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은 대표적인 기간산업입니다. 대부분의 기간산업이 그러하듯 철강산업 역시 정부, 기업, 해외 국가를 상대로 하므로 유통구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이 없었고, 변화 없이도 별문제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전화, 팩스, 이메일을 통해 철강 제품을 주문하고 대형 트럭 또는 트레일러가 물량을 운송합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철강의 주요 수요처인 건설의 규모가 다변화했고, 이용 범위도 달라져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규모의 물량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트렌드도 변화했습니다. 가볍게 클릭 몇 번, 한두 번의 터치만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유통의 한 축으로 떠올랐습니다. 전통적인 거래 방식에 익숙한 철강산업에도 이런 흐름이 스며들었습니다.
현대제철은 전통적인 거래방식에서의 누락과 기입 오류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내수 판매 강화와 유통 단계의 간소화를 고민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최종 수요자와 직접 만나는 창구이자, 파트너사와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담하는 공간, 기존 주문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에 주목했습니다. HCORE STORE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HCORE STORE는 제조업체와 유통, 수요처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철근, 형강, 강관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50여 개의 파트너 유통사가 참여하고, 전국의 70여 하치장을 통해 접근성 높은 물류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쉽게 HCORE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현대제철 또한 온라인 판매를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구조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HCORE STORE의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직관적인 용어와 한눈에 파악되는 정보, 단순한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제품의 최저가 매칭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바로 구매’, 원하는 공급사에서 단골 구매하거나 특가상품 확인이 가능한 ‘파트너 찾기’, 재고가 없는 제품을 원하는 가격으로 견적 요청한 뒤 입찰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견적 요청’ 등 다양한 고객 맞춤형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플랫폼 개발은 익숙함과의 싸움입니다. 더 편리한 대안이 있다고 선택지를 들이밀어도 기존의 익숙한 오프라인 주문 방식을 두고 새로운 플랫폼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처음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주문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한참 동안 외면받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가장 집중한 부분이 ‘사용자 경험’입니다. 이 점이 HCORE STORE 내에 차별화된 기능 세 가지로 드러납니다.
첫 번째는 ‘파트너 찾기’ 기능 중에서 ‘지역별 제품 보유량’을 지도로 보여줘 재고 물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내가 필요로 하는 제품의 물량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 안에서 원하는 공급사를 단골로 등록하거나, 특가상품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바로 구매’ 시 ‘3개의 최저가’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입니다. 원하는 제품의 재고 수량을 입력한 뒤 최저가 매칭을 통해 최저가 제품을 추천받아 비교·구매할 수 있습니다. 검색에서 일치하는 제품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이런 제품은 어때요?’ 기능을 통해 대체품을 추전받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문할 내역을 엑셀 파일로 업로드하면 별도의 입력이 필요하지 않은 ‘한방에 구매’ 기능이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엑셀파일 ‘샘플’에 주문내역을 정리하여 업로드하면 여러 번 클릭할 일 없이 간단하게 다품목 주문이 가능합니다.
간편하게 철강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축한 위와 같은 기능만 해도 경쟁사 플랫폼에서 갖지 못한 강점입니다. 여기에 유통 구조의 개편 및 투명화를 적용하면 고객의 체감 효용은 더욱 올라갑니다. 이를 위해 파트너사 확보, 재고 확보에 공을 들였습니다.
파트너사는 56개 사 70여 하치장에 달하는데 전국에 고르게 분포해 있어 고객 접근성이 높은 동시에 운송비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배차 부분에서도 경쟁사와 달리 1톤, 3톤, 5톤의 소형 물류차량을 운용해 빠른 배차와 운송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재고 물량의 경우 철근을 기준으로 경쟁사 플랫폼의 200톤 규모 대비 8,000톤을 확보해 약 40배가 차이 나고, 형강과 강관까지 확대한 전체 물량은 20,000톤에 이르러 비교 수준을 훌쩍 넘어섭니다.
또한 경쟁사 플랫폼과 오프라인에서 최소 25톤 이상부터 가능한 주문을 HCORE STORE에서는 ‘1톤’이라도 주문할 수 있도록 최소 주문 물량을 크게 낮췄습니다. 이렇다 보니 철강사에서 이전에는 주문받을 일이 없던 곳에서 주문한 사례도 있습니다.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학부 연구소에서 연구용으로 주문한 것입니다.
이 주문은 플랫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했습니다. 이후 나아가야 할 지향점 가운데 하나로 B2C 영역으로의 확장을 꼽게 된 것입니다. 플랫폼이 더 대중화되면 대학이나 연구단체에서의 중규모 주문, 조소과 학생이나 철을 소재로 하는 예술가의 소규모 주문이 실제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구매 후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구매 후기’는 플랫폼과 관련된 주변인들이 민감한 언급이나 악성 댓글 등의 노출을 걱정했음에도, “이용자가 법인회원인 만큼 믿고 해보자”하고 적용한 기능입니다. 아직 후기가 많지는 않지만 이커머스 플랫폼 개발의 선택이 분명하게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HCORE STORE의 탄생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소집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된 2022년 봄, 통합수주 담당 김용환 팀장, 형강 담당 서동일 책임매니저, 철근 담당 이환호 책임매니저, 기술영업 담당 황승연 책임매니저를 비롯한 7명이 모여 ‘철강 이커머스 플랫폼’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부서의 이름은 전자상거래영업팀으로 정해졌습니다.
모두가 베테랑 철강 전문가였지만 플랫폼 개발을 경험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반대로 개발 협력사는 플랫폼 개발 경험은 있지만 ‘철강’은 처음이었습니다. 기획, 개발과 관계된 40여 명이 단체 채팅방에 모여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서로의 빈 곳을 메웠습니다. 또, 우선 아이디어를 내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개발 – 수정 – 개발 – 수정’이 반복됐습니다.
구성원들은 파트너사, 고객사와 만날 때마다 빼놓지 않고 플랫폼에 관한 사용자 입장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꽤 강하게 퍼져 있던 것입니다.
이러한 반응을 들으면서 전자상거래영업팀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말하자면 제공자 마인드에서 사용자 마인드로 바뀌었습니다. ‘좋은 플랫폼을 만들자’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주문 과정에서의 오류와 누락을 줄임으로써, 고객이 마음 놓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로 목표를 구체화했습니다. 비록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1년 반만에 ‘HCORE STORE’가 오픈할 수 있었던 건 구체화된 목표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온라인 주문이 급격하게 느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기존 결제방식과 플랫폼 내 결제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철강 시장의 결제방식은 담보 결제나 신용 결제와 같은 외상 결제가 주류인데, 전자상거래에서는 ‘주문 직후 현금 결제’가 원칙인 점이 다릅니다. 신용카드 결제를 도입하였지만, 금액 규모가 다르다 보니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전자상거래영업팀 구성원들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익월 말 대금 지급’과 유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신용 파악 내규 도입 등 2단계 보완을 위한 방안 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라인업도 보강할 예정입니다. 현대제철은 철강의 전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만큼 현재 취급하는 철근, 형강, 강관 세 가지 품목에 더해 열연, 냉연, 후판까지 플랫폼 내에서 거래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통과 관련해 더욱 빠르고 탄력적인 배차 대응이 가능하도록 ‘T맵 화물 플랫폼’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영업팀은 B2B 플랫폼의 특성상 시작은 미약해 보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픈한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현시점에 가입자가 목표 수치의 130%를 기록한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은 셈입니다.
올해 현대제철은 7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70년 만에 처음으로 이커머스를 시작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적지 않지만, 단순한 의미 부여를 넘어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유통의 대전환에 호응하는 한편, 경쟁사와 치를 플랫폼 결전의 끝에 HCORE STORE가 철강산업의 흐름을 쥔다는 것이지요.
HCORE STORE는 플랫폼 기능 외 영역에서 내부적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본사를 비롯해 파트너사의 물량까지도 모두 파악이 가능하도록 구현해 놓은 알고리즘 때문입니다. 이 점을 활용하면, 현대제철 영업 시스템인 ‘영업통합관내시스템 고객 포탈’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파트너사의 물량 조회가 가능해서, 고객의 오프라인 주문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은 B2B를 넘어 B2B2C 단계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대중화될 전망입니다. 현대제철은 그간의 개발 과정을 통해 얻은 경험을 착실히 2단계, 3단계 업데이트에 담아내어 이러한 전망이 실현됐을 때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HCORE STORE 웹사이트 링크 : https://hcorestore.hyundai-steel.com
사진 안홍범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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