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맥가이버 칼’로 알려진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자그마한 주머니칼 손잡이에 다양한 기능들을 통합해 놓은 휴대용 다목적 공구다. 실제 스위스 군에서 사용하던 단검에서 유래했고,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용도는 물론 가정용, 차량용, 기념품용 등으로 널리 호응을 얻으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맥가이버 칼’로 불리는 이유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국내에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TV 외화 <맥가이버>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이 제품에 내장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온갖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머니에 항시 휴대할 정도로 작으면서도 다방면으로 실용적인 장점이 십분 알려졌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시장에서 사랑받으며 다양한 종류로 확장됐고, 부가 기능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작은칼, 큰칼 수준이 아니라 나무 톱, 송곳, 가위, 플라이어, 전선 피복제거기(와이어 스트리퍼), 일자/십자 드라이버, 안경 드라이버, 캔 따개, 병따개, 코르크 따개, 시가 커터, 볼펜, 돋보기, 손톱 줄, 핀셋, 이쑤시개, 손톱깎이까지… 별의별 기능을 섭렵했다. 물론 디지털 시계, LED 조명, USB 메모리, MP3 등 시대에 맞게 진화한 기술들도 선보였다.
눈치챘겠지만, 뜬금없이 주머니칼 얘기를 꺼낸 이유는 더 뉴 셀토스를 시승하며 바로 맥가이버 칼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아 셀토스는 SUV 형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소형차’의 한계를 넘어선 실내 공간을 비롯하여 다양한 활용도를 제공해왔다. 부분변경 모델인 이번 신차는 보다 강력하고 유연한 파워트레인과 첨단기술들이 반영되어 도심과 아웃도어 환경을 가리지 않는, 더 없이 스마트한 다목적 이동 수단이 됐다.
얼마나 스마트한가 하면, ‘기아 디지털 키 2 터치’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도어 손잡이에 터치하여 도어의 잠금 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 패드에 올려 두면 스마트키 없이 시동까지 걸 수 있다. 충전패드 위치상 스마트폰을 잊고 내리기도 쉬울 것 같은데, 그럴라치면 차가 스마트폰을 챙겨가라며 경고까지 해준다. 더 나아가 함께 왔던 뒷좌석 탑승자를 잊진 않았는지도 물어본다. 바쁘게 사느라 어이없는 실수를 종종 하는 현대인들을 참 세심하게 챙겨준다.
주차해둔 차에 잠시 후 돌아가보니 실내 송풍 팬이 돌고 있다. 에어컨 냄새와 세균 발생을 줄여주는 애프터 블로우 기능이다. 실내 공기 질과 탑승자의 쾌적함을 챙기는 데도 진심이다. 풀 오토 에어컨은 자동 모드를 유지한 채로 강도 조절이 가능하고, 공기 청정 모드도 있다. 가장 반가운 것은 터널에 진입하기 전에 자동으로 바깥 공기 유입을 차단해주는 기능이다. 매번 열고 닫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터널 많은 강원도로 여행 갈 때뿐 아니라 시내·외곽 도로 터널에서도 유용하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마찬가지다. 서울 내부순환로에 올라 기능을 켜니 세상 편하다. 설정한 주행속도에 따라 차 스스로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차로 중앙 유지까지 보조해주니 스티어링 휠 잡은 손은 물론 온몸의 긴장이 완화되는 듯하다. 더 뉴 셀토스는 도로 제한속도에 맞춰 완급 조절까지 해준다.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는 전방 카메라 또는 내비게이션의 제한속도 정보를 초과해 주행하면 경고해주고, 안전 운행 속도로 조절해주는 기술이다.
신호등이 없는 자동차전용도로라 해도 정체가 심한 시간대에는 가다 서다가 일상이다. 더 뉴 셀토스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를 따라 완전히 정차했다가 재출발하는 것까지 지원한다. 정차가 길어지면 스스로 재출발하진 않지만,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나 가속 페달로 의사만 밝혀주면 다시 출발해 이전 설정대로 속도와 차간 거리를 유지한다. 운전자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앞차가 출발했음을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기능들의 편리함과 안전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상위 트림을 선택하거나 선택품목을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뉴 셀토스는 꽤 많은 부분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한다. 보행자와 자전거 탑승자까지 감지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등이 그렇다.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ADAS) 외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도 기본 사양이다. 신호 대기가 잦은 시내 주행 때도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운전석이 적당히 높게 자리해 넓은 시야 확보가 용이한 셀토스의 장점과 어울려 쾌적한 도심 주행 여건을 만들어준다.
더 뉴 셀토스에 신규 장착된 8단 자동변속기는 기존 7단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 대비 가속과 감속이 잦은 시내 주행 환경에서 부드러운 작동이 돋보인다. 승차감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설정된 탓인지 가속 페달을 급하게, 깊게 밟아도 거친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엔진을 스마트스트림 1.6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교체하며 최고출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177마력→198마력) 일상적인 운전에서 큰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파워트레인 설정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10.25인치 클러스터 화면만 스포티한 그래픽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같은 주행속도라도 높은 엔진 회전수를 사용하는 기어가 선택되고, 가속 페달이 민감해지며,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진다. 비로소 동급에서 가장 빠른 정지 가속 성능(0→100km/h 7.9초)을 가진 더 뉴 셀토스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더 뉴 셀토스의 높은 동력성능은 스포츠카 같은 성격보다는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여유로운 힘을 가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서스펜션 역시 탄탄함과 굳건함보다는 유연함과 너그러움이 부각된다.
시승차는 승차감에 불리한 18인치 휠∙타이어를 끼웠고 네바퀴굴림(전자식 4WD) 사양에 적용되는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아닌데도 앞좌석과 뒷좌석 탑승자들 모두에게서 칭찬을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승차감이 좋은 것은 개량된 하체 설정뿐 아니라 앞 유리 차음 필름 적용과 함께 주요 부위에 흡∙차음재 보강이 이루어진 효과일 것이다. 고속주행 때는 물론이고 정차 중이거나 크고 작은 요철을 통과할 때도 예상보다 적은 소음과 충격의 전달이 만족감을 높인다.
8단 자동변속기는 고속주행 시 정숙성 향상에도 일조하지만 변속 응답성도 향상됐다. 주행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지 않고도 스티어링 휠의 시프트 패들을 건드려 즉각적인 기어 변경이 가능하다. 이렇게 운전하다 보면 어느덧 DCT의 장점들에 대한 미련도 잊게 된다.
200마력에 가까운 최고출력, 그리고 1,600rpm의 낮은 영역부터 4,500rpm까지 플랫 하게 발휘되는 27.0kgf∙m의 최대토크는 더 뉴 셀토스의 확실한 강점이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고속주행을 한층 여유롭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도심 주행의 실용 구간을 커버하는 영역에서 넘치는 힘을 내니 탑승자나 짐이 늘었다 한들 답답함을 느낄 일이 없다.
그 진가는 일행들을 태운 채 길고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실감했다. 힘이 여유롭지 못하거나 파워트레인 조화가 부족한 차들은 안쓰러울 정도로 굉음을 낼 뿐, 주행속도는 필요한 수준으로 높이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맞는다. 더 뉴 셀토스는 아무렇지 않게, 엔진 소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면서도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줬다. 굳이 주행모드를 바꾸거나 변속 패들을 건드릴 필요도 없었다.
더 뉴 셀토스의 변속기 조작부에 도입된 다이얼 방식 SBW는 이러한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대한 경험을 증폭시켜준다. 직관적으로 고안된 주행모드 스위치도 마찬가지다. 물론 더 뉴 셀토스 실내 디자인에 대한 첫인상을 크게 바꿔 놓은 건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다. 이렇게 빨리 소형 SUV에서 10.25인치 디지털 화면 2개를 연결한 클러스터(계기판) 및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국산 준대형 세단에 처음 적용된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게다가 베젤 두께나 단차 등 마감 완성도도 흠잡을 곳이 없다.
대시보드 위쪽 면도 울룩불룩 튀어나온 계기판 덮개나 내비게이션 하우징이 사라져 깔끔하다. 다만 시승차처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사양이 추가된 경우에는 부가 장치들이 운전석 앞쪽 자리를 차지한다. 컴바이너 HUD는 이전 셀토스에도 있었던 사양이다. 그러고 보니 3년 전 처음 출시된 셀토스는 강인함과 하이테크를 결합한 ‘하이클래스’ 소형 SUV를 표방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더 뉴 셀토스는 그걸 한층 강화한 느낌이다.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에 펼쳐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연어 기반 음성 명령으로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은 물론, 시트 열선 및 통풍, 공조기 등을 제어하는 음성인식 차량 제어 기능을 지원한다. 게다가 더 뉴 셀토스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도 추가할 수 있다. 차 주변 360°를 살필 수 있으니 안심이 되고, 주차장 라인에 맞춰 예쁘게 주차하고자 할 때도 편리하다. 주행 중 차로를 변경하려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사이드미러에 부착된 카메라의 후측방 시야 화면이 계기판에 나타나기도 한다. 시승하던 날 어둑한 저녁에 비가 내릴 때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옆 창문에 빗물이 흘러내리는 데다 주변의 조명들로 인해 사이드미러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선명한 계기판 후측방 시야 덕분에 안심하고 차로를 변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뉴 셀토스의 화려한 편의장비 중 화룡점정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가 아닌가 싶다. 비좁은 공간에서 주차하거나 차를 빼야 하는 경우 운전자가 내린 상태에서 스마트키의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만으로 차를 앞 또는 뒤로 움직일 수 있다. 내용만 봐선 신형 고급 세단에나 적용될 기능 같지만 엄연히 소형 SUV인 더 뉴 셀토스가 자랑하는 동급 최초 사양이다.
설사 이런 호사스러운 사양들을 걷어내더라도 셀토스의 강점은 여전하다. 차체 크기 대비 공간과 쓸모는 여전히 뛰어나다. 고만고만한 소형 SUV들 가운데 유독 커 보이는 외관을 가졌지만, 그걸 알고 탑승해도 실내 공간에 다시 한번 놀란다. 또한 적당한 시트 높이 덕분에 타고 내리기가 좋고, 시야 확보가 용이하면서, 운전 자세도 편안하다. 시트를 높여도 천장까지 공간이 넉넉하다. 참고로 더 뉴 셀토스는 소형 SUV지만 크기는 현대차 i30나 폭스바겐 골프와 같은 준중형 해치백 승용차보다 길이와 너비 모두 크다.
당연히 앞좌석 통풍시트, 스티어링 휠 열선 같은 국내 소비자 선호사양들도 충실히 챙겼다. 시승차에는 빠졌지만 운전석 메모리 시트 및 이지 액세스, 동승석 파워시트까지 적용 가능하다. 2열 바닥 면은 아주 평편하지 않지만, 뒷좌석에서도 다리 공간, 머리 공간 등이 모두 넉넉하게 느껴진다. 아담한 차체에 이 정도 공간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SUV라서 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등받이 각도를 뒤로 기울여 기본 자세보다 편하게 앉아 갈 수 있고 열선 시트, 2열 에어 벤트가 제공돼 가족용 차로도 손색없다.
셀토스는 첫 출시 때부터 500ℓ에 가까운 적재 용량 등 공간 크기를 최대 장점으로 내세웠다. 트렁크 공간이 크기도 하거니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바닥 판과 뒷좌석 폴딩 기능을 통해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킨다. 살림살이를 실어 나르든지, 앞좌석을 앞으로 밀고 바닥을 평탄화해 차박을 한다든지 사용하기 나름이다. 특히 더 뉴 셀토스는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가 적용돼 트렁크 덮개를 힘들이지 않고 여닫을 수 있다. 키를 소지하고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정할 수 있어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을 때도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맥가이버 칼 중에는 너무 많은 기능을 모아 담다 보니 본연의 가치인 휴대가 불편해질 정도로 크기와 무게가 늘어난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필요할 때 얼마나 요긴한지를 경험하고 나면 이 툴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셀토스는 소형 SUV의 콤팩트함이 주는 장점들을 잘 지키면서도 넉넉한 차체와 실내 공간, 얕잡아볼 수 없는 탄탄하고 세련된 디자인, ‘소형’ 딱지가 무색한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들을 통해 사랑을 받아왔다. 경쟁 모델들에 비해 특정 성별과 연령층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셀토스가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진화한 더 뉴 셀토스는 셀토스의 이런 입지를 한층 단단하게 다져줄 것이다.
글. 민병권(자동차 칼럼니스트)
미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만큼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자동차 칼럼니스트다. 자동차 콘텐츠 외부 기고가, 자동차 온라인 매체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RPM9, 모터매거진, 탑기어 한국판 등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에디터로 일한 바 있다. 현재는 ‘운전자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 차봇 모빌리티에서 자동차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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