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턱 끝까지 차오른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 어깨는 굳어가고, 머릿속에는 안개가 낀 것 같았죠. 지금까지 참 잘해온 것 같았는데 어쩐지 좀 다른 기분이 드는 날이었어요. 잠깐이라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한적한 곳에서 요가 수련으로 몸을 풀어보고, 차를 깊게 우려 느긋하게 마시고 싶었어요. 그래야 훨씬 좋은 컨디션으로 일상에 돌아와 더 효율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럴 땐 아주 잠깐의 외유가 답일 수 있죠. 마침 주차장에 기아 EV3가 듬직하고 멋진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아 EV3는 스탠다드와 롱레인지로 나뉩니다. 스탠다드 모델의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350km(17인치 휠 기준), 롱레인지 모델은 최대 501km예요(17인치 휠, 빌트인 캠 미적용 기준). 한 번 충전으로 500km 이상 달린다니. EV3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주행 거리 때문에 불안할 필요가 없을 것 같죠? 실제로 서울 인근에서 부산까지 달려본 경험을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해운대까지 무려 434km를 달리고도 100km 이상의 주행 가능 거리가 남아 있었다고 해요. 전비는 무려 7km/kWh에 달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릴 일이 1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싶다가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스탠다드 모델은 58.3kWh, 롱레인지 모델은 81.4kWh 배터리를 씁니다. 4세대 고전압 배터리를 써서 효율을 대폭 높였다고 해요.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힘을 응축시켜 더 멀리 갈 수 있는 전기차로 완성한 거죠. 덕분에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으니, 기술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EV3는 이미 완충 상태였습니다. EV3의 실내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조용하고 쾌적해요. 공간도 널찍합니다. 문을 닫으면 외부 세계와 거의 단절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여행의 시작이죠. 전원 버튼을 누르고 좋아하는 음악을 켜면 더 본격적인 휴식을 시작할 수 있어요. 문을 닫는 순간부터 침묵에 가깝도록 조용하기 때문에, EV3의 실내에서는 진짜 음악을 들을 수 있거든요.
출발 전부터 마음이 이렇게 여유로우니 교통 체증의 복판에서 차가 좀 막혀도 어떤가 싶은 여유를 갖게 됩니다. 오래 앉아 있어도 피곤하지 않은 건 EV3의 실내가 차체 크기에 비해 신기할 정도로 넓기 때문이에요. 시트 아래로 발을 놀릴 공간도 널찍하고, 조수석 사이의 공간도 깔끔하고 광활하죠. 무언가 올려놓을 상황이 생기면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요긴하게 쓸 수 있어요. 공간이 쾌적한 데다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너머로 보이는 시야도 탁 트여 있어서 마음이 다 편안해집니다.
아, 이건 정말 사소한 디테일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헤드레스트가 메시 타입인 건 신의 한 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헤드레스트에 닿는 순간 과로로 달궈져 있던 머리 온도가 시원하게 식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무더운 날씨에는 한층 쾌적한 느낌이죠. 뒤통수에 닿는 감촉이나 머리를 받치면 눌리는 기분도 적당히 좋습니다.
이렇게 떠나는 짧은 외유에서 정말 중요한 건 뭘까요. 목적지? 함께 떠나는 사람? 그보다는 이동하는 시간 자체라고 생각해요. EV3의 넉넉한 공간에 앉아 하만카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거실에 있는 홈 오디오에서 나오는 것 같은 소리를 듣는 기분이에요. 이런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거죠.
창밖으로는 초록이 많이 보이는 편을 선호합니다. 구체적인 것들은 별로 필요 없어요. 그저 색이 바뀌는 것으로 충분하죠. 도시의 회색 혹은 밤의 조명으로부터 조금 멀어지는 거예요. 맑거나 흐린 날씨도 관계없어요. 산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달려, 그저 초록이 조금 더 많이 보이는 곳으로 향하는 겁니다.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이동할 때 EV3의 운전석에서 느낄 수 있는 주행 감각이에요. 이런 크기의 콤팩트 SUV에서 이 정도의 승차감을 느끼는 게 맞는 걸까? 순간순간 의심을 거둘 수 없었습니다. 원래는 훨씬 큰 SUV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편안함과 우아함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흔히 전기차의 성능을 논할 때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 같은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기어를 바꿔가며 가속력을 높이는 내연기관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물론 기아 EV3에서도 충분한 힘을 느낄 수 있지만, 그 힘과 속도 자체에 집착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너무 빠르고 급하지 않나요. 떠나기 전까지 붙잡고 있었던 업무도, 도시에서의 일상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보다는 느긋하고 편안하게 움직일 때, EV3 특유의 빛나는 순간과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요철을 넘을 때의 감각도 무척 성숙합니다. 넉넉한 배터리를 쓴다는 건 그만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EV3는 능수능란하게 그 모든 걸 처리하고 있어요. 무르거나 딱딱한 느낌 없이, 밖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실내로 들어오는 불쾌함도 능숙하게 차단해 냅니다. 그럴 때 차체에서 나는 소리까지 정말 잘 조율했어요. 원래 전기차는 소음에 훨씬 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엔진이 없기 때문인데, 전기차라는 장르 자체가 워낙 조용하니까 세세한 소리들이 더 잘 들리기 마련이죠. 그걸 감안해도 놀라운 수준의 정숙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온통 초록인 잔디 위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진짜 ‘멈춤’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휴식의 감각을 만끽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운전석에서 릴렉션 컴포트 시트를 활용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죠. 이 기능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저는 꼭 넣으시기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딱 한 번 쓰더라도 그 값어치를 단단히 해내는 편의 사양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조용하고 편안하게 이동한다 해도, 장시간 같은 자세로 운전하며 이동하다 보면 몸이 불편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럴 때 릴렉션 컴포트 시트가 알아서 맞춰주는 각도가 경직된 몸의 피로를 느슨하게 풀어줍니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돼요. 잠깐 잠에 빠져들기도 하고요. 선잠에서 깼을 땐 한층 개운한 컨디션으로, EV3에 대한 애착 또한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중독성이 강한 기능이에요.
널찍한 공원에 서 있는 EV3를 멀리서 한 번 감상하는 시간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사실 자동차의 디자인을 이런 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잖아요. 주차 공간을 찾기도 힘든 도시에서는 특히 그렇고요. 하지만 이런 공간에서라면 EV3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세세하게 살펴보면서 감동할 수 있을 겁니다.
선과 선, 면과 면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호응하고 있는지. 휠 하우스와 휠의 모양, 주간주행등에서 이어지는 선이 리어 램프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가만히 관찰하는 거예요. 어떤 면이 볼록해서 예쁘고, 어떤 면이 널찍해서 듬직한지. C필러에 감쪽같이 숨어있는 손잡이는 공력 성능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그런 식으로 요소 하나를 지움으로써 차가 얼마나 담백하고 예뻐 보일 수 있는지 나만의 감각으로 이해하는 거예요.
마침내 도착한 숙소에서는 꿈에 그리던 진짜 휴식과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거 아세요? 휴식하는 데에도 약간의 체력은 필요합니다. 너무 피곤할 때는 그냥 쓰러지고 싶지, 요가로 몸을 풀거나 차를 우려서 마시고 싶은 생각은 잘 들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서울을 떠나 이곳까지 오는 동안 머리를 감싸고 있던 스트레스는 다 날아갔습니다. 몸을 쥐고 있던 피로도 많이 풀렸죠. 마음에도 여백이 생겼어요. 그러니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고마운 마음으로 EV3를 바라보면서, 몸과 마음을 다시금 풀 수 있는 거예요.
잘 달리고, 잘 멈추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좋은 자동차의 조건일 겁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린 것 같아요. 지친 도시 생활에 휴식을 선물할 줄 아는 전기차. 콤팩트한 차체에 무한한 가치를 담은 전기 SUV. 이제 좋은 자동차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기아 EV3와 함께하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글. 정우성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
사진.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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