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가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이처럼 하나의 자동차 브랜드가 수십 년 이상 헤리티지를 쌓은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자동차는 당대 사회·문화를 반영한 산물이자 그 시대를 상징하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쏘나타의 디자인은 한국의 경제·문화 발전과 해외시장 요구에 맞춰 진화한 결과로, 시대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나타낸다.
선진 시장의 눈높이와 글로벌 트렌드에 걸맞은 과감한 디자인부터 절제된 균형미까지, 폭넓은 디자인 변화를 추구한 쏘나타는 정형화된 디자인 일색이었던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쿠페형 세단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렌드 팔로워’에서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는 ‘컨템포러리’로 진화한 쏘나타의 디자인에서 당시 사람들은 무엇을 원했고, 디자인 트렌드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세대별로 살펴봤다.
1980년대 한국에 ‘마이카 시대’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자가용을 소유하는 것이 하나의 자부심이 된 시기였다. 소비자의 관심도 소형차 중심에서 중형차 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그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현대차는 이런 배경 가운데 첫 고유 모델인 포니의 개발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밑거름 삼아 두 번째 고유 모델 스텔라를 1983년 출시했다.
스텔라의 디자인은 포니와 마찬가지로 *이탈디자인(Italdesign)의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맡았다. 외관은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롱노즈 웨지 스타일(Long Nose Wedge Style)’로 공기저항이 적은 쐐기형 보디에 윈드실드 경사를 낮춘 점이 특징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텔라의 외관 구성과 직선의 단정함은 유럽 세단과 흐름을 맞춘 결과였다.
*이탈디자인 : 자동차 디자인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카로체리아).
이어서 1985년에는 스텔라를 기반으로 상품성을 강화한 1세대 쏘나타(Y1)가 등장했다. ‘고급 중형차’로 개발된 쏘나타는 국산차 최초로 크루즈 컨트롤, 전동식 시트, 전동식 사이드미러 조절 등 고급 사양을 대거 탑재했다. 여기에 당시 국산차 최대 배기량인 1,997cc(2.0L) 엔진까지 내세워 경쟁사 1.5L급 중형차와도 확실한 거리를 두었다.
이런 성격은 외관에서도 드러났다. 유럽 자동차 디자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스텔라와 달리, 쏘나타는 범퍼,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펜더, 빗물받이, C필러 등 외관 곳곳에 반짝이는 금속 몰딩으로 한층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했다. 이는 전형적인 세단 디자인만 경험했던 당시 소비자들에게 강렬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한국 사회는 세계화의 길로 들어섰다. 전 세계의 이목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중심으로 나아간다’는 자신감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불러왔다. 1983년부터 1989년까지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단계별로 시행되는 등 해외 자동차를 직접 보고 경험한 소비자가 늘면서 국산차 역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국내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그 결실이 바로 88 서울올림픽과 같은 해 출시한 2세대 쏘나타(Y2)였다. 2세대 쏘나타는 현대차가 포니2와 스텔라로 캐나다 시장에 진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미국 시장을 선도하던 일본 중형차와 경쟁 가능한 상품성을 확보한 전략 모델이었다. 이때부터 쏘나타는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 시험대 역할을 맡아온 셈이다.
과거 미국에서는 연방 규정(FMVSS 108)에 따라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규격화된 헤드램프만 장착할 수 있었지만, 1983년에 해당 규정이 폐지되면서 차체와 헤드램프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에어로 다이내믹(Aero Dynamic)’ 디자인이 대세로 떠올랐다. 2세대 쏘나타는 이와 같은 세계적인 트렌드를 국내 소비자에게 처음 소개한 모델이었다.
외관에서는 공기역학적으로 가다듬은 매끈한 실루엣의 클린 보디 디자인, 필러와 루프를 덮는 풀도어 설계, 리어 쿼터패널이 뒷바퀴 상단을 가리는 펜더 스커트 등으로 한층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차체는 길이 4,680mm, 너비 1,750mm로 미국 중형차 기준에 맞춰 대폭 키웠다. 커진 차체에서 비롯된 여유로운 실내 공간은 ‘가족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뒷받침하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2세대 쏘나타는 현대차의 첫 패밀리 룩 디자인을 정립한 모델로도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후 등장한 소형차 엑셀과 스쿠프, 준중형차 엘란트라도 2세대 쏘나타와 동일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공유했다. 한편, 국내 언론에서는 포니 엑셀과 함께 대미 수출 최전선에 오른 2세대 쏘나타의 미국 시장 진출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했고, 국내 소비자들은 ‘나와 가족의 자동차, 쏘나타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한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유선형 자동차 디자인이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풍동 실험, 컴퓨터 설계, 신소재 개발 등 기술 발달로 자동차의 디자인 완성도와 내·외관 품질이 급격히 상승했다. 예컨대 보디 패널의 간격은 플라스틱 성형 기술과 조립 정밀도가 향상함에 따라 1980년대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축소됐다.
쏘나타 II로 불린 3세대 쏘나타(Y3)의 디자인은 당대 자동차 기술의 진보를 대변했다. 렌즈 반사면을 컴퓨터로 정교하게 설계해 조사각과 조사폭을 대폭 확대한 3세대 쏘나타의 ‘클리어 렌즈 타입 4등식 헤드램프’, 그리고 도어 프레임에 몰딩을 내장해 차체와의 단차를 최소화한 ‘플러시 피팅(Flush Fitting)’ 도어 설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디에서는 보닛 높이를 낮춘 전면부로 매끈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고, 라운드형 윈드실드로 넓은 시야와 개방감을 제공했다. 또한 전장과 전폭은 각각 20mm 늘었고, 전고는 5mm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50mm, 앞·뒤 트레드는 각각 60mm, 65mm 확대되어 안정적이면서 슬림한 외관 비례를 구현했다.
이 시기 국내 시장에서는 중형차가 가장 보편적인 ‘패밀리카’로 자리를 잡았다. 호불호 없는 3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은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와 편안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국내와 해외 소비자의 기대에 정확히 부응했다.
1996년 3세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쏘나타 III)에서는 범퍼와 램프 디자인을 새롭게 다듬어 보다 선명한 라인과 그래픽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초기 모델이 강조한 유선형에 한층 성숙한 세단의 이미지를 더하며 시장 경쟁력을 이어갔다. 그중 전면 범퍼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합한 형태로 디자인해 외장 부품 수와 조립 공정을 최소화했고, 일정한 조립 품질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큰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 않는 범퍼 소재를 함께 적용해 기술 발전의 성과를 반영했다.
3세대 쏘나타는 ‘한국차의 대명사’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시장에는 쏘나타의 경쟁 모델이 증가했고, 해외 시장 환경도 급변했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1980년대 초부터 진행한 북미 생산체제를 이미 완전히 구축했고, 유럽 시장에서는 중형차 판매가 확대되고 있었다.
쏘나타 역시 국내 시장에서의 명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맞춰 4세대 쏘나타(EF)는 무난하고 보편적인 디자인 대신, 국내외 여타 중형차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높이고자 했다. 먼저, 전면부에서는 타원형 헤드램프와 수직형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선보였다.
또한 북미 수출 사양과 국내 1.8L 모델에는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추구했다. 이는 각 시장과 고객 성향을 세심하게 고려한 디자인 전략이었다. 측면부에는 보디 전체를 가로지르는 수평 캐릭터 라인으로 역동성을 가미했고, 후면부에는 전면부와 조화를 이루는 테일램프로 디자인 통일성을 높였다.
아울러 트렁크 리드 전체에 ‘SONATA’ 레터링을 배치함으로써 자신감을 드러냈다. 1997년 외환 위기의 여파로 국내 중형차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이후 한국 사회가 경제위기를 빠르게 회복함에 따라 4세대 쏘나타는 1999년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 연속 국내 전 차종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쏘나타라는 이름에 담긴 소비자의 기대는 흔들리지 않았던 셈이다.
2001년 4세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뉴 EF 쏘나타)에서는 도어를 제외한 보디 패널 전체를 새롭게 다듬었다. 보디 볼륨감을 강조하기 위해 차체 길이를 35mm를 증대하는 한편, 펜더 디자인을 변경해 보다 넓고 당당한 이미지를 부여했다. 전면부에서는 타원 두 개가 결합한 형태의 헤드램프가 눈길을 끌었다. 측면 윈도 라인에 크롬 몰딩을 추가했고, 후면부에는 트렁크 리드를 키운 뒤 당시 준대형 승용차에 주로 사용했던 클리어 타입 테일램프까지 적용해 고급스러움이 한층 돋보였다.
이런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4세대 쏘나타는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스트래티직 비전(Strategic Vision)’이 2002년 실시한 ‘종합가치 만족지수(TVI, Total Value Index)’에서 북미 시장의 쟁쟁한 경쟁 모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쏘나타의 우수한 상품성이 세계 무대에서 객관적인 지표로 인정받은 결과다. 참고로 종합가치 만족지수는 품질, 디자인, 기술력, 브랜드 가치 등 차량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점수로 반영한다.
2000년대 초반,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품질과 신뢰성이 호평을 받으며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취향은 빠르게 변화했다. 그중 럭셔리 브랜드 수준의 단정하고 간결한 ‘모던 프리미엄’을 가장 선호했다. 이에 5세대 쏘나타(NF)는 월드클래스 중형차를 목표로, 세계 무대에서 통할 만한 절제미와 세련미를 동시에 담아냈다. 이는 1990년대 곡선 위주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논리적이고 절제된 프리미엄 디자인으로 중형차 디자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었다.
외관에서는 전면부에서 후면부까지 깔끔하고 정돈된 보디에 명확한 캐릭터 라인이 이어지는 조화로운 흐름을 강조했다. 이로써 안정적인 세단 이미지뿐만 아니라 스포츠 세단의 은은한 긴장감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면부에서는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수평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일체감 있는 이미지를 형성했고, 후면부에서는 절제된 선과 면이 테일램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해 디자인 통일성을 높였다.
북미 중형차 표준에 맞춰 차체 크기도 이전 세대보다 키웠다. 차체 길이는 4,800mm, 너비는 1,830mm, 높이는 1,475mm로, 이전 세대 대비 각각 55mm, 10mm, 55mm가 늘었다. 아울러 국내 시장에서도 2.0L와 2.4L 중심으로 엔진 라인업을 재편하면서, 쏘나타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향상된 기대치와 상품성을 반영했다.
2009년 6세대 쏘나타(YF)는 단순한 세대 교체를 넘어 ‘디자인 혁명’이라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글로벌 중형차 시장은 보수적인 디자인이 주류였고, 이에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스타일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등장한 6세대 쏘나타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바탕으로 한 과감한 조형과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조형미가 특징이었다. 바람으로 깎은 듯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보닛 형상, 보디 전체를 감싼 강렬한 캐릭터 라인으로 역동성을 부여했다. 무엇보다 6세대 쏘나타 디자인의 파격은 쿠페형 세단 보디였다. 중형차의 고루한 실루엣을 과감히 깨고, 쿠페처럼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을 적용해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는 당시까지 준대형 고급차, 그것도 실용성과 거리가 먼 차종에서만 시도하던 디자인이 실용적인 중형차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첫 사례였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를 ‘쏘나타 쇼크(Sonata Shock)’라고 부를 만큼, 파장이 컸다. 6세대 쏘나타의 등장으로 일본 중형차의 디자인 교체 주기가 앞당겨졌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였다.
국내 소비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기존 세단과 확연히 다른 6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은 단숨에 2030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했다. 이는 단순한 모델 교체를 넘어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전체를 젊고 역동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더불어 쏘나타가 더 이상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패밀리카가 아닌,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하는 자동차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했다.
이런 배경에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불과 10년 사이에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크게 증가한 국민 소득과 구매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 UN 산하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 소득은 2000년 기준 약 1만 2,000달러에서 2010년 기준 약 2만 3,000달러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승용차 보급은 1995년 약 7.6명당 1대에서 2014년 기준 약 3.3명 수준까지 좁혀졌다. 차를 살 고객이 많아진 만큼, 국내 시장에서 중형차의 존재 가치 또한 이전과 달라진 것이었다.
해외 소비자 사이에서는 6세대 쏘나타의 디자인 반향이 더욱 컸다. 미국 시장에 출시한 직후부터 폭발적인 판매 신장을 기록했다. 미국에서의 쏘나타 판매 실적은 2009년 약 12만 대 수준이었지만, 6세대 쏘나타가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2010년에는 약 19만 6,000대로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6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에는 한 모델의 성공,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혁신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다는 재평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7세대 쏘나타(LF)는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으로 진화했다. 6세대 쏘나타가 ‘중형차 디자인의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면,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입은 7세대 쏘나타는 그 정체성을 한결 성숙하게 다듬은 게 특징이었다. 쿠페형 세단 보디로 기존 디자인 언어의 자신감을 유지하면서도, 정제된 면의 조화로 프리미엄한 감각을 한껏 드러낸 점이 대표적이었다.
또한 전면부에서는 면적을 확대한 하단 흡기구와 헥사고날(육각형)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로 스포티한 인상을 부여했고, 측면 캐릭터 라인의 상승 각도를 완만하게 조정해 길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 후면부에서는 트렁크 리드 상단에 보다 깊고 선명한 주름을 새겨 마치 리어 스포일러처럼 보이도록 강조했다.
이처럼 7세대 쏘나타가 정제된 톤앤매너로 숨 고르기에 돌입한 사이, 경쟁 관계에 있던 일본 중형차 대다수가 6세대 쏘나타가 촉발한 디자인 트렌드에 뛰어들었다. 이 시기 일본 중형차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라디에이터 그릴에 공격적인 인상을 부여하거나, 날개를 형상화한 크롬 장식을 덧대는 등 존재감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6세대 쏘나타의 본격적인 수출로 세계 무대에 등장한 2010년 이전에는 이런 경향이 흔치 않았던 만큼, 6세대 쏘나타의 파급 효과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에 맞춰 2017년 7세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쏘나타 뉴 라이즈)에서는 다시금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7세대 쏘나타 전면부의 특징적인 헥사고날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은 부분변경 모델에서 곡선을 가미한 캐스케이딩 그릴로 진화했다. 이는 용광로에서 흘러내리는 쇳물과 도자기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조형으로 당시 현대차의 디자인 시그너처였다.
캐스케이딩 그릴을 품은 7세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은 보닛 시작점을 보다 낮추는 동시에 라디에이터 그릴 면적을 아래로 넓혀 전면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인상을 강조했다. 여기에 트렁크 리드 상단을 높여 마치 앞으로 달려나가는 듯한 외관 이미지를 구현했다.
전·후면부 엠블럼에는 향상된 소재 기술과 세심한 디테일을 동원해 디자인 전체 완성도를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었다. 기존 7세대 쏘나타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양 적용 시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별물 커버를 장착했다. 이는 라디에이터 그릴 뒤편에 위치한 레이더 센서의 신호를 투과하는 특수 소재로 주변부와 외관이 명확히 구분됐다. 반면, 7세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에서는 이를 현대차 ‘H 엠블럼’과 정교하게 통합함으로써 이질감을 없앴다.
후면부 엠블럼에도 주목할 만한 디테일이 숨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엠블럼처럼 보이지만, ‘H 엠블럼’ 안쪽 영역을 누르면 트렁크가 열리는 ‘엠블럼 일체형 트렁크 스위치’였다. 이를 통해 외부에 드러난 버튼 없이, 클린하고 심플한 후면부 이미지를 구현했다. 한층 성숙한 7세대 쏘나타의 디자인 기술과 품질은 이처럼 작은 것에서 차이를 만들었다.
2010년대 후반, 쏘나타의 주요 무대인 한국과 미국 시장은 이미 SUV가 가장 보편적인 패밀리카로 자리 잡은 상황이었다. 세단 대신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국내외 세단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맞서 현행 8세대 쏘나타(DN8)는 세단 고유의 가치와 매력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동시에 미래적인 감각을 내세우며 젊은 고객층을 겨냥했다.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은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 감성을 더한 스포티함)’를 양산화한 첫 사례다. 이는 비율, 구조, 스타일링, 기술 등 네 가지 요소의 조화를 통해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이다. 이를 8세대 쏘나타에서는 콘셉트카 ‘르 필 루즈(Le Fil Rouge)’로부터 모티브를 삼은 스포티하고 우아한 패스트백 보디 실루엣으로 승화했다.
8세대 쏘나타는 플랫폼부터 완전히 새롭게 거듭났다. 저중심화, 경량화, 고강성화가 특징인 3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고를 30mm 낮추고, 휠베이스를 35mm 늘여 안정적인 보디 비율을 구현했고, 이와 더불어 윈도 라인부터 보닛까지 이어지는 금속 몰딩과 두 줄의 캐릭터 라인이 차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히든라이팅 램프 기술을 적용한 주간주행등은 외관 디테일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평소에는 보닛으로 스며든 금속 몰딩처럼 보이지만, 램프 점등 후에는 독창적인 라이트 시그너처로 기능해 전혀 다른 인상을 전달했다. 후면부에서는 좌우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 상단에 공기역학적 디테일인 ‘에어로 핀’으로 기능성과 디자인 완성도를 동시에 향상했다.
2023년 8세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쏘나타 디 엣지)은 이례적으로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맞이했다. ‘디 엣지’라는 이름 그대로, 날렵하고 직선적인 조형미를 강조한 점이 특징인 과감한 디자인 캐릭터는 2025년 지금도 국내외 중형차 가운데 존재감이 가장 높은 편이다.
전면부에서는 수평으로 넓게 가로지르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Seamless Horizon Lamp)’를 적용함으로써, 앞서 등장한 7세대 그랜저 및 2세대 코나의 디자인과 결을 맞췄다. 이는 끊김 없이 이어지는 주간주행등으로 미래적인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용한 디자인 요소였다.
그 아래로는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에어 인테이크를 통합한 형태로 스포티하고 강렬한 멋을 드러냈다. 후면부에서는 수평형 ‘H 테일램프’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통일감을 높였고, 리어 스포일러 타입 가니쉬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과 같은 역동성을 표현했다.
이런 8세대 쏘나타의 폭넓은 디자인 변화 덕분에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로 대표되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라이트 시그너처가 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모델 라인업 전체가 동일한 디자인 정체성을 신속하게 갖추는 것이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쏘나타는 언제나 현대차 디자인의 전환점이 된 핵심 모델이었다. 패밀리 룩의 시작도, 매 시기마다 새롭게 정립한 디자인 철학도 모두 쏘나타를 통해 구현됐다. 이는 곧 당대 사회와 고객의 요구에 발맞춰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한 현대차 디자인과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의 궤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렇듯 쏘나타의 지난 40년은 이제 글로벌 중형 세단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브랜드 헤리티지로 평가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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