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2 현대자동차그룹

사막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자동차를 담금질하는 곳, 모하비 주행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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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방법에는 지름길이 없다. 최선을 다해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할 뿐이다. 현대차·기아가 극한의 시험 환경에서 자동차를 몰아붙이는 이유다.

미국 서부에서 가장 메마른 땅, 모하비 사막 서쪽의 ‘캘리포니아 시티(California City)’에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California Proving Ground, 이하 모하비 주행시험장)’이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상식에서 화려한 수상을 기록한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뛰어난 성능과 높은 품질이 바로 이곳에서 완성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달리는 현대차 아이오닉 5 N

지금의 자동차는 기계공학, 전기, 전자 등 다양한 기술의 집합체다. 이처럼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높은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제 도로 주행 조건 이상의 가혹한 시험이 필요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찾아볼 수 없는 문제를 발견해 해결하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평온한 풍경이지만,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여름철 지면 온도는 54℃를 넘나 든다

현대차·기아는 극한의 환경을 찾아 2005년에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완공했다. 해당 지역은 사막 기후로 극도로 건조하다. 여름철에는 평균 온도 39℃에 지면 온도는 54℃를 넘나 든다. 반면 겨울에는 평균 26℃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폭풍이 올 때는 눈비가 몰아친다. 이처럼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는 다양한 조건에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에 달한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규모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 평)에 달한다. ‘고속주회로’, ‘범용시험장’, ‘장등판시험로’ 등 12개 시험로를 갖추고 있으며, 모든 시험로를 연장하면 길이가 무려 61km에 달한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주행시험장은 GM, 포드, 도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시설이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 이승엽 상무가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주요 시험에 대해 설명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는 현지적합성시험, 북미법규시험, 내구시험, 재료환경시험 등을 수행한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 이승엽 상무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기에서 진행하는 시험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현지적합성시험은 승차감, 조종 안정성, 소음 등 상품성 관련 부문을, 북미법규시험은 차량전복, 제동거리, 사고회피속도 등 안전 관련 성능을 다루고 있습니다. 내구시험은 다양한 노면에서의 차량 상태를, 재료환경시험은 부품의 혹서 환경 내구도를 측정합니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 있는 SUV의 험로 주행과 견인력에 대한 시험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는 SUV의 험로 주행과 견인력에 대한 시험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미국기술연구소를 비롯한 전 세계 연구진들이 시험을 거듭하고 있다. 연간 300여 대의 차량을 테스트하는데, 시험장과 미국 각지를 달리는 거리만 평균 20만km에 달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어떤 환경에서도 안전한 이동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현대차·기아의 집념이 빚은 결과물이다. 이는 북미 및 세계 판매량 증대의 원동력이자, 전기차 및 SUV 시장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저력의 기반이기도 하다.

뜨거운 사막에서 전기차의 열을 다스리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전동화 체제 전환에 가장 성공한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 모델은 전 세계 시장 곳곳에서 많은 호평을 받으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 모델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높은 인기의 배경은 완성도에 있다. 전기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건은 내연기관차와 다르다. 전기차는 고밀도의 배터리를 얹기에 내연기관차 대비 300kg 이상 무게가 증가한다. 그만큼 서스펜션과 타이어, 차체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지가 핵심적인 평가 요소다. 더욱이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와 분당 1만 회 이상 회전하는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손꼽힌다.

전기차의 열관리 기술은 높은 완성도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현대차·기아는 극한 환경에서의 열관리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45℃ 이상의 기온과 제곱미터당 1,000W 이상의 일사량을 보이는 날에 집중적으로 전기차 열관리·냉각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승엽 상무는 전기차 성능 시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무겁습니다. 따라서 승차감, 조종 안정성 등의 주행 성능 시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기차만의 특성인 충전, 방전, 주행거리, 열관리 등의 시험 또한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전동화와 관련된 많은 신기술을 검증하게 된 것입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는 전기차의 견인 등 다양한 조건에서 냉각 성능을 시험한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열관리·냉각 성능 시험 강도를 한층 높였다. 트레일러 견인이나 등판, 고속주행, 와인딩 등 부하가 많이 발생하는 가혹한 주행 조건에서도 모터나 배터리 시스템에 과도한 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냉각성능을 개선하고 열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냉각 성능을 완성한 아이오닉 5 N은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뛰어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예컨대 아이오닉 5 N의 경우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배터리 온도가 60℃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개발 과정에서의 주요 목표였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고속 충전과 주행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와 주행 성능 극대화라는 상반되는 목표를 모두 충족할 수 있었다. 


성능 향상을 위한 노력은 모하비 주행시험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미대륙 전역은 현대차·기아의 시험 무대다. 지난해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연구원들은 약 10주 동안 데스밸리를 비롯해 미네소타, 오리건 등 미국의 다양한 환경에서 전기차의 배터리 안전성과 열에너지 관리를 최적화했다.

전기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혹한 주행시험

하늘에서 바라본 모하비 주행시험장.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시험로가 눈에 띈다

전기차의 성능 시험에는 ‘고속주회로’도 당연히 포함된다. 길이 10.3km의 타원형 3차로 트랙인 고속주회로는 미국의 고속도로를 모사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험로이며, 시속 200km로 주행하는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규모가 큰 만큼 한 바퀴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에 달한다.

시속 200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주회로를 4,000바퀴 넘게 이상 없이 달려야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신차는 고속주회로에서 혹독한 종합 내구시험을 거친다. 평균 3개월의 기간 동안 고속주행을 거듭하며 차량의 노화도를 측정한다. 동시에 구동계 성능, 풍절음 평가 등 다양한 시험을 치른다. 차량 1대당 3만 마일(약 4만 8,000km)을 달리는데, 4,000바퀴 넘게 이상 없이 달려야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다양한 오프로드 시험 코스는 차량의 하부 충격 등 다양한 부분의 내구성 평가에 도움이 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는 차량 하부에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내구 성능을 평가하는 노면도 여럿 조성돼 있다. 다양한 외부 도로 환경조건을 고려해 고정악로, 장등판, 오프로드(험로) 등 총 16개 종류의 노면에서 차량 하부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오프로드 코스를 달리는 기아 텔루라이드

내구시험로는 1만 마일(약 1만 6,000km) 정도만 주행해도 일반도로에서 10만 마일(약 16만 km)을 주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정도로 가혹하다. 특히 비틀림 노면은 실제 배터리와 차량 내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실제보다 더욱 가혹하게 구현했다. 현대차·기아는 이곳에서 약 500여 번의 주행시험을 통해 극한의 내구성을 확보한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부품의 내구성

현대차·기아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뜨거운 날씨를 활용해 차량의 각 부품이 더위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시험하고 있다. ‘재료환경내구시설’에서는 부품이 태양광과 태양열에 받는 영향을 측정한다. 이곳에는 범퍼와 헤드램프, 페인트 시편 등 외장부품, 자율주행 센서, 대시보드와 시트 등 내장부품에 이르기까지 자동차를 이루는 수많은 부품이 나열돼 있다. 극한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해 색상과 재질의 변질을 보기 위해서다.

부품을 진열하는 패널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여 실제보다 더욱 가혹한 시험 상황을 조성한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내구시험팀 윤영준 책임연구원은 “부품들이 진열된 패널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며 낮 동안 계속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 결과 다른 지역에서의 변형 시험보다 최고 30배 빠르게 내구성을 검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간 일조량에 해당하는 양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쬐도록 하는 가혹한 시험을 통해 극한의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잘 달리고 조용한 전기차를 만드는 시험

잘 달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 있어 ‘R&H(Ride and Handling, 승차감과 핸들링)’의 중요성은 지대하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연구원들은 전기차의 승차감과 핸들링을 평가하기 위해 ‘범용시험로’, ‘승차감·소음시험로’, ‘핸들링시험로’ 등 다양한 구간에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핸들링시험로는 높고 험한 산맥이 많은 미국 지형에서 차량의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총길이 5km로 급커브 구간과 8% 경사 언덕 등으로 구성돼,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한 뒤 다시 고속으로 빠져나가는 등의 한계 상황 주행시험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이는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 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달리는 현대차 아반떼 N
기나긴 경사로로 조성된 장등판시험로에서는 구동계의 등판성능 시험이 이뤄진다


2~12%의 경사로로 이뤄진 5.3km의 길이의 장등판시험로에서는 구동계의 등판성능 시험이 주로 이뤄진다. 전기차의 높은 토크를 시험하기 위한 안성맞춤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경사로에서 차량을 멈추고 출발하기를 반복하며 전기차의 가속 성능을 시험한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승차감·소음시험로

한편, 모터로 구동되는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어 외부 소음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도로 환경이나 주행 상황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승차감·소음시험로는 미국 도로의 각종 실도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도로는 도로마다 다양한 포장 기법이 적용되기에, 이를 반영해 전체 구간 내에 다양한 포장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북미 지역의 여러 포장 기법을 적용한 승차감·소음시험로는 주행 중 소음을 확인하는 데 용이하다

그리고 북미 지역의 도로는 태양이 강한 기후 특성을 고려해 아스팔트 노면이 오래 견딜 수 있도록 해 주는 ‘슬러리 실(slurry seal)’이 많이 입혀져 있다. 그래서 도로 표면이 거칠어 주행 시 잔진동이 많이 발생한다. 바람, 비, 태양 등에 의해 풍화된 도로, 깨진 아스팔트 도로를 주행할 때 올라오는 충격음, 철도 건널목, 맨홀 뚜껑 등 주행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적지 않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뉴욕, 디트로이트, 덴버, 샌프란시스코 등 30개의 다양한 미국지역 노면 조건을 재현한 승차감·소음시험로를 비롯해 LA의 대표적인 간선도로인 ‘LA 프리웨이’를 재현한 시험로에서 미국 현지 적합성 평가를 진행한다. 소음을 최소화하고, 차량의 충격 흡수력을 높이고 실내에 도달하는 진동 또한 최대한 억제해 좋은 승차감을 빚어내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는 모하비 주행시험장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또 다른 특징은 ‘진화’다. 글로벌 고객이 요구하는 자동차와 시장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이에 맞춰 더욱 가혹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고 추가하는 것이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20년째 근무하며 운영 및 관리를 맡고있는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매튜 알 시어(Matthew R. Seare)’ 파트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내구시험팀 ‘매튜 알 시어(Matthew R. Seare)’ 운영 파트장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테스트를 계속 도입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20년 전에는 없었던 테스트를 계속해서 새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험로와 연구 시설을 짓고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사막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오프로드 시험로를 통과 중인 현대차·기아의 모델들. 북미 시장에서는 험로 주행 성능이 중요하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이 완공되었을 때 오프로드 시험로는 단 1개 코스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포장된 시험로에서 도심 및 고속도로 주행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현재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 코스는 7개 코스로 늘어났고 추가로 건설 중인 시험로도 있다. 세계적인 SUV 유행에 발맞춰 어떤 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차량시험개발실 강희진 책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바위와 같이 연출한 굴곡을 통과하는 현대 싼타페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설립 이후 다양한 시험들을 추가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내연기관차의 혹서 내구시험이 주요 프로그램이었지만, 지금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주행 및 내구시험, SUV의 오프로드 테스트 등 여러 시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가 바뀌는 속도만큼 시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가는 길보다 더욱 가혹한 환경에서 자동차는 완성된다

미국은 오프로드를 주행할 기회가 많고 환경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고객이 주행하는 길보다 더욱 가혹한 환경에서 다양한 조건을 검증해야 강건한 성능을 완성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이경재 책임연구원은 “오프로드 시험은 기존의 비포장 시험로 외에도 여러 노면을 추가해 다양한 외부 환경조건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며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SUV를 이곳에서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험로에서 갈고닦은 기술이 모두의 안전으로 이어지다

오프로드 주행 시험은 SUV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기술 확보로도 이어진다. TCS(Traction Control System, 구동력 제어 시스템) 시험이 좋은 예다. 

오프로드 환경 속에서 TCS(구동력 제어 시스템)의 성능을 끌어올린다

TCS는 차량이 둔덕을 넘거나 구덩이를 지날 때 구동력을 접지된 휠에 집중해 쉽게 험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오프로드의 필수 기능이다. 현대차·기아는 TCS를 시험할 수 있는 모래길, 자갈길, 아스팔트 둔덕 등 다양한 노면을 마련했다. 이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개발하는 동시에 TCS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시험 무대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의 ‘랜스 맥러스(Lance McLaws)’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샤시 열에너지 성능시험팀의 ‘랜스 맥러스(Lance McLaws)’ 책임연구원은 오프로드 주행 성능 평가 및 튜닝을 담당하고 있다

“저는 저속 험로 주행 상황에서의 구동력 제어, 휠 슬립(wheel slip,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뜻하며 접지력 이상의 강한 힘이 바퀴에 전달되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제어 등 전반적인 오프로드 주행 성능 평가 및 튜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거친 오프로드 노면에서의 주행 성능 검증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아 텔루라이드와 같은 SUV 차량이 얼마나 험난한 경사와 돌길도 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험로를 통과하고 있는 기아 텔루라이드

이와 같은 오프로드 테스트는 SUV만의 것이 아니다. 전기모터 작동과 함께 즉시 최대토크에 가까운 힘을 내는 전기차는 험로에서도 뛰어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대신 힘의 전달이 워낙 빠르기에 바퀴가 미끄러지는 휠 슬립이 일어나기 쉽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TCS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험로에서 개선한 TCS 기술은 고객의 더욱 안전한 운전을 위한 것이다

”미국기술연구소에서는 디자인과 규제 등 수많은 측면을 고려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튜닝을 가리지 않고 수행 중입니다. 특정한 장애물이나 험로도 더 안정적으로 주파할 수 있도록 튜닝하고 운전자의 안전성을 강화한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제 업무의 일환인 휠 슬립 컨트롤은 부수적인 기능이기는 해도 결국 안전 사양입니다. 언젠가 고객들이 제가 튜닝한 기능으로 더욱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하면 정말 보람찹니다.”

미국 현지 R&D 체계를 발판으로 글로벌 일류 브랜드로 도약하다

현대차·기아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완공과 함께 현지화 R&D(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 지형에 최적화된 다양한 시험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시험에 이르기까지 현지에서 진행하는 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덕분에 개발 기간을 단축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지아공장에서 적기에 신차를 생산할 수 있게 함으로써 빠르게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의 전경

매튜 알 시어 모하비 주행시험장 운영 파트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모하비 주행시험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근 20년간 현대차와 기아가 이뤄낸 모든 성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항상 뿌듯합니다. 그리고 차량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연구원들은 자동차를 정말 사랑하고, 차량에 가장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온 열정을 쏟습니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 많은 애정과 자부심을 품은 사람들과 협력하는 곳이 바로 이곳 모하비 주행시험장입니다.”

현대차는 WRC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비롯한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화 R&D 체계 구축은 국내의 종합 R&D 컨트롤 타워인 남양연구소와의 긴밀한 교류를 통한 시너지로 이어졌다. 또한, 독일 뉘르부르크링 시험센터, 유럽 월드 랠리 스포츠법인 설립 등 더 다양한 영역에서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기아 EV9은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최고의 SUV로 선정됐다

이와 같은 노력은 미국 시장에서의 두드러진 성장세로 결실을 맺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0년대 들어 10% 내외의 미국 신차 판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2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0년 글로벌 톱 5를 기록한 이후 12년 만인 2022년 세계 판매 3위에 올랐다. 2023년 역시 3위 자리를 지킬 것이 확실시된다.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연이은 북미 올해의 차 수상 기록으로 이어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질주는 각종 수상 기록으로도 증명됐다. 아이오닉 5, EV6, GV60, 아이오닉 6, EV9 등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 모델은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를 휩쓸며 전 세계 유력 매체의 호평을 받았다.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지름길은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동원해 끊임없이 시험과 개선을 반복하는 방법뿐이다. 현대차그룹의 모든 연구원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오늘도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는 고객을 위해 묵묵히 열정을 쏟는 연구원들의 구슬땀이 흐른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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