어 진행 방향이 틀어지는 현상으로, 특히 후륜 서스펜션 특성에 의해 뒷타이어가 비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G80에는 소재와 구조 개선을 통한 주행 안정감 개선 외에도 안락한 승차감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기술도 적용됐다. GV80에서도 소개되었던 이 기술은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이용해 전방의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해당 노면에 적합하게 서스펜션 감쇠력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과속 방지턱과 같이 튀어나온 부분이나 포트홀처럼 움푹 팬 부분을 사전에 인지하고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까닭에 차체 상하 움직임과 충격이 줄어든다.
앞 서스펜션의 구조를 바꾸면서 스티어링 랙과 킹핀축 사이의 거리를 줄인 것도 스티어링 응답성을 끌어올렸다. 일반적으로 랙과 킹핀축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랙 이동에 의한 타이어 회전이 빨라져 스티어링 응답성도 개선된다. 킹핀축이 다수의 가상축이고 휠 센터 근처에 위치해 있으므로 랙과 휠 센터 좌표 사이의 거리를 비교해 보면 이전 세대 대비 전후 거리 25mm, 상하 거리 47.5mm가 줄었다. 새롭게 선보인 G80에서는 이렇게 미세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민첩한 스티어링 응답성을 느껴볼 수 있다.
아울러 3세대 G80는 조향 성능을 더 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스티어링의 가변 기어비(VGR; Variable Gear Ratio)를 더 키웠다. 여기서 말하는 스티어링 기어비란 조향을 위해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스티어링 랙바가 이동하는 비율을 말한다.
기어비가 높은 경우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돌려도 차량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어비가 낮은 경우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차량의 반응이 더디게 느껴진다. 기어비가 높으면 짧은 코너가 반복되는 구간에서 거동이 민첩해지지만, 고속 직진구간에서는 작은 스티어링 휠 조작에도 차가 민감하게 반응해 안정감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어비가 낮으면 고속에서 직진 안정감이 좋지만 짧은 코너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차의 움직임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차이가 생긴다.
이런 기어비의 특성을 반영해 모든 구간의 장점을 살려낸 기술이 바로 가변 기어비다. 주행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기어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간별 기어비를 다르게 조정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고속 직진 주행에서는 기어비를 낮춰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고, 회전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기어비를 높여 민첩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전 세대에서는 스티어링 가변 기어비가 59 - 62mm/rev였지만, 3세대 G80는 66.5 - 74 - 63mm/rev로 가변 기어비에 변화를 줬다. 전반적으로 높아진 기어비는 운전자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조향 응답성을 높여준다. 즉, 스티어링 감각이 이전보다 더 민첩해졌다는 뜻이다.
G80 주행 성능의 또 다른 특징은 불편한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 뛰어난 정숙성이다. 3세대 G80는 주행 중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차체 패널, 창문 등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소리를 모두 잡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다. 가장 먼저 살펴볼 곳은 앞서 다뤘던 승차감 향상에 일조한 앞쪽 서브 프레임과 뒤쪽 크로스 멤버다.
기존 대비 강성 향상을 위한 구조가 반영된 서브 프레임, 그리고 면적을 키운 후륜 크로스 멤버의 부시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을 줄여준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실내에서 느껴지는 노면 소음과 진동은 주행 중 노면의 크고 작은 요철과 타이어의 마찰 또는 충격으로 발생하며, 타이어와 서스펜션, 차체를 거쳐 실내로 전달된다. 따라서 플랫폼과 서브 프레임 및 크로스 멤버의 구조와 형상 개선을 통해 노면 소음과 진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
G80에는 노면 소음을 보다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기술이 한 가지 더 적용됐다. 기존에도 고급차에 적용된 바 있는 공명음을 저감시키는 중공 흡음 휠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명음이란 주행 중 타이어 진동에 의해 휠과 타이어 사이 빈 공간의 압력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200Hz 대역의 음압을 의미한다. 이렇게 발생한 공명이 타이어를 거쳐 서스펜션과 차체로 전해지며 실내의 불쾌한 진동과 소음을 유발한다.
18, 19, 20인치 등 G80의 모든 사이즈의 휠에 적용된 공명음 저감 기술은 사각 항아리 형태의 헬름홀츠 공명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 공명기는 200Hz 대역의 공명을 걸러내 불쾌한 노면 소음을 줄인다. G80의 실내에서 주행 중 노면 소음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처럼 섀시와 휠에 적용된 다양한 NVH 기술 덕분이다.
3세대 G80는 풍절음을 줄이기 위해 모든 도어의 실링을 3중으로 처리했다. 일부 경쟁 차종의 경우 도어 하단부와 유리가 맞닿는 부분만을 3중 실링으로 제작하고, 그 외 부분은 2중 실링으로 마무리 해 풍절음을 완벽히 걸러내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3세대 G80는 도어가 차체와 맞닿는 모든 부분을 3중 실링으로 마무리했다. 그 외에도 차량 전면과 전석, 후석 도어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기본으로 적용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줄였다.
엔진룸에서 넘어오는 엔진 소음을 저감하기 위한 기술도 추가됐다. 제네시스의 3세대 플랫폼 덕분에 길이가 극대화된 히터 호스를 통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엔진 소음을 줄인 것이다. 엔진과 차체 대시(Dash) 부분을 연결하는 히터호스는 엔진 진동이 차체로 전달되는 중요한 경로로, 고무재질의 히터 호스 길이가 길어지면 절연 성능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엔진룸을 감싸는 더스트 커버부의 마운팅 방식을 4점으로 바꾼 점도 눈에 띈다. 더스트 커버부는 대시 판넬에서 스티어링 기구가 관통하는 부위로 기존 3점식을 사용한 마운팅 방식과 비교해 4점방식을 사용하면, 실링 패드가 보다 안정적으로 대시 판넬에 밀착되어 엔진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아울러 대시보드와 맞닿는 부분에 최적화 된 흡음재를 적용해 승객에게 전달되는 엔진 소음을 최소화 했다.
더불어 3세대 G80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ctive Sound Design, 이하 ASD)이 적용되어 주행의 감성 품질을 한층 높였다(가솔린 2.5T, 3.5T 기준). ECO, COMFORT, SPORTS 등 각 주행 모드에 따라 엔진 음색이 변화하도록 튜닝되어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소음 저감 기술들을 바탕으로 ASD는 스포티한 가상 엔진음을 승객실에 전달해 개선된 주행 성능을 더 극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3세대 G80가 그 어떤 세단보다 날렵한 핸들링을 뽐내면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고 정숙한 실내 공간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덕분이다. 하지만 G80의 우수한 주행 성능은 비단 핸들링과 승차감, NVH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 시스템을 바탕으로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주행 성능도 갖고 있다. 도로 위에서 만나게 되는 G80의 주행 성능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