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리에서 엔진오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엔진오일은 연소실과 피스톤 사이의 유막과 기밀을 유지하고 엔진 각 부분을 윤활합니다. 더불어 냉각 효과, 청정성 유지, 각종 기구의 유압 형성 등을 비롯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엔진오일은 엔진 구동 시간에 비례해 산화되고 소모되므로 엔진오일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엔진오일을 보충하거나 교환하는 것이 자동차 관리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엔진오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많은 분이 알고 있지만,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해 어떤 것을 넣어야 할지 고민해 본 적 또한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차에 꼭 맞는 엔진오일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엔진오일을 구성하는 기본 베이스인 기유(Base oils), 엔진오일의 성능과 관련이 있는 규격, 엔진오일의 점성을 나타내는 점도 등을 안다면 엔진오일 선택이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엔진오일은 기유에 첨가제를 더해 만듭니다. 기유가 엔진오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90%에 달하며 내구성, 점도 지수, 증발량, 용해도 등을 비롯한 엔진오일 성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에 첨가제를 넣어 원하는 성능을 끌어낸 것이 시중에 파는 엔진오일입니다. 기유의 종류는 그룹 1부터 그룹 5까지 나뉩니다. 원유를 증류한 뒤 용제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수소 첨가 분해를 통해 원자 재배열 과정을 거쳐 기유를 만들고 그룹 1, 2, 3로 분류합니다.
이중 그룹 1, 2는 광유로, 그룹 3는 합성유로 부릅니다. 같은 원유에서 추출한 것인데 왜 그룹 3는 합성유로 부를까요? 그룹 3 기유는 수소 첨가 분해 과정을 두 번 거쳐 점도 지수를 120 초과로 올린 것입니다. 광유(원유, Mineral oil)지만 화학적 특성을 크게 바꿨기에 성능은 합성유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이를 합성유로 인정하고 있으며, 그룹 3에서 점도 지수 130을 초과하면 ‘그룹 3+’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룹 4는 석유에서 추출한 나프타(Naphtha)를 원료로 올레핀(Olefin)을 합성해 만듭니다. 흔히 ‘PAO’라 부르는데요, 이는 폴리 알파 올레핀(Poly Alpha Olefin)의 약자입니다. 그룹 4 기유는 점도 지수가 높고 저온 특성이 좋으며 불순물이 없습니다. 그룹 5는 PAO를 제외한 합성 기유를 뜻합니다. 주로 쓰이는 에스터(Ester)는 산과 알코올을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만듭니다. 윤활 효과가 뛰어나지만 고온에서 수분과 쉽게 반응해 분해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엔진오일에는 규격이 있습니다. 미국석유협회와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정한 규격이 대표적입니다. 엔진오일 규격은 엔진 성능이 발전함에 따라 계속 개정돼 왔습니다. 따라서 최신 규격에 맞춰 만든 엔진오일은 기존 규격의 엔진오일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넘어섭니다. 오래된 자동차에 최신 규격의 엔진오일을 넣는 것은 괜찮지만, 반대로 새 자동차에 오래된 규격에 엔진오일을 넣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미국석유협회에서는 2023년 현재 가솔린 엔진오일은 ‘S’(Service Station Classification)를 사용하고 있으며, 등장한 순서에 따라 SN, SN PLUS, SP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가솔린 엔진오일의 최신 규격은 2020년의 SP로 저속 조기 점화 방지, 타이밍 체인 마모 방지, 고온 침전물 보호 등의 목표를 두고 설계된 규격입니다. 디젤 엔진오일의 최신 규격은 2017년의 CK-4, FA-4 입니다. FA-4가 저유황 연료(최대 15ppm), CK-4가 고유황 연료(최대 500ppm)에 대응합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에서는 엔진오일 표준 등급을 ACEA-C로 정하고 가솔린 엔진, 디젤 엔진,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가 달린 디젤 엔진 등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있습니다. A카테고리는 가솔린 엔진, B카테고리는 기존 디젤 엔진, C카테고리는 후처리 장치가 장착된 디젤 엔진, E는 상용차에 장착되는 대형 디젤 엔진으로 나뉘며, 고온고압 점도,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에 영향을 미치는 SAPS(황산화분, 인, 황)의 함유량에 따라 등급을 달리합니다.
SAPS는 마모 방지 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첨가물이지만, 엔진에서 연소될 경우 DPF를 비롯한 후처리 장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후처리 장치가 달린 디젤 엔진용 엔진오일에는 SAPS 함유량을 줄이도록 하는 등 엔진의 기계적 특성에 초점을 맞춰 엔진오일의 등급을 구분한 것이 유럽자동차제조협회 기준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것이 싫으시다면 자동차 제조사가 인증한 엔진오일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인증을 받은 엔진오일의 경우 자동차 제조사의 시험을 통과한 것이기에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제품 차별화 전략에 맞춰 첨가제의 비율을 조정하는 등 자동차 제조사에서 지정하는 규격과 다른 엔진오일을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엔진오일을 고를 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점도 지수’입니다. 점도 지수란 온도에 따라 엔진오일의 점성이 변화하는 정도를 나타내며 점성 변화 폭이 적을 경우 점도 지수가 높아집니다. 이런 엔진오일의 점도 등급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J300 분류를 따라 저온과 고온의 점도로 구분합니다.
엔진오일 점도를 읽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5W-30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W는 겨울을 뜻하는 영어 단어 윈터(Winter)에서 따온 것으로 저온 점도를 의미합니다. 앞의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점도가 낮아 저온에서의 흐름성이 좋습니다. 5W 등급은 –30℃의 온도에서 6,600mPa.s 이하, 0W 등급은 –35℃의 온도에서 6,200mPa.s 이하의 점도를 발휘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뒤의 숫자는 고온 점도를 뜻합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온에서 높은 점도를 유지해 윤활에 적절한 유막을 형성합니다. 30등급은 100℃에서 9.3㎟/s 이상 12.5㎟/s 미만 점도를, 40등급은 12.5㎟ 이상 16.3㎟ 미만 점도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숫자가 높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의 엔진은 특성에 따라 필요한 엔진오일 점도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높은 점도의 엔진오일을 사용하면 엔진 내부 저항이 커져 동력 손실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요구되는 조건보다 낮은 점도의 엔진오일을 사용할 경우에는 고온에서 유막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고, 엔진 내부가 마모될 수 있습니다.
엔진오일 관리의 시작은 사용설명서를 읽는 것입니다. 사용설명서에는 내 차에 알맞은 엔진오일의 등급, 점도, 교환 주기 등의 여러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싼타페에 적합한 엔진오일로는 API SN PLUS / SP 또는 ILSAC GF-6 등을 만족하는 0W-30을 권장합니다. 아울러 일반 조건에서는 10,000km 또는 12개월마다 엔진오일과 오일필터를 교환하며, 가혹 조건에서는 5,000km 또는 6개월마다 교환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싼타페 MX5 2.5 터보 2023년형 기준) 가혹 조건에는 짧은 거리의 반복 주행, 과다한 공회전, 교통 체증이 심한 주행의 반복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좋은 엔진오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엔진오일 교환에 있습니다. 엔진오일의 교환 주기를 넘어서 장기간 사용하면 윤활 성능 감소, 슬러지 발생, 엔진오일 소모 등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엔진이 파손될 수 있습니다.
아끼는 자동차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으시다면 오늘은 사용설명서를 읽으며 언제 엔진오일을 교환했는지 확인하세요. 교체할 때가 되었다면 적합한 엔진오일을 찾아보세요. 기유, 규격, 점도 등의 조건만 알면 엔진오일을 고르기가 한층 편해집니다. 이제 ‘어떤 엔진오일을 넣을까?’라는 자동차 마니아의 즐거운 고민을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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