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자동차이자 전기차인 기아 EV6 GT가 마침내 출시됐다. EV6 GT는 기아를 대표하는 전용 전기차 EV6의 고성능 모델로, ‘GT’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력한 동력 성능과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HMG Driving Experience Center)를 찾아 무려 430kW(585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EV6 GT의 퍼포먼스와 이런 고성능을 구현하는 기아의 전기차 기술력을 온몸으로 느껴봤다.
EV6 GT는 고성능 모델답게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EV6 특유의 날렵한 차체 형태와 차체 곳곳에 적용된 스포티한 디자인 요소, 그리고 5-스포크 구조의 21인치 휠이 고성능 모델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EV6 GT의 전용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냉각 극대화를 위해 흡입구를 확장한 범퍼와 새롭게 추가된 리어 디퓨저, 네온 컬러의 브레이크 캘리퍼 등은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디자인 요소다.
한편,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EV6 GT의 역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최대 경사도 42도로 이뤄진 고속주회로(High Speed Oval, HSO), 총 3.4km 길이의 마른 노면 서킷, 차량의 여러 주행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다목적 코스 및 젖은 노면 코스 등 다양한 조건의 테스트 코스를 갖춰 EV6 GT의 다채로운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EV6 GT의 가속력과 제동력은 다목적 코스에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광활한 아스팔트로 이뤄진 현장은 마치 드래그 레이스와 같이 긴 직선 구간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코스 중간에는 EV6 GT의 가속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계측기가 설치돼 있었다. EV6 GT의 가속 성능은 지난 2021년 공개된 400m 드래그 레이스 영상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영상 속 EV6 GT는 출발 신호에 쏜살같이 가속해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의 스포츠카 사이에서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발휘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자동차 가속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EV6 GT의 제원상 기록은 3.5초다. 실제 검증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출발 지점에서 별다른 준비 과정은 필요치 않았다. 스티어링 휠에 마련된 GT 모드 버튼을 누른 후, 시선을 최종 도착 지점에 고정하고 출발 신호에 맞춰 발을 브레이크 페달에서 가속 페달로 옮기는 것이 전부였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EV6 GT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쏜살같이 노면을 박차고 달렸다. 출발부터 엄청난 토크로 차체를 밀어붙였고 폭발적인 가속력에 몸은 시트에 파묻혔다. 엔진의 굉음도, 타이어의 마찰음도 없는 그야말로 ‘침묵의 질주’였다. 짧은 가속 순간에 주행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계기반으로 옮겼으나 디지털 속도계는 이미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돌파한 EV6 GT는 맹렬한 기세로 달려 도착 지점에 도달했고, 계측기에 표시된 기록은 3초48이었다.
3초48의 기록은 그야말로 고성능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가속 과정에서 GT 모드의 가속도는 무려 0.9G에 달한다. 폭발적인 가속 성능의 비결은 더욱 강화된 전후 PE 시스템에 있다. EV6 GT를 위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후륜 모터는 최고출력 270kW를 발휘하며 최대 2만 1,000rpm까지 회전한다. 또한 고성능 GT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인버터에는 실리콘 카바이드와 실리콘 전력반도체로 구성된 듀얼 채널 전력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덕분에 EV6 GT는 430kW(585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5초 만에 도달하게 된다.
EV6 GT가 가진 또 하나의 상징적인 숫자는 바로 최고 속도다. 무려 260km/h에 달하는 제원상 최고 속도를 검증하고자 EV6 GT와 함께 고속주회로로 진입했다. 4차선으로 이뤄진 고속주회로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직선 주로와 2개의 코너로 이뤄진 오벌 서킷이다. 제한 속도가 없는 광활한 서킷에서 EV6 GT는 주행 모드를 GT로 고정한 채 최고 속도를 기록하기 위해 빠르게 가속을 시작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넘어설 때까지의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다. EV6 GT는 첫 번째 코너 구간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시속 200km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어서 감속 없이 빠르게 코너에 진입, EV6 GT는 급격하게 경사진 1차선을 따라 지체 없이 선회했다. 빠른 선회 속도에서 비롯되는 원심력 때문에 몸과 마음이 굳어졌지만 EV6 GT는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나갔다. 당시 속도는 시속 230km 부근, 다시 진입한 직선 주로에서 EV6 GT는 다시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마침내 EV6 GT의 속도계는 시속 260km를 표시하고 있었다. 고속주회로 진입 후 반 바퀴 만에 최고 속도에 도달한 것이다. 창문 밖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지나쳤고, EV6 GT는 노면을 단단히 붙잡은 채 쾌속 주행을 이어갔다. 폭발적인 가속력과 지치지 않는 파워, 그리고 고속 주행에서의 주행 안정성까지. 최고 속도 기록을 위한 EV6 GT의 주행에서 고성능 모델다운 면면이 빛을 발했다.
기아 EV6 GT의 이런 강력한 동력 성능은 강화된 PE 시스템과 배터리에서 비롯된다. 특히 EV6 GT의 배터리는 강화된 전기모터에 전력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내부 출력을 253kW에서 481kW로 190% 높였다. 또한 GT 모드의 동력 성능 매핑 역시 고속 주행에 최적화됐다. 가령 가속 페달 80~100% 작동 구간을 섬세하게 매핑해 고속 구간에서도 끊임없는 가속감을 제공한다.
마른 노면 서킷에선 EV6 GT의 역동적인 핸들링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총 16개의 코너로 이뤄진 3.4km 길이의 서킷에서 EV6 GT는 민첩하게 속도를 높여갔으며, 코너가 연속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트랙션을 바탕으로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제공했다. 특히 코너를 빠르게 탈출할 때는 EV6 GT에 탑재된 e-LSD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륜에 적용된 e-LSD는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날카로운 선회 감각을 제공하고, 노면의 마찰력이 다른 한계 상황에서도 구동력 손실을 최소화한다.
스포츠 주행에 초점을 맞춰 개선된 EV6 GT의 섀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EV6 GT는 다이내믹한 차량 거동을 위해 앞 서스펜션을 맥퍼슨 멀티링크로 바꾸고 전륜 강체는 부드럽게, 후륜 강체는 단단하게 튜닝했다. 또한 전륜과 후륜에 전자제어 서스펜션(Electronic Control Suspension, 이하 ECS)을 적용해 급가속, 급제동, 급선회 등의 주행 상황에서도 탁월한 조종 안전성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ECS로 인한 승차감 변화였다. ECS는 주행 모드에 따라 댐퍼의 감쇠력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데, 그에 따른 승차감 변화가 매우 뚜렷했다. 노멀 모드에선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고급 세단에 준하는 주행 질감을 제공했으며, GT 모드에선 단단한 하체 감각을 고수하는 스포츠카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드래그 레이스를 방불케 하는 급가속과 최고 속도 경신, 그리고 역동적인 서킷 주행까지 이어졌지만, 이번 시승의 백미는 단연 드리프트였다. EV6 GT는 전자 제어 개입 없이 순수한 운전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드리프트 모드를 제공한다. 드리프트 모드로 진입하기 위해선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정차 상태에서 변속 다이얼을 P로 체결해야 한다.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은 상태에서 ESC를 완전히 해제하고 주행 모드는 스포츠 또는 GT 모드로 설정, 이어서 양쪽의 시프트 패들을 3초 동안 당기면 드리프트 모드가 활성화된다.
드리프트 주행은 상대적으로 마찰력이 낮은 젖은 노면 코스에서 체험했다. 드리프트 모드가 설정된 EV6 GT는 강력한 출력 덕분에 어렵지 않게 뒷바퀴가 미끄러진다. 선회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 파워 슬라이드를 일으키고, 선회 방향으로 시선을 유지한 채 카운터 스티어와 가속 페달로 차량의 움직임을 조정하면 짜릿한 드리프트 주행이 펼쳐진다. EV6 GT의 드리프트 주행은 전기차 특유의 빠른 가속 반응으로 보다 쉽게 전개된다. 가속 페달의 조절과 스티어링 요령을 익히면 짜릿한 드리프트 주행을 길게 이어갈 수도 있다.
고성능 모델인 EV6 GT의 출시로 기아 EV6의 라인업은 한층 풍성해졌다. 대한민국 올해의 차 수상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어워드에서 거둔 화려한 수상 기록으로 우수한 경쟁력을 입증한 EV6가 고성능 모델인 GT의 투입으로 비로소 라인업을 완성한 것이다. EV6 GT는 라인업 최상위 모델에 걸맞은 고성능을 전기차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강력한 동력 성능과 스포티한 주행 감각, 그리고 순수한 운전의 재미를 일깨우는 드리프트 모드까지. E-GMP를 기반으로 주행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EV6 GT의 주행에서 차세대 GT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김재우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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