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4 현대 모터스포츠팀

[2022 WRC 12R] 현대 월드랠리팀 티에리 누빌, 스페인 랠리의 고속 배틀에서 2위를 차지하다

현대 모터스포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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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페인 랠리는 제조사 챔피언십 순위를 확정할 중요한 일전이었다. 현대팀의 누빌이 로반페라의 추격을 뿌리치고 2위를 차지하며 분전했으나, 아쉽게도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은 도요타팀이 가져갔다.

스페인 랠리(RACC Catalunya - Rally de España)의 역사는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볼타 카탈루냐(Volta a Catalunya)라는 이름으로 열리던 경기(1916~1920)를 1954년에 복원했고, 1957년부터 카탈루냐 랠리(Rally Catalunya)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차들이 바르셀로나에 모여 함께 달리는 방식이었다. 1975년부터는 유럽 선수권 대회에 포함되었고, 1991년이 되어서야 WRC 캘린더에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 랠리의 WRC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관중 동원과 독특한 코스 구성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티에리 누빌은 2019년과 2021년에 스페인 랠리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아직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 가능성이 남아있는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총력전에 나섰다. 타막 성능이 좋은 현대팀 입장에서 남은 두 경기가 타막 랠리라는 점은 희망 요소. 스페인 랠리의 강자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은 최근 두 경기(2019, 2021)의 우승자다. 올 시즌 3승을 거둔 오트 타낙(Ott Tänak)과 함께 현대팀의 선봉에 섰다. 누빌은 경기 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스페인 랠리는 풀 타막 이벤트로 바뀌면서 꽤 심플해졌습니다. 길은 평평하고 넓고 부드러우며 그립도 안정적이에요.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세팅을 확실하게 정하고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현 시즌 종합 2위의 오트 타낙과 스페인 출신의 다니 소르도가 출전했다

3번째 차에는 홈그라운드의 다니 소르도(Dani Sordo)가 시즌 4번째로 출전했다. 올 시즌 3개 경기(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에서 모두 3위로 포디엄에 올라 현대팀의 챔피언십 포인트에 공헌했다. 소르도는 최종전인 일본까지 뛸 예정이지만 내년 행보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대팀이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다음 시즌 현대팀 드라이버진 구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처럼 랠리카를 3대만 운용한다면 타이틀 도전을 위해 조금 더 경험 있는 드라이버가 필요해 보인다.

뉴질랜드에서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ä)의 드라이버즈 챔피언 확정에 이어 제조사 포인트에서도 앞서고 있는 도요타팀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로반페라와 에반스(Elfyn Evans),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를 엔트리하고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까지 4대의 GR 야리스를 엔트리했다.


M스포트 포드는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가 오랜만에 복귀한 가운데 크레이그 브린(Craig Breen), 거스 그린스미스(Gus Greensmith)로 드라이버진을 꾸렸으며 피에르 루이 루베(Pierre-Louis Loubet), 조단 세르데리디스(Jourdan Serderidis)까지 5대의 푸마 랠리1을 준비했다. 브린의 코드라이버인 폴 네이글(Paul Nagle)은 18년 전 자신의 데뷔 무대였던 스페인에서 은퇴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스페인 랠리는 100% 타막 코스로 구성된다

선수들은 10월 21일 살루(Salou) 북쪽에 새로 준비한 2개의 코스, 엘스 오멜스-말다(Els Omells - Maldà)와 세라 데 라 레나(Serra de la Llena)를 시작으로 4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리는 SS1~SS8 123.5km 구간에서 첫날을 시작했다. 특히 SS4, SS8에 쓰이는 리바 로하(Riba-Roja) 스테이지는 헤어핀 코너가 가득한 코스로 지난해와는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챔피언 로반페라가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으며 대열을 이끌었다. 밤새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도로는 많은 참가자들에게 어려움을 주었다. 차들이 달리면 달릴수록 주변 흙을 퍼올리기 때문에 먼저 출발하는 로반페라가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누빌의 페이스도 이에 못지않았다. 3개 스테이지 연속 2위를 기록한 누빌은 고난이도의 SS4를 잡아 마침내 종합 선두에 올라설 수 있었다. 반면 타낙은 SS2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전을 종합 4위로 마쳤다. 점심 서비스 때 하이브리드 유닛을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SS8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다. 홈그라운드를 달린 소르도는 SS7 막판 타이어 손상으로 18초가량 손해를 보았다.


오후 스테이지 톱타임은 오지에와 로반페라가 나누어 가졌다. 첫날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오지에가 종합 선두, 로반페라가 4.8초 차이로 뒤쫓았다. 누빌은 선두와 12.5초 차로 종합 3위, 타낙과 소르도가 4, 5위였다. 한편 M스포트 포드는 현대팀과 도요타팀의 스피드 경쟁에 전혀 끼지 못했다. 루베는 SS4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그나마 빠른 브린조차 선두에 1분 3초 뒤진 종합 7위였다. 한편, WRC2에서는 현대팀의 티무 수니넨(Teemu Suninen)이 추격자 그리야진(Nikolay Gryazin)을 12.7초 차이로 앞서며 클래스 선두를 달렸다.

다니 소르도는 주행 도중 타이어를 교체하는 등 좋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토요일에는 스페인 랠리의 코스 중 가장 긴 엘 몬트멜 스테이지가 포함됐다

토요일은 사바야(Savallà) 스테이지를 시작으로 3개 스테이지를 반복한 후 살루(Salou) 서비스 파크 인근 해안에 마련된 2.15km 단거리 스테이지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구성이다. SS15 살루는 길이는 짧지만, 해안가의 모래 때문에 미끄러운 도심 도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은 곳 중 하나다. 24.4km로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엘 몬트멜(El Montmell)은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스테이지다. 이날은 7개 스테이지 합산 120.25km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오프닝 스테이지를 잡은 것은 누빌이었다. 하지만 오지에가 이후 4개 스테이지에서 내리 톱타임을 기록하며 달아났다. 그래도 누빌은 앞서 달리는 로반페라와의 시차를 착실하게 줄였고, SS14에서 0.4초 차이까지 좁히더니 마지막 스테이지를 가장 빠르게 달려 기어코 종합 2위로 부상했다. SS11 엘 몬트멜에서는 그린스미스가 사고를 일으켰다. 오른쪽 고속 코너에서 스핀하며 가드레일에 처박혀 차체 왼쪽이 대파되었다. 레드 플래그가 발령되고 랠리1 출전자 전원이 같은 기록으로 처리되었다.

포드팀 그린스미스의 사고 모습. 이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면서 SS11은 랠리1 드라이버 모두 같은 기록을 받게 됐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토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종합 선두는 여전히 오지에. 이제 2위로 올라선 누빌이 20.7초 차이로 추격했다. 로반페라는 누빌과 1.4초 차 3위, 타낙은 종합 4위를 유지했다. 에반스의 추격을 받던 5위 소르도는 SS14 톱타임으로 다소 숨통이 트였다. 에반스는 이제 소르도의 14.4초 뒤에 있다. 브린, 가츠타, 포모, 루베가 7~10위. 종합 11위이자 WRC2 선두인 수니넨은 그리야진과의 시차를 49.4초로 벌렸다.

SS15 살루는 해안가 도심 도로를 이용해 달리는 단거리 코스로 많은 팬들이 모여들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아직 해가 덜 뜬 시각에 일요일 경기가 시작됐다

10월 23일 일요일. 2개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SS16~SS19의 4개 스테이지에서 마지막 승부를 겨루었다.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하려는 현대팀과 지키려는 도요타팀의 승부가 결정될 순간이 다가왔다.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15.9km의 루디케인즈(Riudecanyes)는 끝없이 이어지는 타이트한 코너와 높은 그립, 아름다운 풍광으로 마지막 승부에 걸맞은 무대를 제공한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아침 7시. 램프 불빛에 의지해 달린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소르도가 톱타임, 누빌 2위로 현대팀이 마지막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20.7초였던 오지에와 누빌의 시차는 이제 17.5초로 줄었다. 3위 로반페라는 누빌의 1.5초 뒤에 있었다.

파워 스테이지 리허설인 SS17에서는 누빌이 가장 빨랐다. 여기에는 까다로운 배수구가 있어 적잖은 참가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브린이 1분 가까이 손해를 보았고, 로반페라 역시 희생자가 되면서 누빌의 숨통이 트였다. 30분의 서비스를 받은 차들이 다시 코스에 들어섰다. 오프닝 스테이지를 다시 달린 SS18. 오지에가 누빌보다 1.7초 빠르게 달려 톱타임을 기록해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대로 경기를 마친다면 공식 은퇴 후 첫 우승이 된다. 누빌은 마지막까지 압박하고자 했지만 포디엄을 아예 날릴 수 있는 타이어 펑크나 사고만큼은 피해야 했다.

티에리 누빌은 끝까지 반등의 기회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SS19 최종 파워 스테이지에서는 오지에가 다시 톱타임으로 5점의 추가 포인트까지 챙기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누빌이 종합 2위, 로반페라가 3위로 경기를 마쳤다. 타낙과 소르도가 4, 5위를 차지했고, 에반스, 가츠타, 포모, 브린, 루베가 득점권을 마무리했다. 종합 11위의 수니넨은 로셀(Yohan Rossel)과 그리야진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WRC2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제조사 포인트에서는 도요타팀 503점, 현대팀 410점이 되었고 두 팀의 차이가 남은 한 경기에서 획득할 수 있는 최대 득점을 넘어섬에 따라 도요타팀이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었다. 지난 시즌에 이은 2년 연속 더블 타이틀이다.

이번 시즌 WRC는 11월 10~13일 나고야에서 열리는 일본 랠리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같은 주말에는 잠시 멈추었던 WTCR도 재개된다. 취소된 경기가 많아 시즌이 너무 짧다는 의견에 따라 중동 라운드가 추가된 것. 11월 10~12일 바레인을 거쳐 25~27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시즌을 마감한다. 현재 드라이버와 팀 득점 선두로 더블 챔피언 가능성이 높은 BRC 현대팀에서는 드라이버즈 포인트 선두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와 노버트 미켈리즈(Norbert Michelisz) 외에 니키 카츠버그(Nicky Catsburg)를 와일드카드로 3번째 차에 태우기로 했다. 2019~2020년 엥슬러 팀에서 현대 i30 N TCR을 탔던 카츠버그는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한 어시스트 역할을 하게 된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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