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의 자유를 허락했던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의 이동 경험을 새롭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이하 SDV)’는 현재 전 세계의 자동차 업계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SDV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와 혁신적인 이동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Unlock the Software Age)’라는 미디어 이벤트를 개최하고, 현재 개발 중인 SDV 기술과 전략을 상세히 소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SDV 체제로의 전환은 무엇인지, 그 기반 기술과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을 목표로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및 기본 상품성을 현재 전기차 대비 대폭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의 기본 적용은 물론,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도 기본 적용할 예정이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유연한 스케이트보드 구조로 개발돼 배달, 배송, 차량 호출 등 다양한 물류와 운송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의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이하 IMA) 체계 아래 탄생한다. IMA는 전기모터, 배터리 등의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하고 모듈화한 개발 체계로 다양한 차급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라인업을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또, 플랫폼을 공용화하면 차량별 개발 복잡도가 낮아져 신뢰도 높은 SDV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SDV 개발 체제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또 하나의 기술적 기반은 차량 제어기 통합이다. 자동차에는 다양한 부품과 기능을 제어하는 수많은 제어기가 적용돼 있는데, 이처럼 파편화된 제어기를 통합하면 제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차량 제어기를 ▲전자·편의(Comfort) ▲주행성능(Driving)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이하 ADAS)의 4가지 기능 영역으로 각각 통합시킨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Domain Centralized Architecture)’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4가지 기능 영역을 중심으로 제어기를 통합하면, 차량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성능을 개선할 때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는 다양한 차급과 시장별로 현지화된 차종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뿐만 아니라 안전, 주행 성능, 편의, 보안, 커넥티비티 등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제어해 급변하는 시장과 고객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4가지 기능 영역 중 이미 인포테인먼트와 ADAS 영역의 통합 제어기를 각각 양산해 지속적으로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전자·편의, 주행성능 영역의 제어기도 각각 단계적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연산량이 많은 소프트웨어의 구동, 이를 위한 고성능 컴퓨터 자원의 효율적 활용, 단일화된 제어 등을 위해 궁극적으로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로 발전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을 적용해 고객들이 늘 최신 상태의 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개발한다.
제네시스 GV60를 시작으로 제어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을 선보인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G90, 현대차 아이오닉 6,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기아 EV9 등의 차량에 확대 적용해 고객에게 보다 편리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범위를 기존 인포테인먼트에서 주요 전자 제어장치까지 대폭 확대했다.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차를 항상 최신의 상태로 유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의 기능이 더욱 발전하고 똑똑해지는 것은 물론 잔존가치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FoD(Feature on Demand) 서비스도 시작한다. FoD 서비스는 기아 EV9을 통해 현대차그룹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며, EV9 고객은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차량을 구입한 이후에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디지털 사양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 현재 기아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RSPA 2),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 비디오 및 고음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사양을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는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고객의 니즈가 점차 다양해짐에 따라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품과 고객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디지털 상품도 지속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설명한 통합 제어기에 최적화한 차량용 운영체제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운영체제는 방대한 차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많은 전장 부품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또, 고도의 컴퓨팅 파워를 통해 커넥티드 카를 구현하는 밑바탕이 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OS 등을 개발하는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고성능 프로세서 기반의 3세대 자율주행 통합 제어기를 개발 중이다. 3세대 통합 제어기는 2세대에 적용한 프로세서보다 더욱 고성능의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제어기 통합 수준을 높여 더 빠른 연산과 효율적인 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더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SDV 개발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22년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설립했다. 이는 최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업체 간 소프트웨어 서비스 경쟁도 본격화되는 양상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해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자동차 판매 시장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솔루션 개발을 주도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이 끊김없이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배포해 관련 기업들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1차적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SDV와 PBV를 중심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이 모빌리티에 자체 개발한 기술 플랫폼과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이렇게 개발한 모빌리티의 실증을 통해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모빌리티 솔루션과 물류 솔루션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나아가 모빌리티 디바이스들이 하나의 도시 운영체계 아래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연결하고 관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며, 개발자들을 위한 더 나은 문화와 환경을 조성해 과감한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세계 주요 거점에 데이터 플랫폼을 확대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은 자동차의 생애 주기 전반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하고 가공해, 더 나은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향후 전 세계 수천만 대의 커넥티드 카가 생성하는 교통신호, 차량 센서 정보, 운행 정보 등 대량의 데이터를 딥러닝 기술로 학습하여 고객에게 보다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과 편리한 이동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데이터의 통합과 연결을 통해 자동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연결해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고객은 자동차를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내 차와 같이 편리한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개인별로 최적화된 다양한 이동 수단과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매끄럽게 연결하여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SDV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한다면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이동 경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이동 중에도 휴식, 엔터테인먼트, 레저, 식사,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누구나 이동의 편의와 자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 살펴봤다. 차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 개발부터 데이터 플랫폼 구축까지, SDV 구현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비전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의 자유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기대해보자.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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