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4 현대자동차그룹

세 겹의 꽃잎으로 피어난 두바이엑스포가 부산에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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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엑스포는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다채로운 볼거리로 수많은 관람객을 모았다. 이런 두바이엑스포의 성과는 2030년 엑스포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에 여러 교훈과 시사점을 던진다.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의 저자 오룡이 소개하는 두바이엑스포의 핵심을 살펴봤다.

현대 엑스포의 특징 중 하나는 개최지 다변화라 할 수 있다. 초기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파리, 런던, 빈 등 서유럽이 중심이었다. 19세기 말 미국이 부상하면서 20세기 중반까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가 엑스포를 주도했다. 1970년 오사카엑스포가 ‘아시아 시대’의 문을 열기 전까지 엑스포는 철저히 서방 선진국에 국한됐다. 


이후에는 동아시아가 엑스포의 주 무대가 되면서 일본이 4회, 한국이 2회, 중국이 1회 개최했다. 강력한 성장 엔진을 갖춘 동아시아 3국이 답보 상태였던 엑스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인류 공통 과제 논의와 국가 브랜드화 마당이 된 엑스포는 문화적 다양성의 자양분을 흡수했고, 유치신청국도 세계 각 지역으로 다양해졌다. 터키, 폴란드,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엑스포 개최와 인연이 없던 나라들이 유치 희망국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2012년 11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현 누르술탄)가 중앙아시아 최초로 2017년 인정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는 서유럽, 북미, 동아시아 지역 외 첫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사례로 남았다.

하늘에서 바라본 두바이 박람회장. 기회, 이동성, 지속가능성 등 부제별로 구성된 건축물이 꽃잎 모양을 이루고 있다(출처: https://www.bie-paris.org)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뒤 비핵화와 수도 이전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닦은 카자흐스탄은 엑스포를 국가 발전의 마중물로 삼았다. 아스타나엑스포는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집중도 높은 박람회장과 전시 콘텐츠를 조성했다. 관람객은 397만 명에 불과했으나 도시 인프라 확충과 국가 위상 제고 등 폭넓은 파급 효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됐다.


2020년 등록박람회는 터키 이즈미르,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브라질 상파울루,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이 경합을 벌였다. 태국 아유타야도 유치신청을 했으나 국제박람회기구(BIE)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 4개 도시 사이의 치열한 경쟁 끝에 2013년 11월 27일 BIE 총회 개최지 선정에서 두바이의 손이 올라갔다.

부산이 두바이에서 얻을 교훈

상파울루가 1차에서, 이즈미르가 2차에서 탈락한 뒤, 최종 투표에서 두바이가 116표를 얻어 47표를 얻은 예카테린부르크를 누르고 개최권을 확보했다. 역대 개최지 선정 표결 중 가장 큰 격차였다. 이로써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MEASA) 지역 최초의 엑스포가 성사됐다. 두바이는 개최지로 호명된 순간을 국가 재도약의 발판을 놓은 날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두바이는 사실 경쟁 도시에 비해 박람회장 면적과 목표 관람객 규모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다. 예정지 면적은 438만㎡로 4개 도시 중 가장 작았고, 예상 방문자 수도 2,500만 명으로 세 번째였다. 그럼에도 두바이는 매력적인 주제 구성과 공항, 철도, 항만 등 박람회장을 연결하는 완벽한 교통 접근성을 승부수로 내세워 유치에 성공했다.

초현실적인 조형물로 가득 찬 두바이 박람회장(출처: https://www.bie-paris.org)
두바이 박람회장 메인게이트(출처: https://www.bie-paris.org)

두바이의 전략은 2030년 등록박람회 유치 활동 중인 부산에 적잖은 교훈과 시사점을 던진다. 박람회장 면적, 예상 관람객 수 등 계량화가 가능한 외형 비교보다 주제의 적합성 및 매력도, 국제 교통체계, 엑스포 개최에 대한 국민적 열망, 정무·재계·민간 협력체계 등 질적 평가에서 많은 점수를 얻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두바이와 부산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두 도시 모두 수도가 아닌 제2의 도시이며, 관광·물류·금융·호텔 등이 주요 산업인 경제 거점이다. 국제 물류 허브로서 매력적인 문화를 품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현대 엑스포는 개최국 수도보다 제2의 도시이자 경제 수도에서 열려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엑스포는 최근 개방성·포용성·다양성이 특징인 관문 해양도시를 개최지로 삼았다. 2025년 엑스포 개최 예정인 오사카나 2010년 역대 최대 규모 엑스포를 펼친 상하이가 대표적이다. 참고로 2030년 엑스포 유치 경합 도시 중 부산과 오데사(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와 로마(이탈리아)는 해당 국가의 수도이며 해양도시도 아니다.

트라이 포트, 교통체계 승부수

금융 중심지인 두바이는 2000년대 말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오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 전역을 엑스포장으로 삼겠다는 의욕으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공항, 철도, 도로, 항만 등 교통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유럽,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교통 허브로서의 입지 역량을 극대화한 것이다. 두바이의 대표 공항은 중동지역 대표 허브 공항이자 국제선 여객처리 기준 세계 1위인 두바이 국제공항이다.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 국제공항 외 박람회장과 가까운 알막툼 국제공항을 새로 짓다시피 했다.

두바이엑스포 중심 광장 알와슬로 향하는 보행로(출처: https://www.bie-paris.org)
새로 단장한 알막툼 국제공항 터미널

알막툼은 2010년 활주로 1본으로 개항한 뒤 화물 노선만 운항하던 보조 공항으로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남서쪽 45km 지점에 위치한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터미널과 활주로 확장 공사에 들어가 개최지 선정 직전인 2013년 10월부터 여객기 운항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두바이엑스포 개최가 확정되면서 이 공항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아랍에미리트는 국제물류항인 제벨알리항을 확충하고, 엑스포 개최지와 공항 및 항만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를 건설했다. 이른바 공항(airport)·항만(seaport)·철도(railway port)의 ‘트라이 포트(Tri-port)’를 완성한 것이다. 삼각 형태를 이룬 박람회장과 공항, 항만 간의 각 거리는 20km 안팎으로 전철, 버스, 택시 등 어느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3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BIE는 2013년 11월 4개 유치신청 도시들의 경쟁력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두바이를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도시’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두바이엑스포 예정지는 연간 1억 6,000만 명 수송능력을 갖춘 알막툼 신공항 옆에 위치해 항공을 통해 박람회장으로 이동하는 통로나 속도가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완공 시기를 2029년까지로 앞당긴 부산 가덕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사업이 부산엑스포 유치 경쟁력의 핵심 요소임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부산도 그동안 트라이 포트 구상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세계 3위권 경쟁력을 갖춘 부산항과 철도, 대형 국제공항 등 육해공 교통망을 구축해 글로벌 복합물류·교통 중심지이자 경제권으로 도약한다는 성장전략이다.

두바이엑스포 조직위가 2023년 3월 엑스포 실행 결과보고서를 디미트리 케르켄테스 BIE 사무총장(왼쪽 세 번째)에게 전달하는 모습(출처: https://www.bie-paris.org)
블루워터스 아일랜드에 세워진 ‘아인 두바이’ 대관람차 야경 대관람차 주변으로 폭죽이 터지는 모습

아랍에미리트는 교통 인프라 외에도 호텔, 레저, 상업시설 건설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두바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21년 10월엔 현대건설이 시공한 세계 최고 대관람차 ‘아인 두바이(Ain Dubai)’가 완공됐다. 높이는 250m로 제벨알리항 인근 블루워터스 아일랜드에 세워져 엑스포 관문 랜드마크가 됐다.

2021년에 열린 ‘2020’ 두바이엑스포

일반적으로 5개월, 최장 6개월인 등록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은 5~10월이다. 두바이엑스포는 2020년 10월 20일부터 2021년 4월 1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BIE는 규정상 엑스포를 두 해에 걸쳐 개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여름 폭염이 심한 중동지역 기후를 감안해 10월부터 이듬해 4월 개최를 특례적으로 허용했다. FIFA 월드컵도 여름 개최가 원칙이지만,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논란 끝에 사상 최초 11~12월 ‘겨울 대회’로 변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2020년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전 세계를 덮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격리, 봉쇄, 거리두기, 이동제한 상황이 ‘뉴노멀’이 됐다. 사람이 모이는 행사와 해외여행이 극도로 제한됐다. 크고 작은 국제 이벤트가 취소, 연기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로 인해 2020년 도쿄올림픽도 2021년 7~8월로 늦춰져 무관중 대회로 열렸다. 2020년 두바이엑스포도 연기가 불가피했다. BIE는 개막 4개월여를 앞둔 2020년 5월 29일 총회에서 두바이엑스포 개최 기간을 2021년 10월 1일~2022년 3월 31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식 명칭은 ‘2020 두바이엑스포’를 그대로 유지했다. 엠블럼 등 각종 제작물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서였다. 도쿄올림픽이 2020 명칭을 고수한 것과 같은 이유다.

팬데믹으로 더 절실해진 ‘연결’

두바이엑스포 중심 광장에 설치된 표어

두바이엑스포는 교통 인프라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 전략을 압축한 주제의식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팬데믹을 예견이라도 하듯 인간의 정보와 지식, 그리고 지혜의 ‘연결’을 핵심 콘셉트로 설정했다. ‘마음의 연결, 미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라는 주제에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협력과 혁신 의지를 담았다. 국경을 넘나드는 각종 과제 상황에서 다자간 평화·번영의 파트너십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부제는 ‘기회(Opportunity)’ ‘이동성(Mo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3개 키워드로 제시됐다. 이 세 핵심어를 카테고리로 삼아 개최지 조성과 전시 콘텐츠 기획에 체계적으로 적용했다.

‘기회’는 금융·지적 자본의 새로운 모델을 통한 발전의 길 모색, ‘이동성’은 좀 더 스마트한 인간·상품·아이디어의 유통, ‘지속가능성’은 책임 있는 자원 보존·관리를 통한 에너지와 물의 지속적 공급과 균형 잡힌 삶 등을 각각 의미한다. 주제와 부제는 박람회장 공간 배치에 일관되게 구현됐다.


지름 150m의 알와슬 광장을 중앙에 두고 3개 부제별로 꽃잎 모양의 전시권역이 조성됐다. 알와슬은 ‘연결’이란 뜻으로 두바이의 옛 이름이다. 거대한 무정형 격자 돔으로 둘러싸인 광장은 360° 회전하는 투사 벽면을 이뤘다. 광장은 메인 스트리트와 두바이전시센터로 이어졌다.


참가국들은 3개 부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뒤, 선택한 카테고리의 전시권역에 배치됐다. 전시 콘텐츠도 그에 맞춰 기획하도록 했다. 이를테면 중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기회’ 카테고리에, 한국, 미국, 프랑스, 벨기에, 러시아 등은 ‘이동성’ 카테고리에, 독일, 스웨덴, 캐나다,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은 ‘지속가능성’ 카테고리에 속했다.

두바이엑스포 중심 광장 알와슬

기회·이동성·지속가능성으로 이루어진 꽃잎 3장

1,597개 회전 큐브를 통해 메시지를 담은 두바이엑스포 한국관

박람회장은 창의적이고 압도적인 구조물로 가득했다. 척박한 사막 위에 쌓은 현대적 도시 스카이라인에서 한층 더 나아가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넓힌 혁신 디자인의 전시관과 기념물들이 들어섰다. 그러면서도 지속가능성의 정신을 놓지 않았다. 박람회장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현장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건축 자재의 90% 이상은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적용했고, 수도와 냉방 시설도 재활용 시스템을 갖췄다. 두바이엑스포 조직위는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진화에 발맞춰 ‘엑스포 라이브’ 온라인방송을 적극 활용했다. 주제 실천 프로그램 모금 캠페인과 각종 회의, 토론회, 전시시설 안내 등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두바이엑스포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직접 관람객 2,410만 명, 온라인 관람 2억 5,120만 명을 기록했다. 기존의 대규모 집합 방식과 가상현실·온라인 소통 방식을 병행한 결과다. 한국관은 ‘이동성’ 전시구역에서 사막 모래언덕을 형상화한 사구(砂丘) 형태로 지어졌다. 또한 외부에 1,597개의 회전 큐브를 설치해 문양이나 메시지를 다양하게 표출했다.

또한 한국관은 내외부를 잇는 나선형 램프로 모빌리티의 역동성을 표현했다. 7,600㎡ 규모 전시장엔 ‘스마트 코리아, 한국이 선사하는 무한한 세상(Smart Korea, Moving the World to you)’이라는 주제 아래 이동수단 미래산업과 첨단 ICT기술을 활용한 테마전시, 한국으로의 가상 여행 등으로 구성됐다. 아울러 이동의 개념을 장소에서 정보 및 시공으로 확장해 현실과 가상현실이 공존하는 개방적 소통 공간을 창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전략에서 비롯된 다채로운 볼거리로 거둔 두바이엑스포의 성과는 부산에 여러 교훈과 시사점을 던진다. 엑스포 유치를 두고 경쟁한 다른 도시에 비해 전시 면적과 관람객 규모에서 열세였지만, 매력적인 주제와 교통 인프라 등으로 유치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엑스포의 사례로 남았기 때문이다. 2030년 엑스포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이 전략적인 움직임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길 기원한다. 



글. 오룡(칼럼니스트)

언론인 출신 작가, 번역·집필가로 인문학·문화·역사 분야 글을 쓰고 있다. 인류문명의 쇼케이스가 돼온 엑스포 역사에 매료돼 온갖 산물의 미시사를 탐구하고 정리했다. 서강대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한겨레신문 기자, 아시아기자협회 사무총장,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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