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건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 전문 전시회인 'H2 MEET 2023'에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폐자원 수소 생산 패키지'를 공개했다. '바이오가스'란 음식물 쓰레기, 하수 찌꺼기, 가축 분뇨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로 만드는 바이오 에너지의 한 종류다. 현대건설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폐기물을 활용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바이오가스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건설이 어떤 과정과 기술을 통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자원순환에 일조하는지 알아본다.
음식물 쓰레기 500만 톤, 하수 찌꺼기 414만 톤, 가축 분뇨 5,073만 톤. 이는 2021년 기준 연간 국내에서 배출된 유기성 폐기물의 양이다. 각각 20층 높이 아파트 1,260개동, 5톤 트럭 약 82만 9천여 대, 2,500m³ 크기의 수영장 2만 293개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의 유기성 폐기물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폐수 등도 처리해야 하는 등 고려 사항이 많은 까닭이다.
이처럼 폐기물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한 것이 바로 바이오가스다. 바이오가스는 폐기물 처리와 더불어 에너지 생산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가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는 2023년 12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을 발표했다. 정부는 해당 법의 시행에 따라 2026년까지 연 557만 톤의 유기성 폐자원을 처리하여 2,300억 원어치의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온실가스 100만 톤을 감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기성 폐기물을 이용해 생산하는 바이오가스의 주된 성분은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이다. 이를 기반으로 발전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거나, 고질화를 통해 도시가스 및 청정수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가스는 대체 에너지원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오가스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먼저 수집된 폐기물이 처리 시설에 위치한 반입저장조에 모이면, 파쇄선별, 가용화 등 유기성 폐기물에 따라 적절한 전처리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와 같은 공정을 거치고 배출되는 전처리 유출수가 혐기성 소화조로 이동한 후 미생물에 의해 발효 및 분해 과정을 거치면 바이오가스가 만들어진다. 인간이 음식을 먹고 위장에서 소화 활동을 하면 가스의 일종인 방귀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바이오가스를 생성하고 남은 폐수는 여과농축 분리막을 통해 재순환 처리되어 일부 슬러지는 다시 혐기성 소화조로 반송해 바이오가스 생산에 활용한다. 재순환 처리를 거친 폐수는 생물학적 처리 공정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배출되거나, 자원회수 공정을 통해 복합 액체 비료로 사용된다.
혐기성 소화조에서 만들어진 바이오가스는 저장조로 이동하고 추가적인 정제 과정을 거쳐 순도 97% 이상의 바이오메탄으로 거듭난다. 이러한 과정으로 생산한 바이오메탄은 도시가스, 자동차 연료, 전기로 활용되거나 수소 생산의 밑거름이 된다. 또한 바이오가스에서 메탄을 분리하고 남는 이산화탄소는 제조 산업 및 농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세계바이오가스협회(WB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는 매년 1,050억 톤 이상의 유기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러한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하여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바이오가스를 생산 시 발생한 이산화탄소량은 휘발유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과 비교해 3% 수준에 불과하며, 다른 바이오 연료 생산과 비교해도 5% 수준이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도 다른 용도로 활용 가능하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에 가까운 에너지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에서 바이오가스는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으며, 관련 시장도 연평균 9.2%의 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하게 성장 중이다. 현대건설은 바이오가스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기술 확보에 나섰다. 덕분에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여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장기간 운영함으로써 유기성 폐기물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08년부터 바이오가스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돌입하고 그 성과를 얻었다. 인천 청라에 바이오가스 에너지화를 위한 파일럿 시설을 구축하고 연구와 개선을 반복한 끝에 안정적으로 바이오가스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2016년에는 충청북도 충주에 음식물 바이오에너지 센터를 설립했다. 충주 음식물 바이오에너지 센터는 순수 국내기술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시설로 하루 평균 8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충주 음식물 바이오에너지 센터가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던 것은 현대건설이 오랜 시간 동안 관련 기술 내재화에 힘써온 덕분이다. 기존 바이오에너지 생산 기술은 외국 기술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해당 기술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폐기물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이는 바이오가스 생산 효율 저하로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국내 환경에 적합한 독자 개발 기술을 바이오가스 생산에 적용했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바이오가스 관련 기술은 기존 바이오가스 생산 공정에 포함되는 기술을 국내 폐기물 환경에 맞게 개선한 것으로 음식물 폐기물 전처리 기술, 혐기성 소화 기술, 악취 제어 기술 등 총 세 가지다.
음식물 전처리는 가축 분뇨나 하수 찌꺼기의 전처리보다 섬세한 공정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의 음식물 폐기물 전처리 기술은 기존 음식물 전처리 과정을 개선해 미세협잡물을 최대 95%까지 거를 수 있다. 우리나라 음식물 폐기물에는 걸쭉한 물성이 많아 기존 설비로 미세한 이물질을 거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제거되지 않은 협잡물은 펌프 고장, 배관 막힘, 소화조 침전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국내 음식물 폐기물에 적합한 전처리 기술과 설비를 통해 미세 협잡물을 선별, 분리하여 소화 효율을 높였다.
혐기성 소화 기술은 바이오가스 생산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다. 바이오가스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 전처리 유출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재순환 처리를 추가해 바이오가스 생산성을 높였다. 해당 과정을 통해 슬러지의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미생물의 유실은 방지하며 휘발성 고형물을 80% 이상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슬러지와 미생물의 체류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바이오가스 발생량이 증가하여 기존 시설 대비 생산량을 10% 이상 향상했다.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고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는 많은 악취가 동반된다. 기존에는 이런 악취가 대기 중에 방출되어 주변에 일부 피해를 끼칠 수 있었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실시간 악취 농도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악취 문제를 해결했다. 이 시스템에는 밀폐형 폐쇄회로 구조로 악취 확산을 방지하고 생산 시설의 구역별 특성에 맞는 악취 포집 기술을 적용했다. 포집된 악취는 탈취기를 거친 후 한결 깨끗해진 상태로 배출된다. 현대건설은 이와 같은 기술을 통해 바이오가스 생산의 시작부터 끝까지 최고의 효율과 최선의 환경을 이룩하고자 했다. 이는 환경신기술 인증 2건, 녹색 인증 1건을 비롯해 18건의 국내외 특허 획득 성과로 이어지는 등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현대건설은 충주 바이오에너지 센터를 구축 및 운영에서 얻은 노하우와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3일, 국내 최초의 '민간 투자형 통합바이오가스화 시설'로 가동을 시작한 시흥 클린에너지 센터에는 현대건설의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기술이 집약됐다. 시흥 클린에너지 센터는 경기도 시흥시 물 환경센터 내 3만 3,430m² 면적으로 조성된 통합 폐기물 처리 시설이다.
이곳은 에너지 생산을 위한 전처리 설비, 혐기성 소화 설비, 열가용화 설비, 소화 찌꺼기 처리 설비, 폐수 처리 설비, 악취 제거 설비 등의 각종 설비로 구성돼 시흥시에서 일평균 발생하는 음식물 폐기물 145톤, 하수 찌꺼기 540톤, 분뇨 60톤 등의 방대한 폐기물을 처리하고 바이오가스 고질화를 통해 연간 약 460만Nm³의 도시가스를 생산한다. 여기서 생산한 도시가스는 하루 약 8,282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시흥시 전역에 공급되고 있다. 지역 개발에 의한 인구 증가와 이에 따라 늘어난 유기성 폐기물 처리를 시흥 클린에너지 센터가 수용해 ‘지역 환경 개선’과 ‘에너지 공급’이란 두 가지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너지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유의미한 첫걸음을 내디딘 현대건설은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2022년 4월, 환경부의 국책과제를 수주하고 통합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실증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2026년 완공 예정으로 하루 최대 75톤에 달하는 유기성 폐기물 처리가 가능하며, 개선된 전처리 기술 및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충당하는 등 한층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구미시 광역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구미시와 칠곡군에서 발생하는 475톤의 유기성 폐기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도시가스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550만Nm³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9,000세대에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무차별적인 에너지 생산만 이어가선 안 된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은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과제이다. 바이오가스는 악취와 온실가스의 주범인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고 자원 순환의 중심을 만드는 것에 가치가 있다. 현대건설은 바이오가스에 담긴 가능성에 주목했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거듭하며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이러한 노력은 자원 순환 사회로 넘어가는 밑바탕이 되어 미래의 청정한 지구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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