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글로벌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 프로젝트인 ‘현대 컨티뉴(Hyundai Continue)’의 일환으로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운전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처음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한 후 운전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초보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운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운전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올해 현대차는 교통사고 환자,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이 보다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함께 국립재활원, 충남대병원, 부산대병원과 업무 협약을 맺은 후, 각 기관에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를 기증하는 등 운전 재활 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동약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원하는 운전 재활 지원 프로그램은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현대차 운전 재활 지원 프로그램의 핵심은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개발한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는 전동식 좌석 조절기, 버튼식 시동으로 손의 기민성이 저하된 환자 및 장애인도 쉽게 조작이 가능하고, 실제 중형 자동차 좌석에 4축 전동식 모션 장치를 적용해 실제 차량과 유사한 운전 감각 경험을 제공한다.
시뮬레이터에는 20개의 상황 체험, 4개의 안전기술 체험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고, 3단계 난이도 조절을 통해 이동약자의 상황에 맞는 단계적 훈련이 가능하다. 20개의 환경 체험은 도심주행, 고속도로주행, 야간주행, 국도주행, 주차장 체험 등 총 다섯 종류의 도로환경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상황을 재현하는데, 탑승자는 해당 상황을 마주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운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4개의 안전 기술 체험은 조향력 확보가능 장치(ABS), 차체 자세유지 장치(VDC), 자동 긴급제동 장치(AEB), 졸음·운전부주의 경고장치(FCWS·LDWS)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술별 체험 시간은 약 5~10분 정도이며, 운전자는 체험하고 싶은 기술을 선택해 안전 기술 적용 유무에 따른 주행 차이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자동차 운전에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가 자동차 안전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안전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에 대한 안정감 및 신뢰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국립재활원에 설치된 현대차의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는 장애인 운전 재활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운전 재활’이란 뇌병변, 척수손상, 소아마비 등 병원에 입원해 재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독립적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는 의료진이 의학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 환자를 대상으로 운전 능력을 평가하거나 운전 능력을 훈련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국립재활원의 신성수 작업치료사는 가상운전 시뮬레이터가 실제 차량을 사용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환자가 안전하게 기능을 회복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신체가 자유롭지 않은 환자들이 실제 차량으로 운전 재활을 하면 사고 위험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는 무척 유용하죠.”
국립재활원에서는 이전에도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왔다. 현대차가 개발한 가상운전 시뮬레이터와 기존 시뮬레이터의 차이점에 대해 신성수 작업치료사는 도심, 고속도로, 국도, 야간 상황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도로환경을 실제처럼 구현한 점을 꼽는다. “현대차의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는 총 20개의 상황 체험과 4개의 안전기술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상현실이지만 실제 같은 체험이 가능해 운전자의 주행 능력 향상에 효과적입니다. 자주 발생하는 교통사고 상황도 등장해 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상황대처 능력이 생긴다는 점도 탁월하고요.”
이처럼 현대차의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는 생생하고 다양한 상황 체험을 통해 운전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차량 급출몰, 무단횡단, 주행 중 화물 낙하 등 실제로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다 보면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대차의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는 환자와 장애인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아울러 중형 자동차 좌석에 전동식 모션 장치를 적용한 까닭에 운전 감각도 실제 차량과 유사하다. 즉, 곡선을 운전하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도 차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여 실제 주행 상황과 흡사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재활원 신경재활의학과 신준호 과장은 현대차 가상운전 시뮬레이터의 이런 특징이 ‘사이버 시크니스(Cybersickness)’라 불리는 어지럼증을 줄이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한다. “비장애인도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다 보면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뇌졸중처럼 뇌손상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 더 심한 어지럼증을 겪어 구토를 하기도 하죠. 현대차의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로 교체하면서 실제 운전 상황과 흡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사이버 시크니스를 호소하는 케이스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신준호 과장은 임상에서 만난 환자들이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를 통해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고 설명한다. 운전 경험이 없는 환자가 가상운전 시뮬레이터 체험을 통해 실제 운전면허에 도전하는 케이스나 불의의 사고로 다시는 운전할 수 없으리란 생각에 우울감을 호소하던 환자가 희망을 얻는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운전대를 잡지 못할 거라고 실의에 빠져 있던 환자가 보조기기를 착용하고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면서 심리적 자신감을 얻더군요. 현대차가 제작한 가상운전 시뮬레이터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긍정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재활원은 가상운전 시뮬레이터가 운전 재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상운전 시뮬레이터 체험 전과 후를 비교해 어지럼증, 운전공포감, 운전기능 향상 여부, 자신감 향상 여부 등을 측정하는 것이다. 신준호 과장은 가상운전 시뮬레이터의 유의미한 기능과 활용도를 증명하는 연구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가상운전 시뮬레이터가 실제 주행을 대체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로 자리 잡기를 희망했다. “시스템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루어지면 교통약자들이 향후 자율주행 등 새롭고 지속적인 운전 환경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초보운전자, 경험 미숙 등으로 자동차를 원활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등 더 많은 교통약자가 활용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로 발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행이 자유롭지 않은 이동약자에게 운전이라는 행위는 매우 절실하다. 하지만 이동약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운전을 익히는 과정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상운전 시뮬레이터 개발은 이동약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운전을 익히고, 이를 통해 이동의 자유를 누리기를 바라는 현대차의 작은 실천이다. 현대차는 가상운전 시뮬레이터 개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동약자들이 운전을 통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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