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3 현대자동차그룹

2030 부산엑스포, 공존의 미래로 향하는 ‘대전환’ 시대 정신을 주제로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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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엑스포 개최 예정지 현지 실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의 저자 오룡이 소개하는 역대 엑스포의 시대 정신과 주제 의식을 상세히 살펴봤다.

2030년 엑스포 개최 예정지 현지 실사 일정이 확정, 발표됐다. 대한민국 부산은 강력한 경쟁자인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3월 6~10일)에 이어 4월 3~7일 심사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오데사는 3월 20~24일, 이탈리아 로마는 4월 17~21일 등 신청 도시별 5일 일정으로 국제박람회기구(BIE) 심사단의 현지 방문·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심사단은 지난해 9월 제출된 유치계획서(candidature dossier)와 1~3차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바탕으로 각 신청국이 제안한 주제의 적정성과 타당성, 매력도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심사 항목에는 개최 능력과 재정 계획, 박람회장 적합도와 사후 활용 계획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신청국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과 시민사회의 참여 및 지지가 긴요하다. 주제를 구현할 입법·조직·재정·기획·운영 역량, 국민·지역사회 호응이 주요 평가요소이기 때문이다. BIE는 5월 중 집행위원회를 열어 현지 실사 결과를 심의한 뒤 2023년 11월 말 정기총회에서 개최지를 최종 선정한다. 표결은 171개 회원국 3분의 2 이상 출석, 1국1표 비밀투표, 표결국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4차 산업혁명과 환경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2000년 하노버엑스포의 전경(출처: https://www.bie-paris.org/)

현대 엑스포는 인류 공통과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주제도 포괄적·보편적 명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00년 하노버엑스포를 기점으로 4차 산업혁명, 환경문제 등이 전면에 떠올랐다. 하노버엑스포는 ‘인류-자연-기술-떠오르는 새 세상’을 주제로 삼았다. 이후 엑스포 주제를 보면 △2005년 아이치엑스포 ‘자연의 예지’ △2010년 상하이엑스포 ‘더 나은 도시-더 나은 삶’ △2015년 밀라노엑스포 ‘지구에 식량과 생명 에너지를’ △2020년 두바이엑스포 ‘마음의 연결, 미래 창조’ △2025년 오사카·간사이엑스포 ‘우리의 삶을 위한 미래사회 설계’ 등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도 트렌드에 맞게 포괄적 주제를 설정했다. 주제의 키워드는 ‘대전환’이다. 팬데믹, 기후 변화, 기술·자본 양극화, 인구 고령화, 생물 다양성 손실 등 인류가 직면한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간-자연-기술간 상호관계에 점진적 변화가 아닌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대 정신을 담은 주제어다. 

인간-기술-자연 패러다임 전환

지난해 11월 제171차 BIE 총회에서 열린 3차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산시가 2030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발표하는 모습(출처: https://www.expo2030busan.kr/)

주제 개발은 유치기획단 전문가 워킹그룹에서 글로벌 공감대와 시의성을 담지한 핵심 개념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제가 된 문제 의식은 코로나 팬데믹 같은 초국경 감염병 사태를 비롯해 기후·환경 위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첨단기술 양극화와 디지털 불균형, 인구 고령화 등 인류가 직면한 상황이다.


논의 결과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가 주제로 선정됐다. 인류의 미래 비전은 우리 삶의 양식 전환에 있다는 제안이다. 주제 뒷부분은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살려 더 나은 미래로의 ‘항해(navigating)’라는 표현을 담았다. 사실 논의 단계에선 ‘대전환’과 함께 ‘공존’이란 키워드가 유력하게 검토됐다. 팬데믹, 기후 변화, 초연결(hyper-connectivity)로 압축되는 동시대에 양극화·불균형이 더욱 깊어졌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공존을 ‘coexistence’로 썼을 때 ‘좌우 동거’ 같은 정치적 어감으로 좁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좀더 보편적인 ‘더 나은 미래’로 정리됐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는 팬데믹, 기후 변화, 초연결이 함께 일어나고 있는 현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에 대해 고민했다

팬데믹 속에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하면서 디지털기술 의존도가 높아지고 기술·자본 격차에 따른 불균형이 심화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비회원국보다 1인당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 가입자가 2배, 광대역 서비스 가입자가 3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절반인 36억 명은 여전히 오프라인 환경에 머물러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에 따른 일자리 변화도 심각한 현안이다. 급격한 개발은 생물 다양성 손실, 기상 이변, 기후 변화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인 44조 달러가 기후 변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년간 한 해 2,000만 명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난민이 됐다. 


그 피해는 역설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저소득 국가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30년 85억 명, 2050년 93억 명을 거쳐 2100년 101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저개발국의 인구 폭발과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 자원 고갈과 저성장 고착화도 사회 양극화와 불균형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양극화·불균형 넘을 행동 의지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인간, 기술, 자연의 공존을 위한 주제 의식을 목표로 했다

부산엑스포 주제 개발 워킹그룹은 일련의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점진적 변화가 아닌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 인간·기술·자연간 패러다임 전환은 적극적인 행동 의지를 요구한다. 인간와 자연, 인간과 기술, 인간과 사회의 상호관계를 재설정하는 대전환을 통해 개인의 잠재력이 발휘되고 소외 없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대전환은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변환, 산업질서 재편, 경제·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의 기반 변화를 포괄한다. 대전환을 통해 구현할 미래상은 개인의 역량과 글로벌 연대가 강화되고, 환경적·물리적·세대적 한계를 넘어 전 지구적 균형을 이루는 협력과 조화, 공존의 삶이다.


각 개체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서는 어느 하나가 무너지지 않게 알맞은 높낮이로 어울릴 수 있는 조율이 필요하다. 공간·시간적 한계를 초월해 전 지구적 균형을 이루는 삶이 바로 공존의 미래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인류가 어떤 접근 자세와 방법으로 대전환을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인 북항 재개발 조감도. 박람회장 활용에 이어 재개발이 완성되면 부산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그리게 된다(출처: 부산광역시)

21세기 엑스포는 포괄적 주제 아래 세부적 부제를 두고 하위 부제에 맞춰 전시영역을 구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두바이엑스포가 대표적인 예다. 두바이엑스포는 기회, 이동성, 지속 가능성 등 3개 부제에 따라 전시 권역을 구성했다. 참가국들은 선택한 카테고리 전시 권역에 배치되고 그에 맞춰 전시 콘텐츠를 기획했다. 


부산엑스포 또한 부제를 통해 ‘대전환’ 주제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3개 부제는 ‘자연과의 지속 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으로 설정됐다. 이를 유엔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 구조에 맞춰 자연(Planet), 기술(Prosperity), 인간(People) 등 ‘3P축’으로 정립했다. 

3개 부제에 따라 전시영역 설정

부산항 내해의 현재 모습. 왼쪽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인 북항 일원이다(출처: 부산광역시)

‘자연축’은 환경 자원을 인간 중심으로 이용하는 고착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 선진국과 개도국간 포용적 녹색 파트너십을 통한 기후 위기 극복,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목표다. 전시영역은 그린 뉴딜,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 에코 엔지니어링 시스템, 그린 모빌리티, 지속 가능 농업 등이다.


‘기술축’은 기술 발전의 속도 차로 인한 불균형, 인간이 기술에 압도되는 고용·존엄성 갈등, 통신 인프라 접근성 차이로 인한 정보 격차 등의 해법으로 인간 중심 기술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디지털 초연결, 트랜스 휴먼을 통한 인간의 신체적·지적 능력 확장, 대체 신소재 개발, 탄력적 도시 네트워크 시스템, 지속 가능한 도시와 주거환경 등이 전시 영역이 된다. 


‘사람축’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개인·사회의 잠재력 발현 기회를 보장하는 총체적 혁신을 모색한다. 사회·지역·국제적 불균형, 세대·계층·인종 갈등을 극복하고 협력·연대하는 포용적 사회로의 전환이 목표다. 전시 영역은 지속 가능한 교육시스템 구축, ICT 활용 커뮤니티 통합, 초국가적 협정, 빈곤 종식, 건강 웰빙, 양성평등 등이다. 


최초의 엑스포였던 1851년 런던박람회는 세계화의 장벽을 허문 역사적인 행사였다

엑스포는 앞서가는 시대 정신으로 세계를 이끌어왔다. 그 시발점은 오늘날 국제질서의 근간인 ‘자유무역(free trade)’과 ‘세계화(globalization)’다. 영국이 엑스포의 효시가 된 1851년 런던박람회를 개최하는 데 넘어야 했던 가장 큰 장벽은 다름 아닌 국제화였다. 세계박람회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영국은 당대 최고인 자국 기술의 유출을 우려해 ‘국제’ 행사를 꺼렸다.


실제로 세계박람회 태동 분위기는 프랑스에서 먼저 무르익었다. 하지만 국제정세에 밝았던 한 지식인이 물꼬를 틀었다. 자유무역 신봉자였던 영국 공공기록물보관소 관리관 헨리 콜은 상품교역 제한을 철폐해야 인류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 수 있으며, 박람회야말로 그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헨리 콜은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 앨버트 공에게 영국이 박람회를 선점해 세계 무역·경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공감한 앨버트 공은 당시로선 넘기 힘든 벽이던 국제 박람회 실현의 견인차가 됐다. 앨버트 공은 영국사회의 강고한 저항과 우려를 물리치고 세계를 놀라게 한 대박람회를 성사시켰다. 


그는 런던박람회 개회사에서 “박람회는 인간활동의 전 영역을 진보시키고 지구상 모든 나라의 평화와 유대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진보와 평화와 유대, 이들 키워드는 엑스포 역사를 관통하는 정신적 지주로 남았다. 엑스포는 교류·혁신에 기반한 문명의 결집체이자 기술·정보 소통의 장, 그리고 세계를 연결하는 산업·문화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인류 공통과제 논의 플랫폼

1933년 시카고박람회부터 주제 의식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939년 뉴욕박람회는 미래세계 건설을 주제로 100년 후 세계를 내다봤다(출처: https://www.bie-paris.org/)

초기 세계박람회는 특정 주제 없이 당대 산물을 집대성하는 데 주력했다. 말 그대로 ‘문명의 백과사전’이었다. 주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67년 파리박람회였다. 철학적 사유가 담긴 ‘노동의 역사’를 주제로 내세웠다. 인간의 모든 생산활동을 대변하는 ‘전 인류적’ 박람회를 표방한 것이다. 주제는 박람회장 중앙 정원에 파노라마 형태로 구현됐다. 석기시대부터 19세기까지 노동의 형태와 생산물의 역사를 펼쳐 보인 사상 첫 주제 기획 전시였다. 


주제 의식이 본격화한 것은 1933년 시카고박람회였다. 시카고는 도시 성립 100년을 기념해 ‘한 세기의 진보’를 주제로 설정했다. 지난 한 세기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을 극적으로 연출해 과학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게 했다. 명료한 주제를 제시하고 전시 내용과 방식을 일치시킨 ‘테마박람회’ 개념은 향후 엑스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세계박람회 흐름은 미래주의로 기울었다. 1939년 뉴욕박람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상 최대의 쇼’로 불린 뉴욕박람회는 ‘미래세계 건설’을 주제로 100년 후 세계를 내다봤다. 이전 박람회가 과거의 성취 집산이었다면 뉴욕박람회는 미래 문명의 실체에 초점을 맞췄다. 

오랜 전쟁 후 개최된 1958년 브뤼셀박람회와 1967년 몬트리올박람회는 휴머니즘과 평화정신을 주제로 열렸다(출처: https://www.bie-paris.org/)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으로 오랜 침체기를 보낸 엑스포는 1958년 브뤼셀박람회와 1967년 몬트리올박람회에서 휴머니즘을 외쳤다. 엑스포가 찬양해온 과학기술 진보가 인류에게 총부리를 겨눴다는 반성에서 초심인 평화정신을 되새겼다. 브뤼셀박람회는 ‘양날의 칼’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했고, 몬트리올박람회는 인간성 회복과 공동체 의식을 주제로 삼았다. 

부산시는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엑스포는 개최지가 다변화하면서 문화교류의 마당이자 인류 공통과제 논의·소통·체험의 장으로 지평을 확대했다. 그러면서 포용적 주제 설정이 대세를 이뤘다. 전시기법도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인식의 확장, 참여·체험·상호작용형 소통의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대전환의 시대 정신을 포착한 부산엑스포는 창의적인 공간 구성과 소구력 높은 전시 콘텐츠 창출로 어떻게 주제를 구현해내느냐가 과제라 할 수 있다.

글. 오룡(칼럼니스트)

언론인 출신 작가, 번역·집필가로 인문학·문화·역사 분야 글을 쓰고 있다. 인류문명의 쇼케이스가 돼온 엑스포 역사에 매료돼 온갖 산물의 미시사를 탐구하고 정리했다. 서강대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한겨레신문 기자, 아시아기자협회 사무총장,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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