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열에 여덟은 비슷한 답변을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용차는 거칠고 투박하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상용차 이야기다. 예전 상용차는 메케한 매연을 뿜으며 도로를 달렸고, 시끄럽기 짝이 없었다. 승용차와 같은 편의 기능도 그림의 떡이었다. 지금의 상용차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 이미지를 벗는 중이다. 요즘 상용차는 탑승자를 위한 편의 및 안전 기능을 비롯한 다양한 신기능을 갖추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상용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사무실이자 번듯한 직장이다. 이처럼 경제 활동에 주로 이용되는 상용차는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십 톤의 짐을 싣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트랙터와 공사 현장을 드나드는 덤프트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긴 주행거리와 혹독한 주행 환경, 그리고 운전자가 차량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상용차의 특성 탓에 편의성과 효율성 향상이 지속적으로 요구되어 왔다. 또한 상용차는 도로 위에서 큰 사고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성 향상은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상용차 이용자들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고 최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며 상용차 시장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다양한 기술 개발과 적용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적용이 좋은 예다. 이는 상용차의 주행 환경을 바꿔줄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두 기술 모두 세계 최초로 상용차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현대차그룹은 이 외에도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상용차 시대를 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상용차 분야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안전이다. 상용차의 안전성 향상은 단순히 해당 상용차 운전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도로 위 다른 차량의 운전자나 보행자 등 모두를 위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상용차는 주로 장거리 운행 및 야간 운행이 많기 때문에 졸음운전 혹은 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일반 승용차 대비 대형 사고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한국도로공사가 2020년 공개한 <고속도로 사망 사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상용차 고속도로 교통량은 전체 교통량 대비 27%에 불과했지만,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체의 48.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와 같은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상용차의 안전한 주행을 돕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뇌파 신호를 기반으로 운전자 상태를 파악해 졸음운전과 부주의로 인한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엠브레인(M.Brain)이다. 약 3년간의 연구 끝에 이뤄낸 성과다. 특히 엠브레인은 세계 최초의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스마트시티, 목적기반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엠브레인은 이어셋 형태의 센서를 착용하고 귀 주변에 흐르는 뇌파를 감지해 운전자의 컨디션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생체 신호 중 가장 높은 난도의 영역으로 알려진 뇌파 분석 기술을 자동차 분야에 적용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다. 엠브레인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운전자의 주의력 정도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한 운전석 주위 LED, 진동 시트, 헤드레스트 스피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엠브레인의 핵심은 뇌파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다. 뇌파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즉, 수많은 정보 중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현대모비스는 뇌파 신호에 어떤 정보가 내포되어 있는지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등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엠브레인은 이처럼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담긴 뇌파를 사고 저감 기술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엠브레인에 앞서 운전자 상태 경고 시스템(Driver State Warning system, 이하 DSW)을 개발한 바 있다. DSW는 실내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눈, 입, 코, 그리고 귀 주변 등의 얼굴 정보를 인식한다. 이를 바탕으로 눈 깜빡임, 눈 감음 횟수와 시간 등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피로도와 졸음운전 여부를 파악한다.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차량에 내장된 알림 기능과 연동돼 소리와 진동, 클러스터 팝업으로 위험을 알린다. 나아가 운전자가 일정 시간 동안 전방을 주시하지 않을 경우 경고하는 전방 주시 태만 경고 기능도 함께 탑재됐다.
DSW는 스마트폰과 달리 3D 스캐닝 안면 인식 체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보다 정확한 인식을 위해 운전자 이목구비의 특징과 동공의 위치를 기억하고 움직임을 판단한다. 눈동자의 움직임은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실측하고 이목구비 특징은 약 300개의 점으로 파악하며, 여기에 추적 인식 기능을 더해 정확도를 높였다. 차량의 움직임과 조향 각도,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으로 운전자의 상태를 인지하는 기존 운전자 부주의 경고 시스템에서 한 단계 이상 진화한 것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안전한 상용차 주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를 비롯해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 차선 이탈 경고, 햅틱 스티어링 휠, 후방 주차 거리 경고, 타이어 공기압 경고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측면 충돌 및 롤오버 감지 시 전류와 연료를 차단해 2차 사고를 방지해주는 충돌 안전 시스템, 내리막길에서 보조제동장치(리타더, Retarder)를 자동으로 작동해 속도를 줄여주는 다운힐 크루즈 등 상용차에 최적화된 안전 장비도 적용했다. 이처럼 승용차 못지않은 다양한 안전 기능을 적용해 과거 상용차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상용차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근본부터 다르다. 거대한 엔진과 함께 집채만 한 짐을 싣고 달리기 때문이다. 엔진이 크고 차체가 무거우면 배기가스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상용차의 친환경성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다. 물론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는 환경규제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깨끗하고 청정한 상용차를 만들기 위해 수소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소전기트럭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이다.
사실 수소전기트럭의 등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스위스, 독일, 미국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친환경성과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하며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 놓았다. 특히 2020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47대가 스위스에 도입됐고, 3년 만에 누적 주행거리 700만km를 돌파한 유일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대형 수소전기트럭의 도입을 넘어 실제 주행을 통해 신뢰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친환경 물류를 구축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수소전기 화물차 보급 시범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국내 판매에 돌입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은 단순한 파워트레인 변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 물류와 상용차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성능까지 뛰어나다. 350kW 고효율 모터와 180kW 연료 전지 스택(90kW 연료 전지 스택 2기, 스택 컴플리트 기준), 그리고 72kWh 고전압 배터리로 동급 엑시언트에 탑재된 H430 디젤 모델 대비 최고출력(476마력)과 최대토크(2,237Nm)가 각각 46마력, 179Nm 높다.
주행거리 역시 길다.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을 기준으로 한 번 수소를 충전할 경우 약 57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는 장거리 주행에도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또한 수소를 충전하는 시간 역시 짧기 때문에 사용자가 충전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없다. 아울러 일반 디젤 엔진 모델 대비 소음이 적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일반적인 상용차의 경우 발생하는 소음이 크다. 소음은 외부뿐만 아니라 실내까지 전해지기 때문에 편의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반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전기차와 같이 큰 소음이 없어 쾌적하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유틸리티 모드도 적용했다. 대형 트럭은 차고지 혹은 짐을 싣는 과정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고, 상황에 따라 차량 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유틸리티 모드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마련된 편의 기능이다. 이 모드를 작동하면 구동계와 스티어링 시스템의 전원은 차단되며 실내 조명과 공조 장치, 멀티미디어 등만 작동이 가능하다.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낮춰주며 최소한의 전력만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제성도 향상된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버스로도 확장 중이다.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에 적용되기 시작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경찰용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를 거쳐 유니버스 고속형 버스로 이어지고 있다. 고속형 수소전기 대형버스의 양산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에는 최고출력 180kW를 발휘하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최고출력 335kW, 최대토크 1,200Nm를 발휘하는 안티 저크(Anti jerk, 진동 저감형) 모터, 그리고 48.2kWh의 고출력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충전 시간이 짧고(30분 이내)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길어(최대 635km) 장거리 이동에도 어려움이 없다. 뿐만 아니라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 개선을 위해 세계 최초로 자기 유변 유체(Magneto Rheological fluid, MR) 댐퍼와 좌우, 앞뒤로 흔들림을 감소하는 제어 로직을 적용했다. MR 댐퍼는 자기장의 변화를 이용해 댐퍼 내부 유체의 점도를 조절함으로써 물리적 특성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급가속과 급제동 시 승차감을 30% 개선했고, 차로 변경 시 조종 안정성은 12~15% 향상됐다. 또한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 충격은 30% 이상 감소됐다.
한편, 현대차는 국내 최초로 사무공간을 고속버스로 옮긴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를 공개하며 버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는 개인 업무 및 소그룹 회의가 가능하도록 최적의 사양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개인 업무 공간은 물론이고 그룹 협업 공간, 수납 공간 등으로 구성되며 각 공간의 용도에 맞게 다양한 기능을 적용했다. 개인 업무 공간에는 프리미엄 리클라이닝 시트, 개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무선 충전패드, 업무용 사이드 테이블, 개인 수납공간 등이 적용됐다. 또한 그룹 협업 공간은 영상회의 시스템과 접이식 회의 테이블, 소파 등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이처럼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존 상용차의 개념을 넘어 새로운 미래형 공간을 창출하는 모빌리티 개념을 반영해 상용차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상용차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일부 개인과 기업에겐 경제 활동의 파트너이며,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물류의 핵심 요소이다. 상용차가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상용차가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군집주행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기존 상용차의 개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개념을 반영하며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상용차의 미래는 도로 환경은 물론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줄 것이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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