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자동차 실내는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구동계가 내연기관에서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바뀌고,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실내 공간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시대의 변화 폭은 이보다 더 클 것입니다. ‘차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해야 하죠.
자율주행 통합 칵핏 시스템인 엠빅스(M.VICS)는 이런 질문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안전하게 즐기면서 건강까지 챙겨주는 실내를 제시하고 있죠. 엠빅스에 적용된 기술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안전한 콘텐츠 감상을, 다른 하나는 탑승자의 건강을 위한 것이죠.
먼저 콘텐츠를 위한 기술을 살펴볼까요?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역시 중앙 디스플레이입니다. 12.3인치와 13.2인치 디스플레이를 위아래로 달고 하단에 원형 슬라이드 노브를 단 것이 특징입니다. 손잡이를 좌우로 밀고 돌려 공조나 미디어와 같은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이는 첨단 기술을 단순히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한 사용법까지 고심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의 자동차 실내에서는 공조나 미디어와 관련된 조작부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기능 대부분을 조작할 수 있기에 조작부의 크기를 줄이거나 아예 삭제하는 것이죠. 하지만 터치 디스플레이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익숙하고 직관적인 방식의 좌우 이동이 가능한 원형 슬라이드 노브를 적용한 이유죠. 특히 원형 슬라이드 노브는 공조 벤트 및 중앙 디스플레이와 일체형으로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사용이 쉽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엠빅스 중앙 디스플레이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동승자와 나눠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단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동승석 앞으로 옮기고 스마트폰을 연결해 미디어를 감상할 수도 있죠. 이때는 3개의 중앙 스피커도 동승자 모드로 바뀝니다. 왼쪽 스피커는 운전자 쪽을 향하고, 나머지 2개의 스피커는 매립됩니다. 여기에 헤드레스트 스피커가 힘을 보태 또렷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배터리 충전 등으로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운전자와 동승자가 각자 다른 콘텐츠를 감상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죠.
탑승자의 건강을 위한 기술 또한 다양합니다. 엠빅스에는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캐빈 제어기’가 적용됐기 때문이죠. 스마트캐빈 제어기는 탑승자의 자세와 심박, 뇌파 등 생체신호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통합 제어기로, 탑승자의 건강 상태를 읽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해 편안한 자율주행을 돕습니다.
사실 스마트캐빈처럼 탑승자의 건강 상태를 읽는 기술은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운전자 또는 탑승자가 의식을 잃는 긴급 상황에서도 자동차는 스스로 목적지를 향해 주행합니다. 이런 상황을 자동차가 인지할 수 있다면 응급실 또는 구조대에 신호를 보내는 것은 물론, 환자를 직접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의 스마트캐빈 제어기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까요?
현대모비스의 스마트캐빈 제어기는 탑승자의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센서와 신호를 분석하는 제어기, 그리고 소프트웨어 로직으로 구성됩니다. 센서는 탑승자의 자세를 입체 촬영하는 3D 카메라, 스티어링 휠의 심전도 센서, 귀 주변에 흐르는 뇌파를 측정하는 이어셋 센서, 차량 내부의 온습도와 이산화탄소를 측정하는 공조 센서 등 총 4개로 구성되며 수집된 탑승자의 생체신호는 제어기에 전달됩니다.
제어기는 다양한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탑승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졸음운전 같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내비게이션이나 계기판 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통해 경고합니다. 아울러 심전도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판단하면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을 권유하고,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으면 창문을 열거나 공조기를 외부 순환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스마트캐빈에는 탑승자의 멀미를 줄여주는 기능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시트 양옆의 LED를 통해 좌회전, 우회전 등 방향과 속도를 인지하도록 도와 멀미 발생을 줄여주죠. 멀미는 차량의 방향과 속도를 인지하지 못할 때 생깁니다.
스마트캐빈 제어기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생체신호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일종의 고급 두뇌이기 때문이죠. 심박, 뇌파, 영상 등의 신호를 기반으로 탑승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기술은 지속적으로 개발 중에 있습니다. 탑승자의 생체정보 데이터를 분석하면 운전능력과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이상 징후 또는 운전 불가 상태 판단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를 이용해 이동 중 응급상황 발생 시 탑승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비상연락 후 환자 인계를 위한 자율주행 등 후속 조치를 취하는 안전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판단해 음주 시 운전을 할 수 없게 원천 차단하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현대모비스의 음주 측정 기술은 약간의 날숨으로 측정이 가능한 비접촉식입니다. 광학식 센서 기술을 활용하여 날숨에 함유된 알코올 성분 감지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판단하는 방식이죠. 마우스피스에 입을 대고 불어야 하는 전기 화학식 센서보다 정확성과 편의성이 매우 높은 기술입니다. 해당 기술은 상용차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관련 기술 입법 추진화가 진행 중이며, 국내도 관련 법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모비스의 스마트캐빈 제어기는 안전기술의 관점을 차량 성능 개선이 아닌 탑승자 중심으로 바꾼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M.Brain)’ 또한 마찬가지죠. 엠브레인은 공공버스를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사고 감소 효과를 이미 검증했습니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된 미래의 자동차 실내는 어떤 모습일까요? 현대모비스는 미래의 자동차가 움직이는 ‘건강검진센터’의 역할도 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바이오공학이나 로봇 등의 전문인력을 확보하여 관련 연구를 이어가는 이유죠. 스마트캐빈 제어기는 이처럼 다양한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특정 생체신호만을 처리하는 제어기는 있었지만, 여러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통합 분석하는 헬스케어 전용 제어기는 현대모비스가 최초거든요.
그렇다면 향후 스마트캐빈 제어기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현대모비스는 기존의 감지 기술과 융합하여 한층 고도화된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가령 영상 기반 부주의 기술과 뇌파 기반 부주의 기술의 결합은 감지 기술의 세분화로 이어집니다. 탑승자의 취향과 상태를 자동차가 읽고, 그에 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탑승자의 상태에 따라 이동 속도를 조절하고, 탑승자의 행동에 맞춰 환경을 학습 또는 휴식에 어울리게 바꾸는 것이죠.
나조차도 파악이 어려운 나의 마음과 컨디션을 읽고 대응하는 자동차라니, 고단한 삶에 지쳐 자율주행 중 잠에 빠진 나를 챙겨주는 자동차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실내 온도를 수면에 맞춰 쾌적하게 조절하고, 악몽을 꾸는 것 같으면 진정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틀어주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수면 습관을 체크해 주는 자동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처럼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기술이 등장할까요? 현대모비스의 행보에 자꾸만 눈이 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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