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5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 제조사들은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탑승자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 관련 단체 역시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의 안전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수십 년 전부터 연구해 왔다. 여기서 얻은 연구 결과를 자동차 충돌안전평가에 지속적으로 반영한 덕분에 자동차의 안전도는 큰 폭으로 개선됐다.
자동차 충돌안전평가는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중 가장 까다로운 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이하 IIHS)의 충돌안전평가다. 1959년 설립된 IIHS는 미국 내 80여 개 보험사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곳으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유로 NCAP과 더불어 가장 공신력 있는 자동차 안전관련 연구기관이다. 매년 미국 시장에 출시된 수백 대의 신차를 대상으로 충돌시험을 진행하며, 이 충돌시험 결과는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보험사가 해당 차종의 보험료를 책정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IIHS 충돌안전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 충돌안전평가 가운데 가장 가혹한 IIHS의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어느 나라에서나 안전한 자동차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IIHS의 충돌안전평가 기준은 최근 몇 년 사이 한층 엄격해졌고, 평가 종류도 더 다양해졌다. 충돌 안전성은 오프셋 충돌 테스트, 스몰오버랩, 측면 충돌, 지붕 강성, 헤드레스트와 시트의 탑승자 보호 성능 등으로 세분화한 뒤, 차량의 구조적인 안전성과 사고 후 탑승객의 신체 피해 등을 살피고 있다.
또한 IIHS는 매년 충돌안전평가의 결과를 종합해 발표하는 IIHS 어워드를 진행한다. 그해 가장 안전한 차와 브랜드를 소개하는 시상식이다. 지난 2월 13일 발표된 2020 IIHS 어워드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총 17개 모델이 선정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많은 차종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올해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총 64개 모델이 충돌 테스트를 거쳤다. 그중 현대차그룹의 3개 모델 현대차 넥쏘, 제네시스 G70, G80가 가장 안전한 차량을 의미하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 이하 TSP+)’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차량을 인식해 긴급 제동하는 성능을 평가하는 충돌 회피 및 완화 시스템(Front Crash Prevention System)의 차량 대 차량(vehicle-to-vehicle) 부문에서 최우수 등급을, 그리고 헤드램프 성능 테스트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한 덕분이다.
또한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i30(현지명 엘란트라 GT), 벨로스터, 쏘나타,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8개 모델과 기아차 K3(현지명 포르테), 쏘울, 스팅어, 스포티지, 쏘렌토, 텔루라이드 등 6개 모델이 안전한 차량에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 (Top Safety Pick, 이하 TSP)’에 선정되어 세계 최고수준의 충돌안전성을 입증했다.
참고로 올해 TSP+에는 마쓰다 5개 모델, 스바루 4개 모델, 메르세데스-벤츠 2개 모델, 렉서스 2개 모델, 그리고 혼다, 도요타, 아우디, 닛산, 아큐라, 캐딜락의 각각 1개 모델이 선정됐다.
TSP+는 모든 테스트 부문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받을 수 있는 등급으로, 충돌 안전성 항목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충돌 회피 및 완화 시스템과 헤드램프 성능 테스트에서도 높은 수준의 안전 성능을 갖추어야 한다. TSP+는 자동차 안전 설계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안전도 평가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하여, 지난 2013년 신설한 차량 안전 등급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2020 IIHS 어워드 수상은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최신 차체 설계 기술을 적용하는 동시에 가볍고 단단한 강판 사용 비율을 대폭 확대해 충돌안전성을 높였으며, 2차 충돌로 인한 상해의 위험성을 낮추는 다양한 기술도 적용했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상세히 알아보자.
1. 최고 수준의 충돌안전성을 확보한 다중골격 구조
IIHS는 2012년부터 스몰오버랩 충돌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스몰오버랩은 차량 전면 25% 면적의 고정 벽면을 64km/h의 속도로 충돌하는 가혹한 테스트로, 차량의 충돌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정면충돌 시 충격을 대부분 흡수하던 사이드 멤버의 옆을 비켜서 충돌하는 테스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IIHS의 스몰오버랩이 시행되면서 새로운 안전 개념의 차체 설계를 고민해야만 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정면충돌 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다중골격 구조 설계를 도입해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승객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크게 줄였다. 전방 측면에 전달된 에너지가 전방 구조 전체에 분산될 수 있도록 서브프레임의 폭을 넓히고 사이드 멤버와 주변 골격 부재의 연결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2. 차체 주요 부위에 폭넓게 적용한 고강도강 및 핫스탬핑강
아울러 차체 주요 부위에 고강도강 및 핫스탬핑 적용 부품을 폭넓게 사용해 승객실 강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다중골격 구조 엔진룸으로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승객실 강성을 높여 탑승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가령 8세대 쏘나타는 150K급 고강도강을 확대 적용하고, 대시 크로스 멤버나 리어 로어 멤버와 같은 주요 변형 억제 부위에 핫스탬핑 부품을 적용했다. 덕분에 평균 강도가 이전보다 3%가량 높은 70.7kgf/㎟까지 향상됐다. 참고로 이런 설계는 차체 경량화에도 도움을 준다. 8세대 쏘나타의 차체 골격 무게는 324.6kg으로 이전보다 24kg 가볍다.
3. 까다로운 조건의 자체 충돌시험 실시
현대차그룹은 외부 기관의 충돌안전평가보다 더 다양하고 까다로운 조건의 자체 충돌시험을 실시해 충돌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교통사고는 충돌안전평가보다 더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때 보통 150회 이상의 충돌 시험을 거쳐 차량 안전 설계를 검증하고 있다. 스몰오버랩의 경우에는 64km/h에서 25% 오프셋 충돌, 40km/h에서 30° 전측면 충돌 등 두 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고, 후방 안전은 48km/h에서의 충돌과 80km/h에서의 70% 부분 충돌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측면 안전은 29km/h에서 90° 각도로 기둥과 충돌하는 상황과 32km/h에서 75° 각도로 기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나눠 진행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속도와 충돌 방향으로 진행되는 자체 충돌시험은 현재 충돌안전평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뿐만 아니라 평가기관이 앞으로 시행할 충돌 항목(유럽의 신오프셋 MPDB, 파 사이드-Far Side 측면충돌, 북미 차기 NCAP 등)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참고로 IIHS는 2017년부터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조수석 방향까지 확대했다. 일부 자동차 회사가 안전도 평가를 위해 운전석에만 스몰오버랩 대응 설계를 도입하자, 조수석에도 이를 추가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전방위적 안전 설계는 이런 새로운 충돌시험에서도 높은 안전성을 증명하고 있다.
4. 다양한 선행 안전기술 도입
현대차그룹은 세분화된 충돌안전평가를 만족하기 위해 다양한 선행 안전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TSP+를 획득한 수소전기차 넥쏘에는 스몰오버랩 충돌 시 해당 부위 휠을 차체 바깥쪽으로 이탈시키는 ‘거동 제어 기술’을 적용해 사고 후의 거동 안전성을 높였다. 충돌 시 차체가 회전하지 않고 비스듬히 회피하며 직진하도록 유도해 탑승자의 부상 가능성을 낮추는 기술이다. 거동 제어 기술은 차체가 회전하며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에 대한 위험도 줄인다. 넥쏘는 2018년 유로 NCAP에서 수소전기차 최초로 별 5개의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했고, IIHS에 2년 연속 TSP+에 선정되며 우수한 안전성을 입증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유로 NCAP에서 올해부터 시행하는 파 사이드(Far Side) 측면충돌 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개발했다. 파 사이드 측면충돌 평가는 32km/h에서 75° 각도로 기둥과 충돌하는 시험이다. 비스듬한 각도로 충돌하기 때문에 1열 탑승자의 상체가 서로 부딪히며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센터 사이드 에어백은 이런 측면충돌 시 1열 가운데에서 전개되어 사람과 사물은 물론,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2차 충돌을 방지한다. 운전자 상체의 측면 이동량을 줄이고 탑승자의 신체가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착좌자세가 다양해지는 자율주행 차량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미래형 안전 사양으로 제네시스 GV80를 시작으로 이후 출시되는 대부분의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전 세계 안전도 평가기관의 기준은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따라서 신차를 개발할 때, 미래의 안전 기준을 미리 예측하고 충족시켜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충돌 시험 동향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으며, 강화될 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충돌안전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사고에서 탑승자를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