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자동차 업계는 다양한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고도화된 IT와 AI 기술을 자동차에 발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기술 발전의 속도는 빨라지고 이종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 오랜 시간 지속해온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미래 모빌리티에 구현하기 위해 내부 자원을 공개하고 외부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일찌감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힘을 쏟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크래들(Hyundai CRADLE, 북미·유럽·중국·이스라엘·싱가포르) 및 제로원(ZERO1NE, 한국) 등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와 함께 1,000여 개 글로벌 스타트업의 기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 협업의 장을 확대해왔다. 이번에 살펴본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Open Innovation Lounge) 역시 궤를 같이하는 대표적인 예다.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상품 및 신기술 개발 문화 조성을 위한 개방형 혁신 상품 개발 플랫폼이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선보이기 위해 외부 스타트업과 협력을 진행한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일회성이 아닌 매해 개최되며 혁신적인 신기술 소개와 더불어 실제 양산을 목표로 지속적인 검증과 개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19년 첫선을 보인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매년 다른 슬로건으로 개최되고 있다. 2020년에는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지향점을 바탕으로 300여 개 글로벌 스타트업 중 총 11개 팀의 기술을 소개했다. 그중 AI를 활용한 차량 실내 모니터링,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 후면 유리에 광고 이미지를 송출하는 스마트 미러, 차량 내부 위생 강화를 위한 살균 조명 등의 기술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듬해에는 ‘혁신과 그 이상을 그리다(Paint the Innovation and Beyond)’를 바탕으로 120건에 달하는 미래 기술 경험 시나리오를 비롯해 총 12개 스타트업과 진행한 협업 결과물을 소개했다. 특히 차량 유리 사이에 변색 가변 필름을 접합해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와 물리적 진동및 증강 사운드를 시트별로 제공하는 시트 내장 사운드 시스템의 선행 개발 결과를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두 기술은 2020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에서 소개된 후 실제 개발 과정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함께 미래를 만들다(Building Future Together)’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작년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에서는 13점의 협업 결과물, 150개의 미래 기술 시나리오가 전시됐다. 특히 차량 탑재 선행개발 결과를 공유하고 양산 개발 방안을 논의하는 파트너스(Partners) 존이 신설되었으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끈 핵심 기술은 단연 드론 이륙 및 회수 시스템인 타겟암(Target Arm)이었다. 자동차에서 사출되는 것은 물론 회수까지 가능한 드론 시스템은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차량의 2열 공간에 홀로그램을 생성해 몰입감 높은 미디어 콘텐츠 감상이 가능한 홀로그램 기술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23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지난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에서 개최됐다. 올해 슬로건은 ‘우리만의 무언가를 향한 Outside-In의 여정(Journey for Original Inspiration)’이었다. 총 20개의 신기술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그리고 있는 100건의 미래 기술 시나리오가 전시됐으며, 무엇보다 양산 수준에 이른 기술도 등장해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의 성과를 입증했다. 전시 구역은 기술의 상품화 단계에 따라 PoC(Proof of Concept, 개념 검증) 수준의 기술을 선보인 ‘새로운 기회의 탐색(Exploring New Opportunities)’, 선행 검증 중인 기술을 보여주는 ‘협업의 확대(Building Together)’, 시제품 개발 단계의 기술을 전시한 ‘검증(Validation)’, 양산을 앞둔 제품을 보여준 ‘기술을 경험으로(Technology to Experience)’ 등 4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올해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에서 가장 많은 신기술을 선보인 구역은 ‘새로운 기회의 탐색(PoC)’ 구역이었다. 이 구역에는 약 300개의 글로벌 스타트업 중 고객 만족도와 기술 구현 가능성, 기술 독창성 부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선정된 총 9개(한국 2건, 북미 4건, 유럽 2건, 중국 1건) 스타트업의 신기술이 전시됐다. 특히 친환경 소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 내 서비스·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소개된 가운데 ‘인포테인먼트 제스처 컨트롤’이 가장 많은 이목을 끌었다.
북미 스타트업인 모션 제스처(Motion Gestures)의 인포테인먼트 제스처 컨트롤은 카메라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 학습)으로 손과 손가락 마디의 움직임을 인식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검지 손가락을 위아래, 좌우로 움직여 음악을 재생하거나, 화면전환, 기능 선택 등 손동작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특히 고정된 손동작과 움직이는 동작 모두 인식이 가능하며 100%에 가까운 수준의 정확도 덕분에 보다 편리하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향후 제스처 컨트롤이 양산 차량에 적용될 경우 사용자 편의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제어하는데 음성 인식과 제스처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 사람과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AI 서비스를 주고받는 기술인 멀티 모달(Multi Modal)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버튼을 조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의 분산을 막아 안전한 주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스타트업인 모픽(Mopic)과 델타 X(Delta X)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 최초의 제로원 소속 스타트업이자, 업체 간 협업을 통해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모픽이 선보인 3D 디스플레이는 델타 X의 DMS(Driver Monitoring System) 카메라 모듈을 이용해 운전자의 눈의 시점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에 입체영상을 송출하는 기술이다. 특히 델타 X와 함께 힘을 모아 개발한 시점 추적 프로그램은 양안의 시차를 추적한 결과를 리얼타임 렌더링 연동하기 때문에 한층 더 일괄적이고 부드러운 입체영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델타 X는 인-캐빈 카메라 통합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기술 역시 시점 추적 프로그램과 차량 내 카메라가 핵심으로, 차량 내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졸음운전, 안전벨트 착용 여부, 스티어링 휠 파지 여부 등을 확인한다. 아울러 2열 공간에도 카메라를 탑재해 후석 승객의 자세를 파악하거나 운전자가 하차 시 뒷좌석 승객의 탑승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칼로곤(Kalogon)은 시트 폼 내부의 공기 조절 장치를 통해 탑승객의 체중을 분산시켜 신체에 가해지는 피로도를 감소시키는 스마트 쿠션을 소개했다. 또한 브렐리온(Brelyon)은 넓은 시야각과 광활한 화면을 제공하는 가상 디스플레이를 공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아울러 유럽에 기반을 둔 UINCS와 카스투스(Kastus)는 각각 높은 유연성과 탄성으로 다양한 부분에 적용 가능한 인쇄 전자 기술과 빛과 수분의 광촉매로 항균 및 항바이러스 기능이 활성화되는 항균·방오 특수 유리를 선보였다. 중국 스타트업인 헬스호프(Healthhope)는 차량 내에서 이용 가능한 실시간 원격진료 서비스를 소개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비전을 제시했다.
선행 검증 중인 기술을 보여주는 협업의 확대 구역에는 현대차그룹의 해외 연구소, 그룹사, 협력사와의 협업을 통해 고도화한 신기술 8건이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유럽 전진 기지인 유럽기술연구소(Hyundai Motor Europe Technical Center, HMETC)와 이스라엘에 위치한 마라딘(Maradin)의 협업 결과물인 근거리 노면 프로젝션이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기술은 차량 외부에 탑재한 프로젝터와 레이저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초소형 정밀기계 기술)를 활용해 노면에 다양한 이미지나 영상을 비추는 것이 핵심이다. 노면에 표시되는 이미지의 해상도는 1280×480이며, DLP(Digital Light Processing, 디지털 광학 기술) 대비 선명도가 높은 점 역시 특징이다. 그간 노면에 이미지를 표시하던 기술이 한층 진화한 것이다.
근거리 노면 프로젝션은 활용도와 편의성이 매우 높다. 이를테면 배터리 충전 상황에서의 활용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충전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충전기 혹은 클러스터를 확인해야 한다. 반면, 해당 기술은 노면에 충전 상태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쉽고 직관적으로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차량 잠금 해제 시 다양한 컬러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표시해 남다른 감성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주행 중에는 차량 접근 경고 등을 통해 보행자 안전을 돕는다.
현대차그룹 미국기술연구소(Hyundai America Technical Center, Inc., HATCI)와 스타트업이 협업한 기술도 전시됐다. 바이오닉 얀(Bionic Yarn)이 선보인 친환경 내장재는 유독 큰 관심을 끌었다. 이는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수거된 플라스틱을 폴리머, 직물, 실로 재가공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장재는 도어 트림과 시트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 정책 만족은 물론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지속가능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링그로브(Lingrove) 역시 친환경 소재를 전시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을 예고했다. 이는 레진과 섬유를 배합해 만든 소재로 목재와 같은 모양과 재질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적은 양의 전류로도 발열이 가능한 전도성 코팅 스프레이 페인트와 전류를 이용해 다양한 컬러로 빛나는 발광 페인트도 전시됐다.
아울러 국내 협력사인 SL미러텍은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GV60 등을 통해 소개됐던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각종 신기술과 친환경 소재를 접목시킨 디지털 사이드미러 모듈을 전시했다. 기존과 달리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에 대한 경고를 도어트림의 히든 무드램프를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히든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미러 각도 조절과 미러 격납이 가능하며, 인-캐빈 카메라로 운전자의 시선을 인식함으로써 야간 주행 시 시선에 따라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현대트랜시스는 승객 모니터링 시트를 전시했다. 이 시트는 레이더 센서를 통해 탑승자의 호흡과 심박 파형을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승객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파악 결과에 따라 승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자세로 시트가 자동으로 조절되거나 마사지 기능이 작동되며, 이상 상태가 감지되면 원격 진료로도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모베이스 전자는 홀로그램 콘텐츠 제어 및 조작 시스템을 전시했다. 특수 유리의 광원 굴절 특성이 활용된 홀로그램을 카메라 기반의 모션 인식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제어 시에는 초음파 햅틱으로 피드백을 제공해 조작감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검증 구역에서는 개발 단계 수준에 이른 두 가지 기술이 전시됐다. 머지않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가우지(Gauzy)의 스마트 글라스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유리 사이에 변색 가변 필름을 더해 유리 투과율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승객의 취향에 따라 혹은 외부 날씨에 따라 버튼 조작만으로 틴팅 비율을 변경할 수 있어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폴로 파워(Apollo Power)의 필름형 솔라셀은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발전했다. 필름형 솔라셀은 기존 솔라 패널 대비 가볍고 유연한 특성 덕분에 차체 표면에 적용 가능하다. 특히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가령 필름형 솔라셀을 아이오닉 5의 후드와 루프에 적용할 경우 하루 동안 2.8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노트북과 전기밥솥, 온열매트, 빔 프로젝터를 동시에 최대 4.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다. 생산한 전력을 주행에 사용한다면 전비 7km/kWh 기준으로 약 18.8km를 주행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두 기술의 발전 과정이다. 스마트 글라스와 필름형 솔라셀은 2019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스마트 글라스는 당시 내부 평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킥-오프(Kick-off) 아이템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2회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통해 CFT 1차 선행 개발 결과물을 선보였고, 이듬해에는 CFT 2차 선행 개발 과정을 거쳤다. 아울러 지난해와 올해는 개발 유관 부문과 협력해 사양 개발이 이뤄졌다. 필름형 솔라셀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첫 전시 이후 2020년에는 미래에너지연구팀과 함께 2차 PoC를 진행했고, 2021년에는 CFT 선행 개발을 추진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2세대 솔라시스템 선행 개발을 거쳤다. 이처럼 지속적인 개발을 이어온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의 지향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양산 단계에 돌입한 플렉사운드(FLEXOUND)의 몰입형 헤드레스트 스피커는 현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과 만나 하나의 완성된 신기술로 발전한 것이다. 몰입형 헤드레스트 스피커가 탑재된 좌석에 앉으면 이름 그대로 몰입감 넘치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소리에 부드러운 물리적 진동을 더해 사운드에 맞는 진동을 경험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의 스마트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계 개발되었으며, 소리가 일정 범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 머무르는 근거리 음장 기능도 갖췄다. 덕분에 1열과 2열 좌우 승객이 각기 다른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상황에서도 서로 간 방해를 받지 않는다.
몰입형 헤드레스트 스피커의 양산은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기술은 지난 2020년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통해 처음 소개됐으며, 사내 평가단에게 호평을 받으며 본격적인 개발 과정에 돌입했다. 이후 커스터마이징상품팀과 협업을 통해 2021년에는 한층 발전한 모습으로 전시됐다. 고객에게 빠르게 신기술을 전달하기 위한 개발은 계속됐다. 그 결과, 드디어 양산에 적합한 상태로 개발이 완료됐다.
매년 이어지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미래 모빌리티의 경험을 앞당기고 있다. 상상에 그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주목하고, 스타트업을 향한 현대차그룹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현대차그룹과 협력사 그리고 글로벌 스타트업의 도전은 미래를 현실로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 될 것이다. 우리가 현대차그룹과 다양한 스타트업의 협업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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