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4 현대 모터스포츠팀

무엇이 바뀔까? WRC 2025 시즌의 이모저모

현대 모터스포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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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는 올해에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주요 팀의 새로운 드라이버 라인업부터 경주차 규정 변경까지, WRC 2025 시즌을 시작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핵심 변화들을 소개한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이 WRC 2025 시즌을 앞두고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를 드라이버로 새롭게 영입했다. 또한 기존의 탄력적 운용 방식을 버리고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오트 타낙(Ott Tänak)은 물론 포모까지 3명 모두를 풀 시즌 참가시키기로 했다.

대회 규정 측면에서는 랠리1의 핵심이었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비용 문제로 퇴출되고, 득점 방식도 보다 직관적으로 개편되었다. 아울러 공식 타이어가 피렐리에서 한국타이어로 교체됨에 따라 WRC 무대에서 ‘K-메이커’의 비중이 한층 높아졌다. 올해 WRC에 생긴 이런저런 변화들을 소개한다. 

랠리1, 하이브리드 없는 1.6L 터보 엔진으로 변경

우측 사진: WRC (https://www.wrc.com)

지난 2022년, WRC가 신설한 랠리1 규정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많은 화제를 모았다.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F1과 내구레이스가 먼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고, WRC 역시 이런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다. 월드랠리카를 대신하는 랠리1은 모터와 배터리, 컨트롤러가 통합된 하이브리드 패키지를 모든 팀에 동일하게 공급하는 한편 기존 내연기관은 100% 합성연료를 사용하게 강제했다. 아울러 지나친 비용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센터 디퍼렌셜을 제거하고 서스펜션, 터보, 기어박스 등을 단순화시켰다. 


하지만 그렇게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하이브리드 랠리카는 불과 세 시즌을 마치고 퇴출되었다. 복잡한 구조로 인해 상승하는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 FIA 모터스포츠 평의회에서 투표를 통해 전격 퇴출이 결정되었다. 

새로운 랠리1 머신은 기존 1.6L 터보 엔진을 그대로 장착한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랠리1은 기존 1.6L 터보 엔진을 그대로 사용한다. 하이브리드 패키지가 제거되면서 최저중량이 1,260kg에서 1,180kg으로 가벼워졌다. 모터 어시스트가 사라졌지만 중량이 줄어들면서 ‘출력대중량비’는 오히려 상승하기 때문에 엔진 출력은 낮추었다. 흡기제한장치를 36mm에서 35mm로 좁혀 최고출력을 380마력 정도로 끌어내린다.

WRC는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경기 규정을 변화해 나갈 전망이다

아울러 완전히 새로워질 2027년 규정 변화의 방향성도 공개되었다. 지금까지 랠리1을 운용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의견에 따라 비용 절감을 추구할 예정. 랠리카 1대 제작에 약 100만 유로가 드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 랠리1 대비 60% 이상 삭감된 34만 5,000유로(기본 사양)를 비용 상한으로 정했다. 공통 세이프티 셀에 WRC2 기반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등을 활용하고 외형은 해치백, SUV뿐 아니라 세단이나 독자 디자인까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엔진은 초반에는 내연기관을 사용하겠지만 하이브리드나 EV로의 전환도 가능할 예정. 차량 비용뿐 아니라 물류비 절감과 인력 제한, 현지 시설 활용 등 다방면에서 비용을 절약한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신규 제조사의 참가를 독려한다. WRC 기술규정은 보통 5년을 주기로 크게 바꾸지만 이번 WRC27 규정은 향후 10년간 유지될 전망이다. 

아드리안 포모 영입으로 완전히 새로워진 현대팀의 드라이버 전략

현대팀의 새로운 멤버 아드리안 포모(우측)와 코드라이버 알렉산드르 코리아

현대팀은 소문만 무성했던 아드리안 포모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고대하던 챔피언 타이틀을 손에 넣은 누빌과 2019년 챔피언 타낙, 그리고 새롭게 영입한 포모 등으로 2025 시즌 드라이버진을 구성했다. 아울러 오랫동안 유지해 온 드라이버진 운영 방법도 개편한다. 현대팀은 지금까지는 탄력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해 왔다. 가령 지난해에는 3대의 차량을 운영하면서 누빌과 타낙을 시즌 내내 투입하고, 나머지 한대의 차는 안드레아스 미켈센(Andreas Mikkelsen),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 다니 소르도(Dani Sordo) 등 3명을 나누어 태웠다. 하지만 시릴 아비테불(Cyril Abiteboul) 감독은 포모를 영입하면서 누빌, 타낙과 동일한 자리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소르도, 미켈센, 라피는 출전 기회를 잃었다.

의학을 공부하던 아드리안 포모는 이제 최고의 랠리 드라이버를 꿈꾸고 있다

1995년생인 아드리안 포모는 지난해까지 M-스포트 포드에서 활약했던 프랑스인 드라이버다. 2016년 FFSA(프랑스 자동차 스포츠 협회) 청소년 랠리 우승을 시작으로 랠리 드라이버의 길에 들어섰다. 포모는 의과대학 수업을 병행하면서 2018년 프랑스 랠리 챔피언십 주니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 결과 프랑스 자동차 스포츠 연맹(FFSA)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WRC 무대에 데뷔하게 되었다. 의학 공부는 중단해야 했지만 대신 세계적인 랠리 드라이버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9년 WRC2에서 2번의 포디엄 피니시를 달성한 후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0년 M-스포트 포드와 계약한 포모는 이듬해인 2021년 팀메이트였던 티무 수니넨과 시트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월드랠리카(피에스타 WRC)의 운전 기회를 잡았다. 월드랠리카는 지금의 랠리1 이전에 사용되었던 WRC의 최고 클래스. 그런데 월드랠리카 데뷔전이었던 크로아티아에서 팀메이트였던 그린스미스를 압도함은 물론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어진 포르투갈에서는 6위, 케냐에서도 5위를 차지하는 등 뛰어난 경쟁력을 증명해 보였다. 

포모는 지난해 M-스포트 포드의 확고한 에이스로 발돋움하며 현대팀을 유혹했다

랠리1이 처음 도입된 2022년, 포모는 드디어 풀 시즌 참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3연속 리타이어하며 포디엄 한번 올라보지 못하고 13 포인트를 얻는데 그쳤다. 게다가 2023년 타낙이 M-스포트 포드로 이적하면서 출전 기회를 잃고 WRC2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좌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 타낙이 다시 현대팀으로 돌아가면서 생긴 기회를 잡아 2024 시즌 개막전 5위를 시작으로 스웨덴과 케냐에서 연속 포디엄에 오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팀 전력이 전반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5번의 포디엄 피니시로(모두 3위) 162점을 챙긴 포모는 드라이버 포인트 5위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드리안 포모는 같은 국적의 알렉산드르 코리아와 함께 현대팀의 세 번째 랠리카를 타고 달린다

지난 시즌 하반기에 소문이 돌았던 포모의 현대팀 이적설은 작년 12월에 공식화되었다. 2024년 12월 6~8일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랠리 몬자쇼를 마지막으로 현대팀에 합류해 코드라이버인 알렉산드르 코리아(Alexandre Coria)와 함께 12월 13~15일 프랑스에서 열린 랠리 내셔널 히베르날 두 디부리(Rallye National Hivernal du Dévoluy)에 출전해 현대 i20 N 랠리1 적응 훈련에 들어갔다. 프랑스 남부 가프(Gap) 인근에서 열리는 이 경기는 WRC 몬테카를로 랠리와 일부 구간이 겹치기 때문에 개막전 준비에 최적인 이벤트다. 토요타에서도 올해 풀 시즌 출전으로 복귀하는 칼레 로반페라(Kalle Rovanperä)를 이 경기에 투입했는데, 포모가 로반페라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포모는 현대팀 합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2025 시즌에 현대모터스포츠에 합류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와 알렉스에게 있어 큰 기회이고, 새로운 팀에서의 시작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버로서 항상 성장하고 자신을 밀어붙이려 노력해 왔기에 이번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스텝이라 느껴집니다. 현대팀은 수년에 걸쳐 WRC에서 강력한 입지를 굳혀왔고, 제가 그 미래의 일원이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최선을 다해 이 여정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현대팀은 기존 서드카 드라이버들의 추가적인 기용도 고려하고 있다

현대팀이 처음으로 풀 시즌 드라이버 3명을 투입한다는 말은 3번째 차를 나누어 탔던 파트타임 드라이버들은 출전 기회를 잃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요타가 이번 시즌 랠리카 4대를 기본으로 최대 5대까지 투입할 예정인 만큼 현대팀 역시 여기에 대응해 4번째 차량을 운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아비테불 감독은 포모의 영입 결정에 대해 ‘2025 시즌 제조사 챔피언십을 목표로 더욱 강력하고도 일관된 라인업을 구축하려는 브랜드의 일관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라피, 소르도, 미켈센에 대해서는 추가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WRC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크리스티앙 로리오(Christian Loriaux)는 팀을 떠나기로 했다. 그는 오버드라이브 레이싱에 합류해 토요타의 다카르 랠리카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된다.

돌아온 챔피언과 랠리의 전설, 그리고 신입 드라이버

사진: WRC (https://www.wrc.com)
토요타팀에서는 2연속 챔피언을 달성했던 칼레 로반페라가 복귀한다. 사진: 토요타 가주 레이싱 (https://toyotagazooracing.com)

지난해 현대팀에 계속 밀리다가 막판 뒤집기로 제조사 챔피언을 차지한 토요타는 절치부심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2연속 챔피언 후 휴식기를 가졌던 로반페라가 복귀하는 한편, 신예 사미 파야리(Sami Pajari)를 위해 세컨드 팀을 조직한 토요타는 강력하고도 풍부한 드라이버 라인업을 구축했다.


우선 에이스인 로반페라를 필두로 엘핀 에반스(Elfyn Evans),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가 풀 시즌 참전한다. 여기에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가 파트타임 출전하며, 별도 팀인 토요타 가주 레이싱 WRT2(Toyota Gazoo Racing World Rally Team 2)로 WRC에 첫 출전하는 파야리까지 있기 때문에 토요타는 최소 4대, 때에 따라 5대의 경주차를 투입하게 된다. 팀 득점은 미리 등록된 3명의 드라이버 중 2명의 점수를 합산하게 되지만 투입 선수가 많으면 경쟁팀의 득점을 방해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막판까지 파야리와 WRC2 타이틀 경쟁을 벌였던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는 올해부터 스코다에서 토요타 GR 야리스 랠리2로 갈아타 WRC2 종합 우승을 노린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토요타의 인선은 4회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전설적인 드라이버 유하 칸쿠넨(Juha Kankkunen)을 부감독에 앉혔다는 것이다. 토요타의 야리-마티 라트발라(Jari-Matti Latvala) 감독은 은퇴했지만 아직도 가끔 드라이버로 참전해 왔다. 특히 올해는 FIA 유럽 히스토릭 랠리 참전이 계획되어 있어 역할의 부담을 덜기 위해 칸쿠넨을 영입했다는 설명이다. 

M-스포트 포드도 새로운 랠리1 머신과 함께 새로운 드라이버들을 영입했다. 사진: M-SPORT 포드 (www.m-sport.co.uk)

포모의 이적에 따라 공석이 생긴 M-스포트 포드는 신예 조쉬 맥켈런(Josh McErlean)을 기용했다. 그레고와 뮌스터(Grégoire Munster)가 포모의 역할을 이어받고 맥켈런과 함께 풀 시즌 참전한다. 2015년 주니어 1000 랠리 챌린지에서 챔피언에 올랐던 맥켈런은 아일랜드 랠리 아카데미의 후원을 받았으며, 2021년 현대팀의 주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24년부터는 WRC2의 강팀인 톡스포트(Toksport)와 계약해 스코다 파비아를 몰았다. 참고로 맥켈런의 코드라이버는 에오인 트레이시(Eoin Treacy)다. 

M-스포트 포드의 유력한 영입 후보 중 하나였던 라트비아 출신의 마틴스 세스크스(Mārtiņš Sesks)는 총 6경기에 파트타임으로 출전한다. 지난해 폴란드 랠리에서 하이브리드 없는 푸마 랠리1을 몰고 랠리1 데뷔전 5위를 차지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진 모국 라트비아 랠리에서도 7위를 기록했지만 칠레 랠리에서는 아쉽게 리타이어했다. 이밖에도 M-스포트 포드는 예전처럼 몇몇 개인 참가자들에게도 랠리1 경주차를 제공할 계획이다. 

카나리아 제도, 파라과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무대

올 시즌 WRC 캘린더는 지난해보다 1전 많은 총 14전의 구성이다. 크로아티아와 폴란드, 라트비아가 빠지는 대신 잠시 사라졌던 에스토니아 랠리가 돌아왔다. 완전히 새로운 랠리도 관심을 모은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스페인 랠리는 기존의 카탈루냐가 아니라 대서양 카나리아제도(그란 카나리아)에서 진행한다.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Rally Islas Canarias)’라고 불리는 카나리아제도의 랠리는 포장 노면을 달리는 타막 구성으로, 1977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스페인 국내 시리즈 뿐 아니라 IRC(인터컨티넨탈 랠리 챔피언십)와 ERC(유럽 랠리 챔피언십)의 주요 경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현대팀 드라이버로 합류한 아드리안 포모는 2020년 해당 경기에서 우승 경험이 있다.

파워트레인을 일신한 랠리1 머신이 파라과이를 포함한 새로운 랠리 코스를 달릴 예정이다

파라과이와 사우디아라비아도 2025 캘린더에 새롭게 포함되었다. 파라과이는 1981년 시작된 랠리 트랜스 이타푸아(Rally Trans Itapúa)를 기반으로 한다. 파라과이 랠리는 다년 계약을 채결한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캘린더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랠리 본부는 파라과이 남동부의 엔카르나시온(Encarnación)에 마련된다. 


최근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사우디아라비아는 WRC와 10년의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일본을 밀어내며 최종전에 자리를 잡았다. 개최장소는 F1 서킷이 있는 제다(Jeddah) 인근이며, 중동 랠리 챔피언십의 개막전을 겸하게 된다. 

한층 간결해진 포인트 시스템

지난해 도입된 포인트 시스템이 개편된다. 토요일까지의 성적에 따라 상위 10명에게 18-15-13-10-8-6-4-3-2-1점의 잠정 포인트를 주고, 일요일 기록에 따라 별도로 최대 7점, 파워 스테이지에서 최대 5점을 주어 마지막날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했던 새로운 방식은 찬반양론을 불러 일으켰다. 지나치게 복잡한 데다 우승자보다 2, 3위가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결국 이런 ‘슈퍼 선데이’ 방식은 1년 만에 폐지가 결정되었다. 

토요일까지의 ‘잠정 포인트’는 사라지지만 일요일 결과에는 여전히 추가 점수가 배당된다. 대신 기존 7점에서 최대 5점으로 축소된다. 파워 스테이지는 기존과 동일하다. 그러나 2위 선수가 우승자보다 더 많이 득점할 가능성은 한층 줄어들었다. 순위에 따른 기본 점수는 상위 10명에게 25-17-15-12-10-8-6-4-2-1점이 순차적으로 제공된다. 우승과 일요일 득점, 파워 스테이지까지 모두 챙길 경우 드라이버 1명이 최대 35점(기존 30점)까지 챙길 수 있다. 

WRC 주름잡는 K-브랜드

지난해 현대팀은 TCR과 WRC 무대에서 엄청난 활약을 자랑했다

K-문화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의 영향력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빈약하기 그지없던 국내 모터스포츠 저변을 생각할 때 놀라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첫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WRC와 TCR에서 보여준 현대팀의 대활약이다. 현대팀의 활약은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국제적 입지를 한층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또 하나의 K-브랜드가 WRC 데뷔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피렐리가 담당했던 WRC 타이어 서플라이어 자리를 한국 기업인 한국타이어가 이어받은 것이다. 포뮬러 E는 물론 ERC, 주니어 ERC 등 지금까지 다양한 국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해 온 한국타이어는 WRC 공식 타이어 공급자로서 향후 3년간 WRC 랠리카의 타이어를 책임진다. 이로써 한국타이어는 FIA 공인 월드 챔피언십 중 두 군데(포뮬러 E, WRC)에 타이어를 동시에 공급하는 몇 안 되는 타이어 메이커가 되었다. 이를 위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2월부터 유럽 전역의 다양한 환경에서 2,100km가 넘는 엄격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WRC 2025 시즌 사양의 타이어 개발에서 한국타이어가 가장 중요시한 부분은 내구성으로 알려져 있다. WRC 역시 다른 모터스포츠처럼 타이어 적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올 시즌 초반 성적은 새로운 타이어에 얼만큼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올해 WRC는 적지 않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대팀은 두 번의 제조사 종합 우승과 한 번의 드라이버 종합 우승을 저력을 바탕으로 그간의 경험을 십분 발휘하여 올 시즌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이다. 제조사와 드라이버 통합 우승을 목표로 하는 현대팀이 올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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