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포르투갈 포르티망에서 대망의 첫 경기를 치른 TCR 월드 투어(World Tour). BRC 현대 N 스콰드라 코르세(BRC Hyundai N Squadra Corse, 이하 BRC 현대)팀의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 듀오는 개막전과 이탈리아에서 원투 피니시를 차지하는 대활약으로 포인트 상위권에서 순항 중이다. 개막 이후 내내 1위를 지켜온 미첼리즈는 헝가리에서 펼쳐진 4번째 경기에서 불의의 사고로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현재 종합 순위에서는 미첼리즈 2위, 아즈코나 3위로 여전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TCR 월드 투어 외에도 TCR 호주, 동유럽, 영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TCR 지역, 국가 시리즈에서 현대 레이스카를 사용하는 커스터머팀들이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의 내구레이스 시리즈인 IMSA 미쉐린 파일럿 챌린지에서는 브라이언 헤르타 오토스포츠(Bryan Herta Autosport) 팀이 현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N TCR을 타고 5년 연속 챔피언을 노린다.
TCR은 양산차를 기반으로 하는 투어링카 레이스 가운데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넓은 저변을 자랑한다. 지역 및 국가별로 열리는 대회만 해도 20여 개에 이른다. 현대 진영은 지난해 BRC 현대팀과 아즈코나가 더블 챔피언을 차지하는 등 WTCR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WTCR은 운명의 기로 앞에 놓였다. TCR 카테고리가 여전히 널리 사랑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원래부터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둔 시리즈이다 보니, 전 세계가 무대라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내연기관 레이스에 대한 대형 스폰서십이 점차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탄소 저감에 대한 압박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넘어가기에는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런 이유로 TCR에 대한 상업적 권리 및 기술 규정을 소유하고 있는 WSC 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WTCR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2022년을 마지막으로 WTCR을 대체하는 TCR 월드 투어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별도의 서킷 스케줄을 잡지 않는 대신 TCR 유럽, TCR 남미, TCR 이탈리아 등 현재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각 지역 및 국가 시리즈에 합류해 함께 경기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비용 절감과 새로운 볼거리를 모두 노린 취지다.
월드 투어 참가 선수들은 현지 시리즈의 점수는 받지 않는다. 같은 사양의 경주차를 쓰지만 마치 별도 클래스인 것처럼 취급된다. 이들은 9개 라운드 20개 레이스에 참가하며, 시즌이 끝난 후 상위 15명만 월드 파이널(개최지와 일정은 아직 미정)을 치른다. 파이널의 전체 참가 인원은 60명으로, 나머지 45명은 전 세계 TCR 시리즈 참가자 모두가 대상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TCR 참가자들의 최근 20 경기 성적을 기반으로 한 순위표(TCR 월드 랭킹)가 매주 집계되고 있다. 현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선수는 모두 690명에 이른다. 현대 주니어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돼 TCR 이탈리아에 도전 중인 박준의, 박준성 선수 또한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
누군가는 남들이 하는 경기에 끼어든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경쟁자들과 레이스를 벌인다고 볼 수 있다. 개막전인 포르투갈은 TCR 유럽의 개막전이기도 하다. 이후 벨기에, 이탈리아를 거쳐 TCR 남미의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호주 2개 라운드를 치른 후 11월 마카오에서 최종전을 치른다. WTCR 시절에는 없던 남미와 호주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 보통 라운드당 2번의 결승 레이스를 치르지만 호주는 3번의 결승 레이스가 있다. 6월 말인 현재, TCR 월드 투어는 4라운드까지 진행된 상태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은 지난 2월 말 월드 투어 참전을 공식화했다. WTCR 마지막 시즌을 더블 챔피언 타이틀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던 BRC 현대팀의 아즈코나와 미첼리즈 듀오를 그대로 기용했다. 참고로 미첼리즈는 2019년, 아즈코나는 2022년 WTCR 챔피언이다.
아우디 RS3를 사용하는 컴투유 레이싱(Audi Sport Team Comtoyou / Comtoyou Racing) 역시 일찌감치 참전을 결정했고, 지난해 시즌 도중 탈주했던 링크&코(Cyan Racing Lynk & Co)도 돌아왔다. 링크&코는 중국 브랜드지만 볼보 시안 레이싱(Cyan Racing)이 개발을 담당하며, 2020~2021년 2시즌 연속 더블 챔피언을 차지했던 강자다. 이 밖에도 혼다 시빅 타입 R을 사용하는 에스토니아의 ALM 모터스포츠(ALM Motorsport)와 푸조 308을 사용하는 팀 클레레 스포르(Team Clairet Sport – Burson Auto Parts Racing) 등 TCR 월드 투어에는 다양한 팀이 참가하고 있다.
TCR 월드 투어 개막전은 지난 4월 마지막 주말 포르투갈 알가르브(Algarve) 서킷에서 TCR 유럽 개막전과 함께 개최됐다. TCR 월드 투어 참가자들이 몰려든 덕분에 그리드는 22대의 경주차로 북적거렸다. BRC 현대의 아즈코나와 미첼리즈 외에도 어그레시브 팀 이탈리아(Aggressive Team Italia)의 니콜라 발단(Nicola Baldan)과 미카엘 칼슨(Mikael Karlsson), 타겟 컴페티션(Target Competition) 팀의 두산 보르코비치(Dušan Borković) 등 모두 5대의 현대 아반떼(엘란트라) N TCR이 그리드에 늘어섰다.
토요일 첫 번째 결승에서는 미첼리즈와 아즈코나가 순조롭게 출발해 경기를 리드한 결과 원투 피니시로 시즌 첫 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일요일 2번째 결승은 리버스 그리드 방식에 맞춰 아즈코나가 9그리드, 미첼리즈가 10그리드에서 출발했다. TCR은 2번째 결승 레이스를 리버스 그리드(Reverse Grid)로 시작한다. 특정 팀이나 드라이버의 독주를 막고 변화를 주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엔진 출력, 최저 지상고, 무게추 등을 통해 경주차의 성능을 조정하는 BoP(Balance of Performance)도 치열한 접전을 유도하기 위한 TCR의 특징이다.
2번째 결승은 세이프티카가 여러 번 출동하는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시안 레이싱의 산티아고 우르티아(Santiago Urrutia)가 우승, 테드 비요르크(Thed Björk)가 2위를 차지했고, 아즈코나는 막판에 컴투유 레이싱의 톰 코로넬(Tom Coronel)을 제치며 4위로 올라섰다. 미첼리즈는 8위였다. 개막전부터 대량 득점에 성공한 BRC 현대는 시즌 첫 단추를 산뜻하게 채웠다. 미첼리즈가 57점으로 드라이버즈 포인트 선두로 나섰고 아즈코나가 55점으로 그 뒤를 따랐다.
*TCR 월드 투어 1라운드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가기(Youtube TCR TV)
TCR 월드 투어의 2번째 라운드는 F1 벨기에 그랑프리로 잘 알려진 유서 깊은 서킷 스파프랑코샹(Spa-Francorchamps)에서 열렸다. 독특한 오 루즈(Eau Rouge) 코너와 캠멜 스트레이트(Kemmel Straight)가 유명하며, 7km가 넘는 길이에 높낮이 차이가 102m나 된다. 벨기에는 월드 투어의 2번째 라운드지만 TCR 유럽에선 3라운드에 해당된다.
이번에는 경주차가 23대로 늘어 그리드가 더욱 북적거렸다. 개막전 우승에 따라 아반떼 N TCR에 40kg의 무게추를 싣는 BoP가 더해져 다소 힘든 싸움이 예고되었다. 실제로 시안 레이싱팀의 얀 엘라셔(Yann Ehrlacher)가 예선 1위로 폴포지션을 가져간 가운데 미첼리즈는 8그리드에 그쳤고, 아즈코나는 코로넬과의 사고로 페널티를 받아 11그리드에서 14그리드로 밀려났다.
폴포지션의 엘라셔가 선두로 나선 반면 2그리드였던 시안 레이싱의 마칭화(Ma Qing Hua)는 출발하지 못했다. 대신 ALM 모터스포츠팀의 네스터 지롤라미(Néstor Girolami)가 2위로 올라섰고 미첼리즈는 8위가 되었다. 아즈코나는 사고에 휘말려 스핀했다가 다시 레이스에 복귀했지만, 이미 대열 꽁무니로 뒤처진 상황이었다. 엘라셔가 첫 번째 결승에서 폴투윈(Pole to Win)을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지롤라미와 우르티아가 포디엄에 올랐다. 미첼리즈는 8위. 아즈코나는 16위로 경기를 마쳤다.
2번째 결승은 리버스 그리드라 예선 10위인 컴투유 레이싱의 존 필리피(John Filippi)가 폴포지션, 예선 8위의 미첼리즈가 3그리드에서 출발했다. 미첼리즈가 1번 코너부터 2그리드로 출발한 RC2 레이싱의 필리페 페르난데스(Felipe Fernández)를 압박, 2위로 올라섰다. 11그리드에서 출발한 아즈코나는 3랩에서 마칭화를 제쳐 10위가 되었다. 6위를 달리던 파울즈(Kobe Pauwels)가 리타이어함에 따라 다시 9위로 부상했다.
최고속도에서 경쟁자에 뒤진 미첼리즈는 선두로 달리는 필리피를 추격하기보다는 뒤따르는 코로넬과 우르티아 방어가 급해 보였다. 필리피가 자신의 커리어 9년 만에 TCR 최고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미첼리즈가 2위, 아즈코나는 8위를 기록했다. 2라운드 결과에 따라 드라이버즈 포인트에서 미첼리즈가 94점으로 선두를 유지했고 아즈코나는 67점으로 6번째가 되었다.
*TCR 월드 투어 2라운드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가기(Youtube TCR TV)
이탈리아 라운드는 로마 북쪽 30km 지점에 위치한 발레룽가(Autodromo Vallelunga Piero Taruffi) 서킷에서 개최되었다. TCR 월드 투어와 TCR 이탈리아 모두 3번째 라운드였다. 발레룽가는 원래 경마장이었던 것을 1951년 자동차 서킷으로 개조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비포장 오벌(Oval) 코스였다. 하지만 1957년 아스팔트로 포장했고, 1961년 이탈리아 자동차 클럽(ACI, Automobile Club d'Italia)이 인수해 여러 차례 개선을 통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단장했다.
BRC 현대는 미첼리즈, 아즈코나 외에 마르코 부티(Marco Butti)를 3번째 드라이버로 기용했다. 마르코 부티는 2005년생 동갑내기 루키인 박준의와 함께 현대 커스터머 레이싱 주니어 드라이버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드라이버다. 타겟 컴페티션 레이싱(Target Competition Racing) 소속으로 TCR 이탈리아에 출전 중이며, 올해 개막전 이몰라(Imola) 서킷에서 무려 1차전 우승과 2번째 결승 2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예선에서는 미첼리즈와 아즈코나가 개막전에 이어 다시 한번 1, 2그리드를 기록했다. 둘은 서로 슬립 스트림(Slipstream, 앞뒤로 나란히 붙어 달리면 뒤차는 공기저항이 줄어든다)을 활용하며 라이벌들을 따돌렸다. 예선을 마친 미첼리즈와 아즈코나의 시차는 불과 0.015초였다.
BRC 현대의 두 드라이버가 그리드 1열에서 시작한 첫 번째 결승. 미첼리즈가 순조롭게 선두로 올라서고 아즈코나가 뒤를 따르며 추격자들을 견제했다. 아즈코나는 뒤를 견제함과 동시에 경기 내내 미첼리즈를 압박했지만 끝내 추월할 수는 없었다. 결국 미첼리즈가 폴투윈으로 시즌 2승째를 챙겼고 아즈코나가 2위를 기록해 BRC 현대는 개막전에 이어 시즌 2번째 원투 피니시를 달성했다. 4그리드에서 출발한 아우디 스포츠 팀 컴투유의 프레데릭 버비쉬(Frédéric Vervisch)는 경기 내내 3위를 달리다가 경주차 문제로 막판에 비요르크의 추월을 허용해 포디엄 등극에 실패했다. 신예 드라이버인 부티는 11위, 아반떼 N TCR을 탑승한 또 한 명의 드라이버인 케빈 시콘(Kevin Ceccon)은 13위였다.
2번째 결승에서는 3그리드의 지롤라미가 점프 스타트 실수를 한 직후 풀밭으로 뛰어들어 초반부터 경기를 망쳤다. 9, 10그리드에서 출발한 아즈코나와 미첼리즈는 첫 랩부터 6, 7위로 올라섰다. 다만 둘이 치열한 배틀을 벌이는 사이 비요르크가 어부지리로 도움을 받았다.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던 마칭화는 허프에게 자리를 내주더니 엘라셔, 필리피에게 차례로 추월당했다. 4랩에서 마칭화가 스핀으로 물러나고 우르티아와 필리피의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순위가 요동쳤다. 이제 미첼리즈 5위, 아즈코나가 6위다.
세이프티카가 빠지고 7랩에 경기가 재개됐다. 아즈코나와 미첼리즈가 자리를 바꾸고 신예 부티도 7위로 따라붙었다.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비요르크를 끈질기게 압박해 4, 5위로 올라섰다. 허프가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미첼리즈 4위, 아즈코나가 5위를 차지했고 부티도 7위로 선전했다. 미첼리즈는 159점으로 챔피언십 포인트 선두를 유지하는 한편 추격자 엘라셔와의 차이를 벌렸다. 아즈코나는 120점으로 종합 포인트 4위를 달렸다.
*TCR 월드 투어 3라운드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가기(Youtube TCR TV)
2023 TCR 월드 투어의 네 번째인 헝가리 라운드는 TCR 유럽의 4번째 라운드를 겸해 부다페스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헝가로링(Hungaroring) 서킷에서 열렸다. 1986년 완공된 헝가로링은 구 소련 연방 출신 국가 중 최초로 F1을 유치한 무대이기도 하다. 장벽 없는 모나코라 불릴 만큼 타이트하고 헤어핀 코너가 많기 때문에 추월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헝가리는 미첼리즈의 고향이기도 하다.
예선에서는 시안 레이싱의 얀 엘라셔가 폴포지션을 차지한 가운데 BRC 현대의 아즈코나가 4그리드, 홈그라운드의 미첼리즈는 5그리드에 섰다. 아반떼 N TCR을 운용 중인 타겟 컴페티션의 두산 보르코비치가 10그리드로 예선을 마쳤고, 어그레시브 팀 이탈리아의 케빈 시콘(Kevin Ceccon), 레벤테 로손지(Levente Losonczy), 미카엘 칼슨(Mikael Karlsson)은 각기 15, 18, 19그리드를 가져갔다. 첫 결승에서는 엘라셔가 폴투윈을 차지해 미첼리즈와 드라이버 포인트 동점 선두로 올라섰다. 아즈코나는 지롤라미, 마칭화와 치열한 2위 배틀을 벌인 끝에 3위로 포디엄 피니시. 미첼리즈는 우르티아를 제쳐 6위로 첫 경기를 마쳤다.
일요일에 이어진 두 번째 결승. 스타트와 동시에 폴포지션의 보르코비치가 늦게 출발한 틈을 타고 2그리드의 비요르크가 선두로 올라섰다.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6, 7그리드였다. 출발 직후 1번 코너를 빠져나오는 상황에서 우르티아의 추돌로 스핀한 보르코비치가 미첼리즈의 옆구리를 들이박는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컴투유 레이싱의 빅토르 다비도프스키(Viktor Davidovski)와 로손지가 리타이어를 했다. 미첼리즈 역시 19위로 밀려났고, 다행히 사고를 피한 아즈코나는 경기 중반 허프에게 추월을 당했지만 끝까지 집념의 질주를 이어가 결국 4위를 탈환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르티아는 사고 유발의 책임을 물어 드라이브 스루 페널티에 더해 경기 후 추가로 40초 페널티까지 받았다.
결국 2번째 결승에서는 비요르크가 시즌 첫 승리를 차지한 가운데 미첼리즈가 불의의 사고에 발목을 잡히면서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엘라셔의 추월을 허용했다. 미첼리즈는 2위로 밀려났지만, 아즈코나는 3위로 뛰어올라 BRC 현대는 여전히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TCR은 결승 15위까지가 득점권이고, 예선에도 포인트가 있어 이 정도 점수 차는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게다가 우승하면 무게추가 더해져 다음 레이스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스마트한 점수 관리가 필요한 레이스다. 아울러 지금은 올 시즌 예정된 일정의 절반 정도만 소화한 상태다. 현대 진영이 1위를 내어준 것에 전혀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TCR 월드 투어 벨기에 라운드 일주일 전엔 독일에서 귀중한 승전보가 전해졌다. ‘녹색지옥’으로 불리는 독일의 초장거리 서킷,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 노르트슐라이페에서는 매년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24시간 내구레이스가 열린다. 순수 레이스카가 주인공인 르망(Le Mans) 24시 레이스와 달리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는 GT카와 양산차 기반의 투어링카들이 주인공인 무대다. 르망, 데이토나(Daytona), 스파(Spa)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내구레이스 가운데 하나다.
올해는 미켈 아즈코나, 마크 바셍(Marc Basseng), 마누엘 라우크(Manuel Lauck)가 TCR 클래스 우승 및 종합 26위. 미국 브라이언 헤르타 오토스포츠 드라이버가 주축이 된 메이슨 필리피(Mason Filippi), 헤리 고트세커(Harry Gottsacker), 테일러 헤글러(Taylor Hagler),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조는 1랩 차이로 클래스 2위였다. 지난해에 이은 연속 원투 피니시였다.
이 밖에도 다양한 지역 및 국가 TCR 시리즈에서 현대 커스터머 세력이 대활약을 벌이고 있다. 우선 3라운드까지 치른 TCR 호주에서는 HMO 커스터머 레이싱의 베일리 스위니(Bailey Sweeney)와 조시 부첸(Josh Buchan)이 포인트 선두와 2위로 라이벌을 압도하고 있다. 스위니는 개막전 2승 포함(호주에서는 결승 레이스가 3번씩 열린다) 4승을 거두었고, 부첸은 2승을 기록 중이다.
TCR 이탈리아에서 2위를 기록 중인 마르코 부티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차는 젊은 유망주들을 육성하기 위한 주니어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TCR 이탈리아 타겟 컴페티션의 마르코 부티와 박준의 외에도 TCR 영국의 브레들리 켄트(Bradley Kent)와 알렉스 레이(Alex Lay), 그리고 얼마 전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i30 패스트백 N Cup car’를 타고 출전했던 박준성이 여기에 해당된다. TCR 아시아, 중동 시리즈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루카 엥슬러(Luca Engstler)나 체코의 요하임 갈라스(Jáchym Galáš) 등이 바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커리어를 갈고 닦은 선배들이다. 주니어 드라이버 프로그램에 선정된 선수들에겐 2018년 WTCR 챔피언 출신의 백전노장 가브리엘 타퀴니(Gabriele Tarquini)가 전담 지원 엔지니어와 함께 레이스와 관련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한다.
참고로 부티는 올 시즌 개막전 우승을 비롯해 포인트 2위에 오르는 대활약을 벌이는 중이다. 박준의 역시 2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승점 7점을 따내며 해당 시리즈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TCR 동유럽 트로피에서는 체코 출신의 현대 야닉 모터스포츠(Hyundai Janík Motorsport) 소속의 마토 호몰라(Mat’o Homola)가 8전 중 3승, 6 포디엄을 기록하며 포인트 단독 선두를 유지 중이고, 팀 동료인 아담 쿠트(Adam Kout)는 4위에 있다. TCR 영국에서도 i30 N TCR을 타는 에리어 모터스포츠(Area Motorsport)의 브루스 윈필드(Bruce Winfield)가 6전 중 2승으로 포인트 선두에 있다.
미국에서 열리는 IMSA 미쉐린 파일럿 챌린지는 GT4 규정을 따르는 그랜드 스포츠와 TCR 경주차를 사용하는 투어링카 클래스가 함께 달린다. 현대차 레이스카가 지난 4년간 TCR 클래스 챔피언을 차지했을 만큼 강한 면모를 보여온 시리즈다. 총 10라운드 중 데이토나, 세브링(Sebring), 라구나 세카(Laguna Seca)에서 경기를 치른 현재까지 브라이언 헤르타 레이싱팀 소속의 메이슨 필리피와 마크 윌킨스(Mark Wilkins)조가 1위, 해리 고트세커와 로버트 위켄스(Robert Wickens)조가 2위다. 참고로 IMSA의 서포트 레이스인 미쉐린 파일럿 챌린지는 여타 TCR과 달리 2시간 혹은 4시간의 장거리 레이스여서 드라이버 2명이 나누어 달린다.
참고로 유럽 일정을 무사히 마친 TCR 월드 투어는 여름 휴가 후 남미에서 시즌 반환점을 맞는다. 8월 셋째와 넷째 주말,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에서 경기를 치른 후 호주로 넘어가 2개 라운드 6번의 결승전을 치른다. 그리고 11월 16~19일 마카오에서 시즌을 마치게 된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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