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5 현대케피코

인간 vs AI, 누가 먼저 골든타임을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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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개봉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기억하시나요? 2054년 미래를 상상력으로 구현해 홍채 인식, 무선 인식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컴퓨터 비전 기술이 등장한 영화였죠. 컴퓨터 비전이란 컴퓨터가 사람의 눈처럼 사물을 보고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인데요.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이번 칼럼에서는 컴퓨터 비전 관련 분석 과제인 ‘AI 기반 화재 판별 및 조기 진화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화재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A 회사 실험실 화재 사고 사례. 화재가 발생한 시각은 2018년 6월 26일 10시 25분경. A 회사의 엔진 시험실 배기 포인트에서 화재가 시작. 화재가 발생한 후, 이를 인지하여 상황을 전파하고 진압을 완료하기까지 약 5분의 시간 소요.

화재 발생 후 최초 ‘5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전소 단계에 진입하여 인명피해가 2배 이상, 재산 피해는 3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특히, 자동차 시험장의 경우 주행풍이 불기 때문에, 조기 진화에 실패한다면 짧은 시간에도 대형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화재에 대비해 대부분의 실험실과 건물은 열 감지 기반 소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온도 감지 센서를 설치해 온도가 특정 수치 이상으로 일정 시간 지속되면 화재로 인식해 소화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그러나 센서에 의존한 화재 감지 시스템은 실내 면적이 넓거나 천장이 높은 장소에서는 감지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가령 천장의 높이가 4m인 실험실에서 천장에 센서가 부착된 경우, 작은 불꽃은 인식하지 못해 초기 진압에 실패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결국 화재 감지 시스템의 성능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하게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텐데요. 현대케피코가 진행한 컴퓨터 비전 관련 분석 과제 ‘AI 기반 화재 판별 및 조기 진화 시스템’은 ‘조기 진화를 위해서 발화 시점부터 화재를 빨리 인지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화재 감지 시스템’은 무엇인가요?

먼저 화재 감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실험실 영상을 입력받고, 화재 감지 모델을 통해 화재 발생 여부를 판별합니다. ‘화재 발생’이 판단되면 영상에서 화재 부분이 박스 형태로 표시되고, 이때 화재가 연속으로 3회 이상 검출되면 최종 화재로 인지해 소화기의 밸브를 작동시키고 진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현대케피코가 개발한 화재 감지 시스템 개요

YOLO, 한 번만 본다!

이미지에서 사람, 자동차, 사물 등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객체 검출 기술

그럼 CCTV 영상을 통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바로 딥러닝을 활용한 객체 검출(Object Detection)을 통해서 찾는 것인데요. 객체 검출이란 이미지나 영상에서 사람, 자동차, 건물 등의 특정한 객체를 자동으로 식별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컴퓨터 비전에 딥러닝을 접목하면서 객체 인식 및 검출 등의 영상 분석 기술 수준이 매우 높아져, 마치 사람의 눈처럼 보고 판단할 수 있죠.

이번 분석 과제에서는 여러 가지 객체 검출 알고리즘 중에서 ‘YOLO’를 활용했습니다. YOLO라고 하니 굉장히 익숙한 단어 같죠? 여기서 YOLO는 ‘You Only Look Once’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이름에 담긴 의미를 파악한다면 YOLO 알고리즘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에서 객체를 검출하는 과정은 보통 2단계를 거칩니다. 이미지 내에서 객체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선택하고(1단계-위치), 이 영역이 무엇일지 분류하죠(2단계-분류). 한 장의 이미지를 훑으면서 모든 위치를 살펴보고, 그때마다 해당 영역에 있는 객체가 무엇일까를 판단해야 한다면 이미지를 수천 번은 봐야겠죠? 당연히 속도가 엄청나게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YOLO 알고리즘은 어떨까요? 인간은 이미지에서 무언가를 찾을 때 왼쪽에서부터 쭉 훑으면서 찾지 않고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YOLO 또한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이미지를 한 번만 봐도 객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속도를 개선한 방법이죠. 


객체의 위치를 찾고 클래스를 분류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YOLO 알고리즘

YOLO 알고리즘은 이미지를 일정한 영역으로 나누고 영역마다 ‘어떤 객체가 있을 확률’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합니다. 최종적으로 영역별 점수를 계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과 달리 이미지를 한 번만 보고도 찾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객체의 위치를 찾고, 무엇인지 분류하는 것을 동시에 진행하는 한 단계의 과정이라 동영상도 거의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화재 감지 시스템의 경우 화재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실시간성이 뛰어난 YOLO 알고리즘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빨라졌나요?

그렇다면 YOLO 알고리즘을 적용한 현대케피코의 AI 화재 감지 시스템은 열 감지 기반의 시스템보다 과연 얼마나 빨라졌을까요? 과거 화재 사고 CCTV 녹화 영상을 가지고 화재 발생 후 소화 시점을 비교해봤는데요. 엔지니어가 직접 화재를 감지할 때 평균 26초가 걸리던 화재 감지 시간이 ‘AI 화재 감지 시스템’ 테스트 결과 3초(화재 감지 약 1초 × 알람 3번)로 단축되었습니다.

눈을 뜬 AI

현대케피코가 제작한 AI 소방 로봇 시스템(좌)과 발열을 감지하는 시스템 KEFICO19(우)

‘화재 감지 시스템’을 개발한 현대케피코 AI머신리서치랩은 현재 딥러닝을 활용한 객체 검출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화재 감지 모델 후속으로 AI 재난 감지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AI 기술을 이용해 화재 및 재해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입니다. 작동 원리를 살펴보면 카메라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서버에 전송하고, 화재 및 최고 온도를 감지합니다. 화재가 감지되면 카메라 자체적으로 소화기를 동작시키거나 로봇이 발화 지점으로 자율주행해 소화 명령을 수행합니다. 또한 동시에 발화 지점의 위치 및 영상 데이터를 관리자에게 발송합니다. 

객체 검출을 위한 AI 모델은 모바일넷 SSD를 사용했으며, 현재 10FPS(Frame per second)의 감지 속도를 갖춰 화재 감지 속도를 향상시켰습니다. 앞으로 시스템이 감지 가능한 상황의 범위를 화재뿐만 아니라 낙상, 유해가스, 지진 등으로 확대하고, 자체 AI 반도체 설계를 통해 추론 속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예정입니다.

현대케피코가 개발한 온 디바이스 AI 통합 제어기 AI-RCU

두 번째로 온 디바이스(on device) AI를 구현하기 위한 통합 제어기 AI-RCU(AI Robot Control Unit)를 개발했습니다. 온 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AI와 비교했을 때 네트워크가 없는 현장에서도 AI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고, 유무선 통신 기술을 접목해 외부기기들과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라이다(LiDAR) 및 카메라 입력과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 자율주행 로봇에 최적화된 제어기이기도 하죠. CPU 사용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반도체 설계를 통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현대케피코는 향후 AI 반도체 지식재산권(IP) 개발과 고객 맞춤형 AI 제어기 개발을 통해 온 디바이스 AI 구현과 AI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마스크 착용 여부를 판별하고 발열을 감지하는 시스템 KEFICO19(KEFICO + COVID-19)를 개발했습니다. KEFICO19는 현대케피코가 자체 AI 기술로 개발한 첫 결과물로 마스크 착용 여부와 발열 상태를 동시에 확인하는 시스템입니다. 무엇보다 이동하는 다중의 객체를 추적하며 감지한다는 점에서 다른 동일 시스템 대비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이 시스템은 현대케피코 본사와 해외법인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그룹사와 협력사, 해외 공장에 총 60대가 설치되어 코로나 19 예방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딥러닝을 활용한 컴퓨터 비전 사례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컴퓨터 비전은 인공지능과의 연계가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로 자율주행, 생명과학, 유통, 농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육안으로 판별하던 일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공장 자동화, 불량 검사 등 제조업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죠. 인공지능과 만난 컴퓨터 비전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그 발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박혜은 매니저

대충 살고 싶지만 가끔씩 열심히 사는 성실한 개미입니다. 쉽게 배우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감수  |  현대케피코 AI머신리서치랩 강수혁 Lab Cap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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