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또다시 낭보가 들려왔다. 독일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중 하나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 이하 AMS)〉가 진행한 하이브리드 SUV 비교 평가에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다시금 우위를 보여준 것이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AMS〉의 비교 평가에서 900점 만점 중 625점을 획득, 경쟁 모델인 포드 쿠가 하이브리드와의 점수 차를 64점까지 벌리며 압승을 거뒀다. 〈AMS〉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스포티지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스포티지의 승리가 압도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AMS〉는 스포티지와 쿠가의 맞대결을 준비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아 스포티지와 포드 쿠가는 굽이진 산길을 빠르게 헤치고 나갈 때 기꺼이 선택할 만큼 역동적인 이미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행 성능이 다소 평범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말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두 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비교한다.”
스포티지와 쿠가는 유럽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한 베스트셀링 SUV이자, 유럽에서 나날이 비중이 커지고 있는 SUV 시장에서 판매량 선두 그룹에 속한 모델들이다. 스포티지는 2021년 5세대로 거듭나면서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했고, 2019년 3세대로 진화한 쿠가 또한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대적인 요구에 발맞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은 두 베스트셀링 SUV가 여전히 ‘역동적인 SUV’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면모를 갖추고 있는지 파헤쳐보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비교 평가인 것이다.
〈AMS〉는 평가 목적에 맞게 주행 성능 비교에 중점을 두고 차를 살펴봤다. 민첩하고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자랑하는 두 브랜드의 대표 SUV가 맞붙은 자리인 만큼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예상외로 결과는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쿠가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한 〈AMS〉는 쿠가의 2.5ℓ 자연흡기 엔진과 CVT(무단변속기), 92kW 출력 전기 모터의 조합이 완성도가 떨어지고 전반적인 주행 감각도 아쉽다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조용히 달리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약한 엔진이 끊임없이 돌아가서 시끄럽고, CVT는 쓸데없이 부지런해서 기어비를 바꿀 때마다 접지력이 달라지는 등 안정적인 느낌이 아니다. 조향 감각은 부정확하고 서스펜션도 거칠어서 예전만큼 코너를 돌아 나가는 즐거움이 없다.”
반면 스포티지에 대한 〈AMS〉의 평가는 꽤 인상적이다. “1.6 T-GDI 엔진은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충분히 강한 힘을 발휘하고, 6단 자동변속기는 빠르고 능수능란하게 작동해서 흠잡을 게 없다. 회생 제동과 유압식 브레이크의 전환이 아주 매끄럽고, GT-라인에 적용된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의 승차감도 우수하다. 주행 감각이 예전만큼 역동적이진 않지만, 안정적이고 정확하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섀시의 조합이 균형 잡혀 있고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 같은 평가는 주행 성능 테스트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AMS〉는 스포티지와 쿠가의 주행 성능을 면밀히 비교한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스포티지의 주행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스포티지는 주행 역동성, 핸들링 성능, 조향 감각 등에서 쿠가를 압도했다.
또한 파워트레인의 특성에 따른 차이도 계측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티지는 비교적 가볍고 활기찬 4기통 터보 엔진과 똑똑하게 작동하는 6단 자동변속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을 7.9초 만에 마쳐 9.2초를 기록한 쿠가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파워트레인 성능의 차이는 고속 영역으로 나아갈수록 격차가 벌어졌고, 주행 중 가속 성능도 스포티지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테스트 항목에서 쿠가가 스포티지보다 나은 점은 단 하나, 실제 계측 연비가 스포티지보다 약간 높다는 점이었다. 〈AMS〉의 연비 측정은 3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시내(70%)와 국도(30%)로 이뤄진 21km 구간에서 단거리 주행을 반복해 측정한 일상 연비(70%), 고속도로를 포함한 다양한 도로의 275km 구간에서 에코 모드로 측정한 연비(15%), 160km/h로 국도와 고속도로를 달리며 계측한 연비(15%)를 종합해 실제 계측 연비를 발표한다. 〈AMS〉의 계측 결과에 따르면 100km를 달리는 동안 쿠가가 소모한 연료량은 6.9ℓ로, 스포티지(7.4ℓ)보다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럽 기준 공인 연비와 비교했을 때 스포티지는 1km당 1.0ℓ, 쿠가는 1.2ℓ의 편차를 보여, 실제 주행 환경에서도 스포티지가 더 우수한 효율성을 갖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탑승자들의 편안한 여정을 뒷받침하는 능력도 스포티지가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AMS〉는 편안한 승차감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서스펜션의 성능과 앞뒤 좌석의 편안함, 운전자가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운전자 지원 시스템의 성능, 쾌적한 실내를 조성하는 에어컨과 소음 차단 성능 등을 꼼꼼히 테스트했다. 〈AMS〉는 “스포티지의 또 다른 강점은 운전석이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똑똑한 음성인식 제어를 갖춘 고품질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이뤄진 현대적인 인포테인먼트는 운전자를 즐겁게 해준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그 결과, 스포티지는 컴포트 부문의 모든 항목에서 쿠가보다 우수하다는 평가와 함께 무려 14점을 앞서 나갔다.
이에 반해 쿠가에 대한 〈AMS〉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쿠가의 운전석은 첨단 분위기의 스포티지보다 한층 노후된 느낌이다. 버튼이 많아서 공조, 라디오, 내비게이션을 빠르게 조작할 수 있긴 하지만, 운전석보다 조수석 쪽으로 기울어진 작은 터치스크린은 좋게 평가하기 어렵다. 작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별반 도움이 안 되는 음성인식 제어 기능도 마찬가지다.”
실내 공간의 구성과 활용도, 그리고 만듦새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AMS〉는 스포티지의 널찍하고 편안한 공간, 시인성이 좋고 다루기 편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체 크기에 비해 활용도가 뛰어난 적재 공간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스포티지의 2:4:2 분할 접이식 뒷좌석은 등받이를 기울일 수 있고 앉은 자세도 좋다. 이전에 비해 뒷좌석 공간이 확실히 안락해진 느낌이다”라는 게 〈AMS〉의 평가다. 하지만 쿠가에 대해선 인포테인먼트의 기능성이 떨어지고 뒷좌석과 적재 공간이 너무 좁다는 평가를 남겼다. “쿠가의 트렁크 용량(405ℓ~1,481ℓ)은 차체 크기에 비해 너무 적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일 텐데, 그걸 감안해도 쿠가보다 11cm나 짧은 스포티지의 큰 트렁크(578ℓ~1,776ℓ)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뒷좌석을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 하나는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AMS〉의 평가처럼 스포티지는 거의 모든 테스트 부문에서 쿠가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포티지는 바디, 안전, 컴포트, 파워트레인, 주행 성능, 환경, 비용 등 7가지 부문 중 6개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했으며, 특히 실내 공간의 크기와 활용도를 평가하는 바디 부문, 승차감과 실내 공간의 편안함을 따지는 컴포트 부문, 전반적인 달리기 실력을 평가하는 주행 성능 부문에서 큰 차이로 앞서 나갔다. 결과적으로 〈AMS〉는 “포드에게는 안타까운 말이지만 쿠가는 내세울 게 거의 없다. 스포티지는 확실한 힘과 공간, 편안함, 깔끔한 실내를 갖춘 균형 잡힌 하이브리드 SUV다. 이번 비교 평가는 큰 점수 차로 기아의 승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으로 스포티지는 올해 독일에서만 4차례 진행된 자동차 전문지의 비교 평가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기아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다운 활약을 펼쳤다. 4번의 비교 평가 결과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스포티지에 처음 적용된 친환경 모델(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아의 전동화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산업 분석 업체인 IHS 마킷(IHS Markit)은 유럽에서 스포티지가 속한 C세그먼트 SUV 시장이 빠르게 전동화되고 있으며, 2025년에는 C-SUV의 약 82%가 친환경 모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서 스포티지는 본연의 매력과 친환경이라는 장점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시장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스포티지가 펼칠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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