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4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각국이 환경오염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탄소 줄이기에 나서며,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수소에너지 활용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하에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각국의 정부뿐만 아니라 소재부터 화학, 에너지,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도 수소 관련 산업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현재 수소 사회로의 진입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주요 선진국의 수소 경제 로드맵과 전략, 진행 현황을 확인해봤다.
미국은 2013년 민관 파트너십인 ‘H2USA’와 ‘H2FIRST’를 설립하고, 민간 기업과 정부 기관이 함께 수소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있다. 2019년 기준 미국 전체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는 약 7,937대(누적)로 세계 최대 규모다. 수소전기차 보급뿐만 아니라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련 산업이 가장 활발한 캘리포니아주에는 현재 수소충전소 45개가 운영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2023년까지 충전소 설립에 매년 240억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1,000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의 생산과 운송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수소를 천연가스 수송관을 활용해 공급하는 ‘Wind2H2’ 프로젝트다.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해 친환경성을 극대화하고, 기존의 공급망을 활용해 경제성을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수송 분야의 개발 역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화제가 된 친환경 트럭 제조업체 ‘니콜라’가 대표적이다. 2015년 설립된 니콜라는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20km)을 갈 수 있는 수소 트럭을 개발 중이며, 2023년부터 양산할 계획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8일 2050년까지 유럽 전역의 탄소중립¹ 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시스템 통합 전략과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에너지 시스템 통합 전략은 에너지 사용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효율을 높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가령 자동차가 건물 지붕 솔라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로 움직이고, 건물이 근처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난방을 하며, 공장은 해상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수소로 가동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통합 에너지 시스템 내에서 수소가 산업, 운송, 전력, 건축 전 부문에서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CO2를 감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소 전략의 단계별 접근 방식도 제시했다.
유럽연합의 수소 전략 1단계는 오는 2024년까지 수전해 수소 생산 설비를 6GW급으로 구축해 연간 그린 수소 생산량을 100만 톤까지 늘리는 것이다. 그린 수소란 생산 과정에서 CO2 배출이 없는 수소로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친환경 전력을 활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만든 수소다. 이미 유럽의 연간 수소 생산량은 약 980만 톤이지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그린 수소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소 생산 방식을 점차 변경하려는 것이다. 2단계는 2030년까지 수전해 수소 생산 설비를 40GW급으로 증축해 연간 그린 수소 생산량을 1,000만 톤까지 증량하는 것이며, 3단계는 2050년까지 탈탄소화하기 힘든 부문에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수소를 보급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단계별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산업계, 시민사회, 각 국가 정부, 투자은행 등이 참여하는 ‘유럽 청정수소 연맹(European Clean Hydrogen Alliance)’을 출범했다.
참고로 유럽 내에서 수소 사회 진입을 위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50%로 설정하고 수소에너지를 미래 에너지원으로 지정했다.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의 잉여 전력을 활용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수소에너지 활용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열차를 선보였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차 180만 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를 1,000개소 규모로 확대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¹ 탄소중립: CO2를 배출한 만큼 CO2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CO2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일본은 2014년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수소전기차 출시와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 등을 반영한 개정판을 2016년 다시 발표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수소 기본 전략을 수립해 부처별 규제 개혁과 기술 개발 및 인프라 정비 등의 정책을 하나로 통합해 수행 중이다. 일본은 저비용 수소 공급 체계 구축, 국제 수소 생산 및 공급망 개발, 수소의 수송과 저장을 위한 에너지 캐리어 개발 등 원활한 수소 공급망 확보를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점차 자국 내 수소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게 되면 일본 내에서 생산하는 수소만으로 사용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국가와 협력해 미리 저렴하게 수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 두려는 계획이다.
일본은 수소에너지의 수급 문제뿐만 아니라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수소충전소가 140여 개로 가장 많은 국가다(2020년 6월 기준).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와 혼다가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고, 가정 난방용 수소연료전지 보급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수소에너지 활용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80만 대, 수소전기 버스 1,2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900개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모빌리티분야 뿐만 아니라 가정용 연료전지를 530만 대 보급하고 수소 가격을 현실화해 수소에너지 체계가 빠르게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하고, 최근에는 상용 수소전기차까지 양산하면서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다만 수소전기차의 보급량 대비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아직 시장 초기 단계다. 이에 정부는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7월 1일,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 경제 전략을 전담할 수소경제위원회를 출범했다.
수소경제 위원회는 경남과 호남, 중부, 강원 등 4곳에는 중규모 수소 생산기지를 설치하고, 2025년까지 소규모 수소 생산기지 40곳을 추가로 구축해 안정적으로 수소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런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660기를 추가로 확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 가격도 현실화할 예정이다.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충전 등 공급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현재 kg당 7,000~8,000원인 수소 가격을 2040년까지 3,000원 대로 낮출 계획이다.
참고로 수소경제 위원회는 수소 모빌리티와 연료전지, 액화 수소, 수소충전소,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 등 5대 분야에서 소재, 부품, 장비 개발을 추진해 2030년까지 수소 전문기업 500곳을, 2040년엔 1,000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외에도 수많은 국가가 수소 경제를 선점하고 수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에 유리한 지형 조건을 가진 호주는 남한 면적 5.5배 규모의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구축하고 있고, 중국은 ‘수소 굴기’를 선언하며 수소전기 버스, 수소전기 트럭 등 수소전기 상용차 개발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수소 경제 로드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다양한 나라의 수소 전략을 살펴보면 공통된 면모도 있지만, 중점을 둔 부분은 조금 차이가 있다. 가령 일본은 세계적인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책을 수립, 이를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유럽 내 탄소 배출량 저감을 빠르게 실현할 친환경 수소 생산 설비 구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글로벌 수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수소 기업 육성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 이는 국가마다 지리적 상황이나 수소 관련 기술 개발 현황,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미래 사회의 주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국의 수소 전략이 모두 수소 사회로 가는 거대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에너지 생산부터 유통, 가공, 활용 등 유기적으로 묶인 에너지 공동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