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두잉의 핵심은 양방향 소통입니다. 브랜드를 알리는 콘텐츠도 여러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TV에서 동영상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CF부터 웹매거진과 아날로그 단행본, 기업의 기술 소개를 유머와 개그로 자연스레 풀어낸 웹드라마와 애니메이션까지. 현대자동차그룹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허진웅 CD 이노션에서 광고 제작을 하고 있는 허진웅입니다. 광고는 크게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로 나뉘는데, 저는 크리에이티브팀의 리더입니다. 팀원들의 황당한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Q. 최근 CF를 보면 5분을 넘기는 긴 내러티브의 영상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토리가 강조된 CF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허진웅 CD 과거에는 TV 매체의 영향력이 강했습니다. 일단 틀어 놓으면 보게 되니까, 15초 정도로 짧고 강렬하게 구성하면 되었습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SKIP’이 가능해서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이 중요해졌습니다. 확실히 요즘 회의를 하면 ‘광고’라 말하지 않고, ‘콘텐츠’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광고의 메시지만큼이나 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사용자가 보지 않는 시대입니다.
Q. 스토리두잉 시대의 특징은 모두가 이야기를 만들고 서로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를 제작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허진웅 CD 저는 스토리형 광고를 만들 때 아이디어를 중간 중간 배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큰 스토리라인에 15초쯤에 아이디어 포인트를 넣고 25초쯤에 또 하나 넣습니다. 시청자들이 끝까지 콘텐츠를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입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SK하이닉스의 '이천 특산품'편입니다. 곤지암에서 이천 넘어가는 길에 ‘도자기의 고장 이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요즘 이천의 특산품은 반도체 아닌가?’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천시청 관광과에 전화해 ‘반도체가 특산품이 될 수 있냐?’고 물었는데 황당한 질문이라서 공무원분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상황을 그대로 광고에 적용했더니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Q. 최근 공개된 한게임 광고에서는 누구나 아는 배우를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처럼 대중에 알려진 캐릭터나 밈을 활용할 때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허진웅 CD 한게임은 '타짜'의 조승우, '신의 한 수'의 정우성, '올인'의 이병헌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광고입니다. 콘텐츠 내에서 한 번도 ‘고니’라는 캐릭터를 말하지 않지만, 조승우 배우는 ‘고니가 20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해서 촬영에 임했습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 배우의 전작 캐릭터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갑자기 뜬 캐릭터나 밈을 바탕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온에어 시점에는 유행이 지나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참 유행 중에 광고를 하면, 오리지널 콘텐츠의 복사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을 차용하더라도 현재화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Q.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B급 감성을 추구하는 광고로 인해 예전처럼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향후 사용자와의 소통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 거라 전망하시나요?
허진웅 CD B급 감성이나 신파가 많은 이유는 흥행성이 담보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도 나도 하다 보면 신선함이 떨어지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저는 과연 지금을 스토리의 시대라고 정의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스토리 자체가 임계점을 넘은 느낌입니다. 제 생각에 다시 TV CF처럼 짧은, 쇼츠 영상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TV가 아니라 틱톡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서 되지 않을까요?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백승환 책임연구원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기아 디자인의 철학적 방향성을 다듬고 정리해 대내외에 커뮤니케이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2021년에 웹매거진 형식으로 '기아 디자인 매거진'이 창간되었고, 올해는 인쇄본으로도 발행되었습니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을 발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대식 책임연구원 기아는 2021년에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리브랜딩을 발표했습니다. 변화에 발맞춰 ‘Opposites United(상반되는 개념의 창의적 융합)’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재정의했습니다. 창의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아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철학을 어떻게 전달하고 내재화할 것인가에 집중하다 보니 고전적이면서 세련된 매거진 형태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백승환 책임연구원 웹매거진과 종이책의 융합이라니, 디자인 철학과 맞닿아 있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디자인센터 내부 용도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사내 전체와 고객들에게도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Q. '기아 디자인 매거진'에 담긴 콘텐츠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어떤 이야기를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으신가요?
신대식 책임연구원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초대해 ‘상반되는 개념의 창의적 융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 철학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아티스트마다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여정을 기아의 디자인 철학과 연계하는 것입니다. 매거진을 읽는 독자도 포함해 서로의 영역에서 영향을 주어 더 깊어진 결과물을 탄생시키자는 의지입니다.
Q. 최근 콘텐츠를 풀어내는 방식은 짧은 서사에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영상 위주로 구성됩니다. 텍스트가 긴 칼럼 형태의 매거진은 다소 고리타분할 수도 있습니다.
백승환 책임연구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통적인 매거진 방식으로는 읽히기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에 익숙해져 글을 읽기에는 다소 노력이 필요하단 걸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글을 읽고 공감하는 일은 어떤 경험보다 강력하게 지속됩니다. 그런 이유로 영상을 보고 글을 읽든, 글을 보고 영상을 보든 두 방식이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기아 디자인 매거진'을 제작하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백승환 책임연구원 최근 정영선 조경가 인터뷰를 게재했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면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를 모든 작품에 그대로 담아내는 열정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특히 기아 디자인이 추구하는 철학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대식 책임연구원 매거진을 제작하면서 ‘창작의 토대를 어디에 두느냐’하는 문제는 모든 예술가의 공통적인 고민이며 출발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동차 디자인 역시 ‘창의적 영감의 발판을 어디에 둘 것이냐’하는 과제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예술의 근본은 항상 인간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혁신적인 이동성을 해결하려는 기아 디자인의 철학도 마찬가지죠. 앞으로 임직원들과 독자들에게 창의적 영감을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되어 더욱 깊이 있는 소통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합니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혁만 책임매니저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성향임에도 11년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NS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저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웹드라마 '몹쓸컴퍼니'를 제작했습니다.
유지택 매니저 국내 SNS,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 대내외 고객들과 브랜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DEAD OR ARRIVE'
Q. 자체 플랫폼 ‘모비스 라이브’가 인상적입니다. ‘함께 만드는 이야기’라는 부분이 스토리두잉의 핵심을 잘 반영한 것 같습니다.
권혁만 책임매니저 ‘모비스 라이브’는 현대모비스 브랜드 미디어 채널입니다. 독자와 임직원 모두 참여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향성을 담고 있습니다. 자체 생산한 콘텐츠들을 아카이빙하여 볼 수 있는 컨테이너 역할, 그리고 콘텐츠가 소비되고 유통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 역할을 담당합니다. 흥망성쇠가 짧은 SNS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지택 매니저 실무 입장에서 장점은 빠른 SNS 트렌드 속에서 구심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브랜드의 메시지가 흔들릴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막아줍니다.
Q. 자체 플랫폼 안에 담긴 콘텐츠 또한 흥미롭습니다. 특히 웹드라마 '몹쓸컴퍼니'와 애니메이션 'DEAD OR ARRIVE'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권혁만 책임매니저 우선 B2B의 벽을 깨보고 싶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을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로 담아낸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지 기억에 자리 잡는 건 콘텐츠 속의 캐릭터와 전체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몹쓸컴퍼니'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최대한 친근하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유지택 매니저 'DEAD OR ARRIVE'는 B2B 기업으로서 가지고 있는 한계점인 ‘공감하고 이야기할 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DEAD OR ARRIVE'라는 페르소나 세계 속 카 레이싱 대회를 열어 실제와 같은 세계관을 인스타그램, 유튜브, 나무위키 등에 업로드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을 'DEAD OR ARRIVE' 세계관에 끌어들여 흥미를 느끼도록 했습니다.
Q. 'DEAD OR ARRIVE'
유지택 매니저 e-코너모듈, iMEB 등 현대모비스의 기술과 전문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ADAS 센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에어 서스펜션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보여지기를 원했습니다. 어릴 때 본 만화 속 주문이나 필살기를 평생 잊지 않듯이, 다소 오그라들더라도 만화 속 명대사처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Q. 향후 모비스 라이브가 어떤 콘텐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궁금합니다.
권혁만 책임매니저 B2B 기업답지 않은 브랜드 콘텐츠 ‘맛집’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 미디어의 성공은 브랜드로부터 독립할 때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모비스 라이브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활약하는 브랜드 미디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모터스라인 편집실
※해당 콘텐츠는 모터스라인 2022년 3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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