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어느덧 출범 1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장르 중 하나인 내구 레이싱에 도전할 최적의 타이밍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요구되는 다양한 자질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성능 기술’인 까닭이다.
단순히 출력 높은 모델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고성능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없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레이싱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다양한 모터스포츠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배경이다. 제네시스가 도전을 선언한 무대는 르망 24시간 레이스로 대표되는 서킷 경주의 꽃, 세계 내구 선수권(World Endurance Championship, WEC)이다.
내구 레이싱은 말 그대로 오랜 시간 동안 장거리를 달리면서 자동차의 내구성을 겨루는 모터스포츠 장르다. 대부분의 서킷 경주가 길어야 2시간을 넘지 않는 것과 달리 최소 3시간, 길게는 24시간 내내 달리기 때문에 2~4명의 드라이버가 차 1대를 나눠서 운전한다. 프로토타입부터 GT 레이스카 등이 함께 달리는 유럽 르망 24시간과 미국 데이토나 24시간이 대표적이며, GT가 주류를 이루는 벨기에의 스파 24시간 및 GT와 양산차 기반 투어링카들이 다양하게 섞여 달리는 뉘르부르크링 24시간도 유명하다.
모터스포츠 여명기였던 20세기 초부터 내구 레이싱은 존재했다. 1905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1마일 타원형 승마장에서는 세계 최초의 24시간 레이스가 열렸다. 서킷에서의 24시간 레이스는 2년 후 영국 브룩랜즈에서 치러진 경주가 최초다. 1920~1930년대 내구 레이스 초창기에는 도로용 스포츠카들이 출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레이스를 목적으로 개발된 순수 경주차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성능도 크게 높아졌다. 1950년대 도입된 스포츠 프로토타입 규정은 1960년대를 거치며 점차 내구 레이싱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결국 순수 레이스카들의 경쟁으로 바뀌어 갔다.
내구 레이싱은 크게 유럽의 르망 24시간과 북미의 데이토나 24시간이라는 인기 이벤트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내구 레이스가 생겨났지만 르망과 데이토나를 넘어서는 이벤트는 없었다. 두 대회는 오랜 역사와 난이도, 인기를 바탕으로 수많은 스토리를 써내려 왔다. 르망 24시간과 데이토나 24시간, 그리고 미국의 세브링 12시간을 흔히 내구 레이싱의 3대 이벤트로 부르며, 여기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두고 내구 레이싱계의 트리플 크라운이라 한다. 현재까지 재키 익스(Jacky Ickx), 티모 베른하르트(Timo Bernhard) 등 12명의 드라이버만 달성한 금자탑이다.
참고로 트리플 크라운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영화 <포드 v 페라리>에서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했던 켄 마일즈(Ken Miles)는 1966년 르망 24시간 우승 직전, 포드 팀의 우승 사진 촬영을 위해 속도를 늦추라는 팀 오더 때문에 트리플 크라운 달성 직전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팀 차원에서는 경주차 3대가 포디엄을 싹쓸이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남기고 싶었겠으나, 선수 개인에게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를 날린 것이다. <포드 v 페라리>는 당시 페라리 인수를 진행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포드가 엄청난 자금과 기술을 투입해 GT40 경주차를 완성하고, 르망 24시간에서 콧대 높은 페라리를 꺾었던 실제 스토리가 담긴 작품이다.
르망 24시간이 열리는 프랑스 북서부의 르망 지역은 초창기 모터스포츠 발원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르망 24시간을 주최하는 ACO(Automobile Club de l'Ouest, 서부 자동차 클럽)는 1906년 결성되어 최초의 프랑스 그랑프리를 열었던 유서 깊은 단체다. 1923년 최초의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열렸을 때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로를 사용했으며, 이런 전통은 오늘날 르망 24시간이 열리는 라 사르트 서킷(Circuit de la Sarthe)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한 바퀴에 13km가 넘는(13.626km) 거대한 서킷은 대부분 구간이 평소에 지방도로로 사용된다. 경기가 열릴 때만 4km 남짓한 부가티 서킷(Bugatti Circuit)과 연결되어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내구 레이싱 챔피언십이 사라졌던 시기에도 르망 24시간은 건재했다. 1923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경기가 열리지 않았던 것은 프랑스의 전국적인 대규모 총파업이 있었던 1936년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1939~1945년) 뿐이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르망 24시간의 후끈한 열기는 멈추지 않았다.
미국 대표 내구 레이스인 데이토나 24시간은 온화한 기후를 갖춘 플로리다가 개최지인 덕분에 1월 말 혹은 2월 초에 열린다. 모터스포츠 업계에선 비수기인 겨울에 열리는 대형 이벤트인 만큼 트랙 레이싱의 새해를 여는 상징적인 의미도 가진다. 미국에서 개최되는 내구 레이스 시리즈인 IMSA 미쉐린 내구 컵의 1라운드에 해당하며, 2라운드는 세브링 12시간 레이스다.
데이토나 24시간이 열리는 플로리다 데이토나 비치의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Daytona International Speedway)는 타원형의 대형 오벌 코스다. 이 상태에서는 1랩 당 4.023km이지만 24시간 레이스가 열릴 때는 코스 안쪽 부분을 개방한 로드 코스 형태로 변형해 1랩 당 6km 정도로 늘어나며, 일반 서킷 구간과 고속의 뱅크 구간이 공존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바뀐다. 데이토나에서의 내구 레이스는 1962년 처음 열렸을 때 3시간짜리 경기였지만 1964년에 2,000km 레이스(주행 거리 기준)로 늘어났고, 1966년부터는 지금과 같은 24시간 레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내구 레이싱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황금기는 *그룹C 경주차가 등장한 1980년대로 기억된다. 최소한의 규정으로 많은 팀의 참가를 유도했던 그룹C는 당시 F1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했다. 포르쉐가 내구 레이싱에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포르쉐는 경주차를 구입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프라이빗 팀에도 차를 판매했기 때문에 포르쉐 집중 현상이 심화됐다. 1986년 르망 24시간 경기에서는 Top 10 중 9대가 포르쉐일 정도였다.
하지만 한 차종의 독주는 경기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더군다나 최소한의 규정 탓에 경쟁이 과열되고 개발 비용은 나날이 폭증했다. 이 때문에 처음 의도와 달리 신규 메이커의 참가는 줄어들어 그룹C의 쇠퇴로 이어졌다. 그룹C의 몰락으로 르망 24시간은 참가 엔트리가 급감했으나 미국 IMSA(International Motor Sports Association) 경주차를 받아들이는 한편, LM-GT(르망 GT)라는 신규 클래스를 만들어 명맥을 유지했다.
*그룹C: 1982년 FIA(국제 자동차 연맹)에 의해 신설된 모터스포츠 카테고리로, 그룹A(투어링카) 및 그룹B(GT카)의 상위 클래스로 만들어졌다. 그룹C 경주차는 양산차 버전이 필요하지 않고 엔진 형식 및 배기량의 제한이 없는 스포츠 프로토타입으로, 1993년 막을 내리기까지 참가 제조사의 기술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을 낳았다.
1953년 시작돼 1992년에 막을 내린 내구 챔피언십 WSC(World Sportscar Championship)의 뒤를 이어 2012년에는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가 신설됐다. 당시에는 LMP1(Le Mans Prototype 1, 르망 프로토타입 1) 규정을 통해 하이브리드 경주차가 떠올랐다. 환경 규제의 거센 바람은 모터스포츠계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복잡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인해 높아진 기술 장벽과 비용 부담으로 신규 팀의 참가가 어려워졌다. 더구나 아우디와 포르쉐가 퇴진을 선언하면서 LMP1 클래스에는 토요타만 남겨졌다.
그 뒤로 WEC는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생존법을 찾았다. 2021년부터는 비용 폭증으로 참가 팀이 줄어든 LMP1 규정을 버리고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하이퍼카 규정(LMH, Le Mans Hypercar)을 새롭게 도입했다. 2021년 WEC 하이퍼카 클래스에 참가한 팀은 토요타, 글리켄하우스, 알핀뿐이었지만, 불과 2년 만인 2024년에는 포르쉐, 페라리, 푸조, 반웰 등이 더해져 그리드는 다시 활기로 넘쳐났다.
미국의 IMSA도 하이퍼카 클래스에 관심을 보여 LMDh(Le Mans Daytona hybrid)라는 파생 규정을 도입함에 따라 양대 시리즈의 상호 교류도 다시금 가능해졌다. 이전까지 미국적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2000년대 초 르망을 휩쓸던 디젤 엔진이나 값비싼 LMP1 하이브리드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매력적인 생태계는 많은 자동차 브랜드의 흥미를 유발해 페라리, 포르쉐, BMW, 캐딜락, 람보르기니, 토요타가 한 무대에서 경쟁을 벌이는 엄청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즉,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도전장을 던지기에 최적의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최근까지 미국 IMSA 내구 레이스의 최상위 클래스는 WEC와 완전히 다른 DPi(Daytona Prototype International) 규정을 따랐다. 하지만 르망이 LMP1의 폐해를 해결하려 하이퍼카(LMH) 아이디어를 선보이자 IMSA는 여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비용을 더욱 낮추기 위해 IMSA는 주요 부품들을 규격화한 LMDh를 도입하기로 했다.
완전히 오리지널 설계가 가능한 LMH와 달리, LMDh는 비용 절감을 위해 선택권을 줄였다. LMP1 시절 한 시즌에 들어가는 비용이 1억 유로에 달했던 데 비해 LMH는 1/4 정도 줄었고, LMDh는 여기서 더욱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WEC와 IMSA 내구 시리즈에 상호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우선 뼈대가 되는 카본 섀시는 DPi 시절부터 익숙한 4개 회사–오레카(Oreca), 달라라(Dallara), 멀티매틱(Multimatic), 리지에(Ligier)–중에서 선택한다. 아울러 모터는 보쉬(Bosch), 배터리는 윌리엄즈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Williams Advanced Engineering), 그리고 기어박스는 엑스트랙(Xtrac) 제품을 공통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경주차 제작 자유도는 줄어들지만 신차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고, 시즌 운용비 역시 절감되는 것이다.
LMH와 LMDh는 차체 너비 2m, 휠베이스 3.15m로 거의 동일한 크기다. 차체 길이만 LMDh(5.1m)가 LMH(5m)보다 약간 길 뿐이다. 섀시는 LMH가 오리지널 설계, LMDh는 정해진 4개 업체 중에서 골라 사용한다. 엔진은 4기통 가솔린 엔진이라면 독자 설계하든, 양산형을 개조하든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엔진과 모터를 통합한 시스템 출력은 500kW(약 670마력)다.
다만, 모터 어시스트 방식은 양쪽이 완전히 다르다. 앞바퀴를 모터로 돌려 일시적으로 네바퀴 굴림이 가능한 LMH와 달리 LMDh는 기어박스에 모터를 결합해 뒷바퀴만 굴린다. 모터 어시스트는 저속에서 가속할 때는 사용할 수 없으며, 어느 속도 이상에서 가동할 수 있는지는 BoP(Balance of Performance, 성능 조절 규정) 등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다.
BoP는 엔진 출력 특성과 차량 무게, 스틴트(피트인과 피트인 사이 구간) 당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MJ) 등을 개별적으로 제한해 차량의 성능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BoP를 결정하는 기준은 차량 인증 당시 측정된 세부 스펙 외에 지난 경기 결과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LMH와 LMDh는 성능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모터 출력의 경우 LMH가 200kW(약 272마력)인 반면, LMDh는 50kW(약 68마력)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르망 24시간의 예선 성적을 보면 LMH와 LMDh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비중이 큰 LMH가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BoP를 통한 세부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LMH 쪽이 조금 더 강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령 2024년 르망 24시간에서는 2023년 우승차인 페라리 르망 하이퍼카(LMH) 499P의 무게는 1,053kg에 출력 688마력이었으며 스틴트 당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905MJ이었다. 반면 LMDh에 해당하는 포르쉐 963의 경우 1,037kg로 16kg이나 가볍고 출력 690마력, 스틴트 당 에너지는 904MJ이었다. 포르쉐 963처럼 LMDh 규정을 따르는 캐딜락 V-시리즈.R은 1,030kg의 무게에 출력은 702마력이었다. 그럼에도 2024 르망 24시간에서는 페라리 499P가 2년 연속 우승컵을 가져갔다. 반면 같은 해 WEC에서는 토요타, IMSA에서는 포르쉐가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르망 24시간 우승에 조금 더 가까운 LMH도 좋지만, 미국 시장을 중요시하는 제조사라면 LMDh 쪽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르망에서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는 포르쉐 역시 LMP1의 후속인 LMH 대신 LMDh를 선택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WEC와 르망 24시간을 주요 무대로 삼는 LMH에는 페라리 499P, 토요타 GR010 하이브리드, 푸조 9X8, 애스턴 마틴 발키리 AMR-LMH 등이 있다. 미국 IMSA GTP(Grand Touring Prototype) 클래스에서 사용되며 르망 24시간 참가도 가능한 LMDh 규정에서는 포르쉐 963, BMW M 하이브리드 V8, 알핀 A424, 어큐라 ARX-06, 캐딜락 V-시리즈.R, 람보르기니 SC63 등이 활약하고 있다.
포르쉐와 캐딜락 등 적잖은 LMDh 경주차가 WEC와 르망에 진출한 반면, 아직 IMSA와 데이토나 24시간에 도전한 LMH 경주차는 없었다. 2025년 WEC와 IMSA에 동시 데뷔하는 애스턴 마틴 발키리 AMR-LMH가 첫 번째 케이스가 된다.
이제 막 출사표를 던진 제네시스는 지난해 12월 4일 UAE 두바이에서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쏟아냈다. 팀 명칭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2026년 WEC에 2대의 하이퍼카 경주차를 내보내고, 2027년부터는 미국 IMSA에도 참가한다. 현대 모터스포츠 법인장인 시릴 아비테불(Cyril Abiteboul)이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감독을 겸임한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등장은 중대한 사건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모터스포츠 활동의 중추로서 현대 모터스포츠 법인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우리는 서킷 레이싱의 전문성을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아비테불 감독의 설명대로 내구 레이스는 현대차그룹이 지금까지 활약해 온 TCR(투어링카 레이스)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최정상급 서킷 레이싱이다. 게다가 포르쉐, 페라리, BMW, 토요타, 캐딜락 등과 직접 경쟁을 벌이게 된다.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프리미어 행사에서 공개된 경주차 GMR-001 하이퍼카 1:2 스케일 모델을 통해 아직 개발 중인 신차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기능이 우선시되는 레이스카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언제든 디자인이 바뀔 수 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두 줄 램프와 유려한 파라볼릭 라인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LMDh 규정에 따라 섀시는 4가지 선택권이 있는데,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섀시 공급사는 프랑스 오레카(Oreca)로 결정되었다.
새로운 드라이버에 관한 발표도 있었다. 우선 드라이버진의 중추가 될 2명이 공개되었는데, 안드레 로터러(André Lotterer)와 루이스 데라니(Luís Felipe “Pipo” Derani)다. 안드레 로터러는 F1과 포뮬러 E는 물론 다양한 GT카까지 경험한 독일 출신 베테랑 드라이버다. 특히 르망 24시간에서는 아우디 소속으로 3번의 우승 경험이 있다. 아울러 WEC에서 2번 챔피언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브라질 출신인 루이스 데라니는 미국 IMSA 스포츠카 챔피언십에서 활약하며 캐딜락팀 소속으로 2021년과 2023년 챔피언에 올랐다. 2016년에는 데이토나 24시간과 세브링 12시간을 동시 석권한 바 있으며, WEC 하이퍼카 및 LMP2 클래스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WEC 공식 데뷔는 2026년으로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첫 내구 레이싱 도전인 만큼 LMP2 클래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IDEC 스포츠(IDEC Spor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2015년 결성해 2019년 유럽 르망 시리즈(ELMS) 챔피언에 오른 바 있는 IDEC 스포츠는 드라이버 훈련과 선별, 엔지니어, 기술자, 정비사 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IDEC 스포츠와 함께 2대의 LMP2 머신으로 내년 유럽 르망 시리즈에 출전한다. 아비테불 감독은 새로운 파트너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오레카와 IDEC 스포츠라는 뛰어난 파트너를 확보했습니다. 둘 모두 내구 레이싱에서 확고한 명성을 떨치고 있지요. 안드레 로터러와 루이스 데라니는 2026년 제네시스의 WEC 데뷔를 준비하면서 올해는 테스트와 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동시에 로건 사전트(Logan Sargeant), 제이미 채드윅(Jamie Chadwick), 마티스 쥐베르(Mathys Jaubert)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을 육성해 2025 유럽 르망 시리즈에서 IDEC 스포츠팀과 통합하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윌리엄즈 레이싱팀 소속으로 F1에 참가했던 미국인 드라이버 사전트는 최근 내구 레이스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제이미 채드윅은 여성 포뮬러 레이싱인 W 시리즈에서 최다 우승과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영국인 드라이버다. 19세의 프랑스 드라이버 마티스 쥐베르는 아직 포르쉐 카레라컵 이외엔 큰 경력이 없는 신예지만, 높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IDEC 스포츠가 올해 유럽 르망 시리즈에 투입할 2대의 LMP2 경주차 중 1대가 바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을 위한 것으로 이들 세 드라이버가 나누어 탈 예정이다. 다만 이것이 2026년 시작될 WEC 드라이버진의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아직은 잠재적 후보들일 뿐이다. 2대의 경주차를 투입하려면 실력과 경험을 갖춘 드라이버가 최소 6명은 필요하기 때문에 드라이버 선출만 해도 많은 노력과 기나긴 과정이 필요하다.
현대 모터스포츠 법인이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을 꾸려 WEC에 뛰어드는 것과 달리 2027년부터 도전할 미국 IMSA 챔피언십은 현지의 경험 많은 외부 팀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아비테불 감독은 IMSA 챔피언십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직은 어느 팀과 협업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출범 10주년과 동시에, 내구 레이스라는 극한의 영역을 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제네시스의 여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자.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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