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최초의 SUV, GV80의 매력은 무척 다양하다. 우아한 내·외장 디자인, 강력한 주행성능, 인체 공학적이고 안락한 시트, 최첨단 ADAS와 편의사양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다. 도심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매끈한 승차감 때문에 연결 짓기 쉽지 않지만, GV80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터레인 모드를 갖추고 있어 오프로드도 잘 어울리는 정통 SUV다.
GV80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는 특징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전자식 차동제한장치, e-LSD(Electronic-Limited Slip Differential)다. e-LSD의 이름과 역할은 그동안 e-LSD가 탑재된 자동차가 국내에 많지 않았기에 일반적인 운전자들에겐 생소할 수 있다. e-LSD가 국산 SUV에 적용된 건 GV80가 최초다.
GV80가 e-LSD를 적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로드에서 차의 움직임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LSD은 어떤 원리로 자동차의 움직임을 바꿀까?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e-LSD에 대해 알아보기 앞서 LSD가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엔진에서 발생한 구동력은 변속기와 구동축을 거쳐 좌우 구동 바퀴로 전달된다. 직선 도로를 달릴 때 좌우 구동 바퀴의 회전수는 동일하지만 도로 일부분에 물, 모래, 진흙 등이 있거나 험로를 달릴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쪽 구동 바퀴가 물, 모래, 진흙 또는 험로에 빠지고, 나머지 바퀴는 그렇지 않다면 좌우 바퀴의 회전수에 차이가 생긴다.
코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선회 시 바깥쪽 바퀴의 선회 거리가 안쪽 바퀴보다 길기 때문에 더 많이 회전한다. 이런 이유로 좌우 구동 바퀴에 동력을 다르게 전달하는 차동장치(디퍼렌셜 기어)가 필요하다. 차동장치가 없으면 자동차의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하다. 코너를 돌 때 좌우 구동 바퀴의 회전수가 같으면 더 많이 돌아야 하는 바깥쪽 바퀴에 저항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자동차가 코너를 정상적으로 돌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차동장치가 주행 상황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진흙길이나 모랫길 같은 험로를 달릴 때 차동장치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양쪽 구동 바퀴의 회전수 차이에 맞춰 동력을 전달하는 차동장치의 특성상, 접지력이 부족한 구동 바퀴 쪽으로 구동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오히려 바퀴가 헛도는 상황이 발생한다. 반면, 반대쪽 구동 바퀴에는 구동력이 거의 전달되지 않아 자동차는 험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오히려 바퀴가 더 깊이 빠져들기만 한다.
LSD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Limited Slip Differential’과 ‘차동제한’장치라는 이름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LSD는 한쪽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헛돌 때, 해당 바퀴로 구동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제한해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적절하게 유지해준다.
LSD는 험로 주행 뿐만 아니라 코너를 돌 때도 큰 도움을 준다. 코너를 돌 때는 원심력에 의해 차체가 바깥쪽으로 기운다. 자연스럽게 하중이 줄어든 안쪽 바퀴의 접지력은 약해지고 차동장치에 의해 구동력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안쪽 바퀴가 미끄러진다. 그러나 LSD가 있으면 안쪽 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해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바깥쪽 바퀴에도 구동력을 적절하게 배분한다. 이처럼 LSD는 주행 상황에 맞춰 좌우 구동 바퀴에 구동력을 순간적으로 배분해 언더스티어(스티어링 휠을 돌린 각도보다 차량의 회전반경이 커지는 현상) 또는 오버스티어(차체 뒷부분이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는 현상)를 방지한다.
LSD의 종류는 크게 전자식(e-LSD)과 기계식(M-LSD, Mechanical-Limited Slip Differential)으로 나눌 수 있고, GV80에는 e-LSD가 적용됐다. M-LSD는 기계적으로 제어되는 다판클러치를 이용해 양쪽 구동 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한다. 구동력 배분 효과는 확실하지만 양쪽 바퀴의 회전 차이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LSD가 작동한다. 다시 말해 한쪽 바퀴가 미끄러지는 상황이 발생해야만 M-LSD가 작동한다는 뜻이다. 또한, 구동력을 제한하는 정도가 기계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한계도 있다.
반면, e-LSD는 전자 제어 방식의 클러치를 이용해 좌우 구동 바퀴의 회전 차이를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즉, 자동차가 험로 상태를 파악하고 e-LSD를 미리 작동시킨다. 때문에 e-LSD는 M-LSD에 비해 좀 더 스마트하게 움직이며, 작동 과정도 더 매끄럽고 정확하다. 특히 GV80의 후륜구동 기반 e-LSD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응 속도를 자랑한다. 유압식 액츄에이터를 이용해 노면 상태와 주행 상황에 따라 차에 발생하는 미세한 압력 변화를 인지한 순간(0.1초 이내), 좌우 뒷바퀴에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정리하자면 GV80의 구동 바퀴 중 한쪽이 험로에 빠져 헛돌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시스템이 이를 파악한다. 그리고 운전자가 미처 알아차릴 틈도 없이 e-LSD로 구동력을 제어해 험로를 빠져나온다.
GV80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륜구동 시스템, 터레인 모드가 적용되어 있다. 이 중 사륜구동 시스템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포함해 다양한 주행 환경에 맞춰 구동력을 앞/뒤 바퀴에 최적으로 배분한다. 구동축에 해당하는 좌우 뒷바퀴에는 구동력을 보다 세밀하게 배분하는 e-LSD가 더해져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일종의 험로 주행 모드인 터레인 모드(Terrain Mode) 아래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GV80의 터레인 모드는 네바귀굴림 시스템 뿐만 아니라 e-LSD, ECU(Engine Control Unit), TCU(Transmission Control Unit), TCS(Traction Control System)를 종합적으로 제어해 오프로드 성능을 높여주는 기능이다. 이처럼 여러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터레인 모드는 머드(MUD), 샌드(SAND), 스노(SNOW)의 세 가지 모드로 구성된다.
각각의 터레인 모드는 포장도로를 달릴 때와 달리 구동계를 보다 섬세하게 제어한다. 가령 표면이 미끄러운 눈길(스노 모드)에서는 바퀴에 너무 큰 힘이 전달되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엔진/변속기/사륜구동 시스템이 통합 제어된다.
머드 모드에서는 순간적으로 큰 힘을 네 바퀴에 전달하고, 강력한 엔진 힘을 최대한 활용해 진흙길을 보다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 샌드 모드는 미끄럽지만 저항력이 큰 모랫길의 특징을 반영해 엔진 힘을 네 바퀴로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구동 시스템을 제어한다. 또한,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50:50으로 유지해 바퀴가 모래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이처럼 터레인 모드는 구동계를 미세하게 제어해 손쉬운 험로 탈출을 돕는다. 그러나 터레인 모드를 쓰는 상황에서도 구동력을 전달하는 뒷바퀴 중 한쪽이 험로에 완전히 빠지면 탈출이 쉽지 않다. 일반적인 차동장치를 쓰는 SUV의 경우 접지력이 부족한 한쪽 바퀴에만 구동력을 집중하는 탓에 터레인 모드조차 큰 힘이 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GV80처럼 사륜구동 시스템과 터레인 모드, 그리고 e-LSD까지 결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구동축의 한쪽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헛돌더라도 e-LSD가 해당 바퀴로 구동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반대쪽 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고 제어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앞바퀴의 구동력 제어는 TCS가 담당한다. 다시 말해 뒷바퀴의 구동력은 e-LSD가, 앞바퀴는 TCS가 각각 담당함으로써 사륜구동 시스템과 터레인 모드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처럼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한편, 터레인 모드에 따라 일반적인 주행 상황보다 더 큰 토크를 소화하는 e-LSD 덕분에 GV80는 험로를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다.
GV80는 e-LSD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행 성능을 향상시켜주는 여러 기술이 적용되어 있고, 덕분에 럭셔리 SUV에 어울리는 주행 성능을 갖출 수 있었다. GV80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GV80의 매력은 무척 다양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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