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7 현대자동차그룹
매년 초 미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이 개최된다. 슈퍼볼은 경기 당일 미국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 수억 명의 팬이 시청하는 대회다. 54회를 맞는 올해 경기는 현지 시각으로 2월 2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개최됐다. 경기를 중계한 폭스(FOX) 방송사는 미국 내에서만 1억200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슈퍼볼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만큼 슈퍼볼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광고를 선보이는 자리로도 유명하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볼은 세계 최대의 광고 대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슈퍼볼 30초 광고의 1회 방송 단가는 최대 560만 달러(한화 약 66억원)로 1초당 2억 원이 넘는다. 이번 슈퍼볼에 등장한 광고는 총 62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제네시스 역시 올해에도 슈퍼볼에서 광고를 선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수년째 슈퍼볼에 광고를 집행해왔으며,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를 내보냈다.
현대차는 ‘스마트 파크(Smaht Pahk)’라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 최근 미국에 출시한 8세대 쏘나타의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위트 있게 소개했다. 정식 영어 표현인 ‘Smart Park’가 아닌 것에 포인트가 있다.
미국 동부 보스턴을 배경으로 한 이 광고에는 미국 보스턴 출신의 유명인 4명이 등장한다. 캡틴 아메리카로 잘 알려진 배우 크리스 에반스와 배우 겸 감독인 존 크래신스키, 그리고 배우 겸 코미디언인 레이첼 드래치와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적인 선수 데이비드 오티즈가 그 주인공이다.
광고는 신형 쏘나타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RSPA)으로 보스턴 도심의 좁은 공간에 주차를 성공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차량 한 대가 간신히 들어갈 것처럼 좁은 주차 칸 앞, 존 크래신스키가 쏘나타에서 내린다. 이후 스마트키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작동시켜 주차하는데, 이 모습을 본 크리스 에반스와 레이첼 드래치가 보스턴 특유의 억양으로 놀라는 과정이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이 광고의 영문 제목이 ‘Smart Park’가 아닌 ‘Smaht Pahk’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 발음을 거의 내지 않는 보스턴 특유의 억양 때문인 것이다.
기아차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NFL 라스베이거스 라이더스 팀 소속 미식축구 선수로 거듭난 조시 제이콥스의 드라마틱한 성장기를 광고에 담았다. ‘한계를 모르는 강인함(Tough Never Quits)’이란 제목의 이 광고는 조시 제이콥스가 집 없이 빈민가를 떠돌던 유년기 시절의 자신을 만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라며 격려하는 가상의 모습을 소개한다.
조시 제이콥스는 광고에서 미국 출시를 앞둔 소형 SUV ‘셀토스’를 타고 등장한다. 광고는 도전을 거듭해 스포츠 스타가 된 조시 제이콥스처럼 셀토스도 도전 정신의 결정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브랜드 최초로 슈퍼볼 광고를 선보인 제네시스는 ‘송별 파티(Going Away Party)’ 편을 통해 제네시스 최초의 SUV인 ‘GV80’를 소개한다. 이 광고에는 미국 엔터테인먼트계의 파워 커플인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와 배우 겸 모델 크리시 티건 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 부부는 파티에 참석해 ‘고루한 럭셔리(Old Luxury)’에게 이별을 고하고, 이를 대신할 ‘젊은 럭셔리(Young Luxury)’를 소개한다. 광고 제목이 송별 파티인 이유다.
이들 부부가 젊은 럭셔리를 대변하는 존재로 소개한 차량은 제네시스 GV80다. 파티장에서 계단에 오른 크리시 티건이 전통적인 럭셔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관습을 지적하며 새롭고 젊은 럭셔리를 소개한다. 이후 GV80를 탄 존 레전드가 등장한다. 역동적인 우아함, 혁신적인 럭셔리라는 가치를 담은 GV80가 기존 프리미엄 SUV들을 대신할 새로운 차량이라는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제네시스는 광고를 공개한 직후 GV80를 미국에 공개했다.
세 브랜드가 공개한 슈퍼볼 광고는 단기간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미국 매체들은 올해 방영된 62개의 슈퍼볼 광고 중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들에 대해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989년부터 슈퍼볼 광고 선호도(USA Today Super Bowl AD Meter)를 조사해온 미국 종합일간지 USA 투데이는 실시간 온라인 투표를 집계한 결과 현대차의 스마트 파크 광고가 10점 만점 중 6.98점으로 종합 2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기아차의 광고는 6.19점으로 종합 8위, 제네시스 광고는 5.3점으로 종합 28위에 올랐다.
미국 광고전문지 애드에이지(AdAge)는 62편의 슈퍼볼 광고를 일일이 평가했다. 현대차 광고에 대해선 “보스턴 출신 배우들의 대화가 재밌다. 보스턴에서 유명한 노래를 광고에 삽입하는 등 재치 있는 디테일이 돋보인다”고 평가하며 5점 만점 중 4.5점을 매겼다. 기아차 광고에 대해선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라고 밝혔고, 제네시스 광고에는 “고급차에 유머를 접목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존 레전드가 광고에서 말했듯 누군가는 유쾌한 럭셔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법은 효과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 방송사 CNN은 2020년 슈퍼볼 광고의 성패를 분류하며 간단한 평가를 남겼다. CNN이 선정한 11개의 성공한 광고에는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광고가 올랐다. CNN은 현대차 광고에 대해 “보스턴 출신 유명인을 활용해 재미를 살리면서 멋진 기술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제네시스 광고는 “존 레전드와 크리시 티건 부부를 캐스팅한 게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미국 광고 평가 기관 에이스 메트릭스(Ace Metrix)는 500명 이상의 미국 시청자들이 투표한 결과를 공개하며 현대차의 스마트 파크 광고가 최고의 슈퍼볼 광고에 선정됐다고 알렸다. 현대차 광고는 평균 점수 540점을 웃도는 738점을 기록해 최고의 광고에 등극했다. 현대차 광고는 에이스 메트릭스가 부문별로 나눠 선정한 결과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슈퍼볼 광고 1위, 가장 마음에 드는 슈퍼볼 광고 4위를 차지했다. 기아차의 광고는 가장 강력한 슈퍼볼 광고 2위, 가장 진심 어린 슈퍼볼 광고 4위에 올랐다.
한편, 세 브랜드의 광고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1월 27일 공개된 현대차 스마트 파크 광고는 2월 7일까지 약 4,200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4,7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가장 많이 추천을 받은 댓글은 “모든 유튜브 광고가 이렇다면 넘기지 않고 끝까지 볼 것이다”였다.
기아차와 제네시스의 슈퍼볼 광고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월 29일 등록된 기아차 광고는 1,055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약 180개 댓글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댓글은 “잠깐이지만 최고의 광고였다. 이게 진짜 광고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내용이었다. 제네시스 광고 역시 일주일 동안 약 2,700만 조회 수와 600개 이상의 댓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