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9 현대자동차

이기적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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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라는 표현은 타인을 지칭해 사용하기에 매우 무례한 언사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가 그런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나 유전자 그 자체에 대한 폄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바라보면 어떨까? 오히려 전체 개체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자기 복제라는 본래 숙명을 충실히 해내는 유전자에 대한 찬사로 이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인간적인 매력의 대표적인 표상을 ‘이타적’이라고 말한다면, 인간적인 것과 반대 선상에 놓인 기계적인 매력은 ‘이기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역할을 최고의 효율로 수행하는, 이기적이라는 표현을 덧붙일 기계적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면, 나는 마땅히 현대자동차그룹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고를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어떤 점이 특별할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에 ‘이기적’이라는 표현을 붙여서 조명하고자 하는 이유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환경을 바탕으로 배터리의 특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배터리는 전력을 저장하는 저장소로 기능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는 모터-제너레이터가 생산한 전기를 받아 저장한 뒤 구동 모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이와 같이 단순히 역할만 본다면,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보다 출력과 용량만 적을 뿐인데 어떤 점에서 특별하거나 이기적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아래에 설명할 배터리의 기능과 특징은 이처럼 단순한 두 가지 기능의 일부이거나 이에 따른 결과이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의 진가를 알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단순히 용량만 작은 것일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는 왜 이기적인가?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가 이기적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운행 환경에서 높은 효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면서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기 쉽지 않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는 가능하다. 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모든 물질이 그렇듯 배터리에도 저항이 있다. 이를 배터리 내부 저항(Internal resistance)이라고 말한다. 내부 저항 값은 배터리 효율을 판단하는 데 아주 중요한 척도가 된다. 저항이 높을수록 효율이 감소하고, 저항이 낮을수록 배터리 효율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내부 저항은 배터리 온도나 SOC(State of Charge, 배터리 전력 잔량) 등에 따라 변한다. 특이한 사실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준 SOC가 50~80% 부근일 때 내부 저항이 가장 낮다는 점이다. 물론 배터리셀 종류와 충·방전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SOC 기준으로는 배터리 전력이 절반에서 절반보다 많을 때 효율이 가장 높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될 경우 더욱 극대화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주요 에너지 관리 전략 중 하나는 배터리 잔량을 중간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잔량이 너무 많으면 회생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어 연료 효율에서 손실이 일어나고, 너무 낮아도 제때 EV 모드나 모터로 추가 동력을 지원해주는 HEV 모드를 사용할 수 없어 연료 효율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잔량을 중간 정도 수준을 유지했을 때 배터리 효율이 극대화돼 전체 시스템의 효율도 향상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력 잔량에 따른 내부저항

물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가 효율이 높다는 점만으로는 충분히 이기적이지 않다. 이 배터리의 또 다른 이기적인 특성은 차량 수명이 다할 때까지 교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기대 수명이 굉장히 길다는 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 문제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예전부터 MP3 플레이어,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돼 왔고, 휴대전화를 충전 케이블에 꽂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는 등 배터리를 사용하는 게 아주 흔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충·방전 횟수가 많아지면, 1~2년 주기로 배터리를 교체해야 불편하지 않을 만큼 배터리 용량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반적인 특성과 달리,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이 유독 긴 이유는 무엇일까?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다른 화학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사용 패턴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진다. 최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의 휴대용 전자기기에는 배터리 용량의 80%까지만 충전하는 기능이 적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거나 완전히 방전되도록 사용했을 때 수명이 감소하는 배터리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아래 그림을 살펴보면 배터리 용량을 절반 이상 내외로 사용했을 때 가장 수명이 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휴대 전자기기는 배터리 관리를 위한 사용자 옵션을 제공한다
출처: Xu, Bolun & Oudalov, Alexandre & Ulbig, Andreas & Andersson, Göran & Kirschen, D.s. (2016). Modeling of Lithium-Ion Battery Degradation for Cell Life Assessment. IEEE Transactions on Smart Grid.

다만 배터리를 이처럼 이상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앞서 말한 것처럼 배터리의 주 사용 영역이 배터리 용량의 60% 내외에 머물러 배터리 입장에서는 최적의 사용 환경에 가깝다. 이런 환경에서는 배터리 효율이 높게 발휘될 뿐만 아니라 배터리 사용 횟수 증가에 따른 배터리 용량이 줄어드는 현상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물론 배터리 용량이 감소한다 하더라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효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배터리 용량이 80%로 줄어든다고 해도 여전히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배터리를 완충, 완전 방전을 자제하고, 배터리 용량의 60% 내외로 전력을 관리해 차량 자체의 연비나 가속 성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는 언제나 효율적이다

이와 같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리튬이온 배터리는 궁합이 꽤 잘 맞는다. 사실 배터리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엔진, 모터, 변속기가 다 같이 이기적인 면모를 발휘해 놀라운 성능과 효율을 만든다. 현재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전동화 파워트레인 트렌드는 결국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귀결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공존하는 현 시점에서 비교적 출력이 낮은 구동 모터와 작은 배터리로도 알찬 효율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스템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완전한 전기차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이기적인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김경근 연구원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 성능 개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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