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7 현대자동차그룹

열기구부터 모노레일까지, 엑스포가 선보인 이동수단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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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서 엑스포는 온갖 이동수단의 실험장이 되어왔다.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열기구부터 이동보도, 비행기구, 모노레일, 우주선까지 각종 모빌리티를 눈앞의 현실로 제시했다.

초기 박람회는 거대한 단일 전시관에서 열렸기에 관람객을 위한 실용적인 이동수단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박람회와 교통, 여행은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밀접한 주제였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데 효율적인 교통수단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엑스포의 효시인 1851년 런던박람회 개막식에는 65만 명이 운집했다. 이는 ‘전시를 제외한 평화로운 시기에 한 곳에 모인 최다 군중’으로 기록됐다. 당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은 철도였다. 철도가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관람객이 이동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런던박람회에서는 산업혁명 덕분에 영국이 압도적인 기술력을 과시한 증기기관이 전시됐다. 증기기관차는 인류의 운송수단을 기계로 바꾼 사상 첫 발명품이었다.

30m짜리 기중기, 증기 보일러와 함께 기계류 전시실을 차지한 증기기관차는 움직이지 않은 대신 거대한 쇳덩이 엔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관차 지붕 부분을 떼어내 전시됐다. 19세기 후반 들어서 대중화된 철도는 역대 박람회를 통해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 눈길을 끈 것은 1867년 파리박람회부터였다.

이동수단의 실험장이었던 박람회

무궤도 증기차가 종횡무진 누볐던 1867년 파리박람회(출처: https://www.bie-paris.org/)

샹 드 마르스 공원에 조성된 박람회장은 대형 지붕 아래로 다양한 전시관을 백과사전처럼 구성했다. 단일 전시관을 넘어 이국적 풍물이 넘치는 국가별 전시관, 주제관, 식물원, 공연장, 야외 전시장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람회 조직위는 이동 편의를 위해 무궤도 증기차를 개발해 운행했다.


증기기관차가 탑승용 트레일러를 끄는 일종의 ‘증기 버스’였다. 이 증기차는 기차 또는 센강을 통해 보트를 타고 오는 관람객을 박람회장 내부 곳곳으로 실어 날랐다. 관람객을 열광케 한 이동수단은 무엇보다 하늘을 나는 기구(氣球)였다. 몽골피에 형제가 개발한 열기구는 당시 프랑스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줬다.


엑스포의 주요 볼거리로 꼽혔던 다양한 이동수단들(출처: https://www.bie-paris.org/)

열기구는 300m 상공까지 올라 박람회장과 파리 전경을 선사했다. 또한 1900년 파리박람회에선 그랑 팔레 전시관에 각종 기구만 전시하기도 했다. 다섯 차례 박람회가 열리며 엑스포의 명당이 된 샹 드 마르스에는 사이요궁 등 유려한 건축물이 차례로 들어섰다. 그러면서 규모도 오르세역, 앵발리드광장, 센강 일부를 포괄하는 120만㎡로 확장됐다.

에펠탑, 수력 열차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했던 1889 파리박람회 (출처: https://www.bie-paris.org/)

에펠탑이 세워진 1889년 박람회에선 각 전시시설을 잇는 3.6km의 박람회장 전용 열차가 운행됐다. 철판 위에 물을 얕게 흐르게 한 뒤 프로펠러로 바퀴를 움직이는 방식이어서 ‘수력 열차’라 불렸다. 이 열차는 박람회가 열린 6개월간 634만 2,446명을 실어날랐다. 전체 관람객 2,800만 명 중 4분의 1이 이용한 셈이다.


수력 열차는 ‘첨단기술로 완성된 발명품’이란 찬사를 받았지만 박람회장에서만 사용되었을 뿐 운송수단으로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1893년 시카고박람회는 교통수단 전용 전시관을 개설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철도시스템을 선보였다. 그건 바로 풀만 컴퍼니가 개발한 뉴욕-시카고 간 익스프레스 열차였다.

공상과학 소설 속 상상을 현실에 구현한 박람회

이동보도란 혁신적인 수단을 통해 이동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시카고박람회 (출처: https://www.bie-paris.org/)

엑스포에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한 혁신적 이동수단은 이동보도(moving walkway)였다. ‘길이 움직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영국 작가이자 문명비평가 H.G. 웰스가 자신의 소설에서 그러한 장면을 써내곤 했다. 벨트식 이동보도를 건물 사이, 심지어 도시 사이에 놓아 편하게 오간다는 내용이다.


1893년 시카고박람회는 공상과학 소설을 현실화한 놀라운 광경을 연출했다. 박람회장 놀이공원에 ‘움직이는 보도’를 설치한 것이다. 전기로 작동한 이 이동보도는 미시간 호반에서 카지노까지 곡선 코스 2개 층으로 만들어졌다. 한 층은 앉아서 타는 의자가 설치됐고, 다른 층은 서서 타게 돼 있었다.


이동속도는 시속 4.8km로 빨리 걷는 것과 비슷했지만 신기한 작동 모습으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 이동수단의 혁신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꾸준히 발전시킨 전기기술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 무렵 동력장치의 주류는 증기엔진에서 전기로 대체됐다. 전기는 석탄보다 깨끗하고 가스보다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았다.

다양한 이동보도를 선이며 가능성을 입증한 파리박람회 (출처: https://www.bie-paris.org/)

1900년 파리박람회에선 3개 층으로 개선된 이동보도가 등장했다. 1층은 보행로, 2층은 저속 운행, 3층은 시속 10km 고속 운행 보도였다. 그 길이만 3.5km에 달했다. 에펠탑에는 전동 엘리베이터 8대가 설치돼 관람객들을 하늘로 실어 날랐다. 전기의 전당에 이르는 이동보도 주변에는 컬러 전구 1만 6,000개가 설치돼 빛의 향연을 펼쳤다.


엑스포에서 선보인 이동보도가 실용화된 것은 반세기나 더 지나서였다. 1954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역 이동보도가 공공장소에 설치된 첫 사례다. 굿이어가 시공한 이 이동보도는 10% 경사로 84.5m를 시속 2.4km로 움직였다. 


19세기가 기차의 시대라면 20세기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시대였다. 자동차는 20세기 들어 엑스포를 주도한 미국 박람회의 강력한 동력이 됐다. 자동차가 엑스포에 나온 것은 1889년 파리박람회부터였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박람회에선 기차, 자동차 등 운송수단이 전시의 주역이 됐다. 증기기관 발명 100주년을 기념해 기차역 형태로 지은 교통의 전당엔 ‘20세기의 정신’이란 회전 플랫폼 위에 증기엔진이 실제로 가동됐다.

20세기의 자동차 대중화를 선도한 포드 (출처: https://media.ford.com/)

미국 서부 개척의 엔진 역할을 한 기차의 위대함을 강조한 전시물이었다. 미국 사업가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던 자동차도 존재감을 한껏 높였다. 증기엔진부터 전기동력, 가솔린 등 다양한 추진 방식과 외양을 가진 자동차 160종이 전시됐다. 한 자동차는 뉴욕에서 제작돼 1,400km를 달려왔다는 설명이 붙어 흥미를 자극했다.


1915년 샌프란시스코박람회는 자동차 대중화의 길을 연 결정적 계기가 됐다. 헨리 포드는 자체 전시관 안에 일괄 조립라인 모델 공장을 지어 93분에 한 대씩 자동차가 생산되는 획기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로 선정된 ‘T모델’ 자동차를 하루 18대씩 만들었다.

자동차 대량생산, 대중화 실현

포드의 모델 T는 세계 첫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완성된 차량으로 자동차 역사에서 의미가 큰 모델이다 (출처: https://media.ford.com/)

포드의 대량생산 시스템은 산업생산 전 분야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포디즘(Fordism)’이란 신조어가 생겨 대량생산과 동의어가 됐다. 이로써 미국은 세계 최고 자동차 생산국 입지를 굳혔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포드·GM·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사는 1939년 뉴욕박람회에서 전면에 나섰다.


‘퓨처라마’라 불린 GM 전시관은 고속도로 등 미래 교통시스템을 3250㎡ 대형 디오라마 쇼를 펼쳤다. 고속도로, 다면적 교통시스템 등 도시환경을 정교하게 재현한 무대에 원격조정 자동차 모형이 운행됐다. 관람객들은 영상쇼를 통해 미래도시에 들어온 듯한 환상적 체험을 했다.

자동자를 만들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의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가 전면에 나선 1939년 뉴욕엑스포 (출처: https://www.bie-paris.org/)

포드 전시관은 철판 제작부터 완성차까지 일괄 생산라인을 보여줬다. 관람객들이 최신 자동차 모델을 직접 운전해볼 수 있는 ‘미래의 길’이란 나선형 시험 도로도 가설됐다. 자동차를 전시한 회전식 원형 무대는 향후 엑스포에서 독립한 모터쇼의 전형이 됐다. 포드는 통산 270만 대째 생산된 신형 차를 출품했다.


박람회장 내 이동수단 또한 진보를 거듭했다. 1933년 시카고박람회에선 ‘스카이라이드’라 불린 케이블카가 이동과 전망을 제공했다. 190m 높이 철제탑에 로켓 모양의 탑승용 곤돌라가 전장 600m를 오가는 형태였다. 1962년 시애틀박람회은 1.9km 모노레일을 설치해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미국의 파이오니어 정신을 대변한 또 하나의 이동수단은 비행기구였다. 비행기는 실제로 박람회장에서 날아오르는 시연을 했다. 그러나 성능은 아직 조악한 수준이어서 사고도 있었다. 비행사 링컨 비치가 5만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쌍엽 비행기를 띄웠다가 900m 상공에서 동체가 부서지며 추락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박람회장 이동수단의 대세, 모노레일

1962년 시애틀박람회에서 등장한 모노레일 (출처: https://www.bie-paris.org/)

4량 전동차가 시속 100km 속도로 운행해 다운타운과 박람회장 사이를 96초에 주파했다. 모노레일은 이후 엑스포와 놀이공원 이동수단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우주 경쟁이 절정에 오른 시기에 열린 시애틀박람회는 주제도 ‘우주시대의 인류’였고 전시도 우주선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과학관 안에 각종 인공위성의 실물 크기 모형을 전시하고, 토성을 향한 우주선 발사 영상쇼를 펼쳤다. 미국 최초 유인 우주선 머큐리 캡슐도 선보였다. 보잉이 제작한 ‘스페이서리움’은 태양계에서 은하수를 지난 20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성운까지 외계 여행을 대형 투사 렌즈를 이용해 스크린에 실감 나게 구현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전쟁이 펼쳐졌었던 1967년 몬트리올박람회 (출처: https://www.bie-paris.org/)

미래 도시 교통시스템으로는 출근용 1인승 헬리콥터(gyrocopter), 전기차, 장애물을 감지하는 자율주행차, 전자 제어 고속도로 등이 제시됐다. 1967년 몬트리올박람회 소련관에선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타고 지구 궤도를 돌았던 우주선 실물이 전시됐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40m 높이 달 정거장 등 미국이 심혈을 기울인 달 착륙 프로젝트를 출품했다. 나사는 제미니와 아폴로 우주선의 활약 등 다양한 로켓 기술을 소개했다. 미 해군은 핵잠수함이 북극 빙하 아래를 탐사하는 다이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이 개발한 다양한 교통수단은 움직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1986년 밴쿠버엑스포에서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은 스카이 트레인 (출처: https://www.bie-paris.org/)

1986년 밴쿠버엑스포는 모노레일을 실용적인 도시 교통수단으로 업그레이드한 경전철 ‘스카이 트레인’을 건설했다. 스카이 트레인 1호선인 28.9km 엑스포라인은 다운타운 박람회장 한복판부터 광역 밴쿠버를 가로질렀다. 기관사 없이 중앙통제하는 무인 시스템으로 당시엔 획기적인 교통수단이었다. 역에도 상주직원 없이 승차권 발매 등이 자동화됐다.

부산이 엑스포를 개최할 경우 만나볼 수 있을 미래 모빌리티

박람회장, 공항, 항구를 연결하는 교통망을 갖췄던 2020 두바이 엑스포 (출처: https://www.expo2020dubai.com/)

현대 엑스포는 인류가 이룩한 이동수단의 진보를 관람객 이동 편의성 높이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치단계부터 박람회장과 공항, 항구를 30분 이내에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교통 접근성을 강조한 2020년 두바이엑스포가 대표적인 예다. 역대급 규모였던 2010년 상하이엑스포도 훙차오역을 기점으로 한 고속철도와 셔틀버스 노선을 촘촘히 구축했다.


상하이엑스포는 푸시 지구에 기업 전시관을 집중 배치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삼성전자,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12개 기업이 중국 기업, 일본 기업과 함께 공동전시관에서 연면적 4,000㎡의 전시 콘텐츠를 선보였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첨단지능 기술이 만드는 그린 시티’를 주제로 혁신 모빌리티와 녹색기술 메시지를 전했다.

미래형 모빌리티 콘셉트는 기업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혁신이다. 단순 제조업을 넘어 인간의 본능이자 권리인 자유로운 이동을 실현하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부산엑스포가 성사되면 미래사회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할 지속가능한 비전과 생산체제를 제시할 예정이다.

부산엑스포 예정지는 북항 1~7부두와 수역 61만㎡를 포함한 344만㎡ 부지다. 해안을 따라 크게 ‘ㄱ’자 형태의 선형 구조가 특징이다. 보행 동선이 5km로 긴 만큼 셔틀버스 운행로를 확보하고 외곽에는 도심형 트램을 놓을 예정이다. 특히 수륙양용 버스를 순환노선에 투입해 독특한 볼거리와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이 실행 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셔틀 이동수단, 수상택시, 관광 유람선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 인프라는 24시간 운영 전 세계 직항 관문 공항이 될 가덕신공항 건설을 포함해 경부선 직선화, 도심 철도시설 재배치, 동서 연결도로 확충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글. 오룡(칼럼니스트)

언론인 출신 작가, 번역·집필가로 인문학·문화·역사 분야 글을 쓰고 있다. 인류문명의 쇼케이스가 돼온 엑스포 역사에 매료돼 온갖 산물의 미시사를 탐구하고 정리했다. 서강대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한겨레신문 기자, 아시아기자협회 사무총장,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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