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8 현대자동차그룹

뉴 노멀 시대에 잃은 것과 발견한 것, 배터 노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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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지나 뉴 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호날두를 꿈꾸던 축구 게임광이 코로나19로 뉴 노멀 시대를 맞아 자신의 게으름을 깨닫고 더 나은 일상, 배터 노멀 라이프를 희망하는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한때는 호날두를 꿈꿨다

퇴근 후에는 게임방에 가며 삼십 대의 일부를 축구 게임으로 보냈습니다

저는 호날두보다 한 살 많지만 그를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나보다 축구를 잘하면 형이니까요. 지금은 손흥민 선수를 형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축구를 열렬히 좋아한 적은 없습니다. 새벽의 챔피언스리그를 뜬눈으로 본 적은 있지만 손에 꼽습니다. 공을 차지도 않고, 뛰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축구광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축구 게임을 했습니다. 삼십 대의 일부를 축구 게임에 양도했습니다. 게임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친구들이 대학 시절에나 하던 짓인데, 그걸 삼십이 넘어서야 시작했습니다. 이런 고백은 부끄럽지만 남들 놀 때 안 놀고, 남들 일할 때 놀았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닙니다. 무언가를 했지만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 내게 남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나를 모르니 억울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억울해서 퇴근 후에는 게임방에 갔습니다. 저처럼 억울한 친구와 함께 새벽까지 축구 게임을 했습니다. 피곤하지만 피로를 못 느꼈습니다. 정말 억울했거든요. 회사에서 보낸 시간을 유희로 보상받고 싶었고, 출근 걱정은 새벽으로 미뤘습니다. 삼십 대의 저는 늘 피곤해 보이는 직원이었고, 서러운 마음에 호날두처럼 부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축구 게임을 관둔 것은 코로나19부터다

게임방이 문을 닫기도 했고, 집에서 홀로 축구 게임하는 것은 즐겁지 않았습니다. 이길 상대가 없으면 의욕이 줄어듭니다. 제게도 승부욕이 있다는 것을 축구 게임을 접으며 깨달았습니다. 게임을 안 한다고 제가 가진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기고 싶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승리하고 싶습니다. 단지 무엇으로, 누구를, 어떻게, 왜 이겨야 하는지 명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기고 싶지만 이길 게 없었습니다. 그것이 팬데믹 이후 시작된 욕구불만입니다. 

승부하지 못해 생긴 욕구불만은 이상한 형태로 표출됐습니다. 밖에 나가질 않았고, 대면 만남도 줄었습니다. 직장 동료를 제외하고는, 업무상 미팅을 빼면 지인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인간관계의 단절은 아닙니다. 소셜 미디어와 메신저가 있으니까요. 원한다면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활동이 욕구를 해소시키진 못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쓸데없이 만나서 건설적이지 못한 논쟁으로 의미 없는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상실했습니다. 상실감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듭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제가 긍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게으른 사람이었습니다. 게으름과 긍정은 비슷하지만 힘의 크기가 다릅니다. 게으름이 더 셉니다. 그래서 한 번 누우면 잘 일어나질 못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저는 나약해졌습니다.

나약한 사람을 받아줄 헬스클럽도 문을 닫았다

미술관, 극장, 술집도 찾지 않고 가드닝을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두려워서 안 갔습니다. 미술관도 극장도 술집도 찾지 않았습니다. 식당보다는 배달을, 산책보다는 가드닝에 기울어졌습니다. 때로는 집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재택근무는 게으름뱅이에게는 무리였습니다. 눈치 주는 사람이 없으니 긴장이 풀어졌습니다. 문제는 내 마음가짐은 나태한데 해야 할 업무는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달라진 일상에서 삶의 의욕을 부추길 동력원을 찾아야 했습니다. 아마 그때쯤 업비트를 깔았던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노트북 옆에 아이패드로 실시간 코인 현황을 띄워놔도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잔고가 줄어드는 것은 저만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조급하니 업무를 빠르게 처리했습니다. 코인에서 잃은 걸 월급으로 만회하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차트처럼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은 재택근무가 적성에 맞아 보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제 잔고는 지금 보다 많았을 것입니다. 

아무튼, 가상세계의 탈 중앙화 금융* 을 맛본 후 일상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서울의 부동산보다 가상 부동산에 투자했고, 미술관 관람보다 NFT 아트를 찾아봤습니다. 가상 부동산은 실체가 없듯, 수익도 없었습니다. NFT 아트는 전시장 관람의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돈이 된다기에 시작한 것이니, 투기의 목적 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투기는 손실로 이어졌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습니다.


*탈 중앙화 금융 Decentralized Finance, 줄여서 디파이(DeFi)라고도 합니다. 중개, 거래소 또는 은행과 같은 중앙 금융 중개자에 의존하지 않고, 대신 블록체인에서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형태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시기 나는 운 좋게도 감염되지 않았다

확진자가 전 세계 1위에 달했지만, 일상은 오히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쓴다는 것, 해외여행을 포기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저는 자유로이 거리를 거닐었고, 친구들의 술자리에서 쓸데없는 논쟁으로 기분이 상했으며, 대면 미팅과 전시 관람도 자주 했습니다. 여행도 좀 하고, 주말농장도 시작했습니다. 

일상은 확진자 증가 추이와 반비례하는 듯 보였습니다. 두려움에 익숙해진 것인지, 코로나19의 고통에 무뎌진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일상의 자유가 간절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씁니다. 마스크를 쓴 척한다고 해야겠습니다. 눈치가 보이면 마스크를 콧등까지 올리고 그러다 다시 눈치를 보며 턱 끝으로 내립니다. 현재의 일상은 콧등과 턱 끝 사이 어중간한 곳에 있습니다.

감염되지 않아도 흔적은 남는다

소셜 미디어로 보는 일상과 멘트, 숏폼으로 보는 춤과 유행하는 무언가들, 유튜브나 줌 등이 가상 세계의 도입부처럼 느껴졌습니다

코로나19 시대의 일상, 뉴 노멀 시대*라 불린 시절의 경험들이 몸에 남았습니다. 뚜렷한 흔적은 달라진 관점입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능력은 없지만, 화려한 가짜보다는 헐거운 진짜를 선호하게 됐습니다. 그걸 진정성이라 불러도 됩니다. 진정성이 결여된 것들에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구호, 어떠한 주장들, 하물며 음악과 예능 같은 것을 선택할 때도 진정성의 유무를 기준 두게 됐습니다. 저는 이것이 비대면 시대를 거치며 몸에 새겨진 감각기관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소셜 미디어로 보는 일상과 멘트, 숏폼으로 보는 춤과 유행하는 무언가들, 유튜브나 줌 그런 것들이 가상 세계의 도입부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상대와 같은 공기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 대화의 공백을 공유하지 않는 것, 그들의 표정 변화 같은 것들을 감지할 수 없었기에 화면 안의 사람들을 진짜와 가짜로 구분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니 가상 세계니 하는 거창한 주장들에 동의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상적인 묘사보다는 사실을 알고 싶었습니다. 메타버스에서의 외로움이나 따돌림, 그런 것들을. 탈 중앙화된 경제 시스템은 나와 같은 개미 투자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NFT 아트는 거실에 걸어둘 수도, 소유하는 보람과 과시의 즐거움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한순간에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술 설명에 앞서 경고하지 않습니다. 

뉴 노멀 시대에는 기술 발전에 따른 더 나은 미래와 새로운 시스템을 선망했지만 거리두기가 끝난 지금은 그것이 한 철 꿈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지금, 가상보다는 실체를, 가짜보다는 진짜를, 완벽함보다는 진정성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조화를 이룬 세계를 다시 꿈꿉니다. 여러 가치들이 뒤섞인 세계에서 진정성을 가치로 내세운 것을 발견해내는 것. 그것이 더 나은 일상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뉴 노멀 시대(New Normal Era) 핵심 키워드는 ‘언택트’.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확산, 전자 상거래 일반화, 교류가 줄면서 미니멀 라이프스타일이 정착했습니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건 5G 연결, IoT 센서, AI 기반 분석 및 로봇 솔루션 등 기술 혁신이 그 토대입니다.


글| 조진혁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해당 콘텐츠는 모터스라인 2022년 2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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