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미지 기반의 SNS에서 자동차 사진은 인기가 많은 소재입니다. 애차와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일반인의 사진부터 정교하게 촬영한 전문가의 사진까지, 진심이 담긴 자동차 사진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런데 ‘좋아요’를 많이 받는 자동차 사진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그리고 자동차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작가에게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에 벨로스터 N과 함께하는 일상을 올리는 이진영 씨와 자동차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민성필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동차 사진만으로 운영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벨로스터 N을 타는 이진영(only_throttle_1674) 씨도 그중 하나죠. 하지만 이진영 씨의 계정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과도하게 연출된 사진이 아닌, 애차와의 소소한 일상 사진만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죠. 주유소에서 가볍게 찍은 사진에도 수백 개의 ‘좋아요’가 따라붙을 정도입니다. 이진영 씨는 어떻게 자동차 사진을 찍게 되었을까요?
“사실 저는 사진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저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을 뿐이죠. 어른이 되면 제일 먼저 자동차를 살 거라고 말했을 정도예요. 하지만 막상 직장인이 되니 차를 살 엄두가 쉽게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나가는 길에 벨로스터 N을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알뜰하게 돈을 모아 첫차로 벨로스터 N을 샀습니다. 그리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이진영 씨는 스마트폰 카메라만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DSLR 카메라를 들었지만, 카메라 가방을 챙겨 나오는 일이 번거롭고, 잘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오히려 사진을 덜 찍게 되어 스마트폰만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진영 씨는 스마트폰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제 취미는 드라이브입니다. 퇴근길에 외곽을 느긋하게 달리다 멋진 장소가 보이면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요. 카페나 주유소를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가 예쁘게 보이는 순간이면 바로 사진을 찍죠. 주유소에서 DSLR 카메라를 꺼내면 이목이 쏠리지 않겠어요?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럴 일이 없어요. 화질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루기 쉬운 데다 언제나 들고 다니잖아요. 그만큼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이진영 씨는 스마트폰의 기본 카메라 앱을 이용합니다. 특별한 앱을 쓰지는 않지만, 주로 스마트폰을 세로로 들고 찍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세로로 찍은 사진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동 모드에서 초점만 직접 조정해 사진을 찍습니다.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느낌이 조금 달라지기 때문이죠. 보정은 스마트폰의 기본 필터와 마크업 기능을 주로 이용하며, 조금 더 공을 들일 때는 어도비 라이트룸 모바일을 씁니다. 무료인 데다 사진의 노출, 대비, 색상 등을 조정하기가 쉽기 때문이죠.
이진영 씨에게 선호하는 사진 촬영 장소나 구도를 물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생각하며 찍을 수 있는 곳을 좋아해요. 저는 대전에 살고 있어 대청댐이나 피반령 주위를 종종 갑니다. 계절에 따라 경관이 변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구도는 벨로스터 N의 스포티함을 강조할 수 있게 낮은 앵글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헤드램프 등의 매력적인 포인트만 확대하거나 캐릭터 라인이 잘 드러나는 옆면에서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그렇다면 애차와 함께하는 이진영 씨의 일상 사진이 ‘좋아요’를 많이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는 “첫 번째는 시간, 두 번째는 해시태그”라고 답했습니다. 시간은 업로드 시점을 뜻합니다. “직장인들이 잠깐 짬을 내서 SNS를 하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가 가장 반응이 좋아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그 시간대에 포스팅을 하는 편이죠.”
해시태그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는 제 차와 관련된 현대자동차, 벨로스터N, 차사진 등의 해시태그를 답니다. 팁이 있다면 VELOSTER, HYUNDAI, ABOUT_HYUNDAI, NEVERJUSTDRIVE 등의 영문 태그도 같이 적는 것이에요. 외국인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우리나라의 풍경이나 일상이 외국인들에겐 새롭고 신기해 보일 수 있으니까요.” 이진영 씨의 설명입니다.
이진영 씨의 일상은 벨로스터 N을 만난 이후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동호회에 출석하고 종종 서킷 주행에 나서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자동차와 함께 여행을 떠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순간도 생겼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외의 현대차 오너와 ‘좋아요’를 주고받는 일도 있었죠. 그는 자동차와 함께하면서, 자동차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일은 저에게 일기장을 쓰는 일과 같았어요. 벨로스터 N과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거든요. 운이 좋게도 여러 사람이 봐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저에게 자동차 사진은 추억을 남기는 즐거움입니다.”
그렇다면 프로의 자동차 사진은 무엇이 다를까요? 우선 자동차 사진은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제품 중에 가장 큰 편에 속하기 때문이죠. 광고나 홍보를 위해 자동차 회사가 공개하는 사진이나 잡지에 실리는 사진들이 바로 자동차 전문 사진가의 작품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팀 로드 스튜디오’의 민성필 작가 역시 자동차 사진의 전문가입니다. 그는 대학에서 패션·광고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시작점은 패션 사진이었지만 평소 관심 분야였던 자동차 사진에 발을 들이면서 더욱 작품 세계를 넓혔습니다. 자동차 잡지에서 사진 팀장을 맡으며 다양한 사진을 선보여왔고, 지금은 여러 자동차 회사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민성필 작가의 사진에는 순식간에 눈을 사로잡는 강렬함이 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인 자동차가 무엇보다 빛나 보이죠. “자동차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델 고유의 디자인을 살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아주 큰 피사체라 빛 반사가 많이 되죠. 따라서 빛을 이용해 자동차의 디자인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민성필 작가의 설명입니다.
좋은 자동차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성필 작가는 “자동차의 얼굴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자동차의 디자인 요소 중 상당수가 전면부에 있는 만큼, 앞모습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성필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자동차의 전면부는 사람의 얼굴과도 같아요. 친구의 얼굴을 떠올려보세요. 어떤 친구는 점잖고, 어떤 친구는 듬직하고, 어떤 친구는 장난기가 가득합니다. 그 개성을 살려서 사진을 찍어주고 싶죠.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인에 맞는 사진을 찍어주면 더욱 빛나죠. 저는 자동차 촬영을 할 때 디자이너들이 표현하고자 한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고민합니다. 즉, 좋은 자동차 사진이란 디자이너의 의도와 사진작가의 표현이 더해져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진을 시작하지 얼마 안 된 일반인도 사진작가의 비법을 따라 할 수 있을까요? 아마추어가 처음부터 프로와 같은 결과물을 내는 것은 무리겠지만, 요령을 알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민성필 작가에게 카메라 세팅 요령을 물었습니다.
“자동차는 달리는 기계입니다. 그래서 사진 종류도 정지와 주행의 두 가지로 나뉘며 세팅 요령도 다릅니다. 차를 세우고 찍을 때는 렌즈에서 생기는 왜곡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망원 계열의 렌즈를 사용하고 노출 심도도 깊게 합니다. 자동차 본연의 디자인을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해서죠. 달리는 차를 찍을 때는 셔터 속도를 낮춰 역동적인 느낌을 살리는 데 주력합니다. 렌즈 또한 다양하게 바꾸면서 움직임을 잘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죠.”
물론 실내에서의 촬영과 실외 촬영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할 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없거나 아주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조명을 이용해 빛의 양, 세기, 높낮이 등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외 촬영은 태양을 고려해야 합니다. 햇빛은 완벽한 광원이지만 시간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는 등 여러 변수가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 차의 배치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태양을 조명이라 생각해 보세요. 햇빛을 잘 이용하면 요즘 트렌드인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사진작가가 뽑는 좋은 촬영지는 어디일까요? 민성필 작가는 인천 송도를 꼽았습니다. 다양한 현대적인 건물과 도로가 있기에 도시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때로는 사진 구도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기 위해 도시를 벗어나기도 합니다. 구도는 자동차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민성필 작가에게 초보도 쓸 수 있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은 있습니다. 자동차의 성향에 따라 어울리는 화각이 있거든요. 가령 스포츠성을 강조한 낮은 차들은 헤드램프보다 낮게 카메라를 두는 로우 앵글로 찍으면 웅장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SUV 같이 조금 높은 차들은 헤드램프 높이에 맞춰 촬영하되 망원 계열 렌즈를 사용해 왜곡을 최소화하면 모델 특유의 디자인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한편, 휠베이스가 긴 차를 대각선으로 찍을 때는 지나치게 길어 보이는 현상을 주의해야 합니다. 반대쪽 헤드램프가 조금 나오게 찍어보세요. 안정적인 구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민성필 작가가 지금까지 찍은 자동차 사진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는 달리는 자동차를 찍는 일이 여전히 가장 설렌다고 말합니다. “주행 사진은 사진가의 기술이 상당히 중요한, 자동차 사진의 꽃”이라고 말할 정도죠. 민성필 작가에게 주행 사진의 매력을 물었습니다.
“사진의 매력은 순간을 담아내는 데 있습니다. 달리는 차의 멋진 모습을 포착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주행 사진을 찍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가 ‘패닝(Panning)’과 ‘카투카(Car to Car)’ 입니다.” 패닝 기법은 자동차가 정해진 구간을 달리고, 촬영자는 정해진 포인트에서 구간을 지나는 자동차를 촬영하는 것입니다. 서킷 안에서 달리는 레이스카를 바깥에서 촬영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카투카는 사진을 찍는 자동차와 피사체가 되는 자동차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달리면서 찍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쉽지 않아요.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요소를 전부 고려해야 하거든요. 카메라가 해줄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를 넘어서려면 사진작가가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기술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주행 사진이 좋아요. 성취감이 남다르거든요. 자동차의 움직임, 배치, 화각, 속도감 등의 요소를 전부 계획해 사진 한 장에 담아내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정확히 맞물려 눈에 들어온 순간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사진이 나왔다는 것을요. 그 순간 셔터를 누를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사진은 방대한 깊이를 자랑합니다. 가볍게 즐길 수도, 흠뻑 빠져들 수도 있죠. 하지만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실력을 키우는 일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자기만의 기준점을 세울 때까지 헤매기 마련이죠. 어떻게 해야 발돋움할 수 있을까요? 민성필 작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많이 찍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감이 잡혀야 해요. 여러 종류의 자동차를 다양한 앵글로 많이 찍어보면 자신의 취향이 분명히 잡힐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시도를 해보세요. 성공하고 실패하는 과정 모두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조바심을 내지 마세요. 실력은 순식간에 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찍으면서 재미있게 사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사진은 예술이자 기록 매체입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과거의 일도 사진을 보면 쉽게 떠오르지요. 이처럼 자동차 사진은 애차와의 일상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좋은 수단이 되어 줄 것입니다. 꼭 사진을 잘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틈틈이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겨보세요. 언젠가는 자동차와 함께 한 소중한 추억들로 앨범이 가득 찰 것입니다.
취재협조. 이진영, 민성필
글. 안민희
사진. 조혜진, 홍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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