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4 현대 모터스포츠팀

현대차 아반떼 N TCR, 더블 포디엄으로 TCR 월드 투어 시대를 열다

현대 모터스포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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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알가르베 서킷에서 열린 2023 TCR 월드 투어 개막전에서 아반떼 N TCR로 참전하는 BRC 현대가 원투 피니시로 시즌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이로 인해 미첼리즈가 드라이버 포인트 1위, 아즈코나가 2위에 올랐으며 팀 부문에서도 선두로 등극했다.

TCR 규정을 사용하는 FIA(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국제자동차연맹) 공인 월드 챔피언십, WTCR이 지난해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TCR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양산차 기반의 투어링카 레이스지만, 자동차 시장에 불어 닥친 변화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서킷을 누벼야 하는 WTCR의 경우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기업들이 점차 내연기관 레이스의 스폰서 역할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WTCR은 예상보다 빠르게 퇴진했다. 

여기서 대신 등장한 것이 바로 TCR 월드 투어(World Tour)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다양한 TCR 시리즈를 적극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TCR 유럽이나 남미 등의 지역 시리즈와 TCR 이탈리아나 호주와 같은 국가 시리즈를 찾아가 함께 레이스를 펼치고, 연말에는 전 세계 TCR 선수 중 상위 60명을 모아 최종전(TCR World Ranking Final)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WTCR처럼 별도로 서킷 일정을 잡는 부담을 덜어낸 것은 물론, WTCR 참가 선수들끼리만 싸웠던 이전과 달리 다양한 지역에서 새로운 경쟁자들과 경기를 펼쳐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최종전인 TCR 월드 랭킹 파이널은 TCR 월드 투어에 풀 타임 출전으로 등록한 선수 중 15명을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는 전 세계의 TCR 시리즈 참가자 수백 명 중 45명을 선발하게 된다. TCR 월드 랭킹에 참가하지 않는 선수도 현지 시리즈의 성적 기반으로 포인트가 합산되며, 전 세계 TCR 드라이버의 순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계된다(https://tcr-worldranking.com/?start=0). 올해는 TCR 유럽 개막전인 포르투갈 경기를 시작으로 남미와 호주를 거쳐 TCR 아시아 챌린지의 마카오 기아(Guia) 서킷에서 시즌을 마감한다. 

2023 TCR 월드 투어 개막전이 포르투갈 포르티망 서킷에서 개최됐다

2023 TCR 월드 투어는 지난 4월 마지막 주말, 포르투갈 포르티망(Portimão)에 위치한 알가르베 서킷(Algarve International Circuit)에서 TCR 유럽 시리즈와 함께 개막전을 치렀다. 2008년 문을 연 알가르베 서킷은 지명을 따 포르티망 서킷으로도 불리며 포르투갈 최남단에 위치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F1 포르투갈 그랑프리를 개최해 모터스포츠 팬에게 낯설지 않은 장소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되는 롤러코스터 느낌의 드라마틱한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올해는 현재까지 풀타임 출전 등록을 마친 9명의 월드 투어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총 참가 대수가 22대(지난해 TCR 유럽 개막전은 20대)로 늘어났다. TCR 월드 투어 참가자는 TCR 유럽 시리즈의 포인트는 받을 수 없다. 반대로 TCR 유럽 참가 선수들은 월드 투어 포인트 획득이 가능하다. 대신 TCR 월드 투어에 등록한 선수에게는 월드 랭킹 포인트 집계 시 50%의 가산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최종전 참가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지난해 아반떼 N TCR과 함께 WTCR 더블 챔피언을 달성한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는 미켈 아즈코나(좌)와 노버트 미첼리즈(우) 선수진을 그대로 기용한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의 커스터머 팀 중에서는 이탈리아의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BRC Hyundai N Squadra Corse, 이하 BRC 현대)가 TCR 월드 투어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이버는 지난해(WTCR)와 동일하게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와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 스페인 출신의 아즈코나는 WTCR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2018년부터 BRC 현대팀 소속으로 활약해 온 헝가리 출신의 미첼리즈는 2019년 WTCR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참고로 TCR은 커스터머 팀이 경주차를 구입해 참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BRC 현대는 WTCR에 이어 TCR 월드 투어에도 아반떼 N TCR(현지명 엘란트라 N TCR)을 이용해 출전한다. 이 밖에도 TCR 유럽에 출전하는 어그레시브 팀 이탈리아(Aggressive Team Italia)의 니콜라 발단(Nicola Baldan)과 미카엘 칼슨(Mikael Karlsson), 그리고 타겟 컴페티션(Target Competition) 팀의 두산 보르코비치(Dušan Borković)까지 총 5대의 아반떼 N TCR이 포르티망 서킷에 모였다. 

예선 1, 2위를 기록한 BRC 현대의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첫 번째 레이스에서 나란히 그리드 맨 앞에 섰다

지난 4월 29일 토요일 아침, TCR 월드 투어 겸 TCR 유럽의 시즌 첫 예선이 시작되었다. 예선은 2번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Q1에서 상위 12명을 추린 후 Q2에서 그 12명이 다시 대결을 펼쳐 최종 그리드(출발 순서)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선 결과, 폴 포지션을 차지한 것은 BRC 현대의 미첼리즈였고, 2위는 아즈코나였다. BRC 현대 듀오가 그리드 1열을 독점한 것이다. 


미첼리즈와 아즈코나의 시차는 0.035초에 불과했고, 12위까지 따져도 겨우 0.544초밖에 차이 나지 않는 접전이었다. TCR 유럽 선수들 가운데서는 아우디 레이스카를 타는 컴투유레이싱(Comtoyou Racing)의 톰 코로넬(Tom Coronel)이 가장 빨라 7번째 그리드를 차지했다. 확실히 지역 시리즈보단 월드 투어 참가 팀의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역사를 맞이한 TCR 월드 투어의 첫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아반떼 N TCR이 선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사진: TCR 월드 랭킹(https://tcr-worldranking.com)

토요일 오후 2시 20분, 첫 번째 결승(레이스 1)이 12랩으로 진행되었다. 폴포지션에서 출발한 미첼리즈가 순조롭게 선두로 나선 가운데 아즈코나, 아우디 스포츠 팀 컴투유(Audi Sport Team Comtoyou)의 롭 허프(Rob Huff)와 베르비쉬(Frédéric Vervisch)가 그 뒤를 쫓았다. 1번 코너를 빠르게 지난 대열이 2번 코너에 접어든 가운데 첫 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중위권을 달리던 시안레이싱(Cyan Racing Lynk & Co) 팀의 얀 엘라셔(Yann Ehrlacher)와 그의 동료 산티아고 우르티아(Santiago Urrutia)가 접촉 사고를 일으킨 것. 우르티아는 TCR 유럽 참가자 가운데 선두였던 코로넬의 후미를 들이받은 뒤 멈춰 서며 리타이어했고, 여기에 휘말린 코로넬은 가까스로 스핀의 위기를 넘겼지만 순위에서 손해를 보았다.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1, 2위로 시작한 출발 순서를 경기 끝까지 유지해 나란히 포디엄에 올랐다

이후 경기는 큰 이변 없이 진행되었다. BRC 현대 듀오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순조롭게 12랩을 완주해 결국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폴 투 윈(예선 1위에 이은 결승 우승), 원투 피니시(한 팀이 1, 2위를 독점하는 것)의 압도적인 결과였다. 지난해 WTCR 개막전에서 사고에 이은 페널티로 시즌을 어렵게 시작했던 미첼리즈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스타트였다. 미첼리즈는 이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즌을 이렇게 시작해서 정말 환상적인 기분입니다. 아반떼 N TCR은 예선과 본선 모두에서 훌륭하게 달려줬습니다. 처음 몇 랩은 포르티망 서킷 코스 특성에 맞춰 앞 타이어를 아끼면서 탔고, 1위 자리를 굳힌 뒤에는 빠르게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2번째 레이스는 예선 기록 1~10위의 출발 순서를 뒤집는 리버스 그리드 방식으로 시작됐다. 사진: TCR 월드 랭킹(https://tcr-worldranking.com)

4월 30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시작된 레이스 2에서는 14랩을 달렸다. TCR은 대개 2번의 결승이 있으며, 2번째 레이스는 리버스 그리드(Reverse Grid)로 출발 순서를 조정한다. 공식 예선 결과를 바탕으로 레이스 1의 그리드를 정한 후, 레이스 2에서는 예선 1~10위의 출발 순서를 뒤집는다. 폴포지션은 그리드 10으로 가고 그리드 2는 그리드 9로, 그리드 3은 그리드 8로 자리를 옮기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한 팀이나 어느 한 드라이버의 독주를 막고 변화를 줄 수 있다. 예선 기록에 따라 1위부터 6위까지 별도의 포인트도 부여하니(15/10/8/6/4/2) 경기 전략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도 있다. 또한 이전 경기의 예선 결과를 바탕으로 경주차의 높이, 무게, 엔진 성능을 조정하는 BoP(Balance of Performance)도 여전히 존재한다. 관중들을 즐겁게 만드는 치열한 접전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9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아즈코나는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4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리버스 그리드에 따라 예선 10위였던 우르티아가 폴포지션으로 가고 컴투유레이싱의 코비 파웰스(Kobe Pauwels)가 옆자리에 섰다. BRC 현대의 아즈코나와 미첼리즈는 그리드 9와 그리드 10이었다. 우르티아가 순조롭게 출발한 것과 달리 파웰스는 출발과 동시에 시안레이싱의 비요르크(Thed Björk)와 코로넬의 추월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첫 랩부터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3번 코너를 탈출하는 지점에서 이번 경기 중 유일하게 혼다 경주차를 타는 ALM모터스포츠의 네스토르 지롤라미(Néstor Girolami)가 파웰스와 충돌했으며, 부딪힌 파웰스가 트랙을 크게 벗어났다가 다시 합류하는 과정에서 두산 보르코비치와 강하게 충돌한 것이다. 이로 인해 파웰스, 보르코비치가 리타이어했고, 세이프티카가 투입돼 치열한 자리싸움이 중단됐다. 피트인 후 응급 수리를 마친 지롤라미는 빠르게 복귀했으나 경주차의 손상이 심각해 결국 리타이어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2번째 세이프티카가 출동했다. 

미첼리즈는 경기 막판 추월에 성공하며 8위로 2번째 레이스를 마쳤다

깔끔하게 진행되었던 이전 레이스와 달리 2번째 레이스는 세이프티카가 연속 출동하는 혼란 속에서 진행되었다. 2번째 세이프티카 상황이 종료된 후 잠깐이나마 경기 양상이 치열하게 바뀌는 듯했으나, 결국 시안레이싱의 우르티아가 선두를 지키면서 우승을 했고 팀 동료인 비요르크가 2위를 차지했다. 5랩에 5위로 부상한 아즈코나는 막판에 코로넬까지 제쳐 4위로 경기를 마쳤다. 마지막까지 베르비쉬를 추격했으나 세이프티카 투입의 영향으로 포디엄을 노리기에는 남은 랩이 너무 적었다. 한편 미첼리즈는 마칭화(Ma Qing Hua)를 13랩에 추월해 8위로 경기를 마쳤다. 

아즈코나와 미첼리즈, 아반떼 N TCR의 활약 덕분에 BRC 현대는 팀, 드라이버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포르티망 서킷에서 펼쳐진 개막전에서 BRC 현대는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채웠다. 첫 레이스에서 미첼리즈와 아즈코나가 1, 2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레이스 2에서도 각각 8위와 4위에 올라 포인트를 획득한 것이다. 미첼리즈는 예선 1위 15점, 레이스 우승 30점, 8위 12점을 더한 57점으로 드라이버 포인트 선두가 되었고, 그 뒤를 55점(예선 2위 10점, 레이스 2위 25점, 4위 20점)의 아즈코나가 이었다. 


팀 포인트 역시 BRC 현대가 휩쓸었다. 팀 포인트의 경우 드라이버 포인트와 달리 예선과 2번의 레이스마다 해당 팀에서 최고 득점을 기록한 2명의 점수를 합산한다. 레이스 2에서 미첼리즈는 8위로 마무리했지만, 7위를 기록한 엘라셔가 1, 2위를 기록한 우르티아 및 비요르크와 같은 팀이기 때문에 팀 포인트 차원에서는 미첼리즈가 7위에 해당하는 14점을 받게 됐다. 결국 BRC 현대는 예선부터 결승 레이스까지 고른 활약을 펼쳐 총 114점을 쓸어 담아 다른 팀을 압도할 수 있었다. 참고로 5월 26~28일 열리는 TCR 월드 투어의 다음 경기 역시 TCR 유럽 시리즈와 함께 진행된다. F1 벨기에 그랑프리의 무대이기도 한 스파프랑코샹(Circuit de Spa-Francorchamps) 서킷은 독특한 오르막 코너 ‘오 루즈(Eau Rouge)’와 가파른 높낮이,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 유명하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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